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들의 말 (오월 광주의 순수한 현시, 그 무릅씀에 대하여)

남은 자들의 말 (오월 광주의 순수한 현시, 그 무릅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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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그 이후 한국 현대사를 바꿀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래서 5월은 기억으로 보존된 과거의 기념비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남은 자들에게 힘겨운 대답을 요청하는 현재이다. 그런 만큼 남은 자들은 그동안 수없이 5월 광주에 대해 말하려 했고, 증언하려 했다. 때로는 학술 논문으로, 때로는 시로, 때로는 소설로 5월 광주를 형상화해왔다. 문학뿐만 아니라 만화, 영화 등을 통해 5월 광주를 그린 작품들도 많다.

[남은 자들의 말]의 저자 전성욱은 5월 광주를 다룬 문학 작품, 그중에서도 특히 소설에 주목하면서 그동안 남은 자들이 어떻게 5월 광주를 기록했는지를 분석한다. 지금까지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문학 분야의 학술적 논의는 대단히 간소하고 빈약했다. 그러므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5월 광주에 관한 소설 작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5월 광주와 관련한 연구들은 학술활동이었다기보다는 진보운동의 차원에 기울어 선입견이 크게 작용해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이를테면 이제까지 5월 광주를 다룬 작품들은 증언이나 저항, 진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정치적인 당위 등과 관련해 분석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작품의 미학적 표현은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저자

전성욱

저자전성욱은문학평론가,동아대학교한국어문학과조교수.계간《오늘의문예비평》에서편집위원과편집
주간을역임했다.대상을실체화하지않으려는비본질주의적비평에대한자의식을견지하며두권의책을집필했다.평론집《바로그시간》(2010)과산문집《현재는이상한짐승이다》(2014)가그결실이다.지금은역사적인것과정치적인것의가장자리에서심미적인것들의위반과일탈이만들어내는심오한역능에대하여궁리하면서읽고/쓰고있다.

목차

머리말:결정함으로써가능한만남
Ⅰ.서론

Ⅱ.5월의역사학과정치학

1.역사의정치성과사건으로서의5월
2.적대의정치와폭력의형식
3.기억과증언의역사학

Ⅲ.기억의윤리,기록의형이상학
1.애도와증언
2.도덕강박과증언으로서의재현:임철우의《봄날》
3.진리로서의혁명과언어로서의몸
4.질문으로서의5월

Ⅳ.치유의서사학
1.치료의통치술과자기구제로서의치유
2.훼손된신체,증언의기호
3.봉합을넘어치유의서사로
4.육체에서신체로

Ⅴ.순례의형이상학:막다른길과도주의길
1.봉합의여정과분열하는도주의길
2.성장통과입사식入社式
3.불가능한애도의길

Ⅵ.결론

출판사 서평

말하고싶으나말할수없는남은자들의슬픔
문학은먼저간자들을위해무엇을해야하는가?

1980년5월,그10여일동안광주에서일어났던일들
한국소설은그날을어떻게기록했는가?
문학을통해본광주의서사정치학

“위대한문학은그렇게살아내는것에육박하는표현으로써건널수없는경계를넘으려는무모한의욕이다.”
“진실은쉽게해명될수없고,고통은완전히제거될수없으며,여행은목적지에도착함으로써완료되지않는다.”
1980년5월,광주에서일어났던일들은그이후한국현대사를바꿀만큼큰사건이었다.그래서5월은기억으로보존된과거의기념비가아니라,지금도여전히남은자들에게힘겨운대답을요청하는현재이다.그런만큼남은자들은그동안수없이5월광주에대해말하려했고,증언하려했다.때로는학술논문으로,때로는시로,때로는소설로5월광주를형상화해왔다.문학뿐만아니라만화,영화등을통해5월광주를그린작품들도많다.
이책의저자전성욱은5월광주를다룬문학작품,그중에서도특히소설에주목하면서그동안남은자들이어떻게5월광주를기록했는지를분석한다.지금까지5월광주를소재로한문학분야의학술적논의는대단히간소하고빈약했다.그러므로저자가이책을통해5월광주에관한소설작품을본격적으로논의한다는점에서이책의가치는크다고할수있다.그동안5월광주와관련한연구들은학술활동이었다기보다는진보운동의차원에기울어선입견이크게작용해왔다고저자는비판한다.이를테면이제까지5월광주를다룬작품들은증언이나저항,진실,살아남은자의죄책감,정치적인당위등과관련해분석하기에급급한나머지작품의미학적표현은등한시했다는것이다.
저자는5월광주를다룬작품을‘재현의기획’과‘표현의기획’로구분해설명한다.재현의기획에서강조되는것은살아남은자의죄의식과민중수난의역사로서사건의의의를지나치게강조한다.대체로그것은희생의숭고함에대한비장한감수성으로가해의난폭함과희생의비참함을폭로한다.그리고그희생은역사적인차원에서영웅화되고이념적인차원에서신화화된다.반면표현의기획은정치적견해의노출보다는역사의기억과그재현의가능성을탐문하면서언어의한계에대한자의식을서술하고있다.그러면서미학적이면서도정치적인실천을구현하고자한다.저자는그동안많은상찬을받은임철우의《봄날》이‘재현의기획’에해당하는작품이라고말하면서작가에게부과된죄책감이과도하게진실복원의강박에만매달린나머지미학적표현은고려되지않은것을비판한다.반면정찬의《광야》와<슬픔의노래>는언어에대한예민한자의식으로그진실에대한‘표현’의열망을담고있는작품이라고말하고있다.이밖에유서로의《지극히작은자하나》와알레고리의형식으로된김신운의《청동조서》를서사적기교를통해‘재현’을넘어서려는‘표현’의의지가담긴작품이라고언급하고있다.더불어박솔뫼의<그럼무얼부르지>를진실의형이상학을질문의형식으로내파하고있는작품이라며특별히주목하기도했다.
저자는남은자들은결코그사건에가닿을수없으며,그래서죽은자들에공감하거나그들을대신해증언할수있다는마음은허황된의욕일뿐이라고말한다.그럼에도남아있는자들은문학으로써그허황된의욕을무릅쓰고서라도기록을해야하고,기록을하려고들것이다.그래서저자는다음과같이질문을던진다.5월이후살아남은자들은5월광주를문학을통해어떻게표현해야하는가?말할수없는말,그말로써할수있는이야기란무엇인가?작품의미학적인완성도와정치적실천을어떻게구현할수있을것인가?

한국소설은5월을어떻게그리고있는가

Ⅱ장에서는5월광주의역사적맥락에대한분석과함께기억과증언(재현/표현)의정치적의미를설명하고있다.사실5월광주는특정입장의견해로종합될수없는사건이기때문에저자가시도하는역사적의미의정치적구조화작업은역설적이다.하지만5월은기술불가능한사건이기이전에기억될수밖에없으며또한증언의아포리아속에서도지속적으로증언되고있는현재의사건이기때문에그작업의필요성이불가피하다고말한다.그러므로5월은여전히단독성의사건이지만구조화하는작업은단지지금까지5월광주를어떤담론으로해석했는지를참고하는데의의를두고살펴봐야한다고강조하고있다.
Ⅲ장에서는살아남은자들에게부과된죄책감이소설작품속에서사실(진실)복원의형이상학에대한엄중한도덕률로어떻게작동하는지임철우의《봄날》을중심으로살펴보고있다.저자는임철우를비롯한수많은작가들이살아남은자로서글을쓰며강박적으로그날을재현하고자한서사의매커니즘을비판적으로검토한다.이와달리언표불가능한진실로서의5월을탐문하면서,언어에대한예민한자의식으로그진실에대한‘표현’의열망을드러내고있는정찬의《광야》와<슬픔의노래>를소개한다.여기에더해2인칭으로서술된유서로의《지극히작은자하나》와알레고리형식으로쓰여진김신운의《청동조서》를예로들며'재현'을넘어서려는'표현'의의지를가진작품들을보여준다.그리고시간이흘러감에따라1980년그날의기억혹은죄책감에자유로운세대가등장하면서진실의형이상학을질문의형식으로내파(해체)하고있는박솔뫼의〈그럼무얼부르지〉와같은작품도있음을알린다.
Ⅳ장에서는기존의5월을다룬소설이대체로폭력과치유의문제에접근하고있음을설명하면서선행연구들에서이미다루어졌던남은자들의죄의식과심리적상흔그리고치유에대하여설명한다.프로이트와라캉의정신분석학을참조하면서증상과치유의복잡한관계들을그유형에따라분류해서소개한다.이를통해심리적상흔을다룬소설들에서자주반복되는서사의어떤상투형들을확인할수있다.진정한‘치유’가아니라상처와아픔을그저봉합하고은폐하는‘치료’의서사는마치인과론적인필연성처럼고통의기억과함께죄의식과부끄러움을자동적으로불러온다는것을알수있다.
마지막Ⅴ장에서는이른바여정의서사를'순례의형이상학'이라는관점에서다룬다.여정의서사는치료와봉합으로귀결되거나주체의정체성형성으로매듭지어지는목적지향성의여정이있다.반대로고통이심화되는주체분열의여정도있다.이둘을대비하면서화해와청산의여정이서사를정합적으로만드는불가능한애도의길임을설명한다.

문학은4월을어떻게그려야하는가

이제껏5월의진실에근접하려했던많은소설들이그경험의진리에대한증언의욕망에사로잡혀있었다.그러나저자는앞으로더이상경험이진실을표상한다거나그경험을재현할수있다고믿어서는안된다고말한다.5월의진실은쉽게해명될수없고,남은자들의고통은완전히제거될수없으며그들의여행은목적지에도착함으로써완료되지않는다.이제5월광주의그아포리아는새로운‘주체’의구성이라는난제와만난다.다시말해,5월광주의서사정치학이라는문학의문제는‘사건’이후의문학적주체들을재정립하는문제를정면으로마주해야만한다.
사건이후의문학적주체는진실에대한의무로부터해방되고고통의제거를치유라오해하지않으며어느곳에도착하려는의지보다는여정그자체의흐름을변이시키는주체를탐구해야한다.이를통해사건의특이성들이산란하는의미의운동에주의를기울여야만진실그근처에가닿을수있다.말할수없지만말을해야만하고,말해야하지만말을할수가없는그무력함이남은자들의트라우마이후의삶을집요하게지배하지만바로여기에서문학이개입할수있는틈새가열릴것이라고이책은말하고있다.남은자들은끊임없이말함으로써먼저간자들이남긴흔적에가까스로닿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