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한국 저항운동과 열사 호명구조)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한국 저항운동과 열사 호명구조)

$22.34
Description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은 열사의 죽음이 고유한 의미를 잃고 형해화된 현재의 상황에서 ‘열사 호명구조’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죽음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흔히 열사는 죽음으로써 저항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존재로 숱하게 언급되었지만 정작 이들의 죽음 자체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것은 ‘열사’라는 사회적 호칭 내지는 호명이지 결코 그 죽음 자체는 아니다. 저자는 하이데거의 관점을 따라 죽음을 삶의 한 방식으로, 그 중에서도 자살을 자살자가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는 실존적 결단으로 바라본다. 다시 말해 죽음은 자살자가 살아온 삶과 무관하지 않으며 세상과 관계하는 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열사의 죽음을 탐구한다는 것은 열사들이 끝내 죽음을 감행하면서까지 말하려고 한 것이 무엇이지, 또한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메시지가 어떻게 읽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저자

임미리

저자임미리는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를졸업하고광화문에있는직장을다니다1987년6월항쟁을목격했다.1988년고려대학교사학과에입학해데모는하지만운동권이라말하기에는부족한대학시절을보냈다.지역신문사에서일하다2000년에한양대학교지방자치대학원에서지방행정석사학위를받았다.(사)현대사기록연구원에서일하며구술사연구에관심을느꼈고,다시공부를시작해2016년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지은책으로《경기동부:종북과진보사이,잃어버린우리들의민주주의》가있다.

목차

서문:어느신문팔이소년의죽음·9

1부저항적자살과열사·15
1.문제제기·17
2.‘저항적자살’의개념·22
3.연구대상으로서의‘열사’·26

2부열사의특성과유형분류·31
1.열사의특성과추이·33
1)직업별분포와추이·36
2)연령별분포와추이·38
3)학력별분포와추이·40
4)출생지역·자살지역별분포와추이·41
5)자살장소·자살방법별분포와추이·44

2.열사의유형분류·48
1)자살유형의범주화·50
2)당위형자살·57
단계별분석내용·57|당위형자살의특징·62
3)실존형자살·67
단계별분석내용·67|실존형자살의특징·73

3.열사의유형별특성과추이·77
1)정권별자살유형·직업간관계·80
2)자살유형별직업분포와추이·83
3)자살유형별연령분포와추이·83
4)자살유형별출생지역·자살지역분포와추이·85
5)자살유형별자살장소·자살방법분포와추이·88

3부5·18광주항쟁과열사의기원·91
1.당위형열사·98
1)반독재민주화운동과열사의‘기원’:1980~1985년·98
2)반미운동과열사계승:1986~1987년·107

2.실존형열사·116
1)전태일추모와노동열사의탄생:1984년·116
2)변혁운동의영향과부문운동별열사출현:1986~1987년·119

4부1987년민주화와열사의의례화·129
1.당위형열사·135
1)죽음을통한실천과통일운동:1988~1989년·135
2)전교조결성이후고등학생분신:1990년·143
3)실패한죽음과열사계승의조직화:1991년5월투쟁·147
4)학생운동의약화와마지막학생열사:1993~1997년·158

2.실존형열사·165
1)민주노조탄압과노동열사의급증:1988~1992년·165
노동자·170|도시빈민·199
2)제도·이데올로기적노동통제와대기업노조탄압:1993~1997년·205
노동자·206|도시빈민·218

5부여야정권교체및경제위기와열사의해체·223
1.당위형열사·228
1)열사의직업변화와‘정권타도’구호의소멸:1998~2007년·228
2)권위주의로의회귀와‘정권타도’구호의재등장:2008~2012년·233

2.실존형열사·238
1)경제위기속자살의증가와열사의감소:1998~2002년·238
노동자·239|도시빈민·245
2)고용불안과노동열사의증가:2003~2007년·248
노동자·249|농민·270|도시빈민·272
3)노동시장의분절과고립된죽음:2008~2012년·273

6부열사의호명구조·283
1.‘전선운동’과열사호명의포섭·배제·286
1)전선운동과열사의례·286
2)민중부문의동원과열사호명의차별·292

2.학생운동의변화와‘노동자’열사·300
1)건대항쟁전후자살메시지의변화·300
2)전선운동의동력,학생운동의쇠퇴·305
3)‘노동자’열사와사회적존재실현·313

3.노동운동과‘정치적인것’·318
1)노동열사의증가와대안전선의형성실패·318
2)자살메시지의변화와정치투쟁·경제투쟁·322

4.열사해체의내적원인·329
1)당위형열사와집합적정체성형성의실패·329
2)노동자자살의고립화와호명대상의해체·333

7부적대에서공감으로,전선에서연대로·341

부록
〈표1〉열사의역사적추이(1980~2012년자살자)·354
〈표2〉열사의역사적추이(1980~2012년타살자)·362

참고문헌·365
미주·373

출판사 서평

“내죽음을헛되이하지말라!”

열사로호명된133명의저항적자살자들
그들은왜죽음을선택했고,
죽음으로써무엇을말하려고했는가?

열사호명을둘러싼저항세력의전략과한계는무엇인가?

6월민주항쟁이올해로30주기를맞았다.이와함께‘박종철’‘이한열’과같이우리에게친숙한열사들의이름도다시한번거론되고있다.박종철고문치사사건에서시작해이한열최루탄피격사건으로폭발한6월항쟁은전국30여개의도시로확산되어크고작은시위들이동시다발적으로전개되었다.박종철과이한열의억울한죽음이학생운동은물론범국민적인연대를촉발한것이다.이처럼6월항쟁의시작점에는투사혹은열사라는존재가자리하고있다.
하지만현시대에‘열사’라는이름은어떤면에서이미시효성을상실했다.특정개인을열사로호명하는작업은지금도계속되고있지만,저항방식으로서의죽음/자살은오늘날더이상유효하지않다.여기에는IMF시기를거쳐본격도입된신자유주의체제하에서지배세력은물론저항운동진영역시크게변화한일련의맥락들이있다.과거압도적인폭력으로군림했던지배세력의통치가합법의탈을쓴매끄럽고유연한신자유주의적통치로전환하면서저항운동은하나의가시적인적또는권력을상정할수없게되었고단일한저항공동체로결집하는것역시더이상불가능해졌다.이렇듯전선에균열이발생하면서열사의죽음역시예전처럼강력한사회적파장을형성하지못하는단계에이르렀다.
《열사,분노와슬픔의정치학》은이처럼열사의죽음이고유한의미를잃고형해화된현재의상황에서‘열사호명구조’라는문제의식을통해다시한번그죽음들을탐구하고자한다.흔히열사는죽음으로써저항운동의기폭제역할을한존재로숱하게언급되었지만정작이들의죽음자체를면밀히들여다보는시도는거의없었다.우리에게알려져있는것은‘열사’라는사회적호칭내지는호명이지결코그죽음자체는아니다.저자는하이데거의관점을따라죽음을삶의한방식으로,그중에서도자살을자살자가스스로의생을마감하는실존적결단으로바라본다.다시말해죽음은자살자가살아온삶과무관하지않으며세상과관계하는한방식이라고할수있다.따라서열사의죽음을탐구한다는것은열사들이끝내죽음을감행하면서까지말하려고한것이무엇이지,또한살아있는사람들에게이들의메시지가어떻게읽히는지를살펴보는것이다.

*열사호명의정치학:선택된‘열사’그리고배제된‘죽음’

책의큰줄기인‘열사호명구조’는위와같은물음들을포괄하는것으로,지금우리에게결과로서나타나있는‘열사’라는호명이여러시기를거쳐어떤식으로구성되어왔는지를분석할수있는유의미한키워드가된다.저자는한개인이지배세력과충돌하는과정에서왜,어떻게저항적자살을결심하게되는지그내밀한상황들을자살자의유서와서신,동료들의증언,여러신문기사들을통해생생하게재구성한다.나아가자살자개인의메시지가메시지의특정한수신인(대중,동료,지배세력)에게는물론사회적으로수용되는양상을분석한다.이처럼여러단계들을거친후에열사호명작업이비로소이루어지게된다.
저자가무엇보다주목하는것은열사호명이선택과배제라는억압적메커니즘을통해전개되어왔다는점이다.즉모든저항적자살자혹은저항과정에서운명을달리한이들이열사로호명된것은아니며그중극히일부만이열사라는호칭을얻은것인데,이는곧저항운동내부에서권력관계가작동하고있었다는말과같다.열사라는호명자체보다중요한것은이러한호명의의미이다.호명구조를통해저항운동진영의변천과정은물론진영내부의한계를비판적으로독해할수있는것이다.따라서이것은열사개개인의단순한인물사를넘어한국의저항세력을해부하는작업에해당한다.
이책은추모연대에서합동추모하는열사중자살자133명을분석대상으로한다.구체적으로는‘왜특정한죽음들만열사로호명되었는지’‘열사로호명된죽음들에는어떤차이가있는지’‘열사호명의배경과원인은무엇인지’의세가지질문에서출발하며,이질문들을풀어가기위해저항적자살의유형분류에기초하여공시적작업과통시적작업을동시에수행한다.먼저공시적작업을통해서는열사가출현한시기를1980~2012년까지세시기로구분해각시기별특성을볼수있다.세시기는‘열사의기원’‘열사의의례화’‘열사의해체’시기로열사호명의성쇠과정을뚜렷하게드러낸다.열사의기원에서의례화를거쳐해체에이르게되는이일련의변화과정은그안에내재된‘열사호명구조’를축으로하여통시적으로도분석된다.

*저항적자살의두유형:당위형자살과실존형자살

이책은먼저한국사회에서발생한133명열사의저항적자살을직업,연령,학력,출신지역,자살지역,자살방법이라는측면에서분석해큰추이를살펴본다.그런뒤자살자가직면하는충돌상황,즉지배세력의폭력이수용되는방식에따라자살유형을크게‘당위형자살’(이하‘당위형’)과‘실존형자살’(이하‘실존형’)두가지로분류한다.이런분류는수많은저항적자살들간의공통점과차이점을추출해내기위한것으로,공통점을통해서는특정한죽음들만열사로호명되고다른죽음들은호명에서배제되는메커니즘을추적해볼수있고,차이점을통해서는지배세력의폭압이그만큼다양하다는사실을확인할수있다.
‘당위형’의경우저항세력과지배세력이‘추상적으로’충돌하는상황에서발생한다.즉개인에게직접적인폭력이가해지지는않았지만추상적인지배폭력에저항하는과정에서발생하는충돌상황으로,구체적으로는5·18민중항쟁과학생운동이여기에해당한다.학생운동으로는1991년5월투쟁기간중노태우정권의공안통치종식과퇴진을요구하며발생한대규모의시위및박승희등10여명의연이은분신자살이대표적이다.추상적인폭력에저항한다는것은말하자면폭력을‘예감’하는것으로,폭력을직접적으로체험하는것은아니지만공동체내의타인에게어떤폭력이가해질때그것을곧자신에게도가해질폭력으로느끼는것을말한다.따라서‘실존형’의구체적인상황에비해지배폭력의압도성이가시화되지않고,이런이유로자살의불가피성이사회적으로용인받기도어렵다.궁극적으로‘당위형’은대의명분을위한실천행위의하나로‘민족’‘민중’등의추상적공동체를보호하려는소명의식을갖는다.
반면‘실존형’은저항세력과지배세력이구체적으로충돌하는상황에서발생한다.당위형처럼추상적인지배에저항하는것이아니라임금인상,노동시간단축등의구체적인내용을둘러싸고투쟁하며,지배폭력의압도성역시외부로크게드러난다.즉‘실존형’은일상의계급경험에기초한분노의감정을바탕으로주체의존엄성회복을목적으로한다.노동자,농민,도시빈민의투쟁이여기에해당한다.특히,구조조정을저지하기위해크레인위에서129일간사투를벌이다목을매자살한한진중공업노동자김주익,사측의노동탄압과손배·가압류에시달리다분신한두산중공업노동자배달호의죽음은특히지울수없는인상을남겼는데,이후시민들은‘희망버스’를타고투쟁현장을직접찾아가노동자들에게지지의목소리를보탰다.
여기서중요한것은단순한분류가아니라‘당위형’과‘실존형’간의열사호명의비대칭성이다.추후에열사호명구조에대한비판적분석에서드러나듯열사호명은‘당위형’의민족민주열사를중심으로이루어졌고그에비해‘실존형’에해당하는무수한죽음들은전선운동의목표인‘정권타도’와연관성이적다는이유로매우드물게만호명이이루어졌다.이런비대칭성에는한국저항운동진영의권력구조가반영되어있는것이다.

*시기별(정권별)열사호명구조

이책은저항적자살을‘당위형’과‘실존형’으로분류한후이두유형의자살이각시기마다어떤양상으로출현했는지를공시적으로분석한다.전두환정권(1980~1987)에해당하는‘열사의기원’시기,노태우·김영삼정권(1988~1997)에해당하는‘열사의의례화’시기,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권(1998~2012)에해당하는‘열사의해체’시기에서‘당위형’과‘실존형’자살은각각다른흐름을보이는동시에열사호명구조역시상이한형태로나타난다.
먼저‘열사의기원’시기는전태일을열사의기원으로소환하면서당위형열사에실존형열사가본격적으로호명되기시작하는때이다.특히5·18광주항쟁의경험을토대로민주대반민주라는강력한적대전선이이시기에형성되었고,열사들의죽음을애도하는일이그자체로하나의투쟁이되었다.당위형자살은민족민주열사라는이름으로호명되었고전선운동에민중이동원되면서노동자와농민의실존형자살역시열사호명의대상으로포섭되기시작했다.
다음으로‘열사의의례화’시기에는죽음에대한애도가저항운동세력의집합적정체성을형성하고강화하는수단이되었다.이때는당위형과실존형열사모두가증가하면서열사호명의대상이노동운동,도시빈민운동등의부문운동으로확대되었다.여러부문운동이전선운동에포섭되면서열사추모집단역시확장된것이다.
마지막으로열사의해체기는열사의기원시기에형성된민주대반민주구도에기초한전선운동이붕괴된때이다.신자유주의체제의확산이이런붕괴와균열을촉진시켰고더불어열사가기존의의미와역할을상실했다.특히학생열사가완전히소멸한뒤비조직노동자들이당위형열사의자리를채웠지만더이상대중동원을이끌어내지는못했다.뿐만아니라‘실존형’에서노동자의자살은사회와유리된채점차개인화,고립화되어갔다.노동운동을비롯한여타의부문운동에서도열사가산발적으로출현했지만,이역시전선운동의지원을받지못하고고립됐다.

*물리적폭력에서제도적폭력으로:저항방식으로서죽음의소멸

저항적자살을유형화하고각유형의흐름을시기별로살펴보는작업은열사호명구조및열사해체현상이라는비판적축을통해통시적으로조망될수있다.책의앞부분에서개진되는열사의유형별분석과시기별분석역시궁극적으로이런통찰을위한제반작업에가깝다.
독자들은각시기별로전혀다른양상을띠는열사호명구조를살펴보면서열사호명의기준과배경이끊임없이변해가고있다는사실을확인할수있고,열사와그호명구조가해체되는현상을통해한국저항운동이과거와달리새로운층위에놓이게되었음을역으로파악할수있다.즉,호명구조에대한통찰은열사들의인물사를넘어한국저항운동의역사를비판적으로재구성할수있는틀이된다.이책이최종적으로나아가는지점은열사호명자체가아니라열사호명을통해죽음을저항운동의동력으로삼아온한국저항운동진영의역사이다.그렇다면열사호명구조는한국저항운동사를어떻게재구성할수있을까?
이는결국전선의해체로말미암은열사의해체현상을규명함으로써가능하다.저항운동진영의열사호명은지금껏민주대반민주라는이분법적구도에기초한전선운동을주축으로이루어졌다.또한열사호명은각부문운동들을전선운동에동원하는수단으로사용되었다.하지만이분법적전선운동은신자유주의로대표되는사회경제적변화를거치며해체됐을뿐아니라저항세력내부의억압과배제라는오랜병폐를그대로드러냈다.폭력적인군사정권을겨냥한하나의적대를기반으로정권교체라는구호를내걸었지만한편으로그것은다른모든구호들을은폐하거나독점한억압과배제의메커니즘으로작동하고있었다.당위형열사(민족민주열사)중심의열사호명구조가명징하게보여주듯,저항세력이수십년간정권교체에만몰두하는사이노동자와도시빈민의생존권은주변화되었고이들의생존권투쟁도별다른주목을받지못했다.전선운동이정권교체에지나치게매몰된나머지교체의진정한목적이부문운동의성장을통한노동자,농민,도시빈민의생존권확보에있다는점을망각한것이다.
저항적자살에서우리가진짜주목해야할것은압도적인지배폭력이사라진지금이시대에오히려더많은죽음들이발생하고있는역설적인상황이다.죽음으로써만살인정권을고발할수있었던최초의상황과는사뭇다른데,죽지않아도되는상황에서더많은이들이죽음을택하는것이다.하지만죽지않아도되는상황이란폭력이사라졌다는의미가아니라폭력의형식이달라졌다는것을의미한다.노골적인폭력은사라졌을지모르지만치밀하게구성된제도적/이데올로기적장치속에서지배세력은폭력을한층더첨예하게발전시키고있다.비정규직제,타임오프제,파견제등온갖제도의외피를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