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나의 할머니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할머니, 나의 할머니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15.21
Description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평범한 여성이 집안의 4대에 걸친 여성사를 훑으며 삶의 뿌리를 짚어보는 에세이다. 어린 시절부터 스토리텔링에 능했던 양가의 할머니들과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때의 증조모, 결혼 넉 달 만에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유복자를 키운 할머니, “아들 잡아먹은 년”으로 살았던 외할머니, “오빠 잡아먹고 태어난 계집애” 큰이모, 남동생이 태어나고서야 사랑받은 어머니의 삶을 들여다본다. 이 여성들의 삶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 이모와 고모의 인생을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자신의 성씨를 물려줄 수 없었음에도 자녀들을 지키고 뒷받침해온 비범한 어머니들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저자

이시문

‘극락’이라는뜻의경기도안양에서나고자랐다.삭령최씨할머니,선산김씨외할머니,연안이씨엄마에게서태어나전주이가로살고있다.할머니들과어머니모두입담이좋아이야기가끊이지않는어린시절을보냈으며,이에더해소설,수필,만화,영화등온갖서사를탐독하며아동,청소년기를지나왔다.구두로전해들은할머니들의이야기와탐독하던서사의영향으로이책을쓰게되었다.평범한한집안의100년사가자신의성씨를물려줄수없었음에도온생을바쳐자녀들을지키고뒷받침해온비범한어머니들에게조금이나마위안이되길바라며썼다.

목차

1장나고자라다:‘보리쌀서말’이별명인나의친할머니|산본리전주이씨이서방을소개합니다||6·25동란과세과부|아빠의유년|서울살이의시작과끝|엄마와외가식구들하나둘씩미국으로떠나다|할머니의못말리는바지런떨기관찰기|따뜻한국물의효능|우리집에서동짓날팥죽을먹지않게된사연|호박풀떼기와돈까스와배추전과보리된장국|남의집할머니들의음식|우리집의자본주의부적응기|미국식구들의한국아지트

2장짝을찾아혼인을하고이어지는자손들이야기:삭령최씨집안과전주이씨집안의만남|최씨할아버지가고르고고른사위|남의정신에살지말라는말씀|21세기,전주이씨딸과남원양씨아들의혼인|제사보다는제삿밥|몇달새로돌아가신외할머니와외할아버지|7년후친할머니를보내드리기|어쩌면이야기의시작,그여름어인광풍

출판사 서평

한집안의100년사를통해들여다보는
우리어머니들의해방일지

♣할머니와어머니는어디성씨냐고묻는이야기
-자신이누구인지그뿌리를공정한시선으로들여다보다

“어디성씨냐”는물음에대답을주저하는사람은드물다.우리나라사람대개는아버지에게성씨를물려받는다.그렇다면어머니는어디성씨를사용하느냐고묻는다면대답할수있는사람이몇이나될까?게다할머니와할머니의어머니는어디성씨냐고묻는다면?대개는대답하지못할것이다.이상한일은아니다.아버지성씨를물려받는우리나라사람대다수는어머니와할머니들의성씨를묻는일자체가드물다.
다만이책은드물게그런책이다.저자이시문은천명하듯밝힌다.어머니는연안이씨,외할머니는선산김씨,할머니는삭령최씨이고자신은전주이가라고.양친의족보를아는게중요해서는아니다.자신이누구에게서났는지공정하게생각하고표현하기위해서다.
『할머니,나의할머니』는한평범한집안의100년사,정확히는여인사의요약본이다.스토리텔링에능했던양가할머니와어머니를둔저자는어려서부터들어왔던그들의이야기를기억해기록하고궁금한점은인터뷰하여이책에담았다.최은영소설『밝은밤』처럼이야기의시작은일제강점기,할머니들의어머니때로부터시작된다.평범한집안자녀들이라면누구나예상할수있듯저자의조상도순탄치않은삶을산다.
그가운데약자중약자일수밖에없었던여인들의삶이야말해무엇할까.저자이시문가문의4대여인들의삶은이렇게요약된다.
-일제강점기,일본군위안부로끌려갈위기에서벗어나는가했으나아버지가정한혼처로시집가야했던증조모.
-결혼네달만에한국전쟁으로남편을잃고홀로아들을키워낸친할머니.
-큰아들의죽음으로“아들잡아먹은년”,“아들못낳은죄인”되어살았던외할머니.
-많은재능을타고났음에도“오빠잡아먹고태어난계집애”로성장해야했던큰이모.
-밑으로남동생이나고서야사랑받았던셋째딸인어머니.
그렇다고해서어두운분위기에서만이들의이야기가전해지는건아니다.“빗살무늬토기를강물에씻으러와서서로밀린이야기를나누듯구구절절풀어놓는이웃집수다쟁이아줌마의집안이야기”혹은마치친척언니의이야기처럼편안하게읽히고,한국전쟁속에서도살아남은이야기로시작해마지막까지자손들을지켰던할머니가돌아가시기까지의이야기여정에독자는자연스럽게큰울림을얻는다.

♣한집안의역사를통해한국의근현대사를훑다
-어머니들이심어놓은솔씨가소나무정자가돼책으로태어나기까지

누군가는우리집안사도아닌이이야기를왜읽어야하는지의문을품을법하다.그러나작은규모를통해역사를파악한다는취지의‘미시사’라는말이괜히나온건아니다.개인이야기는많은경우한세대,한시대,한성별을대변하기도한다.소설『밝은밤』이한집안의100년에걸친여성사로많은독자의공감을샀듯,정지아의리얼리즘소설『아버지의해방일지』가부친의죽음을시작으로얽히고설킨이야기가하나하나풀어지며70년현대사의질곡을생생하게보여주듯,개인의이야기는결국거시사의모세혈관이다.평범한한집안의4대여인사인『할머니,나의할머니』는두소설과달리픽션이아닌다큐이기에미시사로서의가치가더욱크다고할수있다.
저자역시“역사책에는건조한사건과어쩌면간단한논평정도만나열될뿐,실제로그시대를사는사람의인생이역사적인개별사건과어떻게물고물리는지는알기어렵다”며이책의취지를밝혔다.
본문에할머니에게집안어른이“솔씨심어정자를만들라”는말씀을하셨다는말이나온다.솔씨를심어정자를만들려면기나긴세월이필요하지않겠는가.이책은말하자면저자의할머니가심어놓은솔씨가소나무정자로태어난이야기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향긋한솔향을맡으며그정자의그늘에앉아,내할머니의이야기이기도하고,나의고모나이모의이야기이기도한이책을읽어보길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