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19.10
Description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은 태평양전쟁 때 죽은 일본 학도병들의 유고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 유고가 실린 필자들의 상당수는 당시 도쿄제국대학, 교토제국대학, 게이오의숙, 와세다대, 주오대 등 당대 최고 학부를 다녔거나 졸업한 일본의 엘리트들이었다. 자유라는 말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숨 막히는 군국주의 분위기 속에서도 그들은 군부의 선전선동에 속지 않고 전쟁과 인간 사회에 대한 사색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체념, 전쟁과 군부에 대한 증오, 가족과 연인 등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평화에 대한 희구 등을 이 책은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

한승동

1957년경남창원생.서강대학교사학과를졸업했고<말>지를거쳐1988년<한겨레>창간때부터기자로일했으며,도쿄특파원,국제부장,문화부선임기자,논설위원등을지낸뒤2017년말정년퇴임했다.지은책으로『대한민국걷어차기』『지금동아시아를읽는다』가있으며옮긴책으로『우익에눈먼미국』『시대를건너는법』『나의서양음악순례』『디아스포라의눈』『희생의시스템후쿠시마오키나와』『속담인류학』『멜트다운』『보수의공모자들』『내서제속고전』『재일조선인』『다시일본을생각한다』『짧게쓴프랑스혁명사』등이있다.

목차

1중일전쟁시기
2아시아태평양전쟁시기
3패전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전후일본반전평화운동의출발점

<들어라와다쓰미의소리를>은태평양전쟁때죽은일본학도병들의유고를모은책이다.남만주철도노선폭파라는모략으로시작된만주사변부터본격적인중국침략과진주만기습으로시작된태평양전쟁에서패전에이르기까지의‘15년전쟁’은대동아공영권건설이라는허울좋은슬로건을내걸고벌어진일본제국주의의침략전쟁이었다.명분없는전쟁은침략지역의민중들에게고통을안겨주었을뿐아니라일본의수많은젊은이들역시무참한죽음을당하게만들었다.이오지마,오키나와등에서괴멸적인옥쇄가이어지고히로시마와나가사키의원폭투하로전의를상실한일본제국주의가연합군에무조건항복함으로써전쟁은끝났다.일본전국이잿더미로변한패전의폐허속에서태어난한권의책<들어라와다쓰미의소리를>은전시언론의통제로알려지지않았던일본군대의실상과전쟁이라는‘혹독한상황속에서마지막까지예민한혼과명석한지성을잃지않으려노력하면서조국과사랑하는이들의미래를걱정하면서죽어간학도병들’의사연을감동과충격으로일본사회에생생하게전달했다.이후이책은현재까지200만부가넘게팔렸으며일본반전,평화운동의출발점으로평가받고있다.
책이나온이듬해에는일본최초의반전영화로평가받는동명의영화가제작되어대히트를기록했으며1995년전후50주년을맞이해리메이크되기도했다.바다의신을뜻하는‘와다쓰미’란단어는전몰학생이란의미로통용되게되었고나아가반전,평화운동의상징과도같은단어가되었다.

이책에유고가실린필자들의상당수는당시도쿄제국대학,교토제국대학,게이오의숙,와세다대,주오대등당대최고학부를다녔거나졸업한일본의엘리트들이었다.
그들은봉건적인충성이데올로기를강요하는<군인칙유>나‘적의포로가되는치욕을견디지말고천황과국체를위해죽을것을강요한’<전진훈>의가르침을주입당하며‘황군’으로편입되었다.
자유라는말조차허용되지않았던숨막히는군국주의분위기속에서도그들은군부의선전선동에속지않고전쟁과인간사회에대한사색을멈추지않았다.그들의죽음에대한공포와체념,전쟁과군부에대한증오,가족과연인등에대한절절한사랑과평화에대한희구등을이책은가감없이그대로보여주고있다.
이오지마의수비대로있으면서다가오는적군의상륙을기다리며최후를예감하고남긴어느학도병의시,기아상태로죽어가면서도미래를희구하며남긴음식을그린처절한그림들,원폭에피폭되어죽어가면서도가족들과자신을돌봐준주위사람들에게남긴감사의말들,상관들의죄를한몸에뒤집어쓰고억울하게사형당한학도병이자신의죽음을담담하게받아들이는유서,인간어뢰로,인간폭탄으로,가미가제특공대로부질없이아까운청춘을던져야만했던비통하고도놀라운사연들은,시대의모순과아픔을누구보다도예민하게받아들였던젊은엘리트들이맞이한끔찍하고도무참한최후와겹쳐지며전쟁이라는인간사회최대의우행과악업이얼마나잔인한것인가를새삼스럽게깨닫게해준다.

<들어라와다쓰미의소리를>은아시아의민중들에게치유하기어려운상흔을남기고일본사회에도수많은고난을안긴태평양전쟁이라는‘침략전쟁을허용한전일본국민의먼책임을정면으로받아들이고자’전후일본의시민사회가결집해서만들어낸특별한책이다.
학도병들의비극을통해전쟁의원인과결과를제대로읽어내서다시는전쟁이라는절대악을되풀이하지않기위한일본시민사회의절절한기원이이책에담겨있다.이책에실린학도병들의메시지는전후탄생한일본의평화헌법에서9조의부전결의를탄생시켰고오늘날까지도이책은전쟁을체험하지않은젊은세대들에게전쟁의실상을알리는생생한역사의기록으로계속해서울려퍼지고있다.제국주의일본의만행과전후일본사회의흐름을파악하는데<들어라와다쓰미의소리를>은우리에게도중요한자료가될것이다.

[책속으로이어서]
눈물많은어머니시니좀걱정이됩니다만울지마세요.저는웃으며죽겠습니다.
“다른사람이웃으면나도웃는다”고아버지가늘말씀하셨지요.제가웃을테니어머니도웃어주세요.
누님도아쓰코도도모코도정말건강이염려됩니다.부디몸조심하시도록.마음에어두운게있으면그게좋지않은병이니까더욱더조심하시도록.
도쿄는벌써벚꽃이지고있겠지요.내가지는데벚꽃이지지않으면말이안되지요.
떨어져라떨어져라벚꽃이여,내가지는데너만이피어있다니도대체무슨영문이냐.

일본군대에서는인간본성인자유를억제하도록단련을하면,말하자면자유성을어느정도억제할수있으면수양이됐다,군인정신이생겼다고생각하고,자랑스럽게생각한다.대저그만큼어리석은게없다.인간본성인자신을억누르고또억누르려고애쓴다.이무슨낭비인가.자유는무슨수를써도억누를수없다.억눌렀다고자신은생각하더라도,군인정신이생겼다고생각하더라도그것은단지표면적인것일뿐이다.마음밑바닥에는더욱강렬한자유가흐르고있다는건의심할나위가없다.

꽤오래격조했습니다.이쪽은변함없습니다만,가마쿠라쪽은별고없으신지요.대학일도조금도얘길들은바가없어어떻게되어가는지알지못합니다만,어쨌든건물몇개정도는무너졌겠지요.그건그렇고,독일도이미졌습니다만,이따금과거위대했던독일,몇번이나바닥으로가라앉았다가다시일어선독일을알게된자에겐아무래도독일이이대로더는아무것도할수없는무기력한민족으로전락해버렸다는생각이들지는않습니다.
프랑스에대해서도마찬가지입니다.아니그보다유럽은아직도결코낡아빠진박물관의창유리너머에전시돼있는듯한민족·국가들로구성돼있는게아니라는생각을합니다.새로운유럽,새로운아시아,그리고그들이서로얽혀엮어가는새로운세계,문제는실로큽니다.어중간한공부로는아무소용없다는생각을곰곰이합니다.눈앞의문제에정신이팔려있다가는반드시뒤처지고말게분명합니다.

하지만부모님,제몸은죽어도혼은반드시부처님께부모님이나누님동생들을항상보살펴달라고빌겠습니다.혼이되어부모님에게효양을다하겠다고다짐합니다.부모님,누님동생들이여,부디울지말아주세요.혼이되어늘여러분과함께일하고모두함께식사하고모두함께웃고함께슬퍼하겠습니다.앞으로가을이되어온갖벌레들울음소리를들을때나,겨울이되어낙엽쓸쓸한숲을볼때에도절대울지마세요.그리고어떤사태를만나더라도몸에충분히주의하면서단호하게대처해서언제까지나언제까지나건강하게살아주세요.부모님,지난6일의원자폭탄은위력이엄청났습니다.저는그때문에얼굴,등,왼팔에화상을입었습니다.그러나군의관님을비롯해간호부님,친구들의정성어린간호속에최후를맞이할저는더없이행복합니다.

내장례같은것은간단히해주세요.그저장송((葬送)만하는정도로충분합니다.성대하게하는것은오히려내마음에반합니다.묘석은할머니옆에세워주세요.내가어릴적에이새할머니의석비다음에세워질새로운묘는과연누구의묘일까생각한적이있는데,바로내묘가들어설것이라고는상상도하지못했습니다.거기서는멀리스이타〔오사카부스이타시〕의방송국이나조차(操車)장의널따란풍경이눈에들어오지요.백중(伯仲)때야간참배를하러가서멀리화단에서쏘아올려진불꽃을바라보던일이생각납니다.묘앞의감나무열매를,다음에돌아간다면마음껏따먹겠습니다.내불단과묘앞에는종래의헌화보다도‘달리아’나‘튤립’같은화려한서양꽃을올려주세요.이것은내마음을상징하는것이고,사후에는특히화려하고밝게살고싶습니다.맛있는서양과자도듬뿍올려주세요.내머릿속에남아있는불단은너무고요했습니다.내불단은더밝고화려한것으로해주면좋겠습니다.불도에반할지도모르겠으나부처가될내가바라는것이니괜찮겠지요.그리고나한사람의희망으로는내가죽은날보다는오히려내탄생일인4월9일을불단에서축하해주기를바랍니다.나는죽은날을잊고싶습니다.우리의기억에남는것은오직내가태어난날만이기를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