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변화를 향한 소수자의 정치전략)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변화를 향한 소수자의 정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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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변화를 향한 소수자의 정치전략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공감 부족이 아닌 사회적 공통언어의 부재에서 찾는다. 갖가지 매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 기초한 무수한 말들이 쏟아졌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증언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 이 책은 주목한다.

이 책은 총 네 편의 강의를 통해 소수자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개념언어, 정치언어라는 말의 두 가지 경향을 다루는 사전 강의와 청년 담론을 분석하는 1강은 문제 제기에 해당하는 강의로, 한국 사회에 농후한 ‘개념 없음’의 상태를 비판한다. 2강 ‘소수자 사회’ 및 3강 ‘시민성의 재구성’에서는 약자의 고통을 논의할 수 있는 공동체의 언어를 본격적으로 구상한 뒤 구체적인 정치전략을 세운다.
저자

박이대승

저자박이대승은연세대학교물리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철학과에서앙리베르그손에대한논문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에라스무스문두스-유로필로소피’프로그램을따라벨기에루뱅가톨릭대학교,체코프라하카렐대학교,프랑스툴루즈-장조레스대학교에서공부했고,질들뢰즈에대한논문으로두번째석사학위를받았다.지금은툴루즈-장조레스대학교에서질들뢰즈와펠릭스과타리의소수화전략에관한철학박사논문을준비중이다.유럽에서공부하는동시에,한국의동료들과함께‘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를운영하며다양한학술적,정치적활동에참여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는말6

사전강의:개념과정치15
‘개념언어’와‘정치언어’:말의두가지사용법17|개념:표준없는다양성은왜불가능한가25|정치언어:‘우리’와‘그들’을나누는도구33|개념의부재,정치언어의과잉42|‘혐오’:정치언어의극단52

1강.누구를위한‘청년’인가?65

1.‘청년’은개념이아니다72
‘불쌍한청년’의탄생:청년은경제적약자인가74|왜하필‘청년’인가:청년정책의인위성81|청년할당제논란:청년의역설적지위90

2.정치는왜‘청년’을좋아할까97

‘청년’의정치,역사,문화적기원99|‘청년’을둘러싼의미투쟁:88만원과아픈청춘107|‘청년’‘불평등’‘경제’:정치언어의진보혹은퇴보114

3.부를수록배제되는이름,‘청년’121
‘청년특별기획’:청년이라는이름의잡동사니상자122|그럼에도불구하고‘청년’:정치전략의가능성129|공감은어떻게가능한가:‘불쌍한청년’에서권리주장으로135

2강.소수자사회147

1.소수자는누구인가153
종속계층과헤게모니:안토니오그람시155|다수자와소수자:질들뢰즈와펠릭스과타리163|종속계층과소수자:표준을변주하는생성의힘173

2.표준없는사회182
표준권력은어떻게작동할까183|서구를번역하기:표준없는사회의소수문화191|이념없는정당:정치는감동이아니다199

3.소수자의정치전략208
분노한청년은짱돌을들수있다?210|다수화전략:헤게모니와포퓰리즘216|소수화전략:최저임금위원회의사례226

3강.시민성의재구성235

1.시민성이란무엇인가242
시민개념:거주민을넘어구성원으로244|참여와권리:시민성의두가지모델249|평등을위한조건,시민성257

2.권리개념이해하기264
권리주장을용납하지않는사회:세월호피해자의권리를말하다266|권리란무엇인가:개념과정당성270|권리를둘러싼몇가지미신들279

3.평등을가로막는세가지요인288
참여하지않아도인간이다:시민의참여에서인간의권리로290|‘국가’라는족쇄:개인없는가족공동체297|경제담론비판:평등없는불평등논의304
나가는말:‘개념’없는사회를위한제안310

출판사 서평

약자의존재를‘삭제하는’사회에던지는질문

세월호참사,가습기살균제사건부터각종정치문제까지,
억울한죽음은왜반복되는가?
이들의고통을은폐하는것은무엇인가?
우리는왜저항할수없는가?

고통을드러내는공통언어의가능성을말하다


“한국사회는약자의피를먹고전진하는기계입니다.그전진뒤에는거대한피해자집단과억울한죽음이남습니다.”

2014년4월의세월호참사,2016년4월의가습기살균제사건,그리고2016년겨울부터시작된차마입에담기수치스러운사건까지,최근몇년간한국사회는피해자들의고통스러운외침으로가득했다.이목록들은그저일부분에지나지않는다.대기업공장들에서일어난각종산재,비정규직노동자들의수많은죽음까지헤아리면“약자의피를먹고전진하는기계”라는말은결코비유도과장도아니다.이것은그야말로사실자체다.
이일련의일들은피해자들에게는물론사건에직접적으로연루되지않은수많은사람들에게도충격과고통을안겨준사건으로기억된다.그러나한편으로는기억이라는말이무색하게이모두가종결되지않은채로여전히사회를맴돌고있다.
하지만사건자체만큼이나심각한것은피해자들의고통이공동체의‘언어’로논의되지않는다는사실이다.그렇다면이는고통에대한공감부족내지는사회적무관심을말하는것일까?결코그렇지않다.지금껏수많은시민들이피해자의슬픔에공감하며애도행위에동참했고,특히세월호참사당시에는애도가전국적범위로확대되면서사회의정상적인운영과시민들의일상적삶이한동안유예되기도했다.따라서단순히공감부족이라는현상으로문제의핵심을파악하기는어렵다.

우리는‘개념’없는사회에살고있다

《‘개념’없는사회를위한강의》는한국사회의근본적인문제를공감부족이아닌사회적공통언어의부재에서찾는다.갖가지매체나시민단체등을통해‘피해자에대한공감’에기초한무수한말들이쏟아졌지만,궁극적으로그것이고통을호소하거나증언하는것이상으로나아가지못했다는점에이책은주목한다.심지어공감은얼마지나지않아‘적대’로변했다.피해자들이보상의권리를주장하며청와대로행진하기시작하자‘그들이억지를부려한몫챙기려고한다’는식의여론이훨씬우세해진것이다.
흔히사회는소수자에게어서짱돌을던지라고말한다.하지만이들이진짜짱돌을던졌을때,과연우리는그들에게등돌리지않을수있을까?결국소수자가저항할수없는이유를묻는것만큼중요한것은우리가저항하는소수자를받아들일수없는이유를묻는것이다.사회가요구하는이상적인약자란언제나‘불쌍한사람’이며,불쌍하기때문에우리가시혜를베풀어줄수있는무기력한존재에지나지않는다.‘개념없는사회’를살아가는소수자들에게정치전략이필요한이유,지극히당연하고뻔한시민의권리를행사해야하는이유는바로여기에있다.소수자는동정과시혜의대상이아니라권리의주체이다.소수자는불우이웃이아닌‘시민’이되어야한다.
이책은총네편의강의를통해소수자가사회를바꿀수있는방법을모색한다.개념언어,정치언어라는말의두가지경향을다루는사전강의와청년담론을분석하는1강은문제제기에해당하는강의로,한국사회에농후한‘개념없음’의상태를비판한다.2강‘소수자사회’및3강‘시민성의재구성’에서는약자의고통을논의할수있는공동체의언어를본격적으로구상한뒤구체적인정치전략을세운다.‘소수자’와‘시민’이바로그런공통언어의가능성을포함하는개념이다.

정치언어가난무하는사회,무엇이문제인가

이책은고통에대한이런식의응답들을어떻게바라볼것인지고민하는데서출발한다.그렇다면사회적공감의필요성을강조하는것외에,지금우리에게필요한문제제기방식은무엇일까?
저자는이렇게사회적약자의고통을논의할‘공통언어’가공동체내에부재하는상황을‘개념없는사회’라고부른다.‘개념없는사회’가뜻하는바를이해하기위해서는저자가이야기하는‘개념’의맥락을살펴볼필요가있다.여기서‘개념’은단순히사전적정의에서처럼분명하게정의된이론적용어를뜻하기보다는언어를사용할때나타나는한가지‘경향’으로이야기된다.이경향이란곧말과의미사이의관계를고정시키려는경향으로,‘정치언어’라는이와상반되는또다른경향과맞물려있다.즉‘개념’이말과의미사이의관계를고정시키려는반면‘정치언어’는의미하는바가수시로바뀌는말로,선거승리같은특정한정치적목적을위해기존의말에새로운의미들을덧붙여의미를끊임없이변형시키고자한다.
이책이언어활용의측면에서집중적으로분석하고있는‘청년’이라는말로개념언어-정치언어의구체적인예를들어볼수있다.이를테면청년을통계적개념으로쓸경우‘만15~34세미만의인구집단’등으로정의내릴수있고이때청년의의미는만15~34세라는나이구간에속하는사람들로고정된다.하지만정치언어로쓰면‘사회진보를추구하는개혁적인청춘’‘청년실업에고통받는젊은이’등등의무수한의미가‘청년’이라는말에결합될수있다.한때큰화제를모은,이제는아예청년을지칭하는고유명이되어버린《88만원세대》(2007)역시바로이렇게‘청년’을정치언어로활용함으로써특정세대를정치적주체로불러낸작업이었다.
말의정치언어적활용예시는비단‘청년’만이아니라다양한말들에서발견된다.정치적,경제적이슈와관련해우리가언론에서접하는대부분의단어들이하나의개념이면서동시에여러가지의미들을덧붙여유동성을극대화하는정치언어로도사용되기때문이다.그런점에서최근한국사회를지배하고있는‘혐오’는정치언어의극단을달린다.저자는‘혐오’를사회적현상이아닌‘말’즉정치언어로다룸으로써독자들에게새로운논의를제시한다.서구사회에서는‘혐오hatespeech,misogyny’가분명한정의를갖는이론적,법률적개념인반면한국사회에서혐오라는말은어떤고정된의미도갖지않는다.이런이유로‘여성혐오’라는말이차별,폭력,공격을비롯해성차별과성불평등이라는상이한범주들을모두의미하게되는기묘한상황이펼쳐진다.결국,현재인터넷상에서쓰이는‘여성혐오’는개념정의가불가능한정치언어라할수있다.
그렇다면정치언어는그자체로그릇된것일까?하지만자신들에게유리한언어를구성해상대진영을공격하는것이야말로정치의본질이고참된모습이다.따라서정치언어를활용하는것은정치적활동의필연적인과정이다.한국사회의문제는정치언어자체에있는것이아니라,‘개념’은없고‘정치언어’만존재한다는사실에있다.결국‘개념없는사회’라는주제로다시돌아가보면,이말은곧‘개념’이부재한다는것을뜻할뿐만아니라‘개념’이전무한상황에서‘정치언어’만이횡행한현실을문제삼는다.개념이라는언어는고정성을갖고있어서우리로하여금사회적표준을확립할수있도록한다.고정된규칙체계를지닌표준어덕에사람들이의사소통할수있는것처럼,개념은의미를고정시킴으로써사회구성원들의소통을가능케하는‘표준’역할을하는것이다.따라서개념은없고정치언어만존재하는상황은합리적토론이불가능한상황에서소통되지않는무수한말들이쏟아지는상황과다름없다.
약자의고통을사회적으로논의할공통언어가없다는것역시이런맥락에서이해될필요가있다.그들의고통에대해수많은사람들이공감하고있을지는몰라도,공감을넘어서고통의원인을진단하고해결책을찾는합의와토론에는결코이르지못하는것이지금의현실이다.물론누군가의고통을다른이들이해결한다는것은사실상불가능에가깝다.하지만이런고통대부분이비정규직,불안정노동,저임금노동등거대권력에저항할수없는소수자의위치에서발생하는것임을고려하면,한사회는기본적으로제도와정책수준에서이들의고통을경감할수있는최소한의합의점을마련해야만한다.이것만으로충분한건아니지만,단1%의변화라도만들어내기위한‘최소조건’이라는뜻이다.
바로이‘최소조건’마저마련하지않는곳이한국사회다.지금한국사회는바로이런상태에머물러있다.사회문제에대한모든논의는공감의수준에서걸음을떼지못한다.그렇지만공통의‘개념’을전제로한합리적인토론이이루어지지않는한,그어떤실질적인변화를기대하기는어렵다.

‘청년’에집착하는이상한사회

이런문제를가장명징하게드러내보여준사례가바로한국의독특한‘청년담론’이다.최근몇년간청년을둘러싼각종정치언어는물밀듯쏟아져나왔다.일일이나열하기에도벅찬지경이다.‘청년실업’‘청년정책’‘청년할당제’부터책제목이었으나아예청년에대한고유수사가되어버린‘88만원세대’‘아프니까청춘이다’까지수많은말들이떠돌아다닌다.여기서주목할것은이모든말들이이른바‘불쌍한청년’이미지를공유하고있다는점이다.다시말해이런수사들에는‘요즘청년/젊은이들은참불쌍하다’는인식이깔려있고,이에기초해‘그들에게이런저런시혜를베풀어야한다’는동정적여론이지배하고있다.
이쯤되면여러가지의문을던져볼수있다.도대체무엇때문에각종미디어는청년에대한보도를쏟아내고,정치인들은청년을위한정책시행을약속하는것일까?또한,왜다른세대가아니라하필‘청년’인가?모든세대가사회경제적불평등에노출되어있음에도불구하고,논의의초점은왜항상‘청년’을향하는가?이에대한답은정치적목적에있다.‘실업’‘불안정노동’따위의말보다‘청년’이정치적으로강력한힘을발휘하기때문이다.물론정치적목적을위해특정한말을가공하는것은그자체로정당한정치적행위다.청년을둘러싼정치언어들이문제적인진짜이유는그런말들이실업과불안정노동문제를사회전체의문제가아니라마치청년세대에만해당하는문제인양제시한다는데있다.이런점에서《88만원세대》의성공은역설적이다.실업·불안정노동문제를청년에한정함으로써‘기성세대가청년들을위해무엇을해주어야하는가?’라는시혜적물음을강화했기때문이다.
‘청년’이라는정치언어의직접적인역효과는언론,정치,사회정책등의영역에서더욱분명하게드러난다.‘청년’이합리적으로구성된개념언어가아니다보니청년문제는매번‘특수범주’로,혹은‘부록’으로만등장한다.대부분의언론이청년문제를집중적으로다루면서도항상‘특별기획’으로만구성하는것도이런인식에기초한다.청년문제를특수범주로분류한다는것은언뜻청년에대한특별대우로보이지만,실상그것을가끔한번씩만신경쓰면되는문제쯤으로취급하는것과다르지않다.각정당의청년할당역시표면적으로는‘청년문제를위해청년정치인’의자리를만든다는그럴싸한논리를내세우지만,이것은곧‘청년문제는청년정치인에게만맡기고당과해당분야전문가는손대지않겠다’는말과같다.
결국그어떤말도청년들이겪는사회경제적불평등과그로인한고통을정확히들여다보지않는다.모든말들이죽어라고청년을외치지만,정작현실의청년들은그말들에의해더욱배제되는꼴이다.청년들의실제고통에는관심이없고‘청년’이라는말을정치언어로써먹는데만혈안이되어있기때문이다.

‘소수자’는사회를바꿀수있는가

한국사회는사회적약자를보통‘불우이웃’정도로생각하거나아예그들을없는존재로삭제해버리기일쑤다.다른한편에서는약자가저항해야한다는것혹은저항할수있다는사실을너무나당연하게간주한다.청년들에게아무렇지않게“짱돌을던지”라고말하듯말이다.저자는‘소수자가왜불쌍한약자에머물러야하는지’‘우리는왜약자에게불쌍하게남아있기를요구하는지’그리고‘그들이짱돌을던지는대신왜체제에더순응할수밖에없는지’를물음으로써약자에대한지배적통념들을해체하고자한다.이를위한가장기초적인작업이일종의개념/공통언어를제시하는것이고,‘소수자’와‘시민’이바로그에해당한다.
들뢰즈,과타리의‘소수자’개념,그람시의‘종속계층’개념을참조하면,소수자는다수자가수립한표준에의존하는상태,다수자의지배에저항할때조차다수자의표준언어를빌려올수밖에없는상태로이야기한다.즉스스로독립적표준을창조하지못한채다수자의표준에종속된상태를소수자로이해할수있다.이런정의가다소낯설게들릴수도있지만잘생각해보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