은화를 입에 문 물고기 (이종희 장편소설)

은화를 입에 문 물고기 (이종희 장편소설)

$16.50
Description
이종희 장편소설 『은화를 입에 문 물고기』는 국내의 대형서점을 통하여 유통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인터넷 색인을 통하여 제목만 클릭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모두 전자책으로도 제작이 되어 바쁘게 살아가는 독자들까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주도와 산간벽지, 전국의 국공립 도서관에도 비치가 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랜 친구인 독자들의 성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가의 여덟 번째 신작 장편소설 《은화를 입에 문 물고기》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저자

이종희

저자이종희는
소설가/시인
경북경주출생
성균관대학교대학원졸업
학사장교만기전역
단편소설《하트모양의가스얼음》
大邱文學/대구문학
詩集《춤추는목각줄인형》
단편소설《새를쫓기위하여》
短篇小說·詩選集《샤갈선생》
短篇小說選集《크리스마스목가》
長篇小說《신의나라토마스》
長篇小說《잎새시계》
長篇小說《네모행성》
長篇小說《푸른말호박등불》
長篇小說《성자의낙서》
長篇小說《은화를입에문물고기》
長篇小說《두번째아담》

목차

008사람의영토
0106만년의섬
023은화물고기
033사마리아여인
044바다로간포유류
050빙하기인간
055사소한민족
064주머니에넣은겨울
077오래된책
093샤론의장미
097결혼을합시다
161고등어문장
165엠마오로가는길
173신의휴일
189졸혼
198만찬을위한부족
별지:이종희신간장편소설목록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은화를입에문물고기

사람의영토

사람의영토는원래텅비어있었다.영토가무엇으로채워지느냐에따라서영토를상징하는문장紋章에그려질여러가지의문양과도형이결정되기로약속되어있었다.처음으로영토에정착한거룩한사람들의문장紋章은신비스러웠지만일반에게는널리알려지지는않았다.
‘6만년의섬’이라고이름지어진‘사람의영토’에서는금이나보석들을모두쓰레기로보았고,땅에속한것들에그다지집착하지않았다.‘거룩한생각’은욕심과욕정그리고교만과같은지상의중력의영향을받지않음으로써자유로웠고그결과로물위를걷는것이가능하다는결론에도달했다.그러나지상의것과,영원한생명가운데어느것을선택하느냐는전적으로사람들의자유의지에맡겨질수밖에없었고영원한생명의부력이중력을이길때사람들은자유롭게물위를걸어갔다.
한편거주자들은인간적인약점도가졌다는표식으로,시몬베드로의수탉문양이아로새겨진문장과,동족을나타내는물고기가그려진문장을성루여기저기에드높이내걸었다.
이곳은동물이나파충류와는구별이되는사람이살아가는영토였다.‘거룩한섬’은6만년동안이나외부와단절된채로살아온사람들만의시간과공간이기도했다.그것이바로‘고립된성城’을의미하는것이라고말하는이도있었지만사람들은외로운시간들을버티어나갔으며,그결과로사람의영토는조금씩희망으로넘쳐났다.그리고그희망은누군가의희생과피로인한것이었다고모두들인식하고있었다.사람들은또한‘자신들은사랑받았으므로잘살아야한다’는결의를한채하루하루를살아가는것만같았다.그리고‘베드로’를상징하는,두개의열쇠를든인물에대해긍정적인해석을하는것으로미래를밝게예측하는것이었다.천국의열쇠를쥐고있다고알려진베드로라는별명의성주城主는성문앞에서몇가지질문을할것이며,이때사람들은당당하게지나온길을말할수있어야한다는것이었다.
한편물위를걷는베드로는인간이상의힘을발휘할수있다는것을보여주는상징이되어버렸고,세상을초월하는영원성을껴입는자의모습이기도했다.

6만년의섬

대학새내기인준석이외로운이들과함께밥을먹는모임을구상한것은단순한호기심때문이었다.대학에입학한이래로같은과의동기생들,선배들그리고동아리친구들과쉴사이없이부대끼며생활해온준석으로서는외롭다기보다는오히려곁에서후후,숨쉬며다가오는사람들이지겨워지기시작했다.가끔조용히혼자지내기를바랐지만언제나준석의주위에는사람들이모여들었다.이럴즈음신문과방송르포에서‘혼자밥먹는사람들’시쳇말로‘혼밥족’에대한기사를접하자‘도대체어떤사람들일까?’라는궁금증과아울러외로움의실체와맞부딪치고싶다는충동에사로잡혔다.인간들속에서번잡하게살아온준석이이질적인사람들과대화를나눌수있고,그럼으로써소요스러운일상이순화되는지점을찾을수있겠다는단순한생각이혼자밥을먹는사람들이모여서함께저녁밥을지어먹는모임,‘6만년의섬’을개원하게된동기였다.
인도양의한가운데에위치한노스센티널섬은6만년동안이나외부와접촉이없이고립된채로고유의문화를유지하며고대부족이살아왔다.그들은교류를원하는인간들에게극도로배타적이며호전적이어서그누구의접근도허락하지않았다.그결과로인도양에위치한이고대의격리된섬은오염되지않은고대문명의신비가살아숨쉰다.고립적이며그리하여신비롭다는것이준석의흥미를불러일으켰다.준석은대학에입학한이래로줄곧운영해온수학교습소건물의일부를개조하여여러명이식사를준비할수있는제법넓은주방을꾸미고노스센티널섬의기원에서착안하여이모임을‘6만년의섬’이라명명했다.
밥을지어주방의가운데놓인기다란직사각형의식탁에둘러앉아함께식사를하는것이전부였다.간혹서로말한마디없이밥만먹는경우도있었지만억지로말을시키는경우는없었다.사람들은조개처럼누군가가보고있다고생각할때에는좀처럼입을열지않았고딱딱한껍질로자아를덮어비밀을유지하려고했다.6만년동안이나정신적인은둔자로살아온자들이었다.처음얼마동안섬은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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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밥먹는모임에관심을보이던사람들이밀물처럼몰려들었다가한사람,두사람빠져나가고,모임을시작한지한달이지나자준석을포함하여모두일곱명만이섬에남게되었다.
작은사건이있었다.꿈이나운세를전혀믿지않을뿐만아니라,심지어그런것들을신봉하는태도마저바람직하지않은것으로혐오해마지않는준석으로서는뜻밖의일이었지만,섬을개원한지일주일쯤되었을때이상한꿈을꾸었다.그리고꿈은너무나생생해서한동안준석의뇌리를떠나지않았다.

―케파(Kepha는베드로곧바위라는뜻)야,잘들어라,너희가운데‘사람의아들’이있다.

꿈속에서말하는이는얼굴은보이지않았고다만눈부신광채만이느껴졌다.그러나눈곱만큼도걱정도할필요는없었다.이럴경우준석은주저하지않고꿈을완전하게무시해버림으로써단숨에스스로를이지적이며,꿈이나미신을전혀믿지않는지성인의반열에드높이올려놓는것이었다.
모임의운영은단순했다.예산의범위내에서당번을정해장을보고,모두함께저녁식사를준비한다.처음얼마동안은모두약속이라도한듯너무말이없었기때문에,준석은식사를하는동안나눌이야깃거리도준비하기로했다.

―코모도왕도마뱀에대해들어보았나요?몸길이가3미터에이르는엄청난놈이에요,몸무게도성인어른만큼되죠,그리고사납기까지해서사슴이나다른포유류까지사냥을해서잡아먹죠.

준석이잠시말을멈추고주위를돌아보자사람들은일제히고개를돌려준석을쳐다보며그다음이어질설명을기다렸다.

―소름이끼치는일이지만,사람이표적이될경우녀석의포위망을벗어나기란쉽지않아요,녀석은사자처럼날쌔고악어처럼강하며독사처럼맹독을지니고있어요.

준석의의도는적중했다.섬의고독하고위대한인류들은모두준석에게시선을뺏기고있었다.

―파충류의특성상후각까지발달했을게분명해요,뱀처럼말이에요.멀리서도사냥감의냄새를알아차린다면치명적일텐데요?

그렇게처음말문을연남자는눈매가매섭게보이는도치였다.

―천적이없겠어요,도마뱀의침속에맹독이있다는이야기를들은적이있어요.

도치의말에맞장구를치며,전직산부인과의사이며현재는호스트바에서남성접대부로일하는희수가좀먼데있는냉이무침을젓가락으로집었다.그러나이때보라는갑자기식욕이달아나고말았다.어젯밤남자는도마뱀처럼보라의여성기를혀로핥았으며,침과정액과질속에서흘러나온유동액이합쳐진결과로한동안보라의성기주위가끈적거리는기분이었다.

―맹독이라기보다는침속에는병균이득실거리는거죠,놈에게물리면온몸으로병균이퍼져살아나기힘들어요.

남자가입술로보라의클리토리스를물던감촉이되살아났다.그리고도마뱀처럼길고뾰족한혀를질속깊숙이찔러넣으려했던것도기억해냈다.몸속으로온갖병균이돌아다니는상상을했다.그러나도마뱀에게물려죽는순간에도오르가즘처럼온몸에경련이일어나며황홀할까를생각했다.보라는남자의혀가꽃잎사귀를애무하는동안두다리를도마뱀의몸통처럼만들어남자의목을감았다.남자의코가클리토리스를문지르던감촉도되살아났다.남자와의정사는분명불쾌한것이었지만보라는절정을느꼈다.

―우리의‘6만년의섬’에는코모도왕도마뱀따위는존재하지않아요.무서워할필요가없다는거죠.우리는밥만먹을게아니라,좀더떠들어댈필요가있어요.우리모두약속하기로하죠,누가어떤말을하더라도비판만앞세우지말고격려해주는걸로.

준석의이런위로에도불구하고식탁에둘러앉은식구들은하이에나와표범,악어그리고독사를합친것같은코모도왕도마뱀이항상섬주변에득실거렸음을상기했다.그공포를피해홀로살아가기를택했다.사실그들이사람을피했다기보다는일상으로사람을만났지만마음을열지않았거나열수없었다는표현이적절할것같았다.한편으로고립적인상황에있으면서도고결한인간의족속으로,탁월하고남과구별되는행복을누려왔다고자위하는것이었다.섬의거주자들은비록강한근육과이빨을지니지않았고더날랜발을가지지는않았을지라도,뛰어난지능은만물을발아래굴복시키고말았다.그러나분명히모순적이게도이런자만심과배타성이쉽게‘파충류’라고잘못간주해버린타인을매몰차게대하는것을정당하게보이도록호도하고말았다.
보라는시계를보았다.잠복을나갈시간까지는아직여유가있었다.불황의위기에도사업을접지않은룸살롱에는일을하겠다는여성지원자가많았다.보라는거물정치인과뇌물수사망에걸린기업가들이강남모처의룸살롱에모인다는정보를접하고가슴이두근거렸다.호스티스로변장하여잠복을한다는것이망설여지기도했지만포기할수는없는노릇이었다.이런모험적이고다소굴욕적인과정을거친후라면,범인을검거하는것은단지시간문제로보였다.보라의예상은적중하는듯했다.그들이나누는적나라한이야기를수사과장보라가직접귀로들었다.
밤을함께보낸남자는누구나아는국민엄친아로서,재벌인아버지와유력정치인가문의외동딸을어머니로둔젊은국회의원이었다.호텔을나서기전그는보라에게수표를내밀었다.보라가그의뺨을두차례나후려친뒤에서야그는‘이여자가누구인가?’라는표정이되었다.

―돈은필요없어,나도섹스를원했거든,남자만여자를선택하고간음할수있다고생각하진마.

룸살롱잠복근무는강력계여형사들의몫이었지만보라는현장을뛰는것이좀더적성에맞는다는오해를하고있었다.격무에시달린몸을이끌고아무도반기지않는오피스텔로돌아가혼자저녁을먹는것보다는‘6만년의섬’이보라에게탁월한선택으로여겨졌다.룸살롱호스티스라고섬의구성원들에게자기소개를했다.

―대학을졸업하면호스티스는그만두려고했어요,지금은순경시험을준비하고있어요,몇차례떨어지고말았지만.

굳이신분을속이려는의도는아니었지만,대학4학년때사법고시에합격하고지금은경찰에몸을담고있다고털어놓는것이오히려섬식구들을불편하게할거라는생각에서였다.보라는다만외롭지않게식사를하고싶었다.
식사를끝내고모두함께설거지를했다.섬의규칙이었다.인근의마트에가서찬거리를사오는당번을제외하고는조리나식사그리고심지어설거지도따로당번을정하지않기로했다.섬안에서‘혼자서하는모든행위’는가장지독한죄에속했다.몇몇이견異見을보이던식구들도준석의말에수긍하며꼬리를내리고말았다.그리고‘혼자서할바에야섬이존재할필요가없지’라고모두들마음으로중얼거렸다.섬에서의금기는‘참을수없이고독한모든행위’였다.
한편섬의부족원가운데한사람인도치는살아오는동안사람들과부대끼며함께생활했기에혼자있을시간이별로없었다.보육원과소년원그리고교도소까지,옷깃이스칠수있을정도로가까운곳에늘생명체가있었다.그러나인간적인교류를한다거나친밀감을느낄수가없었다는점에서,색다르고특별한고독에휩싸인채로살아왔다.도치는상자안의,날수없는연이었다.날아가고싶어하는수많은연들과상자속에갇혀있었다.공기는희박했고공간은비좁았다.그가상자를열고나왔을때광활한대지에는푸른공기가넘실거렸지만이미날개가부러지고꼬리가찢긴연이라고자책했다.도치의최근까지의화두는‘아직도내게희망이라는것이남아있을까?’라는것이었다.좀지난일로,도치는법대강의실을드나들며도강을일삼았다.학생들은도치를복학생이라고여겼다.그가어느날말없이사라졌을때학생들은도치가가정형편으로휴학을했거나고시를준비하게위해절로들어갔을거라지레짐작을하는것이었다.그리고도치는얼마후,출소를하고다시그들의곁으로돌아왔다.안면을익힌학생들이상급학년이되고고시에합격했을때도치는이미그들에게그다지친밀하지는않지만아는복학생으로인식이되어있었다.도치는국립대학을졸업한능력있는변호사로행세하며여러명의여자에게결혼을미끼로사기를쳤다.죄로에워싸여있고그로인해외로운그에게‘6만년의섬’에관한소식이들려왔다.
설거지를마치고식탁에다시둘러앉았을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