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뒷담화 : 실록과 야사의 틈에 기록된 비밀스러운 역사

조선의 뒷담화 : 실록과 야사의 틈에 기록된 비밀스러운 역사

$18.00
Description
왕의 무자비한 명령, 왕비의 서슬 퍼런 야망, 재상의 치졸한 비리…
궁담을 넘지 못한 실록과 야사 속
왕가와 재상의 은밀한 이야기를 만나다!
수많은 드라마와 소설 등을 통해 회자되어온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그 때문에 우리는 조선의 왕과 왕비, 재상의 업적을 알고 있고 그들의 일화에도 친숙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은밀한 비화가 있다면 어떨까? 왕권 강화로 정국을 안정시킨 태종은 사실 정적인 계모의 무덤까지 파헤칠 정도로 복수의 화신이었고, 다시없을 태평성대를 이룬 세종은 사고뭉치 며느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으며, 청렴결백의 상징 황희도 알고 보면 사람을 죽인 사위를 감싸주기 위해 청탁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이면을 들추어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이 책의 저자 김경민은 조선 시대 배경의 역사물을 주로 집필해온 소설가로, 조선 최고의 권력을 차지했던 왕과 왕보다 더한 야망을 품었던 왕비들, 왕가를 우습게 여길 정도로 힘이 셌던 재상들이 말 한마디, 실수 한 번에 처참히 무너지는 과정을 생생한 필체와 소설식 구성으로 그려냈다. 그만의 속도감 있는 문체는 우리를 그때 그곳, 조선의 현장 속으로 순식간에 이끈다. 특히 작가는 사료적 무게감을 주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콘텐츠의 뼈대로 삼되,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 조선 시대 야사 총서인 《연려실기술》의 내용도 덧칠했다. 그 덕분에 단순히 재미만 잡거나 역사적 사실에만 치중하는 책이 아닌, 흥미진진하게 조선 역사의 뒷길을 걷게 하는 역사서가 탄생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 만큼 모두 믿을 것은 못 된다. 그러나 이 책이 기록한 일들은 분명 존재했던 사건들이다. 구중궁궐 안을 휩쓸고 권력의 판도가 뒤집힐 만큼 요란했던 조선의 뒷담화를 보며, 우리는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한 존재이고 삶이란 그래서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저자

김경민

1975년출생.대중소설로문단에데뷔했다.

2005년첫역사소설을발표했으며,이후주로조선시대를배경으로한역사물을집필해왔다.역사적팩트를바탕에두고다양한시각으로재해석한것이작품적특징이다.역사소설중『김수로:철의아들』은집필한작품중유일한가야의이야기다.일반인의통념을넘어선역사해석과인물에대한그만의감성적접근으로독자들을감동케하는흡인력이있다.섬세하며때론속도감있는독특한문체로많은고정독자들을확보하고있다.

작품으로는『한손에잡히는조선상식사전』,『사도세자:비화의왕』,『이우:일제에맞서민국을꿈꾼조선의왕자』,『어을우동:왕의여인』,『숭례문의나라』,『승자결심:내상처는내인생의스승이다,실패를두려워마라!』등이있다.이번작품『조선의뒷담화』는그의13번째작품이다.

“역사의뒤안길에서내손을기다리는인물들이좋다.바람결에흩날리는비화(悲話)나비화(?話)가좋다.”

목차

◎작가의말

1부.왕과뒷담화

암탉의웃음소리,진저리가난다◎태종
여자때문에고려를버리다/계모의무덤부터이장하고결국봉분마저없애다/처음엔질투가시작이었다/외척인처가를몰살시키다

술주정은기본이요,이번엔동성애라니◎세종
왕비심씨의처가가몰살당하다/세종,첫번째며느리를폐하다/세종,두번째며느리도폐출시키다/세번째며느리는요절했다

시체는찢어서소금에절여젓으로담그라◎연산군
부전자전,어미의실체를알다/연산군의여자들1/연산군의여자들2/연산군의여자들3/연산군의여자들4/시체는소금에절여젓으로담근다음,온산과들에흩뿌려라/환관김처선의부모까지뭉개버려라

내며느리는개새끼다◎인조
반란을일으킨남자,그남자보다더무서운대비/어떻게차지한왕좌이거늘,아들마저죽인왕의자리/내며느리는개새끼다

2부.왕비와뒷담화

왕은아드님이아니라나입니다◎문정왕후
살아남아야해/나는꼭제아드님을보위에올려야겠습니다/아직도이나라의왕이누구인지모르는구나/나는보우스님이좋소이다.주상은어떠하오?/권력이무엇이기에…형을죽인아우,오라비를죽인누이

임금께서도반정으로왕이되질않았습니까?◎귀인조씨
인조에게특산물처럼진상된조씨/총애를등에업고새중전과임금을별거시키다/배운게도둑질이라고,저도제아드님을왕위에올려야겠습니다

나를모독한대가로그들을죽여주세요◎명성왕후김씨
나라고정권을장악하지말라는법이있느냐?/너도남인이렷다?/내아들만살릴수있다면


3부.재상과뒷담화

사위는살인자에,아들들은도둑이었다◎황희
사위서달이사람을때려죽이자돈으로매수하다/도둑놈의자식들,너희는이제내자식이아니다/남의아내를탐하다

단종의왕비를제게주십시오◎신숙주
그래,결심했어/너는죽겠지만나는살아남을것이다/대감께선어찌살아돌아오셨소?/단종의왕비를제게주십시오/천재조차도어찌할수없었던자식문제

전하,신을위해돈의문을봉쇄해주소서◎이숙번
시끄러우니내집앞으로다니지들마/마지막경고를알아듣지못한이숙번/네놈에게뇌물로금띠까지주었는데

상중(喪中)에처자를겁탈하기위해담을넘다니◎홍윤성
술고래홍윤성/살인또한그의재주였다/사람을죽인이가그대인가,아니면그대의종놈인가?/홍윤성의부인들

너를품으면집으로데려가야한다◎이이
그래,잠깐외도했었소/아버지는백수에계집까지좋아했다/서인,그리고서얼/기생유지는내사랑

◎부록-재미로읽는야사속뒷담화
공당문답-맹사성/정승을가르친기생-설매/사랑을버리고살기를도모하셔야합니다-조반/죽은사람은땅에묻는것이지,버리는것이아니니라-기건/죽은여자를살려장가든남자-남이와권람/형수님의시신이사라졌다-선조/내주인님의원수는꼭갚고말것이다-정순붕/금년이죽을날이거늘,어찌해서명이아직도붙어있단말인가-상진/7세에처음으로살인을저지르다-정여립/사람이사람을잡아먹다-임진왜란/적의머리를베어오면과거시험을허락하고벼슬을줄것이야-임진왜란/부인,그몸뚱어리가나의벼슬보다중하단말이오?-이조낭관과어느선비/계집종이박팽년의집안을살리다-박팽년

출판사 서평

왕도,왕비도,재상도모두동전의뒷면과같은모습이있었다!
조선권력자들의인간미넘치는은밀한비화총집합

조선시대역사는우리와친숙하다.왕들의하루하루를기록한실록도있고,야사집도다양하다.또한미디어를통해조선왕조에굵직한발자국을남긴이들이다각도로조명되어왔다.하지만그럼에도여전히그들에관한알려지지않은비화가존재한다.
왕자의난을일으켜왕이된후왕권을강화하기위해노력했던태종은자신의정적이었던신덕왕후강씨의무덤부터이장하고종국엔봉분마저없앴다.또한아버지가외척세력에의해시달리는모습을보고자란탓에자신의외척또한몰살해버릴만큼잔악한면모도있었다.세종은한글창제부터과학과농업발전등조선최대의태평성대를이루었으나한편으론며느리들의시기질투와동성애,요절등으로늘고통받는시아버지였다.우리나라를대표하는청백리황희도사위의과오를덮기위해청탁을했다가벌을받은일이있으며,이이에게는오랜시간에걸쳐절절하고도애틋하게정을나눈기생이있었다.매일서릿발치는궁안에서살아남기위해몰래마음을다지던한소녀는중종의왕비가된후결국아들을대신해왕노릇을했다.바로문정왕후의이야기다.
이처럼조선의권력자들도알고보면남모를비애가있었고,드러나지않은모습들이그들인생곳곳에숨겨져있었다.이책은조선시대를대표하는왕과왕비,재상들의덜알려진비화를총집합하여가독성넘치는소설식으로구성하였다.이들의이야기는그인물의진정한성품과사람냄새를느낄수있는스토리이자당시조선시대를잘알수있게해주는거울이다.


조선시대전문작가의생생한스토리텔링으로
정사와야사를완벽히버무려낸흥미로운역사물의탄생!

이책의저자는조선시대를배경으로한다수의소설과역사물을집필한전문작가이다.이책을집필할당시저자는세번이나원고를뒤엎었을정도로스토리텔링방식에고민을거듭했다.역사적인물들의사람냄새나는이야기를제대로,또가장흥미롭게전하기위한치열한고민과시도가이어졌다.결국저자는《조선왕조실록》을기반으로《연려실기술》의내용을더하여자신만의독특한역사물을완성했다.사료적무게감에내용적탄탄함을더하여독자들을과거로순식간에빠져들게하는소설로서의힘까지갖춘글이완성된것이다.
이책은저자의13번째작품으로,그만의속도감넘치며운율이살아있는필체가가득담겨있다.누군가의입을통해전해듣는뒷담화처럼,생생한목소리로전해지는비화들은우리가익히아는역사책속인물들을살아움직이게만들고,사건이펼쳐진그때그조선시대속으로우리를데려간다.


역사속인물들이보여주는비밀스러운모습들이
인간의복잡함과삶의무상함을깨닫게한다!
새로운시각으로새롭게만나는조선의권력자들과그시절이야기속주인공을보며우리는한가지깨달음을얻을수있다.한나라에서가장높은위치에있는왕도일개아첨하는자들에의해흔들려충신을버릴수있다는것,궁의꽃으로만살아가라는요구에도당당히야망과생존욕구를드러낸왕비가있었다는것,하늘이내린재주를지닌똑똑한재상들도한낱권력앞에쉽사리과오를범할수있다는것,그렇게인간은참으로약하고복잡다단한존재라는것이다.
지금껏역사책에서만난활자화된인물이아닌,평범하게혹은비범하게살아간인물들이이책속에서보여주는모습과깨달음은현재와미래를살아갈우리들에게방향키가되어줄수있다.잘드러나지않았던조선의비화속에서우리각자에게맞는삶의방향을찾아가보자.


<책속으로>

“내무던히도노력을했었지,많이도했었지.아바마마의못마땅함을풀기위해참으로많은노력을했었지.아바마마의후궁들까지도계급을올려주며아첨도하였지.그때보였던아바마마의기쁜안색이아직도생생합니다.한데아바마마,이제는제어머님과저의한을좀풀어야겠습니다.”
태종이혼잣말을해댔다.그의얼굴은꽤나시원하고도만족스러워보였다.태종8년5월24일태조가승하하고채1년이되지않았다.
“하긴,그토록아끼셨던서자둘과서녀,사위까지잃었으니어찌저를용서하실수가있었겠습니까.하하,하하하!”
태종은왕자의난당시신덕왕후강씨의소생인세자방석(芳碩)과방번(芳蕃),경순옹주의남편까지모두죽였다.당시경순옹주는비구니가되었는데태조가직접머리를밀어주었다.
-1부왕과뒷담화‘태종’편23~24쪽

세자빈봉씨와소쌍이붙들려왔다.세종이소쌍에게먼저물었다.
“세자빈이너와항상잠자리를하는것이사실이냐?”
세자빈봉씨가땅에바싹엎드렸다.그러고는소쌍을보았다.
‘아니야,아니야.모두말하면너도죽고나도죽는것이야.’
세자빈봉씨가소쌍을향해고개를가로저었다.소쌍이세자빈봉씨와세종을번갈아보다가실토했다.
“지난해동짓날에빈께서저를불러내전으로들어오게하셨사옵니다.다른궁녀들은모두지게문밖에있었사옵니다.저에게같이자기를요구하셨는데이를사양하였더니빈께서윽박을지르시고하여….”
세종의입이절로벌어지며되물었다.
“하여?”
“하여마지못해옷을반쯤벗고병풍뒤로들어갔더니세자빈께서저의나머지옷을다벗기고는강제로눕게하고,남자와교합하는모습을하며서로희롱하였사옵니다.”
세종은기가막혔다.
-1부왕과뒷담화‘세종’편54~55쪽

연산군에게총애를받던기생이하나있었다.어느날,그녀는자신의동무에게지난밤꾼꿈에대해말했다.
“나간밤꿈에예전주인을보았어.그런데기분이좋지않았지뭐니?”
“무슨꿈이었기에그런게야?”
“얼굴이어둑한게꼭죽은사람같았어.그래서오늘은기분이좋지않아.”
하필이이야기를지나가던연산군이듣게되었다.연산군은즉시쪽지를써서내시에게전달했다.
연산군이꿈이야기를꺼냈던기생과함께침소에들었다.조금있으니나인이은쟁반을들고들어왔다.기생이물었다.
“전하,이것이무엇이옵니까?”
“열어보겠느냐?”
기생이얼씨구나,한껏들떠그러겠노라고개를끄덕였다.기생이연탁위에얹힌은쟁반의뚜껑을열었다.
“악!으악!”
기생의찢어지는비명이궐내로퍼졌다.은쟁반위에는그녀가언급했던전주인의머리가올려져있었다.
-1부왕과뒷담화‘연산군’편86쪽

“부르셨습니까,어마마마!”
“앉아보시지요.드릴말씀이있습니다.”
명종이자리에앉자문정왕후가그를유심히보았다.무언가두려운듯안색이좋지못했다.하긴,어미에게아직도잔소리를듣고있으니어찌이와같은자리가편할까.
“홍문박사안명세를잡아들이세요.그는이어미를농락하고,대신들을우습게여겼으며,전하를기망하였습니다.”
“어인말씀이신지….안명세가소자도모르는일로어찌어마마마를농락하였다는것입니까?”
문정왕후가엄한목소리로다그쳤다.
“언제부터꼭주상이알아야만어명을내렸습니까?안명세가사초에그리기록을하였습니다.이어미와전하를왕으로옹립한자들을역적이라고말입니다.”
“사초는소자도함부로볼수가없는….”
탁!
문정왕후가연탁을내리치며명종의말을잘랐다.
“지금어미를가르치려는것입니까?이어미가없었다면어찌주상이그자리에있었겠습니까?주상이임금이된것은모두이어미와어미의가족힘입니다.지금편히앉아서복을누리면서도리어어미의청을거역하겠다는것입니까?어디이래서효자란소리를들으시겠습니까?”
-2부왕비와뒷담화‘문정왕후’편131쪽

“지금네년목숨이중요하더냐?주상은이나라의아비이니라.너의아버지란말이다.내주상만살린다면무엇이두려울까?너의명성이자자해서내너를친히불렀는데,네가모시는신의재주는꽤쓸만하지는않은듯하구나.어찌하여무당이스스로의목숨줄도읽지못할까.내사람을잘못부른것이야.”
막례가묘한웃음을짓더니다소점잖게말을받았다.
“하오시면마마,전하께서입으시는곤복이필요하옵니다만.”
명성왕후김씨가놀라며되물었다.
“곤복이무에필요한가?”
“신께복을빌어야할터인데전하께서직접비실수는없지않사옵니까?하여이년이직접곤복을입고신께빌어야하오니그리하여주옵소서.”
막례의말은틀린소리가아니었다.명성왕후가고개를끄덕였다.
“알았네.”
“하고….”
막례가말을하다말았다.명성왕후가애가타서급히물었다.
“또무엇이남았더냐?”
“이것이제일어려운마지막일이옵니다.마마께서매일차가운샘물로목욕을한후전하의복을함께비셔야하옵니다.정녕하실수있겠사옵니까?”
때는11월말이었고,곧12월이었다.양력으로따진다면혹한인1월쯤이었다.
“내자식을살리는일에어찌나의건강을먼저살핀단말인가.”
-2부왕비와뒷담화‘명성왕후김씨’편177~178쪽

서달(徐達)은황희의사위였다.서달이신창현(新昌縣)에서자신에게예를갖추지않는다는이유로고을아전을잡아다가마구때렸다.그런데매를맞은아전이이튿날죽고말았다.아전의이름은표운평(表芸平)이었다.운평의집에서는당연히이일을상부에보고하여고소할수밖에없었다.
황희의인상이어둑했다.얼굴전체에퍼진검버섯이더욱도드라져보였다.딸년이찾아와애걸복걸했다.드디어기다리던맹사성이사랑채에들었다.황희의얼굴은더욱죽을상이되었다.맹사성은우의정이었고,황희는직책이좌의정이었다.
맹사성이사정을몰라먼저물었다
“좌의정께선표정이어찌그러신가?”
“우의정,나좀살려주시게.”
“살려달라니,어디몹쓸병이라도걸렸나?”
“차라리몹쓸병에걸렸으면죽기라도하지.사위하고딸년덕에이리청을넣고있네.서달이사람을죽였는데조정에알려지면목숨이위태로울게아닌가.아전하나가예를갖추지않는다고잡았다는데,그걸본운평이란자가대거리를하자홧김에그만때려죽였다지뭔가.그죽은사람이신창사람이라하네만.”
황희가말을끊으며잠시맹사성의눈치를보았다.신창이면맹사성의고향이었다.황희가다시금부탁했다.
“어찌좀봐주시게.딸을과부로만들수는없지않은가?신창일만잘처리되면서선이형조판서로있으니문제될것은없을것이네.”
-3부재상과뒷담화‘황희’편184~185쪽

가뭄이매우심해태종을비롯하여대신들의걱정이태산이었다.
“한심하기짝이없는인사들같으니라고.모여들앉아머리싸매고있다고비가올것이야,눈이올것이야?걸음아끼며,나라녹아끼며,부는바람에비소식이있나없나점이나치면될것을.”
가뭄이제아무리심하더라도이숙번의집우물은마르지않았다.그때차지가다가와이숙번에게인기척을내었다.
“대감마님,궐에서또사람이나왔습니다.
내관이온모양이었다.이숙번은귀를후비며귀찮다는듯말했다.
“오늘도몸이심히불편하여움직일수가없으니돌아가라일러라.”
차지가우왕좌왕하며걱정스레말을건넸다.
“하오나계속해서이리돌려보내시면….”
사랑채에벌러덩누워있던이숙번이벌떡일어나며성을냈다.
“감히어느안전이라고그따위망발을지껄이는것이냐?네지금나를가르치려는것이야?”
차지가무릎을꿇고는빌었다.
“죽을죄를지었사옵니다.한번만살려주시옵소서.”
그후로도여러대신이날마다가뭄을걱정하며태종과의논에열중일때,이숙번은병을핑계로몇달동안입궐하지않았다.
또다시홀로궐에돌아온내관을보며태종이더는참을수없다는듯소리쳤다.
“내이놈을!이놈이죽고싶어환장을한것이야.내관을보내어그리도경고를하였건만!”
드디어태종이이숙번에게반감을드러냈다.이숙번은공을여러번세운뒤로그공을믿고교만하기짝이없었다.같은재상이라도발아래로여겼으니그에게이를갈고있는이들이만만찮게있었음을이숙번은알지못했다.
-3부재상과뒷담화‘이숙번’편230~231쪽

남이가급하게마당을지나별채로향했다.별채엔사람들이모여난리가한바탕이었다.처자의아비가남이를보았다.
“남이라고합니다.”
“내가누구인지그대도알터.한데어찌죽은나의여식을그대가살린단말인가?만약그러지못할시에는그대가아무리선대왕의외손이라고는하나내가만있지않을것이오.”
남이가뜻을받잡고는간단한예로답을대신했다.죽은처자의아비는지금권력의중심에있는권람(權擥)이었다.남이가아무리태종의외손이라도자칫잘못했다간죽을수도있었다.
“대신의여식을제가보았으면합니다.”
권람이종들에게눈짓을보냈다.모두자리를비켜주었다.남이가들어가보니죽은처자의가슴위에그요망한것이앉아있었다.얼굴에분칠을하고보자기위에앉아있던여자귀신이맞았다.남이가그귀신을뚫어져라쳐다보았다.처음시선을외면하던귀신이남이를보더니이내아쉬운표정으로처자의가슴에서내려왔다.
“아가씨가숨을쉽니다.숨이되돌아왔습니다.”
-부록,재미로읽는야사속뒷담화‘남이와권람’편302쪽

아이의어미가비장한낯빛으로문을열고나섰다.사방은이미어둠에묻혀캄캄했다.그런여인의손에는부엌칼이들려있었다.여차하면누구라도찌를기세였다.낮동안보아놓은시체를떠올렸다.죽은지얼마되지않은시체였다.이제더는배고픔을참지도,견디지도못했다.이미인육을먹는이들은사방에즐비했다.그조차도먹지않으면그야말로배가고파죽었다.낮엔아이와아녀자들은돌아다닐수도없었다.건장한사내들이많았고,건장한사내가아니더라도허기를달래지못해이미인간이아닌자들도많았다.모두아이들을잡아다가먹었다.아녀자들도잡아다가먹었다.
아이의어미가어둠을더듬어보아두었던시체로향했다.
“으흑,으흐흑!”
여인이그만바닥에엎드려흐느끼고말았다.큰결심을하고나섰건만낮에보아두었던시체는이미뼈만남아있을뿐이었다.그옆으로한늙은이가죽어있었는데,늙은이의손에는살이발려진시체의뼈가들린채였다.배고픔을이겨내지못해살이발린생뼈를빨아먹은모양이었다.늙은이또한뼈만이앙상한채흡사살을도려낸해골과도같았다.
“아니야,아니야.내새끼가죽어가고있어.나는할수있어.”
여인이미친듯이늙은이의바지를벗겼다.노인의허벅지도가죽만이붙은채앙상했다.여인이칼을들었다.
“으,으….”
여인이놀라칼을떨어뜨렸다.노인이살아있었다.노인의손이여인의옷을붙잡으려다다시힘없이떨어졌다.여인이칼을도로주워서는노인의허벅지살을급히발라내기시작했다.노인은어떤미동도없었다.귀신에홀린듯가죽만을벗겨낸여인이재빨리자리를떠났다.더머물다가누군가에게들키는날이면자신의목숨이위태로웠다.
-부록,재미로읽는야사속뒷담화‘임진왜란’편321~3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