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혈통

마녀의 혈통

$17.00
Description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것이 우리 혈통이야.“
”피레나, 우린 마녀 혈통이야.“
〈마녀의 혈통〉은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프린세스 바리〉의 작가, 박정윤의 장편소설이다. 하프, 쿼터로 표현되는 혼혈의 혈통을 가지고 태어나 이방인이 아닌 이방인이 되어버린 주인공과 전쟁으로 강제 이주한 주인공의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또 그 어머니와 어머니까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4대에 걸친 잔혹하리만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필례와 수니, 그리고 라라와 유리. 이들은 누군가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혈통, '마녀의 혈통'을 지닌 자들이다. 그러나 그 운명적인 사랑은 낭만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둡고 차가운 바다 위의 배 안에서, 이국적인 외모에 손가락질 당하며 차별받는 사회에서, 사회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이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은 곧 운명에 얽힌 저주로 다가와 4대에 걸친 '마녀'라 불리는 여성들을 괴롭힌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운명에 얽힌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피할 수 없는 마녀의 혈통을 지닌 삶이기 때문에.
저자

박정윤

저자:박정윤

강원도강릉,서울예대문예창작학과졸업.

2001년강원일보신춘문예「바다의벽」,

2005년작가세계신인상「길은생선내장처럼구불거린다」

2012년제2회혼불문학상수상『프린세스바리』소설집『목공소녀』,장편소설『프린세스바리』,『꿈해몽사전』,『나혜석,운명의캉캉』,경장편소설『연애독본』이있다.

목차


1부
1.유리진7
2.올빼미도둑48
3.밀랍소년56
4.플라스틱피플77

2부
1.지옥의곁111
2.빛이가득한아침134
3.아무르강으로146
4.슬픔을낚을때160
5.팔월의날들186
6.달빛이가득한밤203

3부
1.검은유리219
2.혈통231
3.간신히매달려있는239
4.막다른골목262

작가의말278

출판사 서평

“나를짓밟을수있으면짓밟아봐라.
망설이고있다가는내가짓밟을거야.”

유리진,새로운운명에마주하다.

‘나’,유리진이사는그곳을사람들은‘기도원’이라불렀다.‘나’유리진은두노인”필례“,”수니“할머니와함께살아가고있다.도시와멀리떨어진산속,그곳에서유리진은할머니들에게혈통의운명에관해듣게된다.우리는운명적인사랑에빠지게될마녀의혈통,언젠가운명적인사랑이찾아오게된다는것.

필례할머니가돌아가신뒤,‘나’는낯선여인을만나게된다.흰양산아래에서치렁치렁흔들리는여자의블론드머리카락,핏줄이도드라져보이는백색피부,투명하고푸른눈동자.태어나서처음보는‘나’의엄마인”라라“이다.몇년동안나를보러오지않다가갑작스레찾아온엄마에게서는지독한향수냄새가났다.엄마는나를데리고기도원을나와도시의낯선집으로향한다.기도원에서살아갔던때와완전히다른삶.처음가보는학교,처음와보는도시,엄마를애인으로부르는공장주,처음하는아르바이트,처음으로마주하게되는낯선눈길.엄마는‘나’를단순히자신의혈육이라데려온게아니었다.유리진은냉혹하리만큼차가운현실의운명과마주하게되는데...

필례,살아남기위해배에오르다.

1971년12월3일,진눈깨비가내리는속초항에배가들어온다.36개월만에한국에돌아온배안에는선원들만타고있지않았다.몰래배를타고있던필례,그리고그녀의딸수니였다.어떤사정으로인해소련에서목숨을걸고한국으로넘어와야했던필례와수니.심지어수니는새로운생명을잉태한채로이힘겨운탈출극을해야만했다.아무것도없이빈손으로와서소금내나는차가운바닷바람을맞으며한국으로넘어온모녀.필례는정신을잃은수니의뺨을때리며말한다.”살자,살아보자.“다행스럽게도배의선장은인정이많은남자였다.필례와수니는선장의도움으로한국에정착하게된다.그러나운명적인사랑을만나게되는‘마녀의혈통’은이곳에서조차이들에게비극적인운명을마주하게하는데...

책속에서

“운명적인사랑을만나는것이우리혈통이야.”
운명적인사랑을만나는혈통.이말은자작나무숲사이로보이는달을향해날아가는까마귀,달의둥근원형안에쏙들어간까마귀를발견하는것만큼이나내가슴을두근거리게했다.필례할머니가살았던때니깐여덟살의두근거림이었다.지금의나는운명적사랑도,달을향해날아가는까마귀도,블랙머리카락에대한집착도다지긋지긋했다.지금할머니가살아계셨더라면난이렇게대답했을거다.
“피레나,우린마녀혈통이야.”
---p.8

“너한테서노랑내가나.”
급식시간에곁에앉았던아이가식판을들고일어나자리를옮겼다.한아이의목소리는곧스물일곱명의목소리가되어스물일곱명이똑같이나한테서냄새가난다고말했다.훈김이나는식당냄새를나도견딜수없었다.나에게서냄새가난다고말하는내짝꿍과아이들에게서도냄새가났다.쉬어빠진김치냄새같고수니할머니가비닐하우스에사용하기위해모아두는거름냄새같기도했다.너희들한테도거름냄새가나,라고말하고싶었지만참았다.스물일곱명을상대할기력이없었다.무리지어나를돌연변이,변종으로만드는것이그들의규칙이었다.
---p.29

처음부터본색을드러내지않는다.처음에는천사의모습으로,약간의이색적인아름다움으로타인의영혼을불안하게흔든다.흔들리는불안한영혼이마침내제손아귀에잡힌것을확인했을때가면을벗어던진다.쇳내나는손으로타인의가슴을휘저어살아펄펄끓고꿈틀대는심장을꺼낸다.찬물에솩,식어버리는쇠의심장을가진그녀는펄떡거리다검게타들어가는심장따위는거들떠보지않는다.그녀는새로운,자신의심장을달군쇠처럼만들어줄새로운것을찾아나선다.더강력하게혹독하게상대를파괴할수있는능력을갖춘채.
---p.57

그는모자를벗어쌓인눈을털고뱃전에서있는필례에게손전등을줬다.손전등을받은필례는창고문을열었다.해풍으로삭은생선대가리처럼뾰족한얼굴에새카맣게눈빛이번들거리는수니를일으켜세웠다.팔다리가가시처럼마르고배만불룩나온수니는지옥에서걸어나오듯첫발을디디다그자리에꼬꾸라졌다.암흑속에익었던눈은손전등빛이비치는시커먼바닷물을보자급작스럽게안압이올라눈알이터져나올것같았다.
“유리,유리보리소비치스미르노프”
빛과언어를잃었던자가죽음같은잠에서깨어나자마자무의식중에내뱉는것처럼그의이름을불렀다.필례는수니의뺨을때렸다.
“살자,살아보자.”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