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망상한다 : 신경증과 정신병을 둘러싼 라캉 <세미나> 독해

모든 인간은 망상한다 : 신경증과 정신병을 둘러싼 라캉 <세미나> 독해

$35.00
Description
‘이 책으로 라캉 사상의 핵심을 이해할 수 없다면 라캉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혜성처럼 등장해 일본 철학계를 뒤흔든 최신, 최강의 라캉 입문서
『모든 인간은 망상한다』는 일본의 정신의학자이며 현대사상 연구자인 저자 마츠모토 타쿠야의 첫 책으로 ‘최신, 최강의 라캉 입문서’ ‘라캉 입문은 이 책 한 권으로 끝’ ‘라캉의 정신분석을 정밀하게 다룬 걸작’이라는 일본 네티즌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라캉 〈세미나〉의 흐름을 신경증과 정신병의 감별 진단을 통해 통사적으로 훑어보면서, 라캉이 어떻게 프로이트를 계승하고 그것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심화해 발전시켰는지를 ‘고해상도의 위성사진처럼’ ‘일찍이 없던 명석함으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이 책으로 라캉 사상의 핵심을 이해할 수 없다면 라캉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한 일본 네티즌의 서평은, 라캉을 이해하려 했으나 도중에 길을 잃었던 수많은 인문학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든든한 길잡이를 발견한 심정을 웅변하고 있다.
라캉처럼 정신분석 임상의로 출발해 정신분석을 둘러싼 현대사상 전반을 연구하는 저자 마츠모토의 문제의식에는 ‘보통 정신병’이 만연한 현대에 『정신과 진단 면접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의 매뉴얼화된 맥도날드 방식으로 기계적인 진단이 이루어지는 정신과 임상의 현황에 대한 강한 비판이 깔려 있다. 몇 가지 설문을 통해 2백여 개로 세분화시킨 『정신과 진단 면접 매뉴얼』의 정신병 분류는 보이는 것만 보려 하는 현대 정신의학의 기본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과는 반대로 ‘무의식의 배제’로 향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저자 마츠모토는 〈세미나〉를 통해 라캉의 난해한 정신분석 이론화 작업이 쉬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여 개정되고 추가되고 해체되고 취소되는 과정을 거쳐 자폐증을 새로운 정신분석의 패러다임으로 주목했음을 보여준다. ‘모든 인간은 망상한다’라는 테제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광기 없이는 이해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인간이 스스로의 자유의 한계로서 광기를 자신의 내면에 짊어지지 않는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없어져 버린다’고 한 라캉의 발언과 부합되며, 정신의 병을 둘러싼 질문은 우리의 사회나 경제의 시스템,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과 직결된다. 저자는 이 책이 현대 사회를 이루는 인간 정신의 무의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더욱 심화시켜 나가기 위한 ‘소박한 전제’가 되기를 바랐지만, 철학자인 고쿠분 코이치로의 표현처럼 ‘우리는 여기에, 사고를 위한 최고의 도구를 또 하나 손에 넣게 되었다.’
저자

마츠모토타쿠야

(松本卓也,1983~)
일본의정신의학자,현대사상연구자로전공은정신병리학,정신분석학,라캉파정신분석과그사상,그리고정신분석학과관련된현대철학의다양한분야.지치自治의과대학에서의학박사학위를땄고임상의근무를거친뒤현재교토대학대학원인간·환경학연구과·종합인간학부교수로있다.정신분석연구에서의정력적인활약으로사상계에서주목받던중2015년첫책『모든인간은망상한다』로‘최신,최강의라캉입문서’‘라캉입문은이책한권으로끝’‘라캉의정신분석을정밀하게다룬걸작’이라는일본네티즌들의압도적인호평을받았다.저서로『모든인간은망상한다』,『쾌락사회론』,『증례로이해하는정신병리학』,『창조와광기의역사』,『마음의병이란무엇일까』,공저로『천사의음식을찾아서--거식증에대한라캉적접근』,『일루미네이션』,『뉙스』,『‘연결’의현대사상』,『〈자폐증학〉을권장함』『손의정신사』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저자서문

서론

제1부라캉의이론적변천개관

제1장30년대라캉-망상의무매개성과쉬르레알리즘
제2장50년대라캉-정신병구조를어떻게파악했는가
제3장60년대의라캉-분리의실패로서정신병
제4장70년대의라캉-감별진단론의상대화

제2부신경증과정신병의감별진단에관한이론적변천

제1장프로이트의신경증과정신병감별진단(1894-1938)
제2장『인격과관계에서본파라노이아성정신병』에서의감별진단(1932)
제3장『정신병』에서신경증과정신병의감별진단(1955-1956)
제4장오이디푸스콤플렉스의구조론화(1956-58)
제5장「정신병의온갖가능한치료에대한전제적문제에관하여」(1958)독해
제6장60년대라캉의신경증과정신병감별진단(1958-1967)
제7장70년대라캉의신경증과정신병의감별진단(1965-75)

제3부감별진단‘이후’의사상

제1장사람은누구나망상을한다?후기라캉과들뢰즈=과타리
제2장베리테verite에서바리테varite로?후기라캉과데리다의진리론

결론

후기
참고문헌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라캉의정신분석에서는어떤질환의존재를의심케하는징후가있다하더라도,바로그질환에대한진단을내릴수없다.환각에는‘주체의구조라는점에서는,어떤진단학적가치도없다’(E71)고라캉자신이말하고있는것처럼,환각의존재를바로정신병(혹은통합실조증)이라는진단으로연결시킬수는없다.증상이어떤구조안에서표현되고있는지,어떤식으로주체가드러나고있는지를분명하게밝혀내지않는한,라캉파에서는진단을내릴수없다.결국라캉파정신분석에서,분석주체의이야기속에서관찰되어야하는것은,진단과직접적으로연결되는지(知)가아니라,주체와관계하는지인것이다.

『정신과진단면접매뉴얼』에는다음과같은질문순서가정해져있다.‘최근1개월동안,하루중대부분을우울하게느끼거나침체되어있었다고느끼며,그것이며칠간지속된적이있습니까?’‘언제나즐거움을주었던것들이더이상흥미나즐거움을주지않는다고생각한적이있습니까?’구조화면접을추천하는정신과의사는이와같은자잘한질문항목을이어가게되면,‘이야기가잘진행되었다’는인상을환자에게주기때문에구조화된면접은‘정확한진단’일뿐만아니라,‘바람직한의사-환자관계’의구축에도도움이된다고주장한다.이말이농담이었다면얼마나좋겠는가.‘고객과의좋은관계’라는접객행위를목적으로신중하게매뉴얼화된맥도날드방식이,정신분석이목표로하는것이라고말하지않기만을바랄뿐이다.

현대정신의학의기본적인태도는‘보이는것만보려한다’고말할수있다.그렇다,현대정신의학은무의식(의주체)에대하여‘억압이라는의미에서도전혀아무것도알려고하지않는다.’라캉이이러한‘억압이라는의미에서도...’라는표현을‘배제Verwerfung’와관련시켰듯이,우리는현대정신의학에대하여‘무의식의배제’라는진단을내리지않을수없다.

신경증환자에게행하는자유연상이나해석같은분석기법도정신병자를위기에빠뜨릴위험성이있다는것에주의해야한다.정신병발병전의환자에게신경증환자와동일한방식으로자유연상을요청하는것은오히려그들을발병으로이끌위험성을내포한다.왜냐하면‘말을하는것prendrelaparole’,즉자신의언어로주체정립적으로말해야한다는요청에대응할수없을때바로발병이일어나기때문이다.

강박신경증환자에게발은이미발이면서그이상의의미를내포한것이되었고,그의미의과잉으로인해그는양말을신을수없게되었다고볼수있다.반면스키조프레니환자에서는양말의망과여성기모두‘구멍’이라는,즉‘구멍은구멍이다(그러므로같은것이다)’라는냉소적인명제만으로증상이형성되어있다.즉,강박신경증환자에게는사물로서의형태학적유사성에의해발과남성생식기가동일시되는반면,스키조프레니환자에게는양말그물망의‘구멍’과여성생식기의‘구멍’이라는단어의동일성만으로그물망이여성생식기와동일시되는것이다.

곤혹감은의미를알수없는현상으로주체앞에여러번나타난다.그리고한동안그는이현상을가공할수도,통합할수도없는상태에놓이게된다.그것은이현상의핵심에있는수수께끼같은의미작용은상징화체계에한번도진입한적이없는의미작용이기때문에다른의미작용으로회귀시킬수없기때문이다.따라서그는이현상을아무리부정하려해도부정할수없고,그것을믿을수밖에없게된다.이를라캉은정신병적현상은‘변증법적구성’에이르지못한다,혹은정신병적현상에는‘변증법의정지arretdansladialectique’가있다고표현하고있다.즉,주체가곤혹이라는정신병적현상을믿게되어그것을수정할수없는것은그수정을가능하게하는대립항(변증법의‘정’에대한‘반’)이처음부터결여되어있기때문이다.

금지와침범을둘러싼라캉의논의는조르주바타유가『에로티시즘』(1957)에서전개한논의를밑바탕에깔고있다고볼수있다.바타유는인간의에로티시즘의궁극적인의미는‘융합’이라고생각했다.라캉의표현을빌리자면,언어의세계에진입할때더이상되돌릴수없는형태로잃어버린‘물’과의연속성을회복하는것이에로티시즘이지향하는것이다.그러나‘물’과의융합은금지되어있기때문에,사람은그금지를불안속에서침범하여배덕(背德)적인쾌감을얻을수밖에없다.그러나침범을한다고해서금지가사라지는것은아니며,오히려침범의존재가금지를완성시킨다고바타유는지적한다.

과학은르네상스이후탄생한‘모든것은이성적이다(모든사물의인과관계는이성적으로설명할수있다)’라는신념에따라이성적인것의외부를전혀인정하지않는것이다.그러나사과가나무에서떨어지는원인으로서의중력이중력자체의원인,그원인의원인......으로무한히후퇴할수밖에없듯이,과학이상정하는인과관계의‘원인’에는항상어떤균열이있다(S11,24).이러한균열로서의원인은상징화할수없는것으로서현실계에위치한다.그러나‘과학은원인으로서의진리에대해아무것도알려고하지않는다.’(E874)즉과학은‘물’의존재를애초에고려하지않으며,설령‘물’이주체를공격하는일이있더라도‘물’이처음부터존재하지않았던것처럼행동한다.이러한태도를과학의‘물의배제’라고부른다.

라캉에게있어서프로이트의발견은크게두가지로나뉜다.하나는증상이의미의측면을가지고있다는것이다.그리고또하나는증상은의미의측면만으로는해석이불가능하며,오히려주체의최초의체험에위치하는성적현실과의관계속에서해석할필요가있다는것이다.여기서라캉이말하는‘성적현실’은‘아이가몸위에서처음발견하는성적현실’,즉자체성애를말한다.즉라캉은,증상의해석은궁극적으로는인간의성애의첫단계에있는자체성애를-즉,각주체마다고유한향락의모드를─상대하지않으면안된다고생각하기에이른것이다.

새로운정신분석의패러다임은어딘가자폐증환자의모습과닮지않았을까?좀더직설적으로말하자면,여기서논의한것과같은정신분석의종결에도달한인물의모습은다른누구와도닮지않은기발한방법을가지고,트라우마적인라랑그과잘지내는자폐증환자의모습을떠오르게하지는않을까?다만그경우의자폐증이란불안과당혹이지배하는자폐증의원초적상태를의미하는것이아니며,규범적인타자(규칙이나법)를강제로강요당해공황에빠져있는자폐증환자의모습을말하는것도아니고,오히려다양한대상이나지식을자유롭게-그러나그들자신의논리에따라-조합하고,자신만의대타자를발명하고,그것을통해타자와다른방식으로연결될수있도록하는자폐증환자의모습이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