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함께 산다 (시설 밖으로 나온 장애인들의 이야기)

나, 함께 산다 (시설 밖으로 나온 장애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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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설 밖 세상으로 나온 이들의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싸우는 삶을 위한 여정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의 24시간은 먹고 자는 것 이상의 사람 간의 소통, 관계, 꿈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시민이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 끝도 없는 연습을 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가 다양한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건 준비되고 나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살 부비며 겪어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왜 시설에서 살아야만 하는가?”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한평생의 삶을 시설에서 보내는 사회, 장애인이 시설에 사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시설을 나와 자립을 선언한 사람들이 있다. 이상분, 유정우, 김범순, 신경수, 최영은, 김진석, 홍윤주, 정하상, 김은정, 남수진, 이종강 열한 명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에 자립 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첨예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포함한다. 근본적으로 이는 그동안 자신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회에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투쟁이다.
‘탈시설’이라는 문제의식은 여태껏 비장애인의 ‘정상성’의 관점에서 장애인이라는 한 인간 존재를 배타적으로 규정해온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수용 시설의 존재 이유와 그 정당성은 단 한 번도 의심된 적이 없었다.
장애가 없는 몸을 정상으로, 그렇지 않은 몸을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도식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존재로 내몰렸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설만이 장애인이 살 곳이라는 위험한 규정은 시설 내의 온갖 폭력들을 방관, 묵인하도록 했다.
이 책에는 이처럼 자신의 삶을 폭력적으로 좌지우지해온 국가나 사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탈시설을 감행한 열한 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과의 만남은 2005년부터 장애인 ‘탈시설 자립 생활 운동’을 통해 탈시설을 돕고, 시설 비리 척결을 위한 시설 조사를 진행해온 단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하 ‘발바닥행동’)이 기획한 인터뷰에서 시작되었다.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여름까지 여러 차례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발바닥행동’과 인연을 맺고 있는 탈시설 장애인들의 경험과 일상이 생생하게 기록될 수 있었다.
1년에 걸친 인터뷰 과정에서 이들은 탈시설 이후의 자립 생활은 물론 시설 문제를 비롯한 국가와 사회 제도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털어놓았다.
저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저자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사회에서분리되어‘거주시설’에서평생을살아가는사람들이있다.대부분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이다.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사회에묻는다.
“가난하고,장애가있는사람들은왜시설에서살아야만하는가?”이질문을갖고2005년부터‘탈시설자립생활운동’을해왔다.
거주시설에사는장애인들이지역사회로나와잃어버린자신의삶을찾고,집에서살고있는장애인들이더이상시설에가지않고지역사회에서의삶을지속적으로이어가도록힘을보태기위함이다.

목차

기획의말시설의존재이유를질문하지않는사회|7
기록의말그다음을사는일|11

1부시설밖에서삶을펼치다|21

이부부가사는법ㆍ이상분,유정우|23
후일담1이여자가사는법|48
후일담2이남자가사는법|59

오늘이라는날짜는다신안와ㆍ김범순|69
후일담김범순이라는아포리즘|93

나의투쟁기ㆍ신경수|97
후일담사람에게무슨등급이에요?|126

나는최영은,사람답게살고싶은인간일뿐입니다ㆍ최영은|129
후일담왜고깃덩어리취급을받아야합니까?|149

세상에는세잎클로버가더많아요ㆍ김진석|155
후일담근데아직미완성이에요|182

2부다시,세상과마주하는방법|185

자부와거부사이,그어디쯤ㆍ홍윤주|187
후일담마땅히물어야할것들|208

아무도내한테알려주지않았어요ㆍ정하상|213
후일담외로운이의옷깃에묻은머리카락한올을어찌할것인가|228

너라면안그러겠어?ㆍ김은정|231
후일담더아픈사람만이아픈사람을위로한다|257

솔직하게말할수있어서다행이야ㆍ남수진|259
후일담연습하면돼~|285

내가떠나지않는이유ㆍ이종강|287
후일담맑고깊은물|316

‘탈시설자립생활운동’함께알기|320

추천사초대를받았다ㆍ고병권|323
이야기를들을준비ㆍ장혜영|328

출판사 서평

시설의존재이유를질문하지않는사회
시설을나와세상에서함께살아가기를택한이들의서사를이해하기위해가장먼저귀기울여야할대목은단연시설에관한이야기이다.이들은탈시설을경험하기전에시설을경험했다.이들이시설을원하는지원하지않는지는전혀중요하지않았다.
시설은과거그들에게거부할수없는숙명같은것으로주어졌다.그리고지금,수많은장애인들이여전히시설을강요받고있다.사회는그들을버거운짐짝혹은무력한존재로규정하고,그래서마치언제나타인의돌봄과동정,시혜만을필요로한다는듯대한다.
시설이사라지지않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장애인은무언가를할수있는사람이아니라타인에게끊임없이받기만할수밖에없는사람이라고,그래서함께살기보다는격리된채돌봐져야만한다고.시설만이해답이라는인식이아직도유효한세상이다.
하지만정작시설에서살아온당사자들이시설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지,그곳에서의삶을어떻게느끼는지에대해서는누구도제대로들으려하지않았다.
자기삶의한평생혹은어린시절의대부분을시설에서보낸이들은시설이라는공간을과연어떻게바라볼까?또한그곳에서의삶을어떻게기억하고있을까?시설에서의삶은이들의탈시설과자립에어떤식으로영향을끼치고있을까?
인터뷰이들의이야기에따르면,시설은한번들어가면나올수없는곳,또한어떤일이일어나도,심지어는사람이죽어도알수없는곳(이상분)이다.또다른이들은내마음대로씻을자유조차없는곳(신경수),강자에게약하고약자에겐강해서무연고자들이훨씬더심한차별에노출될수밖에없는곳(김진석),주말에봉사오는사람들과억지로웃으며사진을찍어야하는곳(홍윤주)으로시설을기억한다.이들의발화를통해우리는시설이어떤공간인지를어렵지않게짐작할수있다.
사회에는꽤나다양한형태의시설이존재한다.종교단체가운영하는시설,사회복지재단,요양시설등저마다성격과운영방식이다른시설들이‘산좋고물좋은’전국각지에포진해있다.여기에나오는열한명의인터뷰이들역시각기다른시설에서살아왔고,상이한시설경험을가지고있다.
그러나이들각각의시설경험에는상이하면서도어딘가닮아있다고할수있는지점들이있다.일상생활을영위하는것부터자기삶에매우중대한결정을내리는것까지모든일을자신의생각과의지대로할수없었다는점이바로그것이다.
시설에서이들은생각과의지를갖고있지않아서다른누군가가멋대로통제하거나관리할수있는대상쯤으로여겨졌다.한마디로,이들은시설에서인간으로서의존엄성을박탈당했다.

“자유와생각을마음대로할수있게”세상으로
그것은결코그들의선택이아니었다.장애를가진어떤사람이스스로시설을선택했다고이야기하는순간조차그선택은그들의것이아니었다.애초에비장애인을위해서설계된사회,그래서장애인에게는지극히평범한일상조차허용되지않는사회에서과연선택이라는게가능하긴한것일까?
사회는턱없이부족한지원으로장애에대한대부분의책임을가족들에게떠넘긴다.결국이모든것이가리키는것은단하나,시설이다.시설은장애인의다른신체적,정신적조건을고려해사회를디자인할수있는가능성을사전에차단해버리고,그일을한일가족의영역에한정해버린결과다.
가족도지치고쓰러지게되면그때이들은시설로보내진다.가족과나를위해시설을선택했다지만이것은결코선택이아니다.선택지가단하나밖에없고모두가그걸가리키는상황을체념한것뿐.
이책의인터뷰이들중그누구도시설을선택했다고말하지않았다.그들은자신들이시설로‘보내졌다’고이야기한다.그사실을깨달은순간,그들은더이상시설에서살지않기로한다.누구는시설에서먼저나간친구나연인을통해,누구는장애인야학이나탈시설을돕는단체에서만난활동가를통해,누구는체험홈(장애인거주시설이용장애인가운데지역사회로의이주를희망하고생활능력이적절하다고판단되는사람에한해일상생활과사회활동등에대한체험기회를제공하는제도)의경험을통해,또누구는거주하는시설의운영비리와폭행문제가불거졌을때기회를잡아탈시설을감행했다.
이일련의과정은탈시설의문제가결국고립을깨고지역사회의사람들과꾸준한네트워크를형성할수있는역량과직결된다는것을보여준다.시설에서사는것이하나도당연하지않고,당신에겐사회에서다른사람들과어울려함께살수있는자유가있다는사실을공유할수있는사람들.
그인연의끈이야말로시설의근거를질문하고탈시설로나아갈수있게힘을실어주었다.

나에겐함께할자유가있다
그렇다면탈시설이후이들은어떻게살아가고있을까?‘발바닥행동’과작가서중원이이들을인터뷰하면서가장세심하게다루고자한부분이바로이들의‘일상생활’이다.1년에걸친밀착인터뷰를통해《나,함께산다》는이들의달라진삶을기록할수있었다.
스스로의의지로시설을나온이후삶을어떻게꾸려가고있는지,일상에서어떤변화들과마주하고있는지,인터뷰이들은자기나름의언어로들려주고있다.우리모두가그러하듯,이들역시저마다의방식으로삶의무게중심을잡고있었다.
시설에서부터사랑을키워오다가탈시설이후부부의연을맺고서로의상처를보듬어주며신혼생활을만끽하고이들도있고,지역사회로나와이웃들을살뜰히챙기고정을나누는이,시설에서자행되는폭력및장애인의자립생활을지원하기는커녕시설예산만을확충하고있는국가와맞서투쟁하고있는이,자신의아이를지극정성으로돌보며살아가는이도있다.
그리고그중에는활동가들과함께오랜기간탈시설을준비했지만지극히현실적인제약들로끝내시설을나가지못한이도있다.그렇지만그는시설에서자신이할수있는역할이있다고믿는다.
자신이눈뜨게된탈시설이라는세상에대해시설사람들에게전해주고,폐쇄된환경에서정보가부족해알지못하는인간의권리를시설사람들이누릴수있도록알려주는것.
그는‘아직’시설에살고있지만,자신이존재하는바로그곳에서시설너머의세상과관계한다는점에서이역시탈시설의한방식이라말할수있을것이다.
시설이라는익숙한공간을떠나이들이얻은것은다른누군가와함께사는삶이다.집단생활속에서늘타인과함께였지만,정작사람대사람으로서관계맺고살아갈기회는한번도가질수없었던이들에게탈시설은자신이원할때스스로의의지로가족,친구,연인혹은낯선사람들과교류할수있는장을열어주었다.

“그러니까당신에게는무엇이필요합니까?”
탈시설후함께살아갈수있는자유가생겼다는것은분명하다.그러나물리적으로는시설을벗어났다고해도,세상으로나온장애인들의현실은결코녹록지않다.세상으로나왔다는사실과그세상을살아가야한다는사실사이에는아직큰간극이자리잡고있다.
이들이원만한자립생활을꾸려가기에세상은여전히‘시설’이라는틀을벗어나지못하고있다.‘버스를타자!’라는외침으로시작된이동권투쟁이지속된지어언20년,‘탈시설자립생활운동’이촉발된지10년정도가지났지만,사회는여전히비장애인을중심으로돌아간다.
장애인과비장애인모두가무탈하게버스나지하철을타고자유롭게이동할수있고,일상생활의다양한편의를누릴수있는방향으로의개선은진중하게고려된적이없다.장애인들이이동권투쟁을벌일때나타나는가장지배적인반응은지금도“저사람들때문에내가손해를보고있다”는이야기이다.
이것이탈시설의현주소이자이들이살아내야만하는현실이다.그누구보다탈시설을희망했지만,온갖합병증에시달리는중증장애의몸때문에끝내시설을나오지않기로선택한인터뷰이이종강씨의이야기는특히우리에게많은것을시사한다.
현행제도가바뀌지않는한,그와같은중증장애인들은시설을나오더라도온전히살아갈수없다.24시간의활동보조서비스,최저생계를보장할수있을만큼의수급지원,의료지원체계와같은영역이확충되지않은상태에서탈시설은공허한외침일뿐이다.
따라서탈시설은결국시설을나오는것그이상을요구하는운동이라할수있다.시설이아닌함께살아갈수있는사회라는공간을요청하는운동으로서탈시설은자립생활의권리를제도적으로마련하는것을우선으로한다.
이것을가능케하기위해우리는이제다른방식으로질문을던져야하지않을까.그몸으로어떻게함께살수있겠냐는의심이아니라,“그러니까당신에게는무엇이필요합니까?”라는질문을말이다.
장애를가진사람이살아가는데필요한것이무엇인지를먼저질문하는순간,장애인이기때문에아무것도할수없다는낙인은효력을상실한다.그빈자리를무엇으로어떻게채워나갈지는함께살아갈사회구성원들의몫으로남겨져있다.
이상분,유정우,김범순,신경수,최영은,김진석,홍윤주,정하상,김은정,남수진,이종강이라는열한명의인터뷰이들은지금막우리에게초대장을보내왔다.우리는그들의삶에초대받았다.이제필요한것은그들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는것뿐이다.다른질문을던질수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