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얼굴을가진북한,도대체어떤국가인가?
1930년대만주항일무장투쟁부터21세기고난의행군까지
북한주민의시선을통해북한사회와국가권력을들여다보다
북한을이해할수있게해주는안내서
진정남북관계에평화가오고있는걸까?2017년만해도북한은6월에6차핵실험을했고,11월에는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형15형을발사했다.그럴때마다남북관계는얼어붙었고,곧전쟁이라도날분위기였다.그런데반전이일어났다.2018년김정은의신년사가있었고,2월에열린평창올림픽에북한은선수단과응원단은물론김여정중앙위원회제1부부장과김영철노동당중앙위부위원장등고위급인사들을파견했다.그런뒤2018년3월남한특사들이북한을방문해4월에판문점에서정상회담을열기로했다는소식을전했다.근몇달동안남북관계는이처럼숨막히게흘러갔다.
그런데시시때때로바뀌는북한의모습을어떻게바라봐야할까?북한은도대체어떤국가이길래이렇게다양한모습을띠는것일까?남북교류가활발한시점에출간된<주체의나라북한>은다양한얼굴을하고있는북한이라는국가를심층분석한책이다.1930년대만주항일무장투쟁부터21세기고난의행군,최근의탈북행렬까지북한의국가권력은다양한얼굴을드러내며국제사회에그존재감을과시해왔다.우리에게친숙한‘전체주의국가’의전일적폭력의이미지는물론만주빨치산의전통을활용한‘유격대국가’의모습,‘어버이수령’의사회적담론을확장시킨‘가족국가’의모습,그리고21세기고난의행군을헤치며장관의파노라마를보여준‘극장국가’의모습등이그것이다.
이런다양한얼굴의북한을바깥의시선에서바라보면굉장히비합리적으로보이기도한다.그러나다수의북한주민들이여전히핵무기로미제와맞설자세를견지하고있듯이,내부주체들의시선에서보는북한은또다르게보일것이다.이런북한주민들의모습을모두세뇌와감시의산물로이해한다면북한은도저히이해할수없는대상으로만머무르고만다.저자강진웅은북한이라는국가를제대로이해하기위해북한주민들이살아가는일상과그사회의내면을탐색했다.그리고북한주민들의시점에서북한사회와국가권력을자세히들여다보고있다.이책을쓰기위해저자는많은탈북자들을만나진술을들었고,다른출판물에나오는탈북자들의수기와진술도참고했다.“이책에서필자는북한사회에대한냉대와무지를극복하며북한을치유하려는우월감이아니라평등한관계에서북한과함께하고자하는이해의마음과분석을학문적,실천적으로제시하고자했다.주체의깃발아래다양한형체를보여주는국가권력의모습과그속에서펼쳐지는주민들의삶의세계를분석하는것도이러한맥락에서이루어진것이다.”
이책의최대장점은하나의시각과편견에만치우쳐있는기존북한연구의고질적인폐단을극복했다는데있다.그러면서북한사회의변화양상을담았고,새로운시각과열린마음으로북한을읽는작업을펼치고있다.저자는이책을통해북한의국가권력을관통하는핵심이민족주의라는맥락속에이해되어야하며,이러한권력이북한주민들의삶에스며들어형성된산물이라는점을이해해햐한다고말한다.통일무용론이확산되고있고,고질적인이념논쟁이벌어지고있는현시점에서이책은북한사회와한국사회를동시에성찰할수있는계기를제공해줄것이다.
주체의나라,그리고민족주의국가
북한사회는주체과학,주체예술,주체농법,주체의학,주체체육등모든것이주체로통하는‘주체의나라’이다.김정은정권역시할아버지와아버지의권력을이어받아주체의전통을그대로지속하고있다.3대가만들고가꾸고있는주체사상은민생단사건에서비롯되어해방과전쟁을거쳐중·소의외압과내부파벌을척결하는과정에서김일성이세운이념이자정치로서,또한김정일이계승한이론이자과학으로서김정은에게까지계승되어주민들의일상에침투한신념체계이자규율된정체성이다.항일무장투쟁에서주체사회주의로달려온북한의근대성에서만주의유격대체제가근대국가의구조로정착되었고,세포가족이가족국가에통합되는한편적대계층에대한탄압과전체주의적폭압이노출되기도했다.무엇보다도한국전쟁의집합적기억을주조하며반미주의의철옹성을쌓은북한은경제난이후에는선군정치와고난의행군을벌여핵위기와경제위기를극복하고자했고,21세기〈아리랑축제〉의향연을통해‘불멸의태양민족’의후예로서‘강성대국의건설’을희원했다.
북한은해방과전쟁을거쳐국내외의복잡한정세에맞서주체와반미의나라로발돋움했다.1990년대초부터는‘사회주의없는사회주의국가’,즉온전한민족주의국가로탈바꿈했다.‘주체’의얼굴을발전시키며폐쇄적인민족주의국가로치달은북한의여정은유격대국가,가족국가,반미국가,생명정치,전체주의,극장국가등의모습이다양하게뒤엉켜나타나며지금에이르고있다.
저자강진웅은북한의국가권력을관통하는핵심이‘민족주의’라고말한다.곧민족독립과내적독재라는‘민족주의의야누스’를답습했다고말한다.민족주의는한국전쟁이후주체노선과반미주의와함께발전했고,소비에트사회주의가붕괴한직후에는더노골적으로드러났다.그러나민족의얼굴을한주체사회주의에정착한순간북한은많은것을희생해야했다.주변강대국의틈바구니에서독자노선을추구하며고립되어갔고,장기적인분단체제와군사경쟁으로인해경제가기울었으며외부의적들과싸우기위해내부독재를강화해야했다.두얼굴의민족주의에서북한은미래와개방의길이아닌과거와폐쇄의길을택했다.과거의상처를치유하고미래를향해나아가기보다는과거의상처를현재화하고미래로까지확장하려했던것이다.다수의제3세계신생독립국가들에서처럼북한의근대성은독립을위한민족자주의길을제시했으나,국가건설이후에는민족의가치를절대화하며내부의이단자를탄압하는독재의길로권력화되었다.
주체사상과우리식사회주의
1장은북한에서다양한얼굴의원초적배경이되는주체사상이역사적으로발전해온과정을탐색한다.구체적으로주체사상이항일무장투쟁에서시작되어사회주의적애국주의와주체노선을거쳐우리식사회주의와조선민족제일주의라는민족주의의얼굴로변화된과정을분석한다.그동안북한은전체주의,봉건왕정,세습국가,깡패국가,범죄국가,불가능한국가등다양한부정적수식어로회자되어왔다.그도그럴것이경제난으로공장의국가재산을빼돌려인민재판을받거나목숨을걸고탈북한후중국에서체포,송환되어강제노역에처해지고성경책을소지했다는이유로공개처형을당한북한주민들의비참한실상은이제그리낯선모습만은아니다.여기에더해연이은핵실험과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이어진3대세습은서구와한국언론의비난과조롱의표적이되어왔다.그러나수많은아사자를낳고부시가붙여준‘악의축’이라는불명예를안으면서도북한정권은전근대적인공포정치를감행하며미국과의대결속에서선군정치를강행하고있다.여전히많은이들이고모부를하루아침에숙청하고이복형마저도외국공항에서암살하는등벼랑끝외교로위태로운정권을이어가는북한의모습을쉽게이해하지못한다.이것은북한의폭력성과이에대한서구와남한의오랜반감을반영하는것이기도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닫힌사회의내면에대해우리가아는것이거의없다는현실을보여주는것이기도하다.따라서접근불가능한사회를그들의입장에서바라보는노력과함께좀더큰틀에서그사회를다면적으로이해하려는노력이필요하다.체제와이념의정당성문제와는별개로우리가과거로부터현재에이르는북한의통치와정권의안팎을동시에이해하고자노력한다면,비상식적으로보이는북한의행위와체제가그들나름의상식과논리에서관철되고있다는것을깨닫게될것이다.보천보전투,토지개혁,한국전쟁,주체사상,우리식사회주의,강성대국건설로이어지는북한의역사적경로와정치적논리를따라가다보면,내외의비판을무릅쓴북한의처절한몸부림이그들나름의내적논리와정당성에기인하고있음을알수있다.
항일무장투쟁의전통과유격대국가
2장은주체의나라북한이유격대국가를발전시키면서항일무장투쟁의전통을사회적으로재구성한측면을분석한다.항일빨치산의혁명전통은권력의신성화작업을통해지배의정당성을확보하는중요한수단이었고,북한정권은정치,경제,군사,출판,문예,교육,일상생활등사회의전분야에서항일유격대의전통을계승하며현재화하고자노력했다.1974년김정일에의해제기된‘생산도학습도생활도항일유격대식으로’라는국가적구호는국가와사회,전인민의삶을좌우하는사상적슬로건이었던것이다.항일무장투쟁의전통은국가의지도이념이자규율의수단이었고,주민들의가치관과생활방식에까지영향을미친사회문화적현상이었다.
유격대국가의또다른얼굴,가족국가
3장에서는유격대국가의또다른얼굴로서발전한가족국가의모습을탐색한다.국가와사회의내재적순응과통합을이룬가족국가의모습은유교문화적접근의논자들이주로분석한탐색대상이었다.전통적인유교문화가사회주의의근대성에발현된것으로평가한유교문화적접근은전통적인효가근대적인충으로확대되어국가가하나의‘사회주의대가정’을형성한것으로보았고,이러한국가-사회의통합은정치권력과유교문화가공명한결과로해석되었다.브루스커밍스와이문웅역시가족국가의문화적권력이사회로침투하여국가와사회,국가와개인의내재적순응관계를형성하고이를통해아래로부터국가권력이정당화된것으로보았다.그러나국가와사회의내재적통합을이룬가족국가체제는경제난의시련을겪으며세포가족이이탈하는현상을낳게되었다.
반미주의와미시파시즘
4장에서는북한의국가권력이반미주의를통해사회로확장된과정을탐색하며,반미권력이주민들의일상에서재구성된미시파시즘을분석한다.전체주의적접근에서주로묘사하듯이,사회주의국가권력은어떠한잡음과마찰없이관철되는전지전능한실체가아니라항시내적인긴장을표출하는역동적인변화의산물이다.기든스의지적처럼,현대국가의전체주의적통치totalitarianrule는국가가사회로침투하여개인을지배하는고도로합리화된통치방식이었다.자본주의와마찬가지로사회주의체제역시문명과폭력을내포한모순적인근대성의역사를보여주었다.사회구조와체계에서개인의정치적의식과행위로이어지는파시즘의미시적작동방식은바로이런측면에서중요한의미를갖는다.
북한의국가권력역시폭압의거시정치를행사했지만,반미의미시파시즘,항일무장투쟁전통의합리화,주체사상의규율화에서결국드러나듯이규율권력의기제를동원한미시정치또한행사했다.따라서미시파시즘의프리즘을통해북한의반미권력이주민들의삶에어떻게침투해재생산되었는가를경제난전후를비교하며탐색해보고있다.
사회주의생명정치
5장에서는북한의사회주의생명정치를탐색한다.소비에트시스템에서출발한근대북한의체제는주체사회주의를지향하면서인구,보건위생,산업경영,주체형성등근대생명정치의기제를국가건설과사회동원에활용하고자했다.마르크스-레닌주의와주체사상의지배하에서도북한정권은과학적국가경영과개인주체의규율적통제라는생명정치의기제를강화했고이를통해서구의근대국가가지향했던문명화를실현하고자했다.그러나6장에서드러나듯이북한의사회주의생명정치는문명화의이면에서국가인종주의를야기하며전체주의적폭력과굴라크체제를형성했다.
전체주의의질곡
6장에서는숙청,처벌,감시,통제로이어지는북한의얼굴중가장어두운단면인전체주의의모습을분석한다.북한은야누스적근대성,문명화,생명정치속에서폭압의권력을배태할수밖에없었고이것이극단화되어공개처형등전근대적인처벌의방식으로이어졌다.소비에트시스템에서사회주의생명정치를추구하며주체의인간형을창출하려했던북한역시전체인구를과학적으로통제하며주민들을전방위로동원하는가운데외세와외세에기댄내부파벌들과정치적이방인들을‘열등한인종’으로규정해말살하는폭압의권력을행사했다.탈북의물결과공포정치의전횡에서드러난북한의사회주의근대성은생명권력의야누스와전체주의의질곡에서벗어나지못했던것이다.
극장국가의명암
7장에서는북한의국가권력이문화를활용해상징적으로사회를동원하는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