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앞에서하는말과뒤에서하는행동이전혀다른,그위선이싫었다.노동현장에서노동자로살아가고,노동자가누구인지몸으로알아가는정치인이한명쯤은있어야하지않을까?위선으로가득한한국정치에경종을울리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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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실에서건장한체구의남자들이뒤엉켜작업복으로갈아입는다.몸집이작거나배가좀나와도대부분뼈대가굵고근육이단단하다.발목에각반을두르고,안전화를신고안전벨트를착용한다.마치군인들이작전투입전에전투화,전투모를쓰고개인화기를점검하듯이말이다.실제로전쟁터와다를바없는현장으로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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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현장일할때배부를정도로만먹고오후3시쯤배가꺼지고허기가지면서힘을쓰지못해고생한적이몇번있다.배가빵빵할정도로먹어놔야오후6시퇴근때까지배가꺼지지않고,무거운파이프를어깨에메고수십번다녀도너끈히버틸수있다.“노가다는밥심으로일한다.”참말로진리중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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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는6시가퇴근이었고,잔업야근도꽤많이했다.새벽출근해서밤늦게퇴근,별보고출근해서별보며퇴근하는일이일상이었다.그나마주52시간노동제로퇴근이5시로당겨졌으나여전히주6일제,토요일도일한다.건설현장도주5일제가정착되어중노동의피로를충분히풀면좋겠다.그래야사람도살고,시공품질도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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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의원직을그만두고건설현장나간다는사실을알고는일부러연락을주시는주민들도생겨났다.촉촉한눈길로내손을잡고는맛있는것먹으러가자고잡아끈다.몸이라도성해야현장에서일할것아니냐며든든하게먹고다치지말라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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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로떼먹고,불법하도급으로노동강도를최대한높여짜내고도모자라노골적으로빼앗아가는수법이또있으니,바로똥떼기이다.원청건설사에책정된노임이20만원인데,10만원받고도감지덕지하며일할노동자들을모아온다.1인당10만원을남길수있으니10명을데리고다니면하루100만원,20명을데리고다니면200만원이떨어진다.
---p.181
건설현장의변화도건설노조없이는불가능하다.당장은확대해야한다.조합원수가많아지고,대부분의건설현장에서조합팀이중심이되어공사를진행할정도가되어야한다.노동조합가입률이30%정도되면제도개혁을추진할힘이생긴다.
---p.239
파이프를메고다니는사람이있어야비로소작업이이루어지고건물이올라간다.실제일하는노동자없이는어떤기업도,어떤대기업도유지할수없다.설계도없이는건물을지을수없지만,설계도가수백,수천장이되어도건설노동자없이건물은올라가지않는다.건물은노동자의피와땀과눈물을먹고자란다.
---p.263
추천사
건설노동자들이노동자란이름을찾아가는존엄찾기여정이다.거칠어진손,찌든땀내음,치열한현장이만들어낸존엄찾기선물은참으로고귀했다.더많은노동자가더나은세상의건설자를자임할때,비로소새세상을열어갈수있다는속내도금세들킨다.그길찾기에나설이천만노동자들의가슴도저처럼콩닥거릴거라믿는다.
-한상균(전민주노총위원장)
나는의원배지가달린준수한양복을입고온갖민생의현장을쫓아다니던그보다땀흠뻑밴작업복과헤진작업화를신고다시평범한사람들의곁으로돌아와활짝웃던그가더놀랍고자랑스러웠다.서울대법대출신‘노가다’,국회의원출신‘배관공이상규’,말과글로는종종있지만실제삶에서는결코일어나지않는일을아무렇지도않게수행해내는그의진솔함,소박함이정말고맙다.
-송경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