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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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대한 중국 사상의 역사를 평이한 용어로 밀도 있게 압축한 통사의 고전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는 지긋한 중년의 나이가 된 우치다 타츠루가 태도 불량했던 ‘스무 살의 우치다’를 염두에 두고서 하고 싶은 말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어른들의 사고와 행동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보고하는 ‘적정 시찰 리포트’로서 이 책을 읽어 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이 책의 핵심은 그러한 세대론적인 담론을 떠나 진정한 어른의 대화법과 사고란 어떤 것인가를 전수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어른의 대화법과 사고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올바른 의견을 말한다고 해서 타인이 들어 주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듣는 사람에게 닿아서, 거기에서 무엇인가가가 시작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청자에게 도달하지 않는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말의 범람이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이어지지 않고 소비되는 이상한 세태에 문제를 제기한다.
개인 간의 사적인 관계보다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주요 테마로 해서 전개되는 글들 속에서 무게 있게 부각되는 것은 ‘불쾌한 이웃들과의 공생’이라는 시민의 덕목이다. 자신들의 정의에 합치되는 대상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편협한 사람들과 다원적인 요소의 공존이 그 자체로 기분 좋은 경험일 것이라는 잘못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을 둘 다 비판하면서 시민들은 아무리 불쾌한 타인들일지라도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며 그러한 시민으로서의 의무는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사인으로서의 불쾌함을 억제하고 공적인 시민으로서 행동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사를 구별하는 어른의 태도이다.
원칙을 고수하는 것과 타협을 도모하는 자세의 차이, 정론과 구체적인 방법론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세대 간의 대화의 단절을 부르는 교양의 차이, 논리적인 것과 따지기 좋아하는 것의 차이, 진정한 자립이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들을 ‘어른’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해서 전개하고, 정신 연령 산출법부터, 남들로부터 경의를 얻는 방법, 저주의 커뮤니케이션을 피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우치다 타츠루는 어른의 사고와 대화법의 향연을 펼쳐 놓는다.
그리고 어른의 사고의 핵심에 대한 한 가지 더 덧붙일 수 있다면 그것은, 비판과 책임은 정확히 비례한다는 것이다.
“비판은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은 집단의 완전한 멤버가 취할 수 없는 태도다. 최종적으로 한 사회를 살기 편하게 만드는 사람은 그 사회가 살기 불편하다고 언성을 높여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회가 ‘살기 불편하다’고 비판받을 때 ‘몹시 부끄러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공동체에 대한 무한 책임을 느끼는 것이 어른이며 그것 없이 진정한 어른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

우치다타츠루

‘거리의사상가’로불리는일본의철학연구가,윤리학자,번역가,칼럼니스트,무도가.도쿄에서태어나도쿄대문학부불문과를졸업한뒤에마뉘엘레비나스를발견해평생의스승으로삼고프랑스문학과사상을공부했다.도쿄도립대를거쳐고베여학원대학에서교편을잡고있다가2011년퇴직하고명예교수가되었고현재는교토세이카대학의객원교수로있다.글을통해70년대학생운동참가자들이나좌익진영의허위의식을비판해스스로를‘업계내에서신보수주의자로분류되는것같다’고하지만헌법9조개정에반대하고아베내각을‘독재’라는강한표현으로비판하고있고,공산당에‘마르크스의가르침의가장본질적인대목,즉사물의근저에있는것을파악한다는의미에서래디컬한정당이되기를바란다’고주문하는등진영의논리를넘어선리버럴한윤리학자의면모가강하다.<우치다타츠루의연구실>이라는블로그를운영하고있고현재까지공저와번역을포함해100권이넘는책을펴냈다.2011년그간의저술활동에대한공로를인정받아,‘놀랍고,재미있고,누구나이해할수있는’을모토로삼은이타미주조상을수상했다.주요저서로『망설임의윤리학』『레비나스와사랑의현상학』『아저씨스러운사고』『푸코,바르트,레비스트로스,라캉쉽게읽기』『사가판유대문화론』(고바야시히데오상수상)『하류지향』등이있고정신적스승인에마뉘엘레비나스의『곤란한자유』『초월,외상,신곡-존재론을넘어서』『폭력과영성』『모리스블랑쇼』등을번역했다.

목차

엄청나게긴서문

제1장처음으로어른이되는사람에게
교육상실과에구치히사시현상
가상의늙은이를권함
책이읽는다
학력이지성의지표가되지않는시대
‘어긋나’있기때문에대학이다
한문이사라지는불행
정신연령계산법
내가수업에서화내지않는이유
읽을잡지가없다
역사를이야기하는것의효용
“요즘젊은이들에대해”라는질문을듣고
대화를시작하기위한조건
정론을믿지않는이유
오리지널과카피

제2장어른의사고법
‘나답게사는것’은당연한가
후회는뒤에서지않는다
논리적인사람과따지기좋아하는사람
재능측정법
‘싫어하는것’을말로표현하지못하는사람에게미래는없다
자립을위해알아두어야할것
신체를정중히다루지못하는사람에게경의를표할수없다
환상과진실은교환할수없다
‘섹스라는일’과자기결정권

제3장어른의법도
이야기를복잡하게만드는것의효용
저주의커뮤니케이션
눈에서비늘이벗겨지는사랑의마음가짐
친구관계를유지하는비결
모든가족은기능부전
상찬과아량

제4장어른의상식
제행무상의고도정보화사회
무사한데국가유사사태
전쟁에관해열변을토해서는안된다
‘눈에는눈,이에는이’의모순
일본인이라는점의‘꼬임’
재일문제와국민의‘권리와의무’
인종이라는이야기의유통기한
일본인이라는점의‘꼬임’에대한재고
베트남청년이가르쳐준것
소통이잘되는국부란
네오콘과애국심
굿바이,아메리카
동물원의평화를칭찬한다

후기
문고판을위한후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동포’에는나와정치적의견이같은사람만있는것도아니고,또‘나’의자기중심성을심문하고나를윤리적으로드높이며나의커뮤니케이션감도를개선해주는교화적인‘타자’만있는것도아니다.동포에는우리에게그어떤‘좋은것’도주지않을뿐만아니라오히려사사건건우리의생활을방해하는‘불쾌한이웃들’도포함되어있다.
‘불쾌한이웃들’.그것이오르테가가‘약한적’이라는말을빌려나타낸구체적인의미다.
그런‘불쾌한이웃들’과공생하고그이익을배려하며그권리를옹호하는것,그것이‘시민’의조건이라고오르테가는말한다.

교양이란새삼스레말할필요도없지만‘실체’가없는것이다.
교양을정보나기술처럼정량적인것이라고생각하는사람도있으나그렇지않다.교양은지식의‘양’과관계있지만,관계가있을뿐지식의‘양’그자체는아니다.
‘교양’의깊이는자신의‘현재위치’를파악하려할때얼마나‘큰지도책’을상상할수있는지에따라계측된다.

내가책을고르는기준은‘그책을읽지않으면그책을읽은녀석에게속을위험이있는’책을찾아내는데있었다.나는딱히남보다영리해지고싶은것은아니었다.속는게싫었을뿐이다.

나의홈페이지게시판에는가끔상당히험악한말투의글이올라올때가있다.‘고약한사람이군’하고생각하지만,어느정도거친욕설이있어도그글을지우지않는것이내방침이다.
왜냐하면‘삭제’한다는것은그글이내홈페이지의‘문맥’에받아들여지지못한다는것을‘의미’하기때문이다.그글이나의약점을호되게공격해서내가‘상처를받았고’,하지만‘효과적인반론이생각나지않아서’,홧김에‘언론을억압했다’는‘멋대로의해석’을이‘작성자’에게허용해버리기때문이다.
나는예의를모르는자에게그러한‘의미의선물’을갖다바칠정도로아량있는사람이아니다.

정치적상황에서‘나’를고정적으로설정하면선택할수있는옵션은줄어든다.그러므로정치적인간은시스템에가장좋은선택을하기위해‘나’를되도록고정하지않으려고노력한다.아이덴티티의유지보다시스템의유지가자신에게도‘모두’에게도우선순위가더높기때문이다.아이덴티티란시스템의‘사후효과’일뿐이다.그점을아는것이정치적인간이자넓은의미에서의‘어른’이다.

그만입을잘못놀려서친구를잃은사람은마음속으로는상대를원래‘친구’로여기지않았던것이다.술을마시고이성을잃은사람은‘마시면이성을잃는다’는사실을이성적으로알고서취한것이다.‘마가끼어서’선을밟고넘어버린사람은‘밟고넘어가고싶었기’때문에‘밟고넘어간’것이지누가그러라고강제한게아니다.잠재적욕망을본인의동의하에겉으로드러냈을뿐이다.
나는그런것은‘후회’라부르지않는다.
우리의마음을오랜세월에걸쳐산酸처럼침식하여우리를폐인으로몰아가는종류의‘후회’는‘무언가를하지않은후회’다.
둘도없는시간,둘도없는사람,둘도없는만남을‘놓친’것에대한후회,‘일어나지않은사건’에대한후회는그일이일어나지않았기때문에우리의상상을끝없이계속도발한다.

‘무언가를하지않았다는후회’는문맥의존적이어서인생의한구간에일단마침표가찍혔을때만‘후회’로서눈앞에나타난다.
반면‘무언가를저질러버렸다는후회’는그일을저질러버린직후에(경우에따라서는하고있는와중에)‘아,이건위험한데’라고뼈저리게느낀다.
즉‘하지않은일에대한후회’는오랜세월에걸쳐‘후회’로서뿌리를내리며,그‘후회’자체가인격의일부를이룬다.반면‘해버린일에대한후회’는‘되도록빨리잊는편이좋은’종류의후회이며,대체로우리는‘사건’과‘후회’를한데합쳐서즉시잊어버린다.
어떤‘후회’가보다독성이강한지는생각해보면금세알수있다.

‘재능’에는‘노력할수있는능력’이포함되어있다.
아무리시간을할애하고에너지를쏟아부어도전혀괴롭지않고,또그것에종사하는시간이속속들이발견과환희로차오르는활동.자신에게그활동이무엇인지를알고주저없이그것을선택하는이를우리는‘재능있는사람’이라부른다.
많은사람들은자신이얼마만큼의쾌락을얻고있는지를설명하지못한다.애초에자신이쾌락을얻고있는지조차불확실하니어쩔수없다.자기만의‘쾌락의척도’가없는사람이‘쾌락’과‘욕망의충족’을구별할수있을리없다.
비슷한단어지만‘쾌락’은본질적으로개인적인것이고‘욕망’은본질적으로모방적인것이다.이둘은전혀다르다.
우리는타인의욕망을모방한다.우리가무언가를원할때,대부분의경우그이유는‘그것을다른사람이원하기때문’이다.우리의욕망은타인의욕망에감염된다.

욕망은모방적이므로애초에그기원은나의내부에없다.그러므로욕망이충족되었다해서‘나의내부’에만족감이골고루퍼지지도않는다.모방욕망의충족이란욕망의대상이전경에서후경으로물러나의식하지않게되는것일뿐이다.우리가욕망하는것은모두‘그건이제탐나지않아’라고말하기위해서만욕망된다.

덧붙여말하자면경험적으로볼때직업선택이란‘좋아하는일을하는것’이아니라‘못하는일’‘하기싫은일’을소거해나간끝에‘남은일을하는것’이라고생각한다.
다시말해곁에서보기에‘좋아하는일을하는’것처럼보이는사람은‘좋아하는일’이명확한사람이아니라‘싫어하는일’‘못하는일’이명확한사람이다.

사람은‘좋아하는것’에대해말할때보다‘싫어하는것’에대해말할때더욱당당해진다.그때야말로자신에대해말할정밀한어휘를얻을기회다.
그러므로“촌스러워”라든지“구려”라든지“지겨워”라는단순한어휘로자신의혐오를말하고넘어갈수있는사람은애초에자신의‘개성’에대한의식이희박한것이다.그러므로그런사람이‘좋아하는것’을찾아내어개성을실현하는일은100퍼센트일어날수없다.

자립이란“좋아,오늘부터나는자립한인간이될거야!”라고선언함으로써이루는것이아니다.
‘자립한사람’이란주위에서‘자립한사람’이라고여기는이,그러므로남들이신뢰하고무언가에대해상담을요청하며충고를바라고조력을청하고책임을요구하는이다.‘자립한사람’의판단은심사숙고끝에나온것이므로거의언제나적절하며,또일단결단을내린사항에대해서는쉽사리저지하거나개입하지못할정도의실력적기초가뒷받침되어있다.
자립이란홑원소물질로존재하는것이아니다.자립은여러사람이뒤얽힌관계속에서복수의사람들이연루된이해관계가복잡한사건을거친뒤,‘아,그사람은<자립한사람>이었구나’라는외부의평가를거쳐서만검지된다.
자립은선언이나각오로얻을수있는게아니라,장기간에걸친착실한노력을통해획득되고쌓이는‘사회적신용’이다.

대학을졸업한뒤외국에서유학하는학생이많다.그러나2년이나3년정도미국이나프랑스에서멍하게지낸정도로습득할수있는‘기술이나지식’에는부가가치가거의없다.
이점은대학이나전문학교의경우도마찬가지다.어떤장소든거기서얻는사회적자원은그곳에서보낸시간의밀도와거기에쏟아부은노력의대가다.멍하게보낸시간에는누구도‘가격표’를붙여주지않는다.

‘비판은하지만책임은지지않는다’는것은집단의완전한멤버가취할수없는태도다.최종적으로한사회를살기편하게만드는사람은그사회가‘살기불편하다’고언성을높여비판하는사람이아니라,그사회가‘살기불편하다’고비판받을때‘몹시부끄러워하는’사람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