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심봉순 장편소설)

탄 (심봉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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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늘이 세 평, 땅이 세 평이라고 불릴 정도로 척박한 산골에 유혹의 속삭임이 날아왔다. 땅속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이었다. 제일 먼저 진희 작은 외삼촌인 무열이 그 유혹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마을 사람들도 차츰 무열처럼 광부가 되어갔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 전국 곳곳에서 날마다 남부여대하고 몰려든 사람들로 월천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진희가 국민학교에 입학하자마다 선생은 이곳을 저주받은 땅이라고 비웃듯이 선포했다. 진희 친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수업 시간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일이었다. 진희 친구 미숙이도 수업 시간에 그녀의 아버지가 광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그녀의 엄마는 남편을 잃자 도바다에 있는 선탄장에 취직해 석탄 고르는 일을 하면서 가정을 이끌었다. 안동에서 전학을 온 진희 친구 보배 엄마는 카바레를 들락거리다가 바람이 났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자살하고 말았다.
무열에게는 네 딸이 있었는데 막내딸을 낳다가 부인이 죽자 큰딸 자야에게 아이의 육아와 살림을 맡겼다. 쌍둥이 딸에게는 월천에 트윈미용실을 열어주었는데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호황기여서 트윈미용실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 와중에 무열은 세 번이나 장가를 더 들었지만 세 번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길게 부부생활을 이어가지 못했고 성격도 괴팍하게 변해갔다. 무열은 잦은 광산 사고의 최일선에서 인명구조를 담당해왔던 이력 때문에 죽은 영혼이 들러붙었다고 믿었다. 무열의 유일한 친구인 춘양에서 온 일석도 광산 사고로 죽고 말았다. 무열은 일석의 유해를 동쪽 바다에 뿌리며 이승에서 못해본 권세를 바다에서는 고래로 환생해 맘껏 누리라고 축원했다.
서른 명이나 죽은 대형사고에서 혼자 살아온 무열의 형인 무산은 철원으로 이사했다. 그 당시 인기 종목인 낙농업을 꿈꾸었다. 그런데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다. 무열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광부 생활을 하면서 폐에 석탄가루가 쌓여 규폐환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무산이 오랫동안 병마와 씨름하다 죽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달 만에 무열도 따라 죽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의 땅에 몰래 묻혀야 했다. 대신 자야는 무열이 평소에 좋아했던 작약꽃으로 상여를 치장하고 선소리하는 요령잡이와 열두 명의 상두꾼으로 맞추어 광부 아라레이를 부르며 고인을 위로했다. 광부 아라레이는 광부들끼리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며 불렀던 노동요였다.
저자

심봉순

강원도태백에서태어났으며관동대학교국어교육학과를졸업했다.2006년계간『문학시대』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피타고라스삼각형」이당선되었다.소설집으로『소매각시』,『라스베가스로간다』,『메밀꽃질무렵』(공저),『현진건문학상수상집』(공저),장편소설『방터골아라레이』등이있다.2002년산문「출렁다리」로김유정전국문예공모대상수상했고2017년단편소설「제천」으로현진건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장검은강ㆍ7
제2장덤ㆍ55
제3장연기ㆍ115
제4장광부아라레이ㆍ157
에필로그청첩장ㆍ221

작가의말태백의모든아버지에게바치는헌사ㆍ252

출판사 서평

탄광촌사람들의애환을절절한목소리로담은심봉순의역작『탄(炭)』출간
2017년단편소설「제천」으로현진건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던심봉순작가가자신의고향태백탄광촌을배경으로산업화시대의역군인광부들과그자녀들이살아온이야기를담은장편소설『탄(炭)』을출간했다.
강원도를대표하는전상국소설가는“장편소설『탄(炭)』,거두절미,물만난고기처럼,아니모처럼‘내입맛에맞는글’그신명에빠진작가심봉순의당찬맨얼굴과만나는일이즐겁다.『탄』은그의첫장편소설『방터골아라레이』의자전적가족사를한층뛰어넘는옹골찬서사구조를통해우리나라산업화시대그현장탄광촌사람들의애환을한숨삼킨절절한목소리로담아낸역작”이라며“그리하여우리는강원도태백이낳은타고난이야기꾼심봉순작가가소설을통해복원해낸그이야기가바로우리의어제모습이고오늘우리의현주소확인이라는각성에이르게될것이다.『탄』을읽는또다른즐거움은무심무뚝뚝한강원도시골사람들의삶을진솔하게그려낸작가심봉순의튼실한소설문장과만나는일이다.작가의향토사랑,그진정성과의만남이기도하다”라고심봉순작가의장편소설호평했다.
심봉순작가의고향인태백은석탄생산의도시로유명했던곳이다.한때지나가는개도만원짜리지폐를물고다닌다는우스갯소리가있을정도로호황기였던시절도있었지만작가의친구아버지대부분은탄광사고나진폐증등으로폐암을앓다가일찍죽거나혹은오랫동안병상에서고통받으며힘든생활을이어갔다.그뿐이아니었다.작가의고향에는영감들을모두양지바른숲들머리에올려보내고그곳에둥그런무덤한채만들어준후그숲아래마을느티나무쉼터에서할머니들끼리옹기종기모여살았던곳이다.
심봉순작가는“이소설은숲을좋아하는내아버지를위한헌사였고두려움에떨면서가족을위해날마다굴속으로들어가야만하는태백의아버지를위로하기위해썼다.또이모든것을함께오롯이겪어야하는가족의맑은눈물을닦아주기위해서였다.글은치유라고하지않았던가.하지만여전히부족하고부족하다.검은물이줄줄흘러내리는작업복을빨아보지못한손으로그들의아픔을위로한다는자체가어쩌면어불성설일수도있겠다”고작가의말에서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