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의 멋 (최민석 에세이)

꽈배기의 멋 (최민석 에세이)

$16.80
Description
매일 쓰는 작가 최민석, 그저 그런 것들의 멋을 논하다!
2010년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2012년 《능력자》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바 있는 최민석 작가. 자신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고백했던 그가 돌아왔다. 읽던 자리 아무데서나 쿡쿡거리거나 빵 터지게 하는 현란한 ‘구라’로 열혈팬을 낳은 그만의 유머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작가로서 최민석이 나이 들고 성장하고 회의하고 실패하며 만들어낸 기록들을 담은 『꽈배기의 멋』. 즐겁게 살기 위해 쓰지만, 혼자만 즐거우면 외로우니 함께 즐거워지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또다시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온 저자의 웃기지만 만만찮고 무거울 때조차 재미있는 특유의 문체와 함께 글쓰기가 일상화된 저자의 여유가 묻어나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상한 손님들만 잔뜩 모인 서점 사인회, 의문의 사은품이 답지한 북 콘서트, 가까스로 지켜온 존엄을 훼손당한 치욕의 인터뷰까지 종종 상상을 넘어 망상으로 치닫고, 언제 웃음이 터질지 알 수 없어 조마조마해지는 그만의 글쓰기는 여전하다. 여기에 세월과 함께 쌓인 개인의 성찰과 작가적 수련이 더해져 유머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일상의 갈피갈피를 들춰가며 기어코 웃음을 주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음미하게 하는 최민석표 에세이의 맛이자, 멋을 맛보게 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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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민석

저자최민석은장편소설《능력자》,《풍의역사》,《쿨한여자》,소설집《시티투어버스를탈취하라》,《미시시피모기떼의역습》,에세이《베를린일기》,《꽈배기의맛》,《꽈배기의멋》등을썼으며,6,70년대지방캠퍼스록밴드‘시와바람’의보컬로도활동중이다.

목차

서문-스포츠카열대보다나은것

꽈배기의멋
사인회에대하여
기욤뮈소에관하여
블루문특급과레밍턴스틸
홈쇼핑에대하여1-전동드릴과평화의강림
나비넥타이와품격
CD는문학행사의사은품으로합당한가?
뭐,발가락이라도…
릭애슬리와나
홈쇼핑에대하여2-백화점에가는게나을까요?
소설과취재여행
도시의시간
국정원직원에대해
사라져가는것에대해1-이발소
사라져가는것에대해2-음악감상실
우디적생존방식
시대를앞서간詩人의비애
짧은소설도좋아한다
컨트리뮤직과시간의복원
어쩔수없이도쿄
건투를비는책갈피
망원유수지의족구대혈전(足球大血戰)
별은내가슴에
영사기와타자기
경기장의여백
안전지대와X-Japan
닮은꼴에대하여
미국적록
민방위와소설가의각오
극장에서의숙면
이탈리아어에대해
셰익스피어베케이션
슬럼프와고전문학
에세이를쓰는법
타국에서의독서
누군가의아날로그
빌려쓰는삶
택배징크스
한국문단을향해기어가는좀비
작가의말
다양한민박의세계
프로가될생각까지는없지만
남의밭차를대하는자세
어린이날의라이벌전
쳇베이커를듣는밤
예술을위한제식행위
제임스조이스와기네스
제목짓기
마이버킷리스트
클리셰에관하여
소설가의시나리오쓰기
에세이를쓰는이유

후기-즐겁게산다는것

출판사 서평

이토록진지한유머가있기에
이처럼만만찮은삶을관조할수있다!
지극히사소한것까지도글감삼아뚝딱써내는최민석의일상에세이

갈피갈피들출수록터져나는일상의유머
갈피갈피들출수록깊어지는인생의의미


2010년〈시티투어버스를탈취하라〉로창비신인소설상을받으며등단한최민석작가는,2012년《능력자》로‘오늘의작가상’을수상하며소설가로서자신의능력을입증한바있다.그러나그는고백한다.자신은에세이를쓰기위해소설가가되었다고.
그만큼각별한애정으로쓰는자신의에세이를그는‘꽈배기같은글’이라고말한다.얼핏보기에아무렇게나막쓴것같은글,더러는‘나도이만큼은쓰겠다’는승부욕(?)을부르는그의‘B급문학’을상징하는음식이있다면단연꽈배기라는것.대단한빵이아니고호텔제과점에그럴싸하게진열되지도않는만만한음식이지만실상만들어보려면만만치않은음식.한번먹게되면그다음부터는영양소나건강따위따지지않고눈에띄면‘음.꽈배기군’하고아무생각없이계속먹게되는음식.
이처럼그의글은부담없이재미있고만만하지만,그안에는결코만만하지않은삶에대한관조가숨어있다.밀가루반죽을죽죽늘여이어붙이고배배꼬아만든꽈배기처럼,도대체글감이될것같지않은소재를특유의묘사와유머로늘이고이어붙이고뒤틀며반전의느낌표를찍게한다.얇게포를뜨듯일상의갈피갈피를들춰가며기어코웃음을주고,그안에서삶의의미를음미하게한다.이것이야말로어디서도볼수없는최민석에세이의맛이자,멋이리라.

[책속으로추가]
이글은예전에한남성지로부터‘생애최고의앨범’이란주제로청탁을받아썼는데,발표되지않았던글이다.편집장이거절했기때문이다.그후편집장은해고를당했다.두사건을병기해놓고보니,편집장이혹시내원고를거절했기때문에해고를당했을거라오해할까봐밝히자면,절대아니다.그는원래구린구석이있어,법인카드를사적으로유용했다.잠깐다른이야기를하자면,예전에도한남성지의편집장이내글을마음에들지않아했다.소식통에따르면그역시해고될예정이라한다.이것도물론내원고를거절했기때문은아니다.그역시인간적으로구린면이있기때문이라했다.그런데따지고보면내원고를거절한편집장은모두어딘가음험하고불법적인일을일삼는면이있었던것같다.그리고하나같이현재쓸쓸한나날을보내고있거나,비참한미래가인생의문턱에서노크를하고있다.따라서이글을읽고있는편집장중에내글이마음에들지않는분이있다면,귀하의안위를위해서라도내글에애정을가져주기바란다.우울의악귀가당신의삶에막진입하려는순간,내글을향한호감이영험한부적이되어악귀를몰아내줄것이다.
-릭애슬리와나

소설이라는것이쓰다보니,상당히매력적이고흥미로운작업이라는것을차츰깨달았다.물론이야기나문장이나오지않으면스스로진창에처박혀버리고싶을만큼고통스럽지만,그고통은하나의이야기가원하는단어와문장의옷을입고내앞에서있을때의기쁨을배가시켜주기도한다.게다가소설이라는것은단어의옷을입는순간부터시작되는것이아니라,작가가소설을쓰기위해경험하고고민하는순간부터시작된다.그렇기에,넓게보면취재의순간역시집필의순간이다.말하자면몸속에소설의공간과공기를새겨넣고있는것이다
-소설과취재여행

구레나룻의세계는정말이지우주의행성처럼다양해서귀를기준으로해서‘일자’로자를것인지,귀옆으로리트머스종이처럼내려오게할것인지,아니면중국무술도인처럼구레나룻끝을털로남겨둘것인지에관해서는‘멋을아는청소년’이라면깊이고민해보지않을수없는주제였다.〈스크린〉을읽고,〈하이틴〉을보고,〈지구촌영상음악〉을듣는감수성예민한중학생에게규정을미묘하게어긴윗머리와구레나룻,그리고눈썹까지닿을듯말듯한앞머리는그야말로‘난버튼만누르면반항한다구!’하는메시지의사려깊은외적표출이자,자신의존엄성을가까스로지킬수있는현실적타협점이었던것이다.
-사라져가는것에대해1.이발소

눈을떠보니,백열등이깜빡이고있다.
벽에는기타를메고있는내사진위에입술모양으로찍힌붉은립스틱자국이잔뜩묻어있다.이번엔전설적인영국의록밴드‘배틀스’의기타리스트.우리는록밴드사상최초로무대위에서연주경연,즉‘록배틀’을선보여‘배틀스’라불린다.
“이봐.스콧.자넨너무짜게먹어서탈이야.어째서염분과다섭취따위로입원할수있단말이야?”
맥주의맥아맛에푹빠져있는폴맥아트니가말한다.
“하마터면염분과다로죽을뻔했단말이야.”
폴의말이귀에들어왔다가금세빠져버릴정도로,나는지금실의에빠져있다.
“이봐.폴.음악이고,팬들이고,다필요없어.내게필요한건단하나뿐이야.정말하나뿐이야.”
그러나말을잇지못한다.주사맞을시간이되었기때문이었다.나는엉덩이를내놓은채폴에게말을한다.
“그녀의이름은메리야.내겐메리가전부야.메리가나의우주야.”
그때엉덩이위로뜨끈한액체한방울이떨어진다.두번의생에걸쳐비련을겪은나는본능적으로몸을돌린다.간호사제복의명찰에새겨진이름은다름아닌‘메리!’그이름이형광등에반사돼반짝반짝빛난다.별처럼영롱한그녀의눈망울역시그렁그렁젖어반짝반짝빛나고있다.
-별은내가슴에

그는마이크를잡더니“망원동지역은서울서북권의군사적요충지로,서울에서는파주와상당히근접한거리에있기때문에각별히사주경계에신경을써야하지만,일단은어서출근을하셔야하니까간략한안내로훈련을대체하겠습니다”라고인사했다.그러더니정말이지7분만에모든말을끝내버렸다.나는그의말을하나도빠짐없이기억하고있는데,다시말하자면민방위훈련은의외로재미있는구석이있기때문이다.우선,그는“요즈음기상악화로인한폭염,폭설로국민건강이위협을받고있다”며몹시걱정하는어투로서두를열었다.나는과연수도서울의군사적요충지에서동장까지맡는인물이라역시국민건강까지염려하는구나,라며감탄했다.
그는이후곧장“핵심에들어가겠다”며말을이었는데,그것은“쓰레기는화,목,일요일일몰이후에버려달라”는것이었다.나는어째서아침7시에모여서이런말을들어야되나싶어믿을수없다는듯이그를바라보았는데,그는연이어“현재새우젓축제가벌어지고있으니,한강의억새축제만가시지마시고월드컵공원의새우젓축제도많이애용해주세요.마포구청맞은편에있답니다”라며넉살좋게말했다.그러더니,“자,이제각자의일터로가서멋진하루를보내시기바랍니다”라고끝내버렸다.정말이지,이것이내가기억하는전부이고,이것이그가말한전부이다.
-민방위와소설가의각오

사실나는이탈리아여행을갔을때,이런강한억양과표현때문에골치아팠던적이있었다.칠레의국민시인파블로네루다가정치적망명을떠났던카프리섬까지가기위해,로마에서부터나폴리까지가는기차를탄적이있다.그때나는자칫하면살인을저질러아직까지감옥살이를할뻔했는데,다름아닌열명쯤되는이탈리아청년들이카세트오디오같은것을굉장히큰소리로틀어놓고기차안에서고성방가를몇시간이고해댔기때문이다.예전에도도쿄에서삿포로로가는야간열차에서중국인네명에게이런소음습격을당한적이있어서,소음이라면식은땀을흘릴정도로질색을하는데,그때만약내가이탈리아어를조금이라도할줄알았더라면열명의비난과무시무시한욕을무릅쓰고서라도뭔가를말했을것이다.하지만,당시에할수있는이탈리아어는‘본조르노’와‘그라치에’밖에없었다.‘아,안녕하세요’라고말하고,잔뜩인상을쓴후,‘감사합니다’라고말할순없었다.그때엔그렇게판단했지만,시간이흐른뒤이탈리아어엔의태어가없고,그래서웬만한표현은손짓과몸짓으로대체할수있다는것을알았다.따라서지금이라면“본조르노!!!”라고크게외친후,출생이후겪은모든짜증과분노를얼굴에가득섞어인상을쓴후,다시“그라치에!!!”라고크게외친후돌아올수있을것같다.말하자면,이게현재까지내가이해한이탈리아어의방식인것이다(물론,어디까지나‘현재까지의’나만의방식일뿐입니다.계속바뀌겠죠).
-이탈리아어에대해

나는5주간태국의히피마을에여행을갔다가지난주에가까스로돌아왔다.지난4년간작업을해온카페에오니주인장이내게한뭉치의편지를건네주었다.한독자가손으로직접쓴여러통의편지였다.많은감정들이그안에문장의옷을입고있었으나,가장기억에남는문장은이것이었다.“제가작가님의아날로그가되어드릴게요.”누군가의아날로가된다는것.나는그문장을오랫동안바라보았다.누군가의생의속도를늦추고,시간을돌리고,잃어버린것을찾게하고,자신을돌아보게하는것.나는속으로고맙다는말을되뇌었다.누군가가나의아날로그가되어준다는사실이참으로고마웠다.
-누군가의아날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