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이승희 산문)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이승희 산문)

$14.00
Description
“세상으로부터 밀려나고 단절되었다는 생각으로 외로울 때
식물은 저의 연두를, 저의 연두색 손가락을 건네주었다.”

까칠하지만 여린 시인과 예민하지만 너그러운 식물들의 동거동락(同居同樂)!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등의 시집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이승희 시인이 첫 산문집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를 펴냈다. 이승희 시인은 살고 있던 집에서 식물들이 잘 살아남지 못하자, 식물이 살 수 없는 집에서는 살기 싫어 마당이 있는 구옥으로 이사를 했다. 함께 살던 식물들을 데리고 왔고, 이사 와서는 새로운 식구들을 맞아들여 다양한 식물들과 함께 동거동락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이 식물을 보살핀다고 생각하지 않고 식물이 자신을 길들인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며,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하는 짝이나 동무’라는 의미에서의 상호 반려 생활 중이다. 마당이 있는 집 안팎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식물들에게 시인은 시를 읽어주고, 라디오를 들려주고, 비가 오면 비를 맞혀주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식물들은 시인에게 호들갑스럽지 않은 위로를 전하고, 슬픔의 모양을 빚어주고, 일상의 평온을 선사한다. 시인은 어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저 연두색 얼굴을 한 친구를 하나 사귄다”는 마음으로 식물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는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식물과의 동거 생활을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산문집이다.

서로에게 지나치게 애쓰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는 시인과 식물들의 동거생활은 그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진정한 반려의 삶이다. 그런 생활에서 직접 길어 올린 추억과 치유의 언어들은 그 자체로 읽는 이의 마음에 슬며시 스며든다. 까칠하지만 여려서 세상과 불화하거나 마음이 상한 날에는 어김없이, 한없이 예민하지만 그만큼 너그러운 식물이 자신의 연두로 시인을 위로한다. 그런 자연스러운 주고받음이 글의 곳곳에서 오롯이 배어나서, 책을 읽다 보면 당장 식물 친구 하나 곁에 두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마당으로 식물들을 다 내놓고 비 맞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때가 “근래의 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고백하는 문장들을 읽으면, 비와 식물과 라디오와 시인이 피우는 담배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1부 ‘같이 살아요, 우리’에서는 시인과 식물들의 동거사(史) 혹은 반려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하나하나의 식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시인과 만나고, 관계를 맺고, 추억을 함께해온 순간들이 감성 어린 언어로 그려진다. 라디오, 식물의 연두,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꽃, 동화 같은 밤의 식물들, 비 오는 날의 마당 같은 심상들이 섬세한 언어로 쓰인 문장 사이사이로 흐르며 서정적인 감성을 양껏 불러일으킨다. 2부 ‘내가 편애하는 식물’에서는 불두화와 수국에서부터 대나무까지 시인과 특별한 인연이 닿아 ‘편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식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꽃과 나무, 식물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3부 ‘시 속의 식물 이야기’는 자주 식물을 소재로 시를 써온 시인이 자신의 반려 식물들과 살다 떠올린 착상으로 쓰인 시를 직접 들려준다. 식물이 불러일으키는 감흥과 그것이 시로 화하는 아름다운 창조의 순간이 한데 어우러진 산문들을 만날 수 있다.

책에서는 극락조화, 다알리아, 달개비, 앵두나무, 아이비, 여인초, 보스톤고사리, 몬스테라, 물옥잠, 채송화, 작약, 백합, 형광스킨답서스 등 32종의 식물들이 소개되는데, 각각의 식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올봄, 새로운 식물 친구 하나를 반려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는 고독한 시인과 반려식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곱디고운 ‘결’,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깨끗하고 온화한 고요와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문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

이승희

〈경향신문〉신춘문예를통해등단한후시집《저녁을굶은달을본적이있다》,《거짓말처럼맨드라미가》,《여름이나에게시킨일》등을냈고,몇권의동화집을펴냈다.지금은대학과예술고등학교에서동화와시를가르치고있다.

식물들에대해잘모른다.
식물들도나를모른다.
그렇게식물들과나는날마다모르는일에진심으로열중이다.
서로좋아하니괜찮다.

목차

프롤로그

1부같이살아요,우리
데려온다는말
식물은위대한건축가
식물과라디오사이를뛰어다니면알게되는것들
어느봄날,나는앵두와결혼했다
나는외로우면꽃집에간다
식물은내삶의무늬를기억하고있다
그러니까나는‘꽃밭’이라는말을참좋아한다
숨을곳이여름밖에없다면믿을수있겠어?
언제나따뜻한쪽을가리키는손가락을본적이있다
난아직도슬플땐잠을잔다
꽃보다연두지,그렇고말고
아버지는백합을사랑하셨고,어머니는작약같으셨다
여름에겨울을생각하는일이란
나의식물들은어쩌다가나를만나서
아이비,우리들의짜식이
꽃트럭을타고어디든가고싶어서
춤을추기로해요.미끄러지자고손을잡고울어요.내일이없어즐거운방향들
사이를사는일
사람들은왜담장아래에꽃을심을까
파꽃필때나는환상이다
그건다여름이라그래요
시읽어주는밤
비오는날빗방울이유서처럼읽힌다면
너무애쓰지마,지치면약도없어
내가기다린다는것을들키지않아야한다
사물과식물
밤의식물들이쓰는동화
밤의공항
꽃을피우는괴로움에대하여

2부내가편애하는식물
두사람의옆얼굴,불두화와수국
여기가아닌다른곳을꿈꿀때흑법사를보았다
나는네가자꾸좋은걸어쩌지못해,채송화
내게없는‘명랑’을이해하기위하여,형광덴드롱과형광스킨답서스
강아지같은살가움,보스톤고사리
사는게그런건아니지,동백나무
나는지금이대로의나를사랑해,극락조화와여인초
나의비밀스런친구,올리브나무
영원한친구처럼,벤자민고무나무와아이비
큰누나를닮은꽃,다알리아
그래,마디의힘으로사는거다,대나무

3부시속의식물이야기
해국,먼곳부터따뜻해지는마음
백합,콱죽고싶어지는행복한마음이야
고사리,나없이도천국인세상에서나는
고무나무,근거는없지만믿음이가는그런친구
올리브나무,멀리서오는엽서를받는기분
몬스테라,귀여운나의녹색괴물-너를사랑해
형광덴드롱(필로덴드론레몬라임),일요일그리고또일요일이계속될것같은
코로키아,슬픔의모양이있다면이와같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