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런 : 인생 뭐 있어?

치킨 런 : 인생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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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누가 봐도 이상할 게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딱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나의 아버지는 ‘둘’이다.
짝사랑하는 아이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거나, 일진들을 어떻게 피할까 하며 조마조마하기도 하거나. 누가 봐도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인 상택. 그러나 그런 상택이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아버지가 두 명이라는 점. 공장에서 일하는 넘버 원, 그리고 배우를 꿈꾸는 넘버 투. 놀랍게도 이 두 남자는 상택의 아버지‘들’이다.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아버지. 시간이 있을 때마다 상택의 어머니가 하는 통닭집 ‘인생 뭐 있어’에서 어머니를 돕는 두 남자. 이 비범한 가족 관계에서 상택은 이 두 남자가 혈연적으로 자신과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내심 짐작하고 있다. 거기다가 계급이니 뭐니, 수상한 말을 하면서 과거에 어떤 비밀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수상한 내력까지. 오늘도 상택은 아버지들(?)의 비밀을 파헤치려 노력한다.

그렇게 나름 평범한 나날을 보낸 상택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어쩌다 들린 만화방에서 무시무시한 선배인 동천의 중요 부위를 발로 차버린 것. 대학생들을 때려눕히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년을 꿇었다는 둥 나쁜 소문으로 무성한 3학년 동천에게 제대로 찍힌 상택. 그런데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상택이 마음에 들었는지, 동천은 의외의 부탁을 상택에게 한다. 어떤 한 늙은 노신사를 미행해 달라는 것. 집 안에서 통닭을 배달하며 간간이 용돈을 모으던 상택에게, 동천은 상상도 못 할 큰 아르바이트비를 제안하고, 상택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수상한 제안을 받아들인 상택은, 늙은 노신사와 자신의 두 아버지, 그리고 동천이와도 얽힌 어떤 비밀에 점점 가까워지는데….
저자

전민식

저자:전민식
1965년겨울,부산에서태어났으나어려서부터평택의캠프험프리라는미군기지촌에서자랐다.그래서고향은미국과한국문화가범벅이되어있던캠프험프리라고생각한다.고등학교를졸업하고그곳에서별별아르바이트를다하며유랑의세월을보냈다.서른을앞둔마지막해에추계예대문예창작과에입학했고생활고로다니다쉬기를반복하며6년만에졸업했다.대학을졸업한후오로지글만쓰기위해취직은꿈도꾸지않았다.하지만입에풀칠은하고살아야겠기에온갖종류의대필을했다.우연한기회에두군데스포츠신문에3년정도연재소설을썼다.기획된연재물을쓸때도대필을할때도자투리로남는시간엔소설을썼다.많이도썼다.세계문학상에당선되기까지장편소설로아홉번쯤최종심에서고배를마셨다.단편에서도수차례마지막문턱을넘지못했다.유령작가이자통속작가였고,한아이의아버지이자한여자의지아비다.
장편소설로『개를산책시키는남자』(제8회세계문학상수상작),『불의기억』,『13월』,『9일의묘』,『알수도있는사람』,『강치』,『해정』,『우리는오피스텔에산다』,『치킨런』등이있다.현재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에서문예창작전문가과정강의를하며집필에전념하고있다.

목차


1.투대디!
2.‘인생뭐있어’통닭
3.함량미달
4.6호처분
5.여자
6.통닭맨
7.캣우먼
8.콩가루?
9.착각
10.운명적인가족회의
11.똘마니
12.반성문
13.강촌남녀
14.새로운세상
15.입맞춤
16.씨줄날줄
17.넘버투에게
18.부산갈매기
19.우연히
20.넘버원돌아와요
21.가족의발견

출판사 서평

이상한가족,이상한친구,이상한만남
평범한소년의좌충우돌성장기

전민식작가의장편소설〈치킨런〉은어딘지범상치않아보이는사람들의평범한삶을다룬소설이다.평범해보이지만아버지가둘에성숙한면모를보이는상택과,자신의과거를숨기고살아가는두남자넘버원과넘버투.겉으로는폭력배지만,실은남모를비밀을지니고살아가는동천이와그를둘러싼복잡한가정사까지.어딘지범상치않은사람들이지만,이들의삶은평범하게흘러간다.설레는첫사랑과앞으로어떻게해야할지모르는막막한미래.그리고밝혀지는두남자상택의이야기들.그러나상택은달려간다.자신의과거,그리고현재,어떻게될지모를막막한미래를향해오늘도치킨배달을하며달린다.치킨런,어디선가치킨을배달하며뛰고있을상택은우리모두의모습이아닐까.

책속에서

마지막수업시간.10분쯤후면종이울릴텐데깜빡잠이들었다.그리고그짧은시간악몽을꿨다.엄마오른편에는연상의남편인넘버원이,왼편에는연하의남편인넘버투가서있었다.꿈속에엄마와아빠들이나오는건처음이라는걸꿈속에서도자각했다.악몽이었다.꿈속에모두가등장하면아무튼사소하더라도재수없는일이일어났다.굉장히긴시간이흐른것같은기분에사로잡혀있는데금요일마지막수업종이울렸다.나는화들짝놀라꿈속에서빠져나왔다.두아빠가나오다니,악몽중에상악몽인데….
---p.5

자기를아빠라고주장하는그인간이도대체학교엔왜나타나서나를곤란하게만드는걸까?하긴내아빠라고주장하는사람이어디한둘인가.골이지끈거렸다.헤어스타일이라도좀단정하게하고오든가할것이지.숱이많아조금만머리가길어도머리통이엄청나게커보이는건그의가장큰단점이었다.그리고이왕이면정장차림으로올것이지.담임선생님을만나러온거같은데.그인간이담임선생님을왜만나러온거지?나는건물출입구쪽으로달리듯걸어갔다.아빠라주장하는그가금방이라도따라와서내뒷덜미를잡고활짝웃을것만같았다.덩달아선영이의걸음도빨라졌다.
“진짜너네아빠야?”
“몰라!”
---p.11

언젠가골목에서불량배들에게두들겨맞고있던동네아이를외면한일을두고넘버원이그런말을했다.투사의피를지닌넘버투역시같은말을하는지라,나는그러지않을거라고말해야했다.그래도자식이먼저일거로생각했던엄마마저똑같은대답을했다.
‘우리딸이랑아들은부당한거,부조리한거,정의롭지못한거보면모른척하지않을거야.’
보통의엄마아빠들이아니었다.상미도그렇지만나역시학교에서일어난불편부당한일들에대해서는일절입밖으로꺼내지않았다.그랬다간난리날게뻔했다.결과적으로말하지않은게잘된일이지만동천의이야기를하지않은것도엄마와아빠의대응방식이놀랍기때문이었다.
---p.75

넘버투의꿈은투사였다.그의말에의하면자신이믿고의지했던이데올로기가힘없이무너지면서한동안방황하다배우가자신의꿈임을발견했다고말했다.엄마의권유였다는말도빼놓지않았다.투사가필요없는시대가되었을때,그의선후배인사람들은그에게정치판에들어오라고종용했다.왠지정치를하는건비열한짓을벌이는것만같아그판엔귀도기울이지않았다.그런후그가택한꿈이배우였다.그래서그가부러웠다.그는뭐든분명하고선명하게꿈꿨다.넘버원은그런넘버투를두고늙어서도구름따라흘러다닌다고핀잔을주곤했는데간간이텔레비전에넘버투의모습이보이면서핀잔소리가쏙들어가버렸다.
---p.96

‘꿈?’
넘버원은엄마와넘버투와상미를둘러보았다.
‘아마우리셋은비슷할거야.보편적인삶이억압받지않고살아갈수있는사회를만드는게꿈이었지.두사람도그랬지?’
‘어,나는아냐.나는배우야.’
넘버투가말했다.
‘배우이긴배우이지.외롭고소외당하고내쳐진사람들을연기하는배우가꿈이라고그랬잖아.내가한말이나네가한말이나똑같은이야기야.’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