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을 듣다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의 담론과 현장)

밀양을 듣다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의 담론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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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직 끝나지 않은 밀양의 이야기!
2012년과 2013년 두 명의 노인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목숨을 끊었다. 전국적으로 밀양의 송전탑 반대 운동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연대와 함께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천막농성장을 만들고 끈질기게 반대했으나 2014년 6월, 밀양의 천막농성장이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하에 폭력적으로 뜯겨나갔고, 그 유린의 장면은 사진과 영상과 글로 중계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거론되었다.

결국 송전탑은 들어섰고, 지금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밀양의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경찰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에서 당시 경찰이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불법 인권 침해를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송전탑이 들어선 마을은 갈가리 찢어지고 뿔뿔이 흩어져버렸고, 사소한 시비가 붙어도 녹음기를 들이대 소송을 걸기 일쑤고, 송전탑이 들어서는 대가로 받았다던 돈은 마을 사람들의 아픔을 뒤로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밀양을 듣다』는 지금 우리가 밀양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한국 사회에서 가장 끈질기게 탈원전을 이야기하고 그 부단한 싸움의 결과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탈원전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던, 그리하여 공론화위원회의 구성을 가능하게 했던 밀양 할매는 이 공론장에서 도대체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인지, 밀양 할매는 왜 시민을 위한 담론장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밀양 할매가 이 담론장 안에서 시민으로 호명 받을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저자

김영희외

기획/엮음김영희
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현지조사를통한구술서사수집과분석을전문으로하는학술연구자다.모든구술서사를당대적이야기로인식해전통적의미의구전이야기만이아니라‘오늘’을살아가는‘현장’의다양한목소리를구술인터뷰를통해청취하고재기술하는일을하고있다.2014년이후밀양송전탑건설반대운동참여자들의목소리를청취해구술채록하는일을해오고있으며,이책을기획하여여러목소리를엮어내는역할을했다.

저자고준길(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저자김금일(어린이책시민연대)
저자김시연(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
저자김영자(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저자김영희(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
저자김은숙(어린이책시민연대)
저자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소속주민들
저자심형준(한신대학교학술원)
저자엄미옥(어린이책시민연대)
저자이계삼(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이보학(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이선혜(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
이창숙(어린이책시민연대)
수유너머R(인문학연구자공동체)
홍은전(노들장애인야학)

목차

들어가는글:밀양의이야기를어떻게들을것인가

1부[심층인터뷰]밀양탈송전탑탈핵운동의어제와오늘_김영희

1차인터뷰
2차인터뷰

2부밀양탈송전탑탈핵운동의담론장

1장학술:연구영역
밀양송전탑사건을둘러싼정당성담론의전개_심형준·김시연
밀양탈송전탑탈핵운동의‘여성연대’와‘밀양할매’라는표상_김영희

2장미디어:사회운동영역
밀양송전탑13년,일상으로돌아오고싶다_이계삼
공론화와밀양할매들_고준길
내소원은‘안전한나라’물려주고눈을감는것_이보학
농사꾼의상식으로신고리5,6호기는백지화되어야한다_김영자

3부밀양탈송전탑탈핵운동의목소리

1장주민들의말(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소속주민들)
1.2012년7월주민세명에대한한전의10억손배소당시재판장에게주민들이보낸탄원서
2.2014년5월밀양시상동면여수마을주민이재묵씨와김영자씨가박근혜대통령에게보낸편지
3.2015년9월주민19인1심판결전주민들의탄원서
4.2017년6월11일문재인대통령에게보낸주민들의편지
5.재판정에섰던주민들의법정최후진술

2장연대자의말
죽음의송전선으로삶을밝힐순없습니다_수유너머R
살라,사라지지않기위하여_홍은전
얼룩덜룩한삶에적응하기_김시연
밀양탈송전탑탈핵운동을다룬다큐멘터리들을보고_이선혜
여럿이함께꾸는꿈_강영숙
오늘,살러들어간다_김금일
옥희언니의밥상에감동받다_김은숙
농사와글쓰기공부‘흙이랑수다떨기’시작하다_이창숙
행정대집행을기억하는2주기즈음에_이창숙
바느질할사람,요기요기붙어라_엄미옥

출판사 서평

아직이싸움은끝나지않았다
누군가의말은들으려는사람들이만들어내는자리를통해
비로소세상밖으로나온다

얼마전경찰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에서당시경찰이송전탑반대주민들을상대로여러차례불법인권침해를가했다는사실이드러났다.하지만송전탑이들어선마을은갈가리찢어지고뿔뿔이흩어져버렸고,사소한시비가붙어도녹음기를들이대소송을걸기일쑤고,송전탑이들어서는대가로받았다던돈은마을사람들의아픔을뒤로한채흔적도없이사라진지오래다.2000년부터벌어진일이었다.본격적으로는2005년부터의싸움이었다.

2012년과2013년두명의노인이송전탑건설에반대하며목숨을끊었다.전국적으로밀양의송전탑반대운동이알려지며많은이들의연대와함께송전탑건설예정지에천막농성장을만들고끈질기게반대했으나2014년6월,밀양의천막농성장이‘행정대집행’이라는이름하에폭력적으로뜯겨나갔고,그유린의장면은사진과영상과글로‘중계’되었으며,우리사회의‘대표적인사회문제’로거론되었다(2014년오월의봄에서출간한《밀양을살다》는이시기를기록한대표적구술기록집이다).결국송전탑은들어섰다.그리고지금우리중많은이들은밀양의싸움은‘이미끝난것’이라고알고있을것이다.송전탑건설에반대하던격렬한싸움이있었지만결국송전탑은들어섰고,그러니까이제그싸움은진싸움이고끝난싸움인것아니냐고.그러니이이야기는그만하기로하자고.

하지만이책은지금우리가밀양의이야기를다시들어야한다고말한다.사람들은수없이터져나오는우리사회의문제들을보며하나하나의일들이빨리매듭지어지기를바라고,어떤하나의문제에골몰하며그이야기를하는것에피로감을느낀다.하지만이런하나하나의문제들은모두연결되어있고,하나의문제를어설피덮어버린탓에새로운문제가만들어진다.어떤문제도해결되지않고계속쌓여만가는것같은피로감은사실성급히하나의문제를덮고가려는조바심이만들어낸결과일지도모른다.이책이여전히이하나의문제,밀양의더많은이야기를듣고더깊이생각해보자고권하는까닭이다.

왜아직도,아니,왜지금도밀양인가?

그곳에‘밀양할매’의자리는없었다
이책을기획하고엮은김영희가송전탑건설반대운동에나섰던‘밀양할매’들의이야기를듣기시작한것은농성천막들이모두철거되고대부분의건설예정지에송전탑이들어선2014년겨울,지금으로부터5년전이었다.모두가싸움에서졌다고생각하던그때였다.하지만그가밀양할매들을만나서맨처음깨달은것은이것이었다.밀양할매들누구에게도아직이싸움은끝나지않았다는것이다.그때밀양할매들은이싸움이탈핵으로이어질수밖에없다는것을분명하게인지하고있었고,이들은에너지정책의위험을알리고송전탑이뽑히는그날까지싸우겠다는각오를다지고있었다.또한이들의곁에는지역에서함께생활하는활동가들과송전탑이들어선후에도여전히지속적으로왕래하며탈핵의길을함께걷는타지의연대자들이있었다.긴시간함께산속천막농성장을지켜온‘이웃’이자‘가족’이된이들이다.
그러나공권력의개입으로무너졌던현장에서도무너지지않았던‘밀양할매’의싸움이지금,위기에처해있다.이위기는아이러니하게도,노후원전가동을중단하는행사에참여한대통령이‘밀양할매’의손을잡고‘탈원전’의뜻을되새긴행사직후‘공론화위원회’를제안하면서시작되었다.2017년탈원전이정책기조였던후보자가대통령에당선되자‘밀양할매’들은드디어이긴싸움이끝날것이라고기대했다.471명의시민들로구성된공론화위원회를만들어숙의과정끝에나온시민권고안을받아들이겠다고했을때밀양할매들은이담론장에서탈원전논의가승리할것이라고예견했다.하지만신고리원전5,6호기의건설재개결정안이최종제안되었고,이과정에서밀양할매들은경험한적없는사회적고립감과좌절감을느껴야했다.이‘민주적’의사결정과정에밀양할매의자리는어디에도없었다.그들은전문가도,당사자도,시민으로도호명되지못했다.
이책은“한국사회에서가장끈질기게‘탈원전’을이야기하고그부단한싸움의결과한국사회에서처음으로‘탈원전’을사회적이슈로만들었던,그리하여‘공론화위원회’의구성을가능하게했던‘밀양할매’는이공론장에서도대체무엇으로존재할수있었던것일까?‘밀양할매’는왜‘시민’을위한‘담론장’에서배제될수밖에없었던것일까?‘밀양할매’가이‘담론장’안에서‘시민’으로호명받을수없는까닭은무엇인가?”를묻는다.그리고이책에서그들의목소리를듣는자리를마련하고자했다.
원전에서만들어진전기를서울과도시로보내기위해살고있는마을한복판에초고압송전탑이지나가게된다는것에서시작되었지만‘밀양할매’는원자력발전의문제가누군가의재산과건강이아닌우리모두의건강과미래가걸린문제라고말한다.그들은후쿠시마의원전사고를‘그들’이아닌‘나’의문제로받아들였고,한국사회에너지개발정책의불의한타협과불평등을고발했다.그들은누군가가그린것처럼‘무지렁이시골노인’,정치세력의‘꼭두각시’가아닌사회적문제를인식하고해결해야하는당사자로자신을천명했다.“이책은사회적전망을담아분명하게자기목소리를내고있음에도불구하고사회적공론장내부에자기위치를가질수없었던‘밀양할매’의이야기를듣기위해기획되었다.그리고여기서‘밀양할매’는밀양지역에거주하는여성노인이나송전탑건설에반대하는지역주민들만을가리키는말이아니다.밀양에거주하고송전탑건설에반대하는여성노인들이주축이기는하되,그들과함께연대하고그들과함께활동하며성장해온연대자와활동가를아우르는말로쓰고자한다.”(13쪽)

귀기울여듣는‘불편함’을감수하는것
이책은‘산만’하다.들어야할여러목소리들을담아내는데그목표를두고기획되었기때문이다.그리고무엇보다민주적장소로가정되었던공론화위원회를포함해다양한사회적담론장에서들을수없었던목소리들을듣고자했다.또한목소리란원래이질적이고다성적이다.‘하나의목소리’를위해,‘대의’라는명분아래묻혀야했던목소리는언제나다른목소리에우선순위를빼앗긴채다음을기약해야했다.하지만그누구의목소리라도,아니소리가작고그힘이미약한목소리라면더욱더귀기울여들어야할의무가우리에게있다.한번묻힌목소리가다시드러나는법은없었기때문이다.
그래서이책에서는밀양송전탑건설반대운동의장면들을운동의한역사로만흘려보내지않고학술적담론의장으로끌어들인연구자들의말,활동가와연대자,운동의주도세력인마을주민들의말을함께들었다.이들각각의말이서로분리된것이아니라함께연결된것임을드러내기위해서로이질적인성격의글들이지만한자리에모아제시했다.이책은총3부로구성되어있다.1부는활동가들과의집단인터뷰를정리한글이다.2012년이후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에서활동해온활동가들을두차례인터뷰하고당시녹음한녹취자료를정리하면서인터뷰를기획하고실행한연구자가관찰하고성찰한내용을별도로기술했다.2부는사회적담론장에그모습을드러냈던목소리들을갈무리한글로구성되었다.여기에는두편의학술논문과세편의언론매체기고문을실었다.3부는주민들과연대자들의목소리를더욱적극적으로듣기위해다양한성격의글들을모아엮었다.2012년재판과정에서주민들이제출한탄원서와2014년박근혜전(前)대통령에게보낸편지,2017년문재인대통령취임직후에주민들이적은편지들이수록되어있다.특히문재인대통령에게보내는편지는대통령취임직후에주민들이문재인대통령에게거는기대를한껏담아적은글로,한글편지를쓰기어려운분들까지한사람한사람정성을모아적은편지글이다.밀양탈송전탑탈핵운동의핵심주체가운데하나인연대자들의글도주민들의글과함께수록했다.

“누군가의말은그말을들으려는사람들이만들어내는자리를통해비로소세상밖으로나온다.그말을들으려는사람들이없을때안으로움츠러든말들은사람들의내면에더깊은상처를만들어낸다.어렵게세상으로나온말을귀하디귀한마음으로담아찬찬히되새겨보기위해이책은기획되었다.지나가다설핏듣거나딴짓을하며얼렁뚱땅흘려듣는말이아니라제대로자리잡고앉아마주보며귀기울여들어야하는말이기에이책은‘귀기울여들어야하는불편을기꺼이감수하자’고독자들을꼬드긴다.이설득이어느정도성공적일지는알수없지만그마음만큼은전해지기를간절히바란다.”(23~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