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몸 (세계를 창조하기와 파괴하기)

고통받는 몸 (세계를 창조하기와 파괴하기)

$39.00
Description
“풍부하고 독창적이며 도발적인 책”
고문, 전쟁, 창조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다

고통, 언어, 창조를 연결하는 독창적인 사유를 통해 인간의 창조와 문명을 고찰한 일레인 스캐리의 야심작 《고통받는 몸》의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출간과 동시에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받은 《고통받는 몸》 은 저자 일레인 스캐리를 단숨에 석학의 반열에 올리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일반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로도 선정되었다. 《고통받는 몸》은 일레인 스캐리의 사유를 안내하는 핵심 저서로, 스캐리의 나머지 저작들에 나타나는 키워드와 아이디어가 전부 맹아의 형태로 이 책에 담겨 있다. 《고통받는 몸》이 다루는 고통, 상해, 고문, 전쟁, 핵무기, 동의, 재현, 상상, 창조 등은 이후 스캐리의 다른 저작들에서도 주요한 관심사로 등장한다.
고통의 경험과 고문에 관한 논의에서 고전이 된 이 책은 현재까지도 매우 빈번히 인용되고 있다. 특히 육체적 고통의 표현 불가능성과 공유 불가능성이 논의되는 부분 및 고통이 자아, 언어, 세계를 파괴하는 측면을 기술하는 부분, 몸이 겪는 고통의 측면에서 고문과 전쟁의 구조를 통찰한 부분은 관련 논의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고통받는 몸》은 기본적으로 언어는 물론 한 사람의 세계 전체를 파괴하는 고통을 들여다보고, 고통을 회복해 세계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책이다. 여기서 스캐리는 고통의 발생 및 제거/회복이 ‘파괴하기’와 ‘창조하기’라는 두 가지 주요한 활동과 맞물려 이루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독자들은 고통으로 인한 세계의 파괴에서 시작해 고통을 제거하고자 촉발된 인간들의 세계 창조로 움직여 나가는 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캐리는 창조를 고통을 낫게 하고 치유하는 집단적 노력으로, 다시 말해 타인과 함께함으로써만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상상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창조가 과도한 팽창으로 이해되는 시대에 이처럼 긍정적인 잠재력으로 창조를 사고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매우 낯선 것으로. 스캐리의 독특한 사유를 짐작케 한다.
저자

일레인스캐리

하버드대학교영문학과교수.첫저서이자대표작인《고통받는몸》(1985)으로커다란주목을받으면서단숨에석학의반열에올랐다.‘독창적인사유’의학자스캐리의참고문헌은영문학정전은물론군실무참고서,미해군잡지와항공기술잡지에까지이른다.문학·법·군사·기술·정치등여러분야를넘나들고광범위한소재를다루면서집필과강의를해왔지만,스캐리의작업한가운데에는언제나인간의고통을향한연민이있다.《고통받는몸》부터시작하여,스캐리는인간몸이훼손되는상황과사건들에민감히반응하면서육체적고통과언어,상상과창조,아름다움과정의,핵무기의위험,시민권과동의등의관심사를꾸준히탐구해왔다.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일반논픽션부문최종후보에오른《고통받는몸》은출간과함께지식인사회의뜨거운관심과찬사를받았으며,고통이지니는철학적·사회적·정치적함의를논할때필수문헌이됐다.이후스캐리의주저로는《재현에저항하기ResistingRepresentation》(1994),트루먼커포티문학비평상을받은《책으로꿈꾸기DreamingbytheBook》(1999),《아름다움과정의로움에관하여OnBeautyandBeingJust》(1999),《누가나라를수호했는가WhoDefendedtheCountry?》(2003),《법의지배,인간의실정RuleofLaw,MisruleofMen》(2010),《비상상황에서사고하기ThinkinginanEmergency》(2011),《핵무기군주제ThermonuclearMonarchy》(2014),《그대에게이름을주다NamingThyName》(2016)가있다.

목차

서론ㆍ6

1부파괴하기
1장고문의구조:실제고통을권력이라는허구로전환하기ㆍ40
2장전쟁의구조:훼손된몸들과고정되지않는쟁점을병치하기ㆍ97

2부창조하기
3장고통그리고상상하기ㆍ260
4장믿음의구조그리고그구조가물질적창조하기로변경됨
:유대-기독교성서와마르크스의저작에서나타나는몸과목소리ㆍ293
5장인공물의내부구조ㆍ458

감사의말ㆍ539
미주ㆍ543
발문ㆍ604
옮긴이의말ㆍ622
찾아보기ㆍ634

출판사 서평

*몸이보내는고통의신호들을포착하다
《고통받는몸》의세부적인논의들로들어가기에앞서이책이쓰인시대적배경에대해살펴볼필요가있다.일레인스캐리가《고통받는몸》을쓴1970년대는과연어떤시기였을까?이물음을이렇게바꾸어볼수도있을것이다.1970년대는인간의몸에어떠한폭력과위협이가해지던시기였을까?
《고통받는몸》이쓰인1970년대중후반부터1980년대중반은베트남전쟁이끝난지얼마되지않은때로,미·소갈등과핵무기군비경쟁이계속되고있었다.게다가1979년에는주이란미국대사관인질사건이발생해미국사회가충격에휩싸이기도했다.무엇보다도이책이집필되는데가장직접적인영향을준것은국제앰네스티의고문철폐캠페인이었다.1972년에시작되어10년간지속된이캠페인은세계곳곳독재정권하의고문의실상을드러냈다.이캠페인을통해국제앰네스티는신뢰받는조직으로크게성장해노벨상(1977년)과유엔인권상(1978년)을수상하게된다.
이렇듯《고통받는몸》은인간이대규모로상해를입었고입고있으며앞으로도입을수있는위험에노출된당대의상황을기민하게인식한결과물이라할수있다.《고통받는몸》을시작으로스캐리는인간이겪는상해와고통,그리고그처럼언어로표현되기힘든것들을표현하는문제를끈질기게탐구해나갔다.2001년의9.11사건과뒤이은‘대테러전쟁’의맥락에서나온《누가나라를지켰는가》(2003),《법의지배,인간의실정》(2010)및핵무기의위험과그에맞설수있는민주주의와법을논하는《핵무기군주제》(2014)등은모두그런문제의식속에서쓰여진저작들이다.1970년대를관통한고문철폐캠페인부터냉전시기부터이어지고있는핵무기위험까지,스캐리는폭력과상해로인한몸의고통에지속적인관심을기울이고있다.

*고통은표현될수있는가

“육체적고통엔목소리가없다.하지만고통이마침내목소리를찾을때고통은이야기를시작한다.”
스캐리는《고통받는몸》이다루는주제를크게세가지로정리한다.육체적고통을표현하는일의어려움이첫번째주제이며,그다음으로는이러한어려움때문에발생하는정치적문제를다룬다.
마지막으로는인간의창조가지니는본성에대해서술함으로써어떻게‘창조’를고통을극복하는하나의윤리로탐구할것인지를이야기한다.
육체적고통이근본적으로가지고있는표현불가능성은《고통받는몸》의첫문을여는논의가된다.고통을겪고있는사람에게고통은너무도자명한현실이지만,타인이그고통의존재를알아차리기란매우어렵다는것이다.설령지속적인관심과노력을통해그고통을이해한다고하더라도,타인이이해하는그괴로움은실제고통의미미한단편에지나지않는다.따라서고통을겪는사람의‘고통스러워하기’는그자체로하나의확신이지만,그당사자가아닌다른사람이‘고통에관해듣기’는‘의심하기’의가장좋은사례가될수있다.
이처럼스캐리는고통을언어의문제에밀착해사유한다.소포클레스작품의영어판에서등장하는‘아!’‘아!!!’와같은외마디의비명이시사하듯,고통앞에서언어는철저히부서진다.고통스러워하는필록테테스의울부짖음과비명이영어에서는상응하는말을찾지못해‘아’같은단일음절로표현된것인데,스캐리는이것이특정언어의표현문제가아니라언어를굳게하는고통의완전한경직성에서비롯된다고이야기한다.스캐리에따르면,고통은애초에언어에저항할뿐만아니라언어를적극적으로분쇄하여언어이전의소리와울부짖음으로되돌리는본성을갖는다.이는고통이우리의식의다른상태들과다른예외적특성을가지고있다는데서연유한다.말하자면고통은의식의내적상태가외부의대상을수반한다는인식자체를중단시킨다.사랑,증오,두려움등과같은상태들은항상무언가에대해형성되거나무언가를향해있다.우리가‘~에대한사랑’‘~를향한증오’등과같은목록들을어렵지않게나열할수있는이유다.무한히나열될수있는이런언어목록들은몸의경계를넘어외부의공유할수있는세계로이동해나가는인간의능력을시사한다.하지만고통이개입하는순간인간의이러한능력은중단된다.즉고통은지시대상을갖지않는다.바로이이이유때문에고통은다른어떤현상보다도더언어로대상화되는데저항한다.
여기서중요한것은고통이언어적대상화에저항한다는사실,즉고통을표현하기어렵다는사실이모종의정치적,지각적문제들을발생시킨다는점이다.이정치적,지각적문제들을살펴보면고통이‘권력문제’와얼마나복잡하게얽혀있는지를알수있다.고통을표현할수있는언어가통상적으로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은사람들로하여금고통에관심을갖기어렵게만든다.고통을언어적으로재현하는데따르는어려움이곧고통을정치적으로대변하는일의어려움으로이어지는것이다.나아가고통의존재자체가아예부인되기도한다.이처럼고통의표현불가능성은고통받는사람의현실과다른이들의현실사이에완전한단절을일으킨다.나아가우리는고문과전쟁에서고통의실제성이고통이아닌다른무엇으로이전되는현상을목격하게된다.고문과전쟁에서고통받는몸,상해를입은몸,없애기어려운죽은몸등몸의논박할수없는실제성은자신의원천에서분리되어권력의이데올로기나쟁점에부여된다.한인간이겪는절대적고통이절대적권력및전쟁결과라는허구로대체,전시되는것이다.

*‘함께’고통의언어를만들어내기
고통의표현불가능성은역설적으로고통의언어를만들고자하는노력들을촉발해왔다.고통은그본성상언어를거부하지만,고통을감소시키고자할때(고통을)언어로표현하는행위는반드시수반되어야한다.고통이외의다른의식상태는대상이박탈되면고통에가까워지지만,반대로고통은대상화된상태로변환됨으로써일부제거될수있기때문이다.즉고통의언어를만든다는것은,언어에가닿는것이일반적으로불가능한고통의영역에손을뻗어그경험을담아낼수있는언어구조를만들려는노력이며,언어와대상화에필사적으로저항하는고통에대한또다른필사적인저항에가깝다.대상화를향한길위에고통자체를올려놓음으로써고통의본성을뒤집고자하는인간의노력은실로매우중요한실질적,윤리적기획으로제시되어왔고,여전히중대한이슈이다.
그렇다면언어적대상화를거부하는고통의본성을전도하려는이들은누구일까?다시말해고통을말하기위한언어를창조하는사람들은누구일까?고통을말하기위한언어를고안하는사람은몸소큰고통을겪은당사자일수도있지만,때로는당사자가아닌타인이그를대신해고통의언어를만들어내곤한다.고통을겪고있는사람이보통말할수있는자원을전부잃은상태라는점을감안하면이사실은그리놀랍지않다.이렇듯언어를마련함으로써고통이라는철저히사적인경험은공적담론의영역으로진입하는통로를확보하게된다.
고통을공적으로담론화할수있게해주는몇몇통로들은우리에게도익히알려져있다.그중에서도특히의학은가장명백해보이는통로이다.고통이라는육체적문제를다루는의학연구는무엇보다도언어를만드는문제와밀접하게관련되어있다.의사가하는작업의성공여부가고통을말하는조각난언어를듣는데필요한예민함,또는그조각난언어를더명확하게말할수있도록이끄는데필요한예민함에달려있기때문이다.하지만반대의견도만만치않다.오히려의사들이인간의목소리를신뢰하지않고,따라서듣지않는다는것이다.환자가자신의몸에서일어나는사건들을설명할때의사들이환자를‘신뢰할수없는해설자’로여기며환자의말에별반주의를기울이지않는것은사실너무도흔한풍경이다.물론그럼에도고통의본성을파악하고그것을치료하는의학적시도들은역사적으로지속되어왔고,현재에도활발히진행중임은부인할수없다.
《고통받는몸》의집필에큰영감을제공한원천으로스캐리가언급한국제앰네스티의작업들에서도언어의문제는막중하다.《고통받는몸》과직접적으로맞닿아있는자료인고문보고서를비롯해국제앰네스티의여러출판물,상해재판기록에는고통이언어로이행되는과정이담겨있다.‘고문중단’을이끄는국네앰네스티의능력의핵심은실제로누군가의고통이라는현실을고통받고있지않은사람들에게전달하는것에달려있다.이를테면어떤사람이앰네스티의소식지를우편으로받는다고할때,그소식지의말들은누군가의몸에서경험되고있는고통을전달할수있어야만한다.독자가고문관련정보를수용하게하는것이상으로,독자가고문철폐를적극적으로지원하도록촉구하는것이관건이된다.
이외에도법정,예술등을통해고통은언어의문턱으로들어오게된다.소송역시고통을표현하는일의어려움을극복해야하며,이런압력아래에서변호사는언어의발명자가되어야한다.문학작품들의경우,훨씬더강력한형태의위안을제공한다.스캐리는여러예술가들의이야기속에서고통이표현되는방식에주목하며,우리가그말들을빌려사용할수있는가능성에대해언급한다.고통앞에침묵할수밖에없는위기가찾아올때이러한이야기들의도움을받을수있다는것이다.

*파괴하기그리고창조하기
‘고통받는몸’에서가장문제가되는것은바로(세계를)‘파괴하기’와‘창조하기’이다.크게‘파괴하기’와‘창조하기’로나뉘어져있는이책의구성은스캐리가인간의몸그리고몸이겪는고통들을어떤지평위에서이해하고있는지를짐작케한다.《고통받는몸》에서독자들은육체적고통을표현하는일에관한이야기가궁극적으로창조라는더큰틀안으로열려나가는모습을볼수있다.스캐리는창조를기본적으로고통에서촉발된행위로본다.창조란인간의몸을투사한인공물을만듦으로써몸이겪는고통과불편을줄이려는시도이며,인류문명전체가여기에기인하고있다는것이다.창조행위의정반대지점에는고문과전쟁으로대표되는파괴행위가놓여있다.그러나스캐리의사유에따르면,파괴하기와창조하기라는단순한대립구도만으로는충분치않다.
스캐리는파괴하기를창조하기와의관계속에서좀더복잡하게사유할필요가있음을강조한다.고문과전쟁이라는두사건을면밀히분석하는과정에서스캐리는파괴가단순히무언가를없애거나분쇄하는것이아니라창조혹은창조된것을모방하고전유하여뒤집고거슬러올라가면서지우는활동이라는점을드러낸다.창조가대상/사물을지어내고실제화하는과정,즉인공물을고안해냄으로써불편과고통을제거하고인간의신체를연장하는활동이라면,고문과전쟁은역으로그러한인공물들을해체해고통을생산한다.인공물을해체한다는것은벽,창문,거처,의학,법,친구등문명에속하는모든것들을무기로전환해절멸시키는과정을뜻한다.문명을떠받치고있던모든인공물들이파괴를위한무기로전도되는것이다.스캐리가국제앰네스티의고문보고서에서얻은깨달음도바로이것이었다.자신이보고있는잔혹함의구조가창조를거꾸로세워놓은것이라는그깨달음을스캐리는고문과전쟁에대한정교한분석으로구체화했다.

*성냥갑안작은쪽지에담긴치유:“용기를!”
어느순간부터세계는창조보다는파괴로채워지기시작했다.특히기술문명의파괴성이극에달한제2차세계대전이후,문명과문명이고안한갖가지인공물들을창조보다는일종의파괴로바라보는관점이더욱손쉽고우세해진것도사실이다.최첨단의기술을활용한살상무기들이대규모로생산되고,인간의창조때문에생태계의고통이늘어만가고있는시대에창조를긍정적으로상상하는것이과연가능한일이기는한것일까?
우리가창조의전망이밝다고할수없는시대를살아가고있다는것은부인할수없는분명한사실이다.많은사람들이스캐리의사유를매우낯설게느끼는이유다.스캐리는창조행위에여전한중요성과가능성을부여한다.좀더정확히말하면스캐리는창조를취약성이라는인간의조건에내재한가능성으로바라본다.인간은몸을가짐으로써고통받고상처입을수있지만,역설적으로바로그조건속에서인간이창조할수있게된다는것이다.나아가그는이창조를문명밖이아닌문명안에서상상한다.지나친생산과팽창이인간은물론여타의생태계를위기에빠뜨리고있는시대라고들하지만,그렇다고단순한퇴행이답이될수는없을것이다.결국해답역시‘창조’에서구해져야하는게아닐까.스캐리는‘속세’를떠나거나숲으로들어가‘자연인’이되자는식의비전을결코제시하지않는다.오히려더욱문명안으로들어옴으로써,문명의인공물들을치열하게고심하고궁리하는와중에치유와구원을모색해야한다는것이야말로《고통받는몸》이전하는극진한통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