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규모의 의학 (루돌프 비르효, 자유주의, 공중보건학)

거대한 규모의 의학 (루돌프 비르효, 자유주의, 공중보건학)

$15.00
Description
이 책에서 저자는 비르효가 가졌던 19세기 독일 자유주의가 기존의 봉건적 이념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또는 절대적으로 진보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한편으로 소위 ‘좌파, 사회주의적 진보’라는 의미의 ‘진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회의학·위생학의 아버지 격인 비르효가 진보적 자유주의자였다고 해도, ‘사회의학·위생학’이 이후 계속 자유주의의 길만을 걸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르효의 ‘사회의학·위생학’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으로 분화했다. 또한 이 책의 매력적인 해석, 즉 나치즘의 도래가 비르효로 대변되는 독일 자유주의가 정치영역의 주류가 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그의 설명은 분명 설득적이지만, 그것은 다시 당시 사회주의 세력이 충분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커나가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 비르효가 창당에 참여하고 활동했던 독일진보당의 핵심 지도자들 다수가 사회주의자였다. 또한 비르효는 ‘독재적 과학주의’를 배격하면서도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정책의 시행을 옹호했는데, 이러한 주장의 실패, 다시 말해 과학과 과학주의가 나치 정권에 포섭됨으로써 재앙을 만들어냈다는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저자

이안F.맥니리

IanF.McNeely
역사학자,미국오레곤대학교(theUniversityofOregon)의독일,스칸디나비아
학과주임교수이다.독일역사와현대유럽사를전공했고독일시민사회,정치사에대한연구를계속하고있다.저서로는『거대한규모의의학』(MedicineonaGrandScale:RudolfVirchow,LiberalismandthePublicHealth,2004),『글쓰기의해방:1790년대-1820년대,독일시민사회의성립』(TheEmancipationofWriting:GermanCivilSocietyintheMaking,1790s-1820s,2003)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지은이서문

제1장루돌프비르효의경력에서의학,정치학,자유주의

제2장비르효의혁명적나날들,1848-49:
자유주의사회과학으로서의학과정치학

자유주의사회과학자의용모:상부실레시아에서의비르효
1848년의혁명:자유주의정치와의료개혁
의료개혁에서자유주의사회과학으로
의료개혁운동의쇠퇴

제3장비르효와베를린운하화:도시자유주의의약속

도시자유주의의맥락에서본하수오물문제
주정부와지방정부의효과없는해법들
비르효의실용적의료정치시도
호브레흐트Hobrecht의계획과시위운동
지방정부들과도시자유주의의결합

제4장의회에서의비르효:국가건강정치의좌절들

보수국가에서자유주의사회과학
의학의성장:개혁가의가능성과보수주의적한계
실용적공중보건:보수적인국가개입과비르효의자유주의적대안
의료전문직과국가에대한의존

제5장비르효와독일자유주의의유산

Bibliography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dieMedizinisteinesocialeWissenschaft,unddiePolitikistweiternichts,alsMedicinimGrossen”
의학은하나의사회과학이며,정치는거대한규모의의학과다르지않다.

루돌프비르효RudolfLudwigKarlVirchow(1821.10.13.-1902.9.5.),‘독일의학의황제’,‘사회의학의아버지’라고불리는그는전세계진보적의학,사회의학·위생학,공중보건학의아이콘,아니,그이상의인물이다.

1848년발진티푸스가반복적으로창궐하던상부실레시아에대한역학조사를마치고돌아온비르효는보고서에이렇게썼다.

“이론상으로볼때이지방에서앞으로발생할지도모를전염병을어떻게막을수있을것인가에대한해답은매우간단하다.여성들까지도그대상에포함시키는교육,자유와복지가그것이다(Virchow,1948).”

“내가상부실레시아에서돌아왔을때그결론을도출해냈고,새로운프랑스공화국을볼때,우리주州의낡은체계를철거하는것을돕기로결심했다.나는이런결론을내리는데거리낌이없었다.…그것들은다음의세단어로간단히요약할수있다.완전하고무제한적인민주주의fullandunlimiteddemocracy.(Virchow,
1948)”

상부실레시아에서돌아온지8일만에비르효는3월혁명에참여하여,타우벤스트라스Taubenstraße로부터프리드리히스트라스Friedrichstraße까지를차단하는바리케이드작업에참여했다.그의손에는총이들려있었다.그는평생엘리트주의에서벗어나지못했지만,“의사들은가난한자들을대변하는옹호자이며사회적인문제들은상당부분그들의책임하에있다”라는신념을평생한번도포기하지않고몸으로실천했다.이렇게정열적인‘만년청년’을어찌사랑하지않을수있을까?더욱이비르효는여러사람몫의삶을살았다.비르효가살았던시대는공간적으로는여러지역이각축을벌이다독일제국으로통일되는격변기였고,시기적으로는이른바의학,과학의혁명적진보가세상을뒤집어놓던혼란스러운시기였다.하지만그는81세까지오래살았다.단지오래산것뿐만아니라평생하루4시간만자면서,한인간이이룬것이라보기어려울정도로많은영역에서,많은일을해냈다.1902년9월5일그가죽었을때독일신문은다음과같은부고를실었다.

“우리는한명이아니라병리학자,인류학자,위생학자,진보주의자이렇게네명의위대한인물을잃었다.”

비르효는정치가이면서당대최고의과학자중한사람이었다.하지만이런그와그삶자체역시연구의대상이기도하다.더욱이사회는정치적으로혼란하고,과학의여러분야는저마다그좁은시야tunnelvision로인해길을잃고헤맬때,우리는다시그의이름을호명할수밖에없다.

맥니리교수의이책은일화집도,평전도아니다.더더욱위인전도아니다.저자가한국어판서문에서밝혔듯이이책은1992년그의하버드대학교학부졸업논문에서시작된,이를테면학술적작업물이다.맥니리교수는이책에서비르효의사상과정치활동을잉태했던시간과공간적맥락에대한이해에초점을맞춘다.그리고모든사건을다루기보다는시기적으로중요했던세가지일화,즉상부실레시아지역의역학조사(2장),베를린하수도건설(3장),그의의회활동(4장)에초점을맞추고있다.요약하면,이책은대중서라기보다구체적인주제에초점을맞춘학술서이다.그가연구주제로삼은것은비르효의사상,주요정치활동과시공간적맥락,그리고19세기독일자유주의의‘투항’의배경과원인이무엇이었는가이다.

이책에서저자는(다른많은책에서처럼),비르효가가졌던19세기독일자유주의가기존의봉건적이념에대비해‘상대적으로또는절대적으로진보적’성격을가지고있었다는것을인정하면서,한편으로소위‘좌파,사회주의적진보’라는의미의‘진보’는아니었다는것이다.사회의학·위생학의아버지격인비르효가진보적자유주의자였다고해도,‘사회의학·위생학’이이후계속자유주의의길만을걸었다는것을의미하지는않는다.비르효의‘사회의학·위생학’은다양한스펙트럼의이념으로분화했다.

또한이책의매력적인해석,즉나치즘의도래가비르효로대변되는독일자유주의가정치영역의주류가되는데실패했기때문이라는그의설명은분명설득적이지만,그것은다시당시사회주의세력이충분히양적으로나질적으로커나가지못했기때문일수도있다.실제비르효가창당에참여하고활동했던독일진보당의핵심지도자들다수가사회주의자였다.또한비르효는‘독재적과학주의’를배격하면서도과학적근거에입각한정책의시행을옹호했는데,이러한주장의실패,다시말해과학과과학주의가나치정권에포섭됨으로써재앙을만들어냈다는설명도가능할것이다.따라서‘바람직한사회’는‘자유주의의실패’뿐만아니라다른모든실패로부터교훈을얻어야할것이다.또한비르효로대변되는19세기독일자유주의의딜레마,즉‘사회에대한배타성과국가에대한의존’문제에대한저자의해결책을제시하고있지않다.

그러한논의의한계에도불구하고,비르효의사상과생애가19세기자유주의자의사례중하나그이상을보여주고있는것은분명하며,이책이가지는의의는이러한한계를훨씬뛰어넘는것이다.이책은비르효에대한영웅적서사를넘어,한계를가졌으나여전히위대했던비르효의진정한삶에우리를좀더다가갈수있게해준다.비르효는비스마르크의권위적철권정치세력을제압하지못했고,생의학적,임상적모델로치닫는의학에서주류자리를차지하는데도실패했다.

맥니리교수의주장처럼,비르효의성공과실패는단지한개인의역사와의미를넘어서는것이었다.19세기독일자유주의의실패는나치즘과세계대전이라는전인류적고통으로이어졌다.앞에서언급한바와같이,그렇기에이책의가치는저자가비르효의사상과생애사를통해던지는“19세기독일자유주의는‘투항’할수밖에없었는가?”라는질문에서비롯된다.

이책의저자인맥니리의논지를사회의학영역에확대적용해보면,진보적자유주의자였던비르효의사회의학은국가주의자비스마르크에게패배했고,이것은나치정권의인종주의적의학,위생학의길을열어주었으며,한편으로는독일밖,러시아,라틴아메리카등의좌파적의학,위생학에영향을미쳤다는것이다.그러면서그후에도다양한변이들을만들어오고있다.

-역자후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