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노동 찾기 (당신이 매일 만나는 야간 노동자 이야기)

달빛 노동 찾기 (당신이 매일 만나는 야간 노동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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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4시간 풀가동 사회… 야간 노동자들의 삶은?
우리가 매일 만나지만 한 번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야간 노동자들의 일상을 기록한 인터뷰집 《달빛 노동 찾기》가 출간되었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밤을 꼬박 지새우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24시간 일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이 사회는 자신의 밤과 잠을 희생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땀을 갈구한다.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의’를 누될수록, 그 ‘편의’가 한밤중에도 지속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을수록, 누군가의 밤과 휴식은 점점 더 짧아진다. 이렇게 장시간 일하는 야간 노동자들의 삶은 현재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장시간 야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떤 사고가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을까? 그 노동의 가치는 인정받고 있을까?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용균 씨 또한 밤새 야간 노동을 하다 기계에 끼어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았다. 김용균 씨는 그날 밤 홀로 일하고 있었다. 《달빛 노동 찾기》의 필자들은 이렇게 장시간 야간 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노동자들의 일터로 향했다. 야간 노동의 일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때로는 우리의 바로 옆에 있기도 했다. 우편집중국, 방송국, 대학교, 병원, 공항, 지하철. 감옥, 급식소, 고속도로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편의와 안전을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일터에서 ‘24시간 풀가동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곧 우리가 곁에서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저자

김영선

사회학자로자본주의와연동된시간의문화/정치에관심이많다.고려대한국사회연구소연구교수로있고노동(시간)문제의새로운전망을모색하는대안연구모임인노동시간센터에참여하고있다.최근재난속노동(인권),플랫폼노동자,과로사/과로자살문제를보고있다.《정상인간》《누가김부장을죽였나》《과로사회》《잃어버린10일》등을썼다.

목차

들어가는말
밤을잃은그대에게

첫번째이야기
밤에파묻힌노동
-우정실무원비정규직노동자

두번째이야기
무엇이그의심장을멎게했을까
-대학시설관리노동자장석정.심학재씨

세번째이야기
방송작가는노조와함께성장중
-전국언론노조방송작가지부이향림?최지은씨

네번째이야기
내인생에걸맞은‘이름’을가질권리
-병원지원직노동자조영재씨

다섯번째이야기
비행기에저당잡힌혁명가
-공항항만운송본부비정규지부노동자지명숙?김태일씨

여섯번째이야기
잠들지않는지하세계사람들
-서울교통공사노동자

일곱번째이야기
철밥통공무원?매일이직꿈꾸며버틴다
-교정직공무원L씨

여덟번째이야기
노동자의밤잠이일으킨효과
-단체급식조리원박정연씨

아홉번째이야기
24시간고속도로를지키는사람들
-고속도로안전순찰원박현도?오택규씨

해설
디지털모바일시대의달빛노동

출판사 서평

통계조차잡히지않는야간노동자들의삶
경제논리로인해사라져버리는노동자들의목소리를기록하다

내노동에는이름이없습니다

야간노동에종사하는이책의주인공들은밤샘근무후잠잘시간을쪼개가며인터뷰에응했고,자신의일터를어렵사리보여주었다.그건단순히야간노동의고충을토로하려는것이아니라,자신들의일이삶의균형을무너뜨리지않기를,노동이가치를제대로인정받고존중받기를바라는의지였다.
낮에활동하고밤에수면및휴식을취하는인간의기본적인신체리듬을거스르는야간노동은노동의질을극심하게떨어뜨리고있었다.게다가야간노동자들은필수적인업무를맡고있었음에도노동자로대우받지못했고,한시적이고보조적인업무를담당하는이들로평가절하됐다.야간노동현장에비정규직노동자’‘하청노동자’의비율이압도적으로많다는사실또한이를뒷받침해준다.이런경향은또다시불규칙한노동시간을정당화하는악순환으로이어지게된다.
저녁9시에출근해오전6시까지내내서서컨베이어벨트를타고내려오는우체국택배상자들을파렛트에싣는우정실무원이중원씨는자신의일터동서울우편집중국을‘사하라사막’에비유한다.일의강도는최고수준인데대우는최저수준이고,임금과수당,근무환경면에서정규직과대놓고차별하는곳이다.이곳에서이중원씨같은비정규직들은정규직들에게잘보여야만그나마편한업무에배치될수있다.이중원씨가2011년8월동서울우편집중국노조를조직한후많은변화들을만들어냈고,그결과현재임금이200만원남짓으로올랐지만여전히갈길은멀다.
기아자동차화성공장의식당에서일하는조리원박정연씨도야간노동에종사한이후삶이크게달라졌다.야간근무를하는주에보통저녁6시에출근해다음날아침7시에퇴근하는조리원들은만성수면장애를앓는게보통이다.아침에퇴근해쏟아지는햇볕을막아보며잠을청해보지만깊게잠들지못한채뒤척일뿐이다.그러다보면어느새다시출근할시간이돼있다.수면부족으로목소리가안나온적도있다.먹고살기위해이일을시작했지만,학교다니는아이들을살뜰히챙기지못했던지난날이너무도후회된다고도했다.엄마를잘이해해주는아이들이간혹“엄마,그때체육대회에안왔잖아”하며엄마가부재한순간을끄집어내는걸보면마음이편치않다고.하지만기아자동차는식당노동자들이자신들과는상관없는‘하청노동자’라며선을긋는다.정연씨가처음입사한10여년전에는주간특근과야간특근으로빼곡한스케줄에도임금을100만원정도밖에지급받지못했다.2017년봄기아차가모든노동자들이8시간씩일하는체계로바꾼탓에식당노동자들도주간연속2교대를하게돼야간노동에서해방되나싶었지만,고용노동부가주간연속2교대로근무형태를변경한것을‘단체협약위반’으로걸고넘어지면서‘단꿈’도깨져버렸다.다시2주에한번야간노동을하는생활로되돌아간것이다.
‘비행기가곧법’인세계에서일하는항공기청소노동자들은아예근로기준법의보호조차받지못한다.근로기준법제59조가운수업,의료업,통신업등특정업종에12시간이상의연장근로를허용하고있기때문이다.이들은하루평균20대이상의비행기에올라무거운짐을들고오르락내리락하며하루에1,000개이상의변기를닦는다.할일은많고일하는사람은늘부족해,직원들이매일같이연장근무를한다.하루에15시간씩일하고,한달에연장근로만90시간하는경우도적지않다.설상가상으로최저임금에기본적인건강권도보장받지못한채일하지만,회사는이들을한번쓰고버리는일회용품대하듯한다.한번은회사가직원들에게소독제안전교육은물론안전장비를제대로공급하지않은탓에,노동자들이CH2200이라는유해화학물질에중독돼병원치료를받는사건도있었다.노조가나서노동청에고발장을냈지만,회사측에서는회사비리를알렸다는이유로노동자를되레명예훼손으로고발했다.

마음대로가져다쓸수있는노동?

또한편으로야간노동은노동시간이실제필요성보다사용자의임의적요구에좌우되는경향이있다.다시말해합리적근거없이사용자가노동시간을임의로장악하는경우가많다.무엇보다도방송스케줄에따라업무시간이들쭉날쭉한방송작가,합리적인근거없이관행으로휴게시간이나대기시간을통제받는고속도로순찰원이이런문제로고통받고있다.
특히‘막내작가’들은적은월급을받으면서도하루대부분의시간을노동에할애한다.이들은근무시간이따로없는데,퇴근했다고해서일이끝나는게아니기때문이다.메인작가나PD가요청한일을처리하느라하루종일휴대폰에매달려있다.급하게새벽3시에인터뷰섭외를취소하고그시간에다른섭외자를찾기도한다.메인,서브작가가글을쓸수있는자료준비부터섭외까지방송에필요한걸하루종일준비하지만,그시간은업무시간에포함되지않는다.언제일감이생길지알수없어24시간휴대폰을붙들고있어야한다.쥐꼬리만한월급은절반이택시비로나간다.
‘막내’작가는메인작가와서브작가의업무를지원하는것부터일을시작하는데,흔히이를‘모신다’고표현한다.작가를모시는업무지원이란사실커피,간식심부름에지나지않는시중이다.자료조사와프리뷰작성부터홍보물과자막을쓰고실제원고를쓰기도한다.분명작가로서제작에참여하는데도,이들은‘작가’가아니라‘막내’라불린다.인터뷰에응한방송작가이향림씨는‘막내’라는이름이허드렛일을한다는느낌을주는데다방송국의폭력적인위계질서를보여준다고이야기했다.심지어는PD의수족이되어그의개인적인업무까지처리해야하는그야말로황당한경우도있다.대학에출강하는PD의강의자료를대신만든다거나하는일에‘이건내일이아니라고’항변해도바뀌는건없다.작가일을하려는이들이줄섰기때문이다.더믿기힘든것은,그런PD들이언론에서는진보적인목소리를내고,소수자의삶을그린프로그램을만드는이들이라는사실이다.
한국도로공사외주용역업체소속으로‘365일24시간’고속도로를지키는순찰원들은아예시간통제를받는다.중앙통제시스템이순찰차의위치와속도를실시간으로추적하기때문에한곳에조금만머무르면위에서바로지적이내려온다.차안에서만잠깐쉬었다가다시이동하기를수없이반복할수밖에없다.잠깐음료수라도사려고편의점에들러주차를했다가,‘왜순찰차가여기있냐’고주민들이신고를한적도있다.‘야간-야간-오후-오후-오전’또는‘야간-야간-오후-오전-오전’하는식으로이틀이나하루단위로근무시간이계속바뀌는혹독한노동환경임에도제대로된휴식시간조차가질수없는것이다.흔히‘도피아(도로공사+마피아)’라불리는외주용역업체의폐단또한심각한수준이다.도로위에서일어나는온갖위험한사건을도맡아처리하는직원들에게차보험처리조차해주지않고,순찰원들의목숨이달린차량이고장나도제대로된정비는커녕‘그냥몰고나가라’는식으로일관한다.
도로공사의차를타고,도로공사의비품으로도로공사의도로에서일하며,도로공사의직접적인업무지시를받지만도로공사는이들이‘외주용역업체직원’이라며선을긋고,이들이속해있다는외주용역업체는최소한의권리조차보장하지않은채노동자들을사지로내모는잔인한현실.현재이들은도로공사를상대로‘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벌이고있다.정규직고용을위해서다.노동자들이반드시‘승소’할거라는이들의확신은현실이될수있을까?

삶을조각내는야간노동

무엇보다도야간노동은노동자들의건강과일상생활에적지않은영향을끼친다.거의모든야간노동자들이사고나불면증,심혈관계질환,불임위험등건강악화문제로괴로워하고있으며,잠을조금이라도더잘수있도록불편해도외진곳에집을구하는등생활습관에서보통사람들과차이를보였다.이러한생활패턴은장기적으로가족이나친구들과의크고작은관계변화로이어지기도했는데,인터뷰에응한노동자들대부분이야간노동으로인해생긴관계의장벽에대해토로했다.야간노동이노동자의신체적?정신적건강을위협하고가족?사회관계의질이나삶의질을낮춘다고보고하는일련의연구들도적지않다.
대학시설관리노동자장석정씨와심학재씨는바로어제까지도함께일하던동료의돌연사에큰충격을받았다고털어놓았다.야간근무를마친다음날아침,쓰러져숨진채발견된그의나이는겨우52세로,그가그렇게죽을거라고생각한사람은아무도없었다.무엇이그의심장을멎게했을까?그의죽음은그의노동과무관할까?‘스트레스’라는단어하나로그의죽음을설명할수있을까?노동조합은동료의죽음을산업재해로인정받기위해법적싸움을준비하고있다.그의‘일’이그의‘죽음’에얼마만큼의원인을제공했는지제대로따져보기위해서다.
모든승객이빠져나간야심한시각,지하에머물며선로와터널곳곳을점검하는지하철노동자들은“현장에서안자고새벽에라도집에갈수있는방법이있으면”하고바란다.도로밖으로나있는지하철의환풍구가지상의미세먼지와매연을걸러역사내로빨아들이기때문에,지하철에서잔다는것은유해환경에그대로노출되는것이나다름없다.막차를보내고나서도비상상황에대비해당직을서야하는지하철역무원들역시만성적인수면장애를호소하고있다.
교도소에서일하는교정직공무원L씨는두시간이넘는거리에있는교도소까지버스를타고출근한다.차로가면훨씬빠르지만부족한수면탓에졸음운전위험이높기때문이다.보통교도관들은(직업에대한이미지가좋지않아)결혼자체가어렵다.L씨처럼어렵사리결혼을한경우라도,잦은야간근무로가족들얼굴조차보기어려운게현실이다.가족뿐아니라모든인간관계가엉망이되기일쑤다.힘들게신혼집을마련했지만,L씨가집에오는건한달에한두번정도다.집에와도같이있는시간은길지않다.잠깐잠들었다깨어같이점심을먹는게전부다.함께산책을하고영화를보는평범한일상은그들에겐꿈같은이야기다.L씨와그의부인은야간노동이삶을망가뜨리고가족을조각낸다고느낀다.

‘24시간365일’을의심하라

그렇다면현재한국사회에서야간노동은어느정도로까지확산되고심화된것일까?혹시이책《달빛노동찾기》에등장하는여러야간노동자들이그저특수한몇몇직군에속해있을뿐인건아닐까?여전히소수에해당하는이야기인건아닐까?여전히이런의심들을거둘수없다면이렇게생각해보면어떨까?우리가누리는그수많은편의가중단없이24시간내내공급될수있다는사실은,자신의밤을포기하며24시간내내노동하는존재들을가리킨다.2018년12월에도화력발전소에서일하던스물네살의하청노동자김용균씨가밤샘근무도중기계에끼여숨지는일이발생했다.그날그는밤새혼자일했다.그가죽기전까지,아무도그사실을이상하게여기지않았다.화력발전소는24시간돌아가야했고,위험한야간노동은비정규직에게떠넘길수있었으며,비정규직에게는비용을아껴도괜찮았기때문이다.
역사적으로자본은지리적장벽을제거하는방식으로이윤을축적해왔다.자본은본성상모든공간적경계를넘어서돌진하려한다.지리적제약을제거하고신체적한계를뛰어넘으려는욕망은이제밤이라는자연적시간리듬마저허무는단계에까지이르렀다.이른바‘365일24시간’사회는통상적인리듬으로여겨졌던낮/밤,활동/비활동,깨어남/잠듦,비수면/수면,켜짐/꺼짐,로그온/로그오프의구분성,순환성,주기성을파괴해완전히새로운시공간을만들어냈다.시간이라는최후의자연적장벽마저완벽히자본의대상이된지금,모든시간은‘생산가능한시간’이되었다.조너선크레리가말했듯,“그무엇도근본적으로꺼지지않으며실제적인휴식상태는결코존재하지않”는다.
한국사회에서야간노동은경제위기라는변곡점이후급속도로확산되었다.시장의자유를앞세운신자유주의논리가경제위기라는역사적상황을관통하며영업시간과관련된각종규제들을거침없이폐지한것이다.이후등장한유통산업발전법은365일24시간영업을제도화한조치였다.이때부터대형마트는소비자편의를앞세워365일24시간영업이라는공격적인마케팅을앞다퉈전개했다.
여기에디지털모바일기술이합세하면서이사회는진정으로365일24시간노동과소비가가능한공간이되었다.업무‘효율성’및소비자‘편의’라는이데올로기로신기술의‘자본주의적’사용은끊임없이정당화된다.이처럼신기술은마치더편한일상,더인간적인노동을담보해주는듯하지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