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야간중학교

할머니들의 야간중학교

$19.41
Description
자기 자신과 세계를 바꾼 ‘할머니들’의 역사!
일본 주류 사회와 맞서 싸운 재일조선인 여성들을 만나다
1990년대 오사카에서 시작된 교육투쟁, 그 8년의 노력으로 일군 야간중학교


재일조선인 할머니들, 자신들만의 학교를 쟁취하다
이 책은 일본 동오사카에서 1990년대부터 전개된 ‘다이헤지 야간중학교 독립운동’을 다룬다. ‘재일조선인 할머니 학생’들은 명백히 재일조선인 차별의 산물이었던 열악한 교육환경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무려 8년 동안 일본 주류 사회 및 교육행정과 맞서 싸웠다. 그 결과 2001년 4월 자신들만의 정식 야간중학교를 쟁취해낸다. 재일조선인 1세와, 태평양전쟁 전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조선인 2세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교육행정에 ‘배움의 장’을 보장하라고 요구한 운동이자, 재일조선인 여성의 주체 확립을 요구한 운동이었다.
이 책은 이 전무후무하면서도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을 다각도로 파헤친다. 다이헤지 야간중학교 독립운동은 언뜻 들으면 일본의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작은 운동 같지만, 구조적으로 배제된 중층적 소수자인 ‘재일조선인 여성’이 삶과 투쟁의 주체로 일어선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후쿠오카여자대학 국제교양학과 준교수인 저자는 이 사건을 “전쟁 전부터 일본에 살았던 재일조선인 여성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정의한다. 이주민에, 과거 식민지 역사에, 여성에, 노년이라는, 그야말로 촘촘한 구조적 억압 속에 있었던 이들이 대체 어떻게 배울 권리의 주체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는지에 의문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제7회 ‘말과 젠더상’ 특별상, 여성운동가 야마카와 키쿠에를 기리는 ‘야마카와 키쿠에상’(제32회)을 수상하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저자

서아귀

1965년요코하마출생.후쿠오카여자대학국제교양학과준교수.
조치대학프랑스어학과를졸업하고토론토대학원사회학연구과에서석사학위를,오차노미즈여자대학원인간문화연구과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저서로<국제이동과‘젠더연쇄’>(공저,2008)등이있고‘한국결혼이주여성의조직형성’(2018),‘Soinauxpersonnes?g?esetconstructiondel’identit?ethnique’(2013)등의논문을썼다.박사학위논문이기도한이책은제7회‘말과젠더상’특별상과,여성운동가야마카와키쿠에를기리는‘야마카와키쿠에상’(제32회)을수상했다.

목차

서론9
1.연구목적11
2.연구시점18
3.‘재일조선인여성’은어떤존재인가44
4.선행연구64
5.조사방법68
6.연구구성76

1장재일조선인여성의운동분석79
1.민족운동과여성운동사이에서81
2.분석틀86
3.재일조선인여성운동단체검토89
4.결론117

2장다이헤지야간중학교독립운동의생성과전개121
1.재일조선인여성이주체가된사회변혁운동123
2.관서도시지역의소수자운동126
3.재일조선인거주지와민족운동132
4.야간중학교증설운동139
5.다이헤지야간중학교독립운동의생성과전개150
6.운동단체의상호작용과하위의대항공론장160

3장재일조선인여성의생애과정167
1.야간중학교에서배우는중노년재일조선인여성169
2.비문해·비취학의성별화174
3.주류사회에서의소외와가족의존180
4.성역할의변화와야간중학교입학184
5.가부장제와협상하다192

4장야간중학교독립운동에서형성된대항주체207
1.새로운여성주체창조209
2.재일조선인여성의사회공간인공립야간중학교213
3.공적영역으로나아가는통로인공립야간중학교229
4.여러영역에서형성된대항주체234
5.지역의다문화주의와‘할머니’주체256

5장재일조선인여성의세대를넘은연대와민족의재편성265
1.야간중학교운동의세대를넘은상호작용267
2.이주여성의‘사회·문화매개’270
3.데이하우스에서이루어진다원적상호작용276
4.세대가다른여성의연대와민족자원284
5.성별질서와민족질서를재편성하다288

6장재일조선인여성과‘하위의대항공론장’293
1.각장의요약295
2.운동행위자로서재일조선인여성의가시화와역할301
3.하위의대항공론장이론에시사하는점306

부록311
감사의말312
미주319
줄임말334
그림,표,사진,권말자료목록335
자료336
참고문헌344
옮긴이의말358
찾아보기362

출판사 서평

“말을뺏긴아픔을알아라”,“겨우글자를터득했다,더공부하고싶다”
다이헤지야간중학교독립운동‘허스토리Herstory’
1960년대말에활발했던야간중학교증설운동의성과로,1972년동오사카시립조에중학교야간학급이만들어졌다.1974년에는재일조선인학생이전체의79%를차지했고,학생평균연령은점점높아져서1982년58세를기록했다.1990년에는학생수가약400명에달하면서급기야주간학생수를넘게된다.학생대부분은중노년재일조선인여성이었다.
학생수가증가해시설이부족해지자1980년대말부터긴키야간중학교연락협의회와세계문해의해추진동오사카연락회가동오사카시에야간중학교를증설하도록시교육위원회에요구했지만문제는방치됐다.그런데1992년6월“야간중학교에넘쳐나는학생들”(산케이신문)이라는기사가실리자,주간학생학부모교사연합회와시교육위원회가이문제에어떻게대처할지회의를시작했다.저자는이기사에서‘학생대부분이재일조선인’이라고밝힌점이그동안재일조선인이눈에띄는걸꺼림칙하게여겨온주민들을자극했다고분석한다.이문제의배경에지역사회의뿌리깊은재일조선인멸시가자리잡고있었던것이다.
다음해조에중학교에서남쪽으로1km떨어진다이헤지중학교에분교교실이만들어졌고,조에야간중학교학생378명중121명이분교로옮기고신입생58명을더받아총179명으로‘조에중학교야간학급다이헤지분교교실’이열렸다.그러나정식학교를개설해달라는요구는여전히무시됐고,교육환경은더욱악화됐다.학생은180명이넘는데분교교실은단3개뿐이었다.교실에서는어깨가서로닿을만큼가까이앉고복도에도책상을내놓고앉았다.오랫동안지역에서재일조선인으로멸시받으며산여성들에게그런행정처우는민족차별로밖에보이지않았다.
조에중학교야간학급학생회는분교를독립된야간중학교로변경하도록교육위원회에요구하는운동을시작했다.학생대부분을차지했던1세및2세재일조선인여성들은시교육위원회에요청을하고선전지를돌리고서명운동을하고집회를열었다.요청서의모든항목에대해시교육위원회가그저‘곤란하다’고회피하고직접협상하기를거부하자,학생들은농성에들어갔다.야간중학교학생과교사외에도인권운동가,공립학교조선인강사,그들이인솔하는후세대학생,지역의재일조선인들이광범위하게연대했다.
이러한운동의성과로시교육위원회와운동측대표세계문해의해추진동오사카연락회간에10월8일협상이이루어졌다.그자리에서도학생들은한결같이호소했다.“이이상괴롭히지마라.인간모두를사랑하고선생을늘려라”,“말을뺏긴아픔을알아라.지금상태는너무불안하다”,“겨우글자를터득했다.더공부하고싶다.입학제한을멈춰라”.그러나시교육위원회가오사카부교육위원회에독립학교건을신청하겠다고약속했을뿐,결국공간이없어곤란하다는이유로당장합의에이르지못했다.
이후에도학생들은운동을이어갔고,주간초·중·고등학교학생,민족학급학생과그가족,졸업생,시민에게분교의열악함을알리고야간중학교문제에공감해달라고촉구했다.1994년2월드디어오사카부교육위원회는오사카야간중학교에관한규정을정했는데,일본어습득이나문해만을목적으로한입학은인정하지않는다,입학허가와재적관리는시교육위원회가한다,수업이수학년은9년이라는내용등이었다.학생들대다수는재일조선인여성이라기초학력이거의없었고집안일을병행해야했기에학습진도가더뎠다.그래서당시재적기간10년이넘는학생도꽤많았는데,시교육위원회는이들에게졸업을재촉했다.이에조에야간중학교학생53명은분교가독립학교가되리라믿고1994년봄에졸업했지만,분교는아직독립학교가되지못한상태였다.학생들은더없이분노했으며,운동은오히려더욱열기를띠었다.운동지지자들은조에야간중학교에자주교육기관우리서당을만들었다.우리서당수업은조에야간중학교와다이헤지야간중학교두군데에서이루어졌고,운동에적극나선여성들이각학교에서20명정도모여학습을지속하고네트워크를형성했다.
1998~1999년에민족교육촉진협의회와세계문해의해추진동오사카연락회의힘을빌려행정기관과협상하면서,운동이변화국면을맞았다.특히세계문해의해추진동오사카연락회가동오사카시교육위원회의책임을명확히했고,오사카부교육위원회에‘독립학교신청’을할수있었다.8년에걸친긴싸움끝에2001년4월,다이헤지야간중학교가만들어졌다.

소수자여성과문해교육의만남
2019년5월,MBC에서4부작으로방송된프로그램<가시나들>은지리멸렬한예능판에서새로운시도로시청자들에게감동을주었다.다큐멘터리영화<칠곡가시나들>의후속작으로,평균나이78살의경남함양군문해학교할머니들과20대연예인들이짝꿍이되어함께한글공부를하며소통하는이야기다.‘방송처음타보는’시골할매들이더듬더듬한글을배우는이야기가공중파주말저녁시간대를장식한것도놀라운데,정규프로그램으로편성해달라는건의가시청자게시판을내내도배했고트위터에서해시태그운동도일어났다.
문해교육이란,일상생활에필요한사회·문화적기초생활능력등을갖출수있게하는교육을말한다.교육부와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2014년부터문해교육에대한사회적공감을확산하고학업성취감을제고하기위해유네스코가정한세계문해의날(9월8일)이포함된9월을‘문해의달’로지정해홍보해왔다.특히최근들어문해교육은순풍을탔다.영화나방송프로그램으로다뤄질뿐아니라,전국에서생활문해교육이운영되고성인문해교육시화전이나문해한마당행사가열리는가하면문해교육사양성제도도활발해졌다.그리고다른어느때보다소위‘못배운할매’들의모습과이야기를여러매체를통해다양하게접할수있다.
이책은이렇듯사회구조상억압으로말과글을배우지못한이들에게뒤늦게그것을돌려줌으로써삶과세계를바꾸고자하는‘문해운동’의매우구체적인기록이기도하다.
다이헤지야간중학교독립운동이일어난관서지역에서는1990년세계문해의해를맞아서야간중학교독립운동과부락해방운동,재일조선인운동등이광범위하게연대해지역차원의사회변혁운동을일으켰다.이때브라질의교육학자이자문해운동가인파울루프레이리가관서지역을방문했는데,그의이론은야간중학교교육이론에중요한영향을끼쳤다.
프레이리는억압받고비인간적인상황에처한,‘침묵’속에사는사람들이‘안내자’의도움을받아학습하여자기와타자그리고현실의관계를인식할수있고변화시킬수있다고했다.이때‘문해’란단순히글자해독이아니라자기와세계의관계를바꾼다는뜻이다.‘객체’로살아온소수자에게문해는‘주체’로서세계와마주하고세계를읽는행위인것이다.
미국의흑인여성페미니스트작가인벨훅스도백인중산층중심의여성해방이론과갈등할때프레이리의저서《페다고지》를만나그주장에공감했고,소수자여성의해방과문해를연결지어설명하고자했다.뒤늦게들어간학교에서처음으로글자를배우고야간중학교독립운동을이끈재일조선인할머니들의사례는소수자여성이주체가되어자기가놓인사회를바꾸는데문해가특별한역할을한다는사실을구체적으로보여준다.
나아가이책에서는고령의재일조선인여성의문해교육을중심으로형성된대항사회공간을,페미니스트정치철학자낸시프레이저의‘하위주체의대항공론장’개념으로이해하고세밀하게분석한다.

운동이전과이후에도계속되는삶
이책이더욱빛나는지점은야간중학교독립운동의역사를기술했을뿐아니라,재일조선인여성들의전체삶의맥락과현재의일상까지도풍부하게담아내고있다는점이다.독립운동자체는8년으로끝이났지만,이‘할머니’들의삶은계속됐고여전히현재의자신과주변,후세대들에게도큰영향을미치고있기때문이다.
이책의3장에서는야간중학교독립운동을한재일조선인여성14명의생애과정을분석한다.우리서당의협조를얻어진행했고,당사자외에운동과관계된야간중학교교사,운동가,재일조선인후세대여성,동오사카시교육위원회및건강복지부담당자등도폭넓게인터뷰했다.저자는재일조선인여성들의생애과정연구를통해서비문해와저학력문제에뚜렷이나타나는‘성별화’를민족차별과교차시켜살펴본다.또한여성이공적영역에서소외되고가족에게의존하게되는문제를비문해와관련해설명한다.그리고중노년의나이에야간중학교에입학하는데가족내성역할변화가끼친영향,가부장제와‘협상’한측면등을주목해풀어냈다.
다이헤지야간중학교독립운동은목표달성후에도,후세대를포함한지역의재일조선인여성들이자주적으로다양한활동을전개하는사회기반으로유지되고있다.운동을이끌었던여성들은야간중학교를졸업한이후에여성중심의대항사회공간을조직했다.재일조선인여성을위한학습조직우리서당,재일조선인여성고령자를위한데이하우스및데이서비스시설(일본에서2000년부터개호보험제도를시행하면서만든민간위탁형태의유료주간노인복지시설)‘사랑방’등이다.국가와지방자치단체는이러한시설들을제도적으로인정하고재정을지원하고있다.특히이러한공적기관의운영을지역에사는후세대재일조선인여성이맡아서,그동안가정과재일조선인사회에서활동했던1~2세의재일조선인여성과일본의공적영역을서로연결하는역할을한다는점이주목할만하다.이것은단순히후세대여성이윗세대여성을부양하는일방적관계가아니라,후세대역시윗세대의말과몸에새겨진문화와역사를호흡하고계승하는상호작용을의미하며,일종의‘여성연대’로파악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