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 : 소리를 되새김질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청각장애 청년의 유쾌한 자립기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 : 소리를 되새김질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청각장애 청년의 유쾌한 자립기

$16.00
Description
결핍과 결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한 청각장애 청년의 따뜻한 위로와 응원!
“귀는 좀 안 들려도 인생은 소중하니까!”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은 청력을 잃은 이후, 소리를 되새김질하며 세상과 소통해온 청각장애 청년의 유쾌한 자립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귀는 좀 안 들려도 인생은 소중하니까”라는 모토를 가진 저자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결핍과 결손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책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청력에 이상이 있음을 깨달은 후로, 저자는 사람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소가 여물을 먹듯 소리를 되새김질해야만 했다. 구멍이 송송 난 뜰채로 소리를 걸러 듣는 셈이니, 여러 번 들어야 뜻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상황을 불행이나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리를 되새김질하며 듣다 보니, 어느 날 자신이 남들보다 오히려 더 잘 듣는 게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결핍이 꼭 불행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며 장애가 꼭 손해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품고 소년은 청년으로 자랐다.
그렇다고 내내 평탄했을 리는 없다. 장애로 인한 한계도 있었고, 능력 부족으로 인한 실패도 경험했다. 하지만 과도한 실의나 피해의식에 함몰되는 대신, 적극적으로 삶을 헤쳐나갔다. 장애에 대해 생각을 전환하고, 두개골에 구멍을 내야 하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일본 유학을 결심하고, 유학을 마친 후 두어 차례 직장 생활에 실패하고, 이제 ‘헬스 중독에 빠진 카페 사장’이라는 나름의 자립을 이루어내기까지의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놓았다. 돌이켜 살아온 삶의 편린에서 자신을 찾고자 하는 되새김질의 흔적이 글에도 가득하다.
장애로 하나의 문은 닫혔을지 몰라도, 또 남들에게는 보다 쉬웠을 과정을 에둘러 가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덕분에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과 소통법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 심신이 건강한 청각장애 청년의 옹골찬 고백이 가득 담겨 있다. 자립기이긴 하지만, 물론 주변의 많은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부모님과 동생을 비롯한 친척들은 물론이고, 대학 생활에 도움을 준 친구와 지인들, 소소한 기회의 문들을 열어주고 붙들어준 이들,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발전하고 있는 사회적 지원이 있었기에 이제 한 사람의 온전한 자립 생활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에세이에는 다양한 감정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담겨 있다. 처음 청각장애를 진단받고 돌아오던 차에서 울음을 터뜨린 어머니에게 이제 웃자란 아들이 위로하는 대목에서는 뭉클한 감동이, 대학 졸업 과정과 직장 생활에서 실패했던 쓰라린 순간을 반성할 때는 아릿한 공감이, 한국어로도 어려운 소통을 일본인들과 해야 했던 유학 생활의 경험담에서는 유머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굳건한 성장이 마음을 감싼다.
1부 ‘소리 상실기’에서는 처음 청각장애가 발현되고 힘들었던 유년 시절부터 장애를 남들과는 다른 개성의 요소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2부 ‘일본 유학기’에서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진학해 일본인 친구들과 지내며 겪은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3부 ‘인생 자립기’에서는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길을 찾기까지 실패와 도전, 그리고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탐색하는 여정이 그려진다.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은 딱히 장애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닥쳐오게 마련인 좌절과 시련 앞에서, 끝내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다.

저자

채승호

커피를내리면서중간중간글쓰는것을좋아하는청각장애인.출퇴근은민트색스쿠터와함께한다.일본의무사시노대학교건축학과졸업후한국에돌아와서건축사무실과아르바이트를전전하다현재는카페에안착,‘이채’라는이름의한옥카페를북촌에서운영하고있다.취미는웨이트트레이닝과책읽기,그리고가끔게임하기.어느날헬스장에서보청기를빼고소리없이운동하던중문득떠오른글감을적기시작한것이계기가되어책을내게되었다.앞으로도꾸준히글을쓰고싶은소망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소리상실기
실감이나지않는터닝포인트
보도블록틈새에서피는꽃
소통의악순환끊기,유머
소리의되새김질
결핍으로생긴,약간은독특한재능
할머니의등짝스매싱
아픈손가락,덜아픈손가락,그리고더아픈손가락
일본유학가고싶어요
일본어학당적응기
심심한데좀엇나가볼까?
우리가들으려고태어난건아니잖아?

2부일본유학기
무사시노대학시험을치르며
후쿠시마사태때일본대학의신입생이된다는것
청각장애인이하필뮤지컬동아리?
한국인귀에는빵야빵야,일본인귀에는빵집빵집
지하철을탈때마다들리는삐약삐약병아리소리
진동의건축
양옆에서헤드뱅잉×2,끄적끄적×2
일본사람들의입모양을읽는것에대하여
방구석폐인,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가바로나
어머니와함께걷다
볕이잘드는좋은장소와공간의중요성

3부인생자립기
예민한아이와강한어투의조언이만나면
약자의강자화,강자의약자화
스타벅스에서일자리얻기
한옥카페이채의주인장되기
0.1톤을짊어지는로맨틱함
귀나이와이성의나이
원인불명의청각장애유전자
바람을사는행위
피부로와닿는소리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초등학교3학년때청력에이상이있음을깨달은후로,저자는사람들의말을제대로알아들으려면소가여물을먹듯소리를되새김질해야만했다.구멍이송송난뜰채로소리를걸러듣는셈이니,여러번들어야뜻을파악할수있었기때문이다.하지만저자는이상황을불행이나실패로받아들이지않았다.소리를되새김질하며듣다보니,어느날자신이남들보다오히려더잘듣는게아닐까생각한것이다.결핍이꼭불행으로귀결되는것은아니며장애가꼭손해인것만은아니라는생각을품고소년은청년으로자랐다.

그렇다고내내평탄했을리는없다.장애로인한한계도있었고,능력부족으로인한실패도경험했다.하지만과도한실의나피해의식에함몰되는대신,적극적으로삶을헤쳐나갔다.장애에대해생각을전환하고,두개골에구멍을내야하는인공와우수술을받고,일본유학을결심하고,유학을마친후두어차례직장생활에실패하고,이제‘헬스중독에빠진카페사장’이라는나름의자립을이루어내기까지의과정을솔직담백하게풀어놓았다.돌이켜살아온삶의편린에서자신을찾고자하는되새김질의흔적이글에도가득하다.

장애로하나의문은닫혔을지몰라도,또남들에게는보다쉬웠을과정을에둘러가게되었다하더라도,그덕분에남들과는다른자신만의개성과소통법을갖출수있게되었다고믿는,심신이건강한청각장애청년의옹골찬고백이가득담겨있다.자립기이긴하지만,물론주변의많은도움이없었으면불가능했을것이다.부모님과동생을비롯한친척들은물론이고,대학생활에도움을준친구와지인들,소소한기회의문들을열어주고붙들어준이들,여전히불완전하지만그래도발전하고있는사회적지원이있었기에이제한사람의온전한자립생활자로우뚝설수있었다.

에세이에는다양한감정이종합선물세트처럼담겨있다.처음청각장애를진단받고돌아오던차에서울음을터뜨린어머니에게이제웃자란아들이위로하는대목에서는뭉클한감동이,대학졸업과정과직장생활에서실패했던쓰라린순간을반성할때는아릿한공감이,한국어로도어려운소통을일본인들과해야했던유학생활의경험담에서는유머가가득하다.그리고그런과정을통해드러나는저자의굳건한성장이마음을감싼다.

1부‘소리상실기’에서는처음청각장애가발현되고힘들었던유년시절부터장애를남들과는다른개성의요소로받아들이기까지의과정을,2부‘일본유학기’에서는무사시노미술대학에진학해일본인친구들과지내며겪은다채로운에피소드들을담았다.3부‘인생자립기’에서는한국에돌아와자신의길을찾기까지실패와도전,그리고소소한행복의가치를탐색하는여정이그려진다.《되새길수록선명해지는》은딱히장애가아니더라도누구에게나닥쳐오게마련인좌절과시련앞에서,끝내해낼수있다는용기와위로를전해주는책이다.

책속에서

이글들은어찌보면내삶의편린속에서나를찾아가고자하는반복된되새김질의흔적이라할수있다.말실수를하면그것을머릿속으로되새겨서같은실수를반복하지않듯,인생의어느영역이실패였다고판단되면나는늘되새김질을하는편이다.-7쪽

어머니는병원을나와집으로돌아오는버스안에서펑펑울었다고했다.다자기탓인것같았다고.돌아오는길에아버지에게도전화를걸어알려주었단다.승호귀에문제가있대,라고.
만약과거로돌아갈수있다면,나는이날의어머니를찾아가울지말라고말해주고싶다.눈앞의건장한구릿빛근육질청년이보이지않느냐고.주변사람들과두루두루원만하게지내며운동도열심히하고카페운영도잘하고글도쓰며열심히잘살고있으니,앞일은걱정하지말고맘편하게키우라고.보청기또한블루투스이어폰으로오해받을만큼티도안날것이니너무슬퍼하지말라고.그렇게말해주고싶다.-20~21쪽

이‘귀나이’를다른말로청각적능력,줄여서청능이라고한다.귀로소리를잘듣는것과는별개로,청능이안좋으면들은소리를제대로소화해내기힘들다.그래도나는‘청능이부족하다’라는표현보다는‘귀나이가덜먹었다’라고하는쪽이어감이더좋아서귀나이로이야기하곤한다.청능은어떤단순한능력을지칭하는것같지만,귀나이라고하면앞으로성장할수있는,긍정적인가능성이담겨있는것만같다.-29쪽

나는이제잘안들려서소통하기힘든것보다서로집중해서소통해야하기때문에생기는대화의깊이를소중히여길줄알게됐다.즐겨듣던클래식음악이잘안들려서힘들어하기보다조용한세상에서책에집중할수있는순간을더소중히여긴다.-33쪽

이런행동이마치초식동물의되새김질과비슷하게느껴질때가있다.소가여물을먹고더잘소화시키기위해되새김질을하듯,나도소리를먹고제대로소화하기위해되새김질할시간이필요한것이다.
꼭청각장애인에게만국한되는이야기는아닐것이다.장애는없지만어떤상황을타개하려고애쓰는사람들을보면서도그런생각을했다.당장벌어진상황에너무매달려있기보다한걸음벗어나서심사숙고하는모습은부모님이나친구들에게서도자주볼수있었다.-49쪽

그런데이게무슨일인가!2011년3월11일,후쿠시마원자력폭발사건이발생했다.뉴스에서매일같이쏟아져나오는방사능에관련된기사들,현장의처참함을비춰주는영상들,그리고일주일늦춰진입학식.무사시노대학교의한국인유학생커뮤니티에서는한국으로돌아오니마니,입학을일년늦춰야하니마니하는글이많이올라왔다.
나는그당시에는만열아홉살의근거없는호기랄까,방사능이니지진이니하는것들이그다지무섭게느껴지지않았다.원자력발전소에서누출된방사능은좀꺼림칙하다쳐도,고강도의지진을제대로경험해본적은없었기에땅이흔들리는느낌이란대체어떤걸까궁금하기까지했다.철이없었던게다행이랄까.방사능의장기적인위험성이나잦은지진같은재해발생의가능성보다는,여전히새로운생활에대한설레는마음이더커서그해에바로입학하기로마음먹었다.-123쪽

지하철을탈때마다매번‘삐약삐약’하는소리를내면서개찰구를지나가면,그순간마다약간의치욕감과말로설명할수없는어떤부끄러운느낌이함께들었다.탈때도삐약삐약,내릴때도삐약삐약,할인받은동행자도삐약삐약.이정도면지하철병아리파티다.지금생각해도조금부끄러워진다.-155쪽

삶을제대로돌아보는것은인생을소중히여기는마음과이어져있다.삶의가치는고학력에돈을많이벌고괜찮은차를모는것과는다르다.내가있는장소,내주변의사람,내가하는일에달려있다.현재에충실하다보면,일본에서의히키코모리시절처럼되돌아봤자의미가없는후회는자연스레걸러진다.-202쪽

인생을살며직면하는다양한도전과제에서도,첫술에배부를수없다는사실을이렇게배웠다.제자리에그대로있기보다는한걸음씩이라도조금씩나아가다보면,막연하게만보이던과업도어느순간마지막걸음에도달하게된다는것을,나는운동을하면서비로소깨달았다.목표한것을이루고나서느낀성취감은정말끝내준다.-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