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년의 기다림과 일곱 날의 생 (최돈선 시집)

칠 년의 기다림과 일곱 날의 생 (최돈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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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외로운 정서와 여성적 섬세함의 결로 그려낸 ‘그리움의 시학’
강원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와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강원도 춘천의 최돈선 시인이 1984년에 영학출판사에서 펴냈던 첫 시집 『칠 년의 기다림과 일곱 날의 생』을 33년 만에 다시 출간하였다. 최돈선 시인은 1980년대 강원고 교사 시절 문예반을 이끌며 권혁소, 최준, 전윤호, 신동호, 이용진 등 여러 시인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시집 해설을 쓴 홍신선 시인은 “최돈선의 시를 읽다보면, 그리움의 시학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리움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 그리움은 잊혀진 친구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 시절의 꿈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이 다양한 그리움의 대상은, 바꾸어 말하자면, 그의 생을 만들어온 여러 가지 요소이다. 한 사람의, 그것도 한 시인의 생을 만들어온 요소란 어느 한가지로 못박아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최돈선의 시는 우선 시의 제목들만 훑어보아도 그 정서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친구, 엽서, 종, 허수애비, 겨울 햇볕, 여름 뜨락, 철쭉꽃, 호드기 등 둘레의 아주 자잘한 사상(事象)들이 그 주된 요소를 이루고 있다. 자잘한 사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최돈선의 감성이 여리고 섬세하다는 뜻이다. 또 체험영역으로 볼 때에도, 그의 체험의 상당수는 유소년시절 친화의 대상이었던 따뜻하고 가까웠던 것들에 머물고 있다. 그리움이란 느낌이나 감정은 그 대상이 지금 이곳에 없다는 데에서 촉발되고 있으며 그만큼 대상은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그리움은 어떤 한 특정의 대상에 대한 끈질긴 그리움이 아니다. 우리 전래의 시에서 보이듯 ‘님’이나 ‘초월의 존재’에 대한 끈질기고 움직일 수 없는 그리움과는 다른 것이다. 말하자면, 형이상의 그리움과는 바탕을 달리하는 것이다.
최돈선 시의 또 다른 특징은 ‘이미지 유추’ 방법이다. 최돈선의 이미지들은 아주 다른 것들이 유추되어 만나면서 동질화되고 있다. 의인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동일선, 동질의 맥락에서 만나는 것이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이 비가 되기도 하고 물비늘로 여울이 지기도 하며, 철쭉꽃에서 환장한 애비나 죽은 딸년들을 유추해내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유추방법은 그의 시에 아름다운 꾸밈의 효과를 빚게 한다.
최돈선 시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자잘한 둘레의 사상들로부터 촉발되는 정서적 반응, 특히 그리움의 감정을 시에 담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리움은 그로 하여금 어디든 떠돌고 싶다는 표박의 감정으로 치닫게 만들기도 한다. 때문에 최돈선의 시들은 자아의 내면세계에 들어앉아 둘레의 자잘한 것들로부터 촉발되는 ‘그리움의 시학’을 이룬다. 거기에 홀로 외로운 정서가 가세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여성적인 섬세함이 결을 이루기도 한다.
저자

최돈선

저자최돈선은강원일보,동아일보신춘문예와『월간문학』신인상당선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칠년의기다림과일곱날의생』,『허수아비사랑』,『물의도시』,『나는사랑이란말을하지않았다』,『사람이애인이다』등이있고,산문집으로『외톨박이』,『너의이름만들어도가슴속에종이울린다』,『느리게오는편지』가있다.동화『바퀴를찾아서』를인형극으로올려7년장기공연을했고,희곡『파리블루스』를극단여우에서공연했다.

목차

제1부
그날·13
친구여·14
엽서·15
칼을갈며·16
종(鐘)·17
강남(江南)으로가서·18
미루나무강변·20
겨울햇볕을쬐며·21
허수애비·22
여름뜨락·23
달·24
울림·25
청평사(淸平寺)길·26
철쭉꽃·27
호드기·28
남도(南道)·29
봄·30
노래를위한시·31
고인돌·32

제2부
샘밭·35
하얀비늘의강·36
가을산·37
가을꿈·38
로트레아몽·40
시인·41
강릉겨울바다·42
밤의가지엔·43
가을밤·44
춘천호(春川湖)·45
섬·46
전설·47
햇비·48
문둥이의봄·50
머슴·52
내촌강(乃村江)·53
웃음·54
나도닭과같이·56
편지·58
길·60

제3부
들불1·63
들불2·66
늑대·67
고해(告解)·68
고래·70
개울·72
삶·73
사냥꾼·74
상진이·77
한국인·78
잎새·79
시점(視點)·80
진달래이야기·82
구운몽(九雲夢)·84

해설-그리움의시학(詩學)/홍신선·99

출판사 서평

[대표시]

엽서
--

누가나를사랑하나.
-
한편의영화처럼강이떠나고
포플라가자라고
바람과함께흐린날이왔다.
-
나는부끄러워
조그만목소리로미어지듯
음악을욕했다.
비록조용한배반이었으나
사랑하는진정한그들은죽었음을
이제야알았다.
-
램프와그리운바람이
인생을덮고
죽은친구의묵은엽서에긋는
자욱한빗줄기
-
아직은한줄의시를사랑하고
노래처럼불이꺼지고
바람과함께흐린날이왔다.
--



노래를위한시
--

어느날떠난배가그리워강으로가지
어느날물새알이그리워강으로가지
강으로가는그길휘파람새를보았니
바람에실려온바람풀바람풀을보았니
-
어느날낮달이그리워강으로가지
어느날할미꽃그리워강으로가지
강으로가는그길뻐꾹새를보았니
구름에실려온제비꽃제비꽃을보았니
-
보았니보았니
아직은그리움있어보이는그길
흔들려흔들려오는외로운그길
--


고래
--

나는하나의의지
누구도침범할수없는힘이다.
누가나를부를이없고
나는또끝없이가야만한다.
사랑도빛나는꿈도
나에겐오직헛된것뿐
바다의그끝없음만이나를건진다.
말할수없는고독이
나의피가되고굳은살이되고
아무쪼록나는
이푸른절망의화신이다.
바다를밀어붙이는나의의지는
숨가쁜바다의분노를낳는다.
외로운피를낳는다.
나를살해하려는어떤것도
내살의용기는용서하지않는다.
오직처절한피투성이싸움뿐
이바다에선
오래도록나는죽음이었고
이미떠나버린공허였다.
나는바다를숨쉬고또영원히
끝없음의여로를가야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