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엄마의언어를먹고,그온기를입는다.”
수리수리마수리,
엄마의언어가만드는마법의세계
시시각각변하는하늘의색,뺨을스치는바람의세기,처음먹어보는음식의맛.아이는태어난순간부터끊임없이신기하고새로운세계를만난다.그리고엄마가사용하는언어를들으며세상을인지하고세상에마음을연다.엄마또한아이를통해지금까지사용했던말과는또다른언어의세계로들어간다.이제엄마는세상을탐색하고성장하는아이를보며끊임없이고민한다.‘아이의말에어떻게반응을해야할까?’,‘아이의질문에꼭맞는대답은무엇일까?’,‘이런설명말고는정말다른방법이없었을까?’
아동심리치료및미술치료전문가이자그림책숲대표인저자표유진은이책을통해엄마의말에따라아이의세상이달라진다고말한다.이때아이의감정과시선을엄마가얼마나인지하고어떤단어와문장,어휘로소통하느냐가매우중요하다.
아이는자동차를보자마자“간다!간다!”하며소리쳤다.그때신호등에노란불이켜졌다.지금이다.
“엄마마법이다.수리수리마수리얍!자동차야멈춰라!”
말이떨어지기무섭게빨간불이켜지고자동차들이멈춰섰다.
“짜잔!”
아이가눈을반짝였다.
“자,이번엔자동차들이움직이는마법이야.주문을반대로외어야해.리수마리수리수얍!자동차야달려라!”
때마침켜진초록불에자동차들이움직이기시작했다.아이가조금만커도금방들통날마법이지만그순간만큼은재미난말을술술내뱉는마법사가된기분이었다.거기에서다-가다,움직이다-멈추다같은움직임과관련한동사와반대말까지효과적으로알려준건덤이고말이다.
(본문중에서)
수리수리마수리,마법의주문에아이의세상은완전히달라진다.생각은끝없이펼쳐지고상상력은폭발한다.위의이야기는저자의단편적인예이지만,‘엄마의어휘력’이란결국,아이의온도(마음)와속도(성장),음율(아이의눈높이),분위기(공감)를담은양육자의언어이다.일상에서듣는엄마의언어를영양분삼아아이는외부에대한긍정적인호기심과질문을키운다.그결과사물에대한더욱풍성하고다양한이해와표현을갖게된다.그렇게자신을배우고감정의결을느끼고표현하면서아이는심리적,정서적으로건강하게자란다.이처럼아이가성장하는순간마다엄마의언어는많은영향을미친다.
사물에대한흥미와상상력을불러일으키는언어들
일상을풍요롭게만드는의성어·의태어,
그리고우리의마음을잘드러내는순우리말
오랜시간그림책편집자로‘어린이라는세계’에몸담았던저자는아이들의관심과흥미,집중도를높이는언어에집중해왔다.특히불분명한아이의감정이나부족한표현들을보다다양하고즉각적인언어로표현하기위해노력하고있다.그래서인지부모가일상에서자연스럽게활용할수있는감각언어인의성어와의태어,우리의정서와뜻이고스란히녹아있는순우리말을강조한다.저자는감칠맛을내는비법양념처럼의성어와의태어,재미있는순우리말을살짝만넣어도아이의어휘력을향상시키는말놀이도되고,주변이재미난것들로더욱가득해진다고말한다.특히엄마가직접상황에맞는단어를아이와함께만들어사용하면효과는더욱크다.
쿵쿵,콩콩,또각또각,따각따각,통통,스윽스윽,자박자박,타달타달,터덜터덜,뚜벅뚜벅.뽀드득뽀드득,부릉부릉,부우웅,끼익,쿵,짤랑짤랑,덜컹덜컹,삐요삐요······.수많은소리들을함께듣고모으며우리는길을걸었다.아이와함께숲에서들었던새소리,크게틀어놓고몸을흔들었던노랫소리,조용히귀기울이다참지못하고밖으로뛰쳐나간빗소리.이모든것들이추억의맛처럼추억의소리가되겠지싶다.아이는나와손잡고걷고있는지금을어떤맛,어떤소리로기억하게될까?
(본문중에서)
찬바람머리는아침저녁갑자기싸늘한바람이불기시작하는가을무렵을뜻하는우리말이다.알록달록단풍으로온세상이물들고잘익은과일과곡식으로풍요로운가을치고는어째차가운느낌이드는이름이다.가을이오면곧겨울도올테니,부지런히겨울날준비를해야했던옛사람들의마음이지않았을까.
찬바람머리가누구냐는아이의물음에이야기하나를지어냈다.
“뜨끈뜨끈무더위에힘을거의다쓴여름이힘없이축늘어져있자,찬바람머리가쓰윽고개를들었어.‘후’바람을불며“여름아이제좀쉬어.내년에만나자.”하고말했지.찬바람머리가‘후’하고바람을불자감나무가말해.“아이,시원해.”기분이좋으니열매맛도달콤해져.다시한번‘후’하고바람을불자너른들판벼들이넘실넘실황금물결을만들어.또다시‘후’하니까낙엽들이우수수떨어지네.찬바람머리가누굴까?”
아이는대단한수수께끼라도푸는냥제법진지하다.
“가을!”하고외치며기대하는눈빛으로나를보았다.
“딩동댕동!그럼다음문제.찬바람머리가쓰윽들어와서휘리릭꼬리까지빠져나가면누가찾아올까?”
(본문중에서)
아이의새로운감정과두려움,추상적인마음을알려주는언어
자신의마음을알아채고표현할수있는말로
아이의자존감을키운다.
가슴이터져버릴듯화가난감정,왠지모르는갑자기찾아온슬픔,막연한두려움은아이들의성장과정에서매우자연스러운현상이다.아직추상적개념에대한이해가막연한아이에게어디까지어떻게설명해줘야할까?
책에서는“무서워!싫어!아니야!”속에숨어있는아이의진짜속마음을읽어내는방법과함께엄마의경험과감정을이야기하면서아이의공감과생각을이끌어내는법을알려준다.나아가저자는스스로의감정을알고,그것을자연스럽게표현할줄알아야자신과타인을이해할수있다고이야기하며아이가자신의마음을알아채고표현할수있도록자신만의노하우도같이풀어내고있다.다시말해,엄마는아이가엄마의말속에서자연스럽게자기자신을인식하며자랄수있도록‘공감의말’과기쁨,슬픔,용기,희망등‘감정의말’을가능한많이나눠야한다는것이다.
처방에따르면사과나무의맛까지느끼며사과주스한잔을천천히마셔야하고,좋은땅에씨앗을심어야한다.가능한먼곳까지걸어야하고,동물에게먹이도주어야한다.사랑하는사람에게용기를주는편지도쓰고,제일좋아하는책을조용하고평화롭게읽어야한다.그리고마지막으로멋진일을하는내모습을생각해야한다.
그런데이처방이정말마법의묘약같다!실제로따라하지않았는데도책을읽는것만으로도‘정말이렇게하면슬픔이조금은사라질거같아.’라는생각이들기때문이다.
“우리도슬픔을치료하는책의처방을따라해볼까?”
“이건롤리의슬픔을없애주는책이잖아.”
“그러니까우리만의책을만들면되지.그리고우리의마음이좋아지는일들을꼽아보는거야.일단첫번째처방은냉장고문을열고가장맛있는걸골라먹는다.어때?아이스크림이남아있는것같던데.”
아이스크림이란말에아이가미소를지었다.우리는아빠가초인종을누를때까지책의처방을모두따라야효과가있다는조건도내세웠다.처방은나와아이의아이디어가반반씩섞여있다.한마디로우리는공동저자인셈인데,그내용을소개하면다음과같다.
(본문중에서)
엄마라면누구나가까이서훔쳐보고싶은
연령별,발달별로익히는‘엄마의어휘력’
이책은아이의연령대를기준으로총6장으로나눈뒤,각단계별로아이가바라보는세상을인정하고소통하려는엄마에게필요한어휘력에대해자세히설명하고있다.
1장은0~18개월까지아이와의애착을형성하는엄마의어휘력에대한이야기다.이시기는애착을형성하는말과단어들이중요하다.이세상에온걸환영하는말,애착을부르는접촉의말,애착놀이를더욱풍성하게만드는의성어와의태어,까꿍놀이를더욱즐겁게만드는촉감단어등을통해엄마와아이는세상에서가장듬직한내편을만들게된다.
2장은18~36개월아이의오감을깨우는데도움이되는엄마의어휘력을주제로한다.걷고,말을시작하고,온몸으로세상을흡수하는아이에게엄마는시시각각변하는하늘의색,얼굴에닿는바람의세기,처음먹어보는음식의맛,줄지어가는개미들의모습,빗소리등을함께관찰하고느끼며다양하게표현해준다.이과정을통해아이는엄마가표현하는다양한감각의말들을자신의말로만들어간다.
3장은3~5세아이의상상력을확장하는엄마의어휘력을다룬다.이시기의아이는엄마에게수많은질문을분수처럼뿜어낸다.이때엄마에게는아이의눈높이에걸맞은어휘력이절실하게필요하다.아이가마음껏상상하고자신을관찰하고감정에충실하도록도와주는엄마의역할을결코놓쳐서는안된다.
4장은아이의자존감이생성되는4~6세를대상으로한다.이제아이는엄마의감정표현을통해자신의감정을세분화해서표현하고누리는방법을배운다.따라서엄마는감정의결을아이에게제대로보여주고알려주어야한다.이시기에는“너는정말멋진아이야!너를정말사랑해!”라는말이아이를건강하고균형적으로성장하게돕는다.
5장은사회성이커가는5~7세아이를키우는엄마의어휘력이다.가족을넘어타인과관계를맺게된아이가바른관계를맺을수있도록엄마가편견과선입견을깨는말,다름을인정하는수용의말등을알려주는일은매우중요하다.이를통해아이는건강한자아존중감을바탕으로타인의마음도존중하는힘을갖게되기때문이다.
6장은아이와함께커가는엄마의이야기다.엄마가아이를향해수많은말을건네듯아이역시엄마를바라보며말을한다.‘싫어’라는아이의말은엄마와의충만한대화를통해‘답답해’‘힘들어’‘무서워’로풍성해지고,이를바탕으로서로를더많이이해하게된다.
이책에는빼놓을수없는또하나의장점이있다.오랜시간그림책으로어린이독자와만나고,아이들과부모를만나며치유와공감을이끌어낸저자가처음으로공개하는아이의연령대및상황에맞는그림책들이다.이와더불어아이와재미있게그림책을보는방법,일상에서쓰이는외래어를예쁜우리말로바꾸어말하는법도정리해두었다.또엄마들에게유용한아이의자아존중감을위한그림책목록등의부록도풍부하게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