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인가? (그람시를 읽는 두 가지 방식)

무엇을 할 것인가? (그람시를 읽는 두 가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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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알튀세르의 미출간 유고집을 만나다

그람시를 정면으로 비판한 알튀세르 최초의 문헌
“마르크스주의 연구의 필독서가 될 것”
알튀세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유고집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다섯 번째 유고집은 다른 유고집들과 달리 알튀세르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알튀세르 유고집의 탁월한 편집자이자 영어 번역자인 G. M. 고슈가리언은 현대출판기록물연구소IMEC에 위탁되어 있던 알튀세르 문서고에서 이 원고들을 발견해 작업한 뒤 2018년 9월 프랑스에서 최초로 출간했다. 한국어 번역 작업도 2개월 만에 이루어져, 한국 독자들 역시 거의 동시에 유고집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1장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무엇’>, 2장 <안토니오 그람시의 절대적 경험주의>, 3장 <그람시인가 마키아벨리인가>, 4장 <그람시, 유로공산주의, 계급독재>라는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유고집은 유로공산주의의 철학적 뿌리로 제시된 그람시 사상에 내재된 난점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역사 혹은 정치에 대한 그람시의 사상을 주로 ‘절대적 역사주의’ ‘절대적 경험주의’로 언급하며 알튀세르는 ‘상부구조론’ ‘헤게모니’ ‘시민사회’와 같은 그의 주요한 논의들을 치밀하게 검토, 비판한다.

생전에 출간한 텍스트들에서 그람시에 대해 단편적으로만 언급한 것과는 달리 이 유고집에서는 그람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알튀세르는 그람시의 ‘절대적 경험주의’ 혹은 ‘절대적 역사주의’를 비판함으로써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분석’의 이론가로서의 레닌을 재평가하고, 동시에 말년의 알튀세르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사상가 마키아벨리의 중요성을 그람시와의 대조를 통해 부각시킨다.
저자

루이알튀세르

1918년알제리비르망드레이스에서태어났다.1939년윌므가파리고등사범학교에입학한후곧바로징집되어2차세계대전에참전했다.독일수용소에서5년간의포로생활을한후,학교로돌아와헤겔철학에대한논문을쓰고졸업했다.이후같은학교에서철학교수로재직하며자크데리다,알랭바디우,에티엔발리바르,자크랑시에르등훗날저명한학자가될제자들을가르쳤다.
1948년프랑스공산당에입당한그는1960년대부터본격적으로마르크스주의에관한자신만의독창적연구를발표하기시작한다.그출발점이바로1965년연속으로출간한두저작《마르크스를위하여》와《‘자본’을읽자》이다.하지만알튀세르의작업은프랑스공산당에의해철저하게무시된다.이두저작의출간이후알튀세르는철학과정치,그리고과학사이의관계라는문제에천착해<레닌과철학><자기비판의요소들><아미엥에서의주장>등의논문과《철학과과학자의자생적철학》《입장들》등의저서를통해1980년직전까지철학의정의를정정하는방식으로자신의작업에대한자기비판을수행하고자신의작업을발전시킨다.
알튀세르사후그의유고집이꾸준히출판되기시작했으며,특히이책《무엇을할것인가?》의편집자고슈가리언과현대출판기록물연구소의노력으로프랑스대학출판부의‘비판적관점’총서로최근총다섯개의유고집이출간되었다.《철학에서마르크스주의자가된다는것》《비철학자를위한철학입문》《검은소:알튀세르의상상인터뷰》《역사에관하여》《무엇을할것인가?》가그것이며,2019년에는《이데올로기적사회주의와과학적사회주의》의출간이예고되어있다.

목차

편집자노트ㆍ7

1장무엇을할것인가?에서무엇11
2장안토니오그람시의절대적경험주의53
3장그람시인가마키아벨리인가?119
4장그람시,유로공산주의,계급독재151

미주ㆍ162
옮긴이해제ㆍ189

출판사 서평

“그람시는목욕물과함께아이까지내다버리며……”

알튀세르의그람시비판을세부적으로살펴보기전에먼저우리는‘유로공산주의’라는노선을염두에둘필요가있다.그람시의사상은그유로공산주의의철학적뿌리로제시되었으며,이탈리아는물론스페인,영국,일본,미국등다수의자본주의국가들에서헤게모니를획득한바있다.다른한편으로,1976년프랑스공산당이유로공산주의노선에입각해프롤레타리아독재개념을포기하기로했을때알튀세르가이에맞서공개적으로투쟁했다는사실역시익히알려져있다.알튀세르의여러유고집중하나인《무엇을할것인가?》는알튀세르의바로그투쟁의폭과깊이를매우잘보여준다.
이처럼알튀세르는그람시의사상이그자신의바람대로전세계의대중에게광범위하게침투하고있는정세속에서정치는물론역사에관한그의논의가실제로무엇을겨냥하는지를상세히검토하고싶어한다.알튀세르가보기에그람시는‘절대적역사주의’혹은‘절대적경험주의’라는빈약한함정속에빠져있다.절대적경험주의는구체적인것에대한인식을철학적‘이론’의단순한‘적용’으로개념화하는심각한위험을피하게해준다는점에서분명한이점을갖지만,그만큼이나결정적인이론적취약점또한드러낸다.구체적인것이역사적인것이라고제시하기위해서는구체적인것이항상변화한다는점을전제해야하는데,그것은결국역사를단순한변화로간주하기때문이다.그렇다면역사를단순한변화로간주할때우리는어떠한함정에빠지게될까?
위와같이절대적경험주의에기초한절대적역사주의는역사에존재하는상대적으로안정적인구조들혹은그구조들이그구조들에영향을미치는변화들아래에서오랜기간지속된다는점을결정적으로놓치고있다.마르크스가언급했던자본주의적생산관계라는하나의안정적인구조를말이다.마르크스는이안정적구조가스스로를영속화하는수단으로적대적항들의변화를생산하는조건을필요로한다는점,즉안정적구조와변화의유기적관계를이미탁월하게파악하고있었다.‘구체적변화’를‘구체적으로’이해하는데필수적인것은결국안정적구조에대한이해라할수있다.
흔히그람시는상부구조의이론가로매우잘알려져있다.하부구조의한요소로선언되었던‘생산력발전’이라는이름으로스탈린주의적정책이진행되었던시대에그람시는상부구조와국가의역할,그리고스탈린주의적정치에대항하는정치의역할을강조했던것이다.그러나알튀세르는그람시의상부구조론을완전히다른방향에서바라본다.알튀세르는그람시가하부구조에어떠한분석도할애하지않으면서오로지상부구조에천착하는경향이있다고말한다.다시말해그람시에게서역사유물론은말소되는경향이있다는것이다.그람시가상부구조의현상들,즉국가와이데올로기에제대로관심을쏟은첫번째이론가였다는사실은한편으로그가하부구조를철저히버려둠으로써상부구조를하부구조와맺는유기적관계속에서성찰하지않았다는점을말해준다.따라서그람시는국가,법,이데올로기들이‘있다’는사실은말할수있었지만그것들이어디에서어떻게만들어졌고,왜여기에존재하는지에대해서는전혀답하지못했다.이런분석은‘사태나사물이원래그러하다’는것외에는아무것도말하지못하는역사주의,즉하나의경험주의이다.
이뿐만아니라그람시는생산양식이라는마르크스주의적개념을‘역사적블록’이라는개념으로대체하려는경향을보여준다.생산양식이두계급사이의근본적인적대가작동하는장소인생산관계에의해정의되는것과달리,그람시의‘역사적블록’은‘윤리적이고역사적인통일체’라는완전히다른무엇을환기한다.그람시는국가를‘유기적지식인들’을통해‘인민’에게행사되는헤게모니에의해통합된윤리적총체성으로사고된역사적블록으로개념화했지만,이인민들을윤리적국가의‘시민’으로만드는관념들과실천들을주입할때특정한폭력이행해진다는점은포착하지못했다.다시말해이런관념적이고이상적인국가형상에는계급과계급투쟁에관한것이전혀포함되어있지않다.모든것이상부구조로환원될뿐이다.
이러한난점은국가와시민사회를구분하는데에서한층더심화되어나타난다.그람시는공적인연합체인국가와달리시민사회를국가바깥에존재하는사적연합체들전체로제시하며표면적으로국가와시민사회를구분지었다.이사적연합체들은공적이지않고,법/권리의관점에서국가와그어떤관계도맺고있지않다.하지만동시에그는사적연합체인시민사회를‘헤게모니적장치들’로형언했다.그러면서도그는그장치들의구조라든지기능에대해그무엇도말해주지않는다.마치‘우산은비내릴때쓰는물건’이라는(아무런지식도제공하지않는)동어반복처럼,그람시는‘이장치들이헤게모니적’이라고이야기한다.헤게모니적인것의원인이무엇인지,헤게모니가어떻게보증되고수용되는지따위가언급되지않는다면결국헤게모니에대해말해진것은하나도없다.이렇듯그람시는헤게모니에대해이야기할때묘사의층위에머무르고있다.나아가그람시가보고있는국가의두가지계기,즉국가에는힘/강제/폭력/독재라는계기와다른한편헤게모니/동의/일치라는계기가존재한다는인식에는다음과같은모순이존재한다.헤게모니라는계기가가리키는것은결국시민사회인데,국가바깥의사적연합체로사고된시민사회가어떻게국가의한계기가될수있는지는짚어내지않는것이다.국가의본질적계기하나가국가외부의존재라는형태를취한다는점에대해그람시는어떠한성찰도제시하지않았다.
그러면서도그람시는여전히마르크스와레닌과의관계를완전히끝내지못했다.그는국가가지배계급의손에쥐어진도구이기도하다는점,그리고강제적힘과헤게모니에대한문제의식뒤편에서국가라는수단에의해행사되는계급독재라는질문이제기된다는점을잘알고있었다.그럼에도그는계급독재에대해말하는대신,헤게모니개념이그대체물역할을수행하도록만드는쪽을택했다.시민사회가국가의바깥에존재하면서도동시에국가와연결되고,결국에는국가전체를포괄하는데에까지이를수있다는사실을주지한다면,우리는그람시가결국국가자체를하나의헤게모니현상으로대체하는데이른다는것을어렵지않게예상할수있다.
하지만알튀세르가여러번지적했듯그람시는헤게모니(즉그것의동력)에대해충분히설명하지못했다.그람시에게서국가의계기중하나였던힘은그자체로헤게모니(지배계급에의해획득된동의)속으로흡수되고,이힘은모든사람들의일부분이되어비가시적이되어버린다.여기에서알튀세르는국가에분명존재하지만비가시적이되어버린이힘을그렇게‘비가시적으로’작동시키는수많은이데올로기적장치들의존재를언급함으로써,그람시에게서결정적으로빠져있는것이‘이데올로기론’이라는점을시사한다.그람시가그토록침묵했던헤게모니적장치들의헤게모니적효과의원인이해명되기위해서는결정적으로이데올로기론이필요하다는것이다.

그람시인가마키마벨리인가

절대적역사주의를겨냥해그람시사상의거대한공백지대를짚어낸알튀세르는궁극적으로그람시를마키아벨리와대조함으로써그사상의취약점을선명히부각시킨다.그람시가마키아벨리의《군주론》에서적지않은영향을받았다는것혹은그람시사상의중요한출발점이마키아벨리라는것은명백하다.그람시는마키아벨리가주창했던새로운군주의모습에서당대에필요했던노동계급에기반을둔혁명정당의모습을보았다.
그러나알튀세르는그람시가그의스승인마키아벨리에비해사상적으로한참빈약하다고꼬집는다.마키아벨리와달리그람시는국가안의헤게모니에대해힘(군대)이취하는우위를주장한적이없었다는것이다.그람시가헤게모니에대한힘의우위를간파하지못했던이유는그가힘을생산적이고비옥한것으로생각하지못했고,따라서힘이헤게모니의효과를‘생산’할수있는장소로서의전략(시민들을군대에통합시킴으로써정치적으로교육하기)이될수있다는점도전혀생각하지못했기때문이다.그는힘이라는것을난폭하고벌거벗은것으로만생각했던것이다.사자의힘만을떠올렸던그는결코여우(간지,즉이성전체가가장할수있는힘에달려있다는점에서인간보다더욱지적인짐승)의힘,즉이데올로기에대해서는생각하지못했다.
마키아벨리는그람시와는대조적으로이문제에대해침묵하지않았다는것이알튀세르의평가이다.다시말해마키아벨리는‘헤게모니적장치들’을제대로작동하게할수있는것은무엇인가라는질문에답변했고,그럼으로써이데올로기론을발전시킬수있었다.헤게모니를그저헤게모니의효과들로만정의하는것은하나의동어반복에그칠뿐이므로그효과가아닌‘동력’을정확히밝혀내야한다는것을마키아벨리는알고있었다.국가에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는‘이데올로기’로헤게모니를정의해야한다는점을인정한것이다.
알튀세르는이렇듯마키아벨리가국가의기능이지니는한측면을이해하기위한필수적인개념으로이데올로기적국가장치라는개념에이르는길을처음으로개척했다고평가한다.마키아벨리는이데올로기를국가에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는것으로사고했을뿐아니라,나아가이데올로기의물질성까지정확히간파해냈다.그는이데올로기가‘관념들’이아니라어떤특정한물질성,즉이데올로기를실현하는‘장치들’의물질성이라는점을정교하게보여주었다.이데올로기의힘은분명사자의힘이아니라여우의힘이며,이힘의핵심은물리적폭력이든가장이든이를만들어내기위해사자의힘을분별력있게활용할수있다는것이다.바로이것,국가권력을사자의힘과여우의힘이라는이중의능력을갖춘것으로사고했다는것이마키아벨리를그람시와구분짓는매우중요한단서가된다.

유로공산주의와그람시

알튀세르는유로공산주의전략의역설에대해설명한다.유로공산주의전략이가능하다는것을증명하는구체적상황에대한구체적분석이존재하지않을뿐아니라,유로공산주의가스스로의고유한이론을갖지못하고있다는점에서그역설이드러난다.구체적분석없이이론이란불가능한것이다.결국유로공산주의는고유한이론을갖지못한채다른이론들에기반을두고있는데,그다른이론중하나가바로그람시의사상이다.
그람시는유로공산주의로하여금국가권력의쟁취를전면적공격의결과로서,즉모든법을위반하고민주주의를무시하는인민의폭력의결과로서가아니라시민사회의정복을목표로하는‘진지전’의결과로서사고할수있게한다.민주주의적법에가해지는폭력을전제하는전면적공격과달리시민사회에대한정복은‘한걸음한걸음앞으로나아가듯’‘벽돌을하나하나쌓아가듯’위치를하나하나점해가는식으로행해진다.이러한점진적‘전진’은그어떤폭력도요구하지않기때문에기존법,즉기존부르주아민주주의를따라정복이이루어지는것을가능케한다.
하지만이처럼폭력없이동일한수단으로시민사회를정복함으로써국가를충분히정복할수있다는것을어떻게증명할수있을까?알튀세르는바로여기에서헤게모니에관한그람시의이론의실체를확인한다.그의이론은어느한국가의‘헤게모니의한계기’로서‘시민사회’에관한이론이아니라,헤게모니로서국가에관한이론,좀더정확히말하면헤게모니라는통념을통해국가라는통념까지도대체하는이론이다.알튀세르는결과적으로그람시가계급독재와국가라는두가지계기를헤게모니라는통념속으로욱여넣는다고지적한다.한사회안에서전개되는계급투쟁과관련해서,그리고국가가바로그계급들의분할을재생산하는특수한도구의역할을수행한다는점과관련해서,그람시는계급과계급투쟁모두를말소한다.대신자신이‘헤게모니투쟁’이라고부르는것,그러니까지배계급의헤게모니와피지배계급의헤게모니사이의투쟁이라고부르는것만이존재한다.계급투쟁이헤게모니투쟁으로사고된다는점에서,그리고국가자체가지배계급의헤게모니로흡수된다는점에서국가라는질문은실천적,이론적으로비워진다.
궁극적으로이는국가의정복이라는질문을시민사회의정복이라는질문으로환원시킴으로써국가라는질문자체를제기하지않는방향으로나아간다.알튀세르가보기에그람시는이렇게하나의현실을또하나의현실로환원하고,하나의질문을또하나의질문으로대체하는것에굴복했던것이다.그중가장심각한것이바로국가를시민사회로환원,대체한것이다.이를통해우리가명확히알수있는것은다음과같다.그람시에게서국가는헤게모니의현상에불과하기때문에정말로존재하지않고,따라서질문될수도없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