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곁에 있을게 (하마노 교코 장편소설)

너의 곁에 있을게 (하마노 교코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매일 밤 달리는 소년, 외로운 소녀를 만나다!
“사랑을 한다는 건 멋진 일일지도 몰라!”

현대 사회문제로 대두된 ‘영 케어러(가족 돌봄 청년) 문제’를
소재로 중학생들의 풋풋한 연애 이야기를 그려낸 청소년소설!
고교 입시를 앞둔 중3 소년 유토는 매일 밤 달리기를 한다. 쭉 육상부였고, 고등학교를 가서도 육상은 계속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매일 밤 달리기를 하던 유토는 어느 날, 사카와 공원 그네에 쓸쓸히 앉아 있는 소녀 아카네를 보게 된다.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듯한 단발머리 소녀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겨서 유토는 아카네에게 말을 걸게 되고, 그렇게 딱히 약속을 정하지 않은 밤 공원에서의 만남이 이어진다.
《너의 곁에 있을게》는 각자의 문제와 결핍을 가진 두 청소년이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을 깨달아가는 풋풋한 로맨스를 담은 하마노 교코의 장편소설이다.
유토는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떠들썩한 불화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썩 좋진 않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헤어져 별거 중이고, 어머니는 명문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등생 형 나오토에게만 모든 기대를 걸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토는 방치된 기분을 느끼고 있다. 형 나오토와는 형이 다니는 명문고를 선택하지 않은 일로 관계가 소원해져 있다. 뭔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찾지 못한 채 겉도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는 유토는 그 헛헛함을 밤중의 달리기로 달래는 중이다.
어두운 밤, 홀로 공원에 나와 한숨을 쉬는 아카네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고급맨션에 사는 외관상의 모습과는 다르게, 아카네는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홀로 아픈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영 케어러이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과 달리, 어린 나이에 가족을 돌볼 책임을 떠안게 된 영 케어러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미약한 편이다. 당사자들도 그걸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말하기를 꺼린다. 더군다나 사춘기의 소녀라면 더더욱.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사를 돌보느라 공부도 따라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으며 아픈 가족과 어린 동생에 대한 책임감에 한없이 지치고 우울감에 젖어들게 된다.
그런 자신에게 선뜻 다가와 준 유토 덕분에 아카네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를 얻게 된다. 유토는 또 그런 아카네에게 힘이 되어 주기로 결심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여유를 얻게 되고 가족들의 새로운 모습을 조금 알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이 오가는 건 사춘기 소년 소녀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과 ‘사랑과 동정 사이의 불확실성’ 때문에 둘의 마음이 살짝 엇갈리고 마는데….
과연 유토와 아카네의 풋풋한 사랑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영 케어러인 아카네의 현실 문제는 개선될 수 있을까? 유토는 가족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너의 곁에 있을게》는 중학생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제공하는 풋풋한 설렘과, 지금 우리 사회가 돌아보아야 할 영 케어러 문제에 대한 사회의식을 조화롭게 잘 엮은 소설이다. 서로 등을 맞댄 유토와 아카네의 모습을 담은 나카다 이쿠미의 일러스트는 작품의 사랑스러운 감성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마음과 삶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이 읽어도 흥미로운 소설이다.
저자

하마노교코

일본구마모토현에서태어나도쿄에서자랐다.『퓨전』으로제2회BBY상을,『도쿄크로스로드』로제25회츠보타조지문학상을받았다.『그모퉁이를돌면』,『레드샤인』,『푸른하늘너머에』를비롯한여러작품을발표했다.

목차

너의곁에있을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일정한간격으로줄지어선하얀가로등을하나씩지나치며유토는인적없는길을달렸다.고요한주택가의밤아홉시.이따금귀가중인회사원으로보이는사람을마주칠때도있었지만,운동복차림으로달리는유토를수상하게보는사람은없었다.속에서들끓는분노인지초조함인지모를감정을주체하지못하고집에서뛰쳐나왔다.딱히무슨일이있었던건아니었다.그냥집에있고싶지않았다.대체언제부터이런생각을하게됐을까.유토는달렸다.달릴때면,늘유토곁을맴도는불쾌한마음도사라졌다.이순간만큼은다잊을수있었다.
---p.7

유토는속도를조금늦추고,안을살피듯이고개를돌려공원쪽을바라봤다.당연히사람따위있을리가없었다.그런데….
공원입구를지나치고나서뭔가위화감을느낀유토는발을멈췄다.그리고천천히발길을되돌려,다시한번입구로가서공원안으로몇발짝걸어들어갔다.
유토가잘못본게아니었다.그네에우두커니앉아있는사람이있었다.유토의미간이찌푸려졌다.앉아있는사람이자신과비슷한나이대의소녀였기때문이다.
---p.8

그건한달반정도전,2학기가시작되고얼마지나지않았을무렵의일이었다.저녁식사를하던중엄마가마치당연하다는듯한말투로말했다.
“유토도나오토랑같은고등학교갈거지?”
같은고등학교라는건현내최상위권인현립다이이치고등학교를뜻했다.모의고사성적은아슬아슬하게합격문턱에걸린수준이었지만,노력하면넘지못할벽은아니었다.유토는형을힐끔본다음조용히말했다.
“난히가시고등학교에갈생각이야.집에서도가깝고.”
그순간찬물이라도끼얹은것처럼분위기가가라앉았다.
---p.20

엄마가자신에게아무기대도하고있지않다는생각이들었을때,엄마의사랑과열의또한형이독점하고있었다는것을깨달았다.아니,사실은훨씬전부터알고있었던일이었다.단지,그때까지일부러모른체하고있었던사실을직면하게됐을뿐이었다.생각해보면이집은늘나오토를중심으로돌아가고있었다.어릴때부터모든일은나오토가우선이었다.휴일에놀러갈장소,가족이다함께보러갈영화,식탁에올라오는좋아하는음식.자신은동생이니어쩔수없다고생각했지만,유토가나오토의물건을물려받는일은흔해도그반대는없었다.그래서유토는오랫동안자신의바람을형의바람에동화시키려고해왔다.형이좋아하는아이돌을좋아하고,형이관심가지는스포츠에관심을가졌다.그리고부족하지만형을뒤따르는동생을연기했다.그렇게하면무엇보다형을아군으로삼을수있고,겉으로나마상처받지않을수있었기때문이다.
---p.23

유토가달리기를재개한건나흘뒤였다.사카와공원에도착했을때아카네는이미와있었다.처음아카네를봤던,바로그그네위에앉아있었다.
희미한발소리에아카네가얼굴을들었다.유토가다가오는걸눈치챘는지그네에서튕기듯이일어섰다.
“오랜만이야.”
유토가가볍게손을흔들며웃자,일순아카네의얼굴이일그러졌다.
“이제안오는줄알았어.”
“지난번에온비때문에감기에걸렸었어.”
“…이제괜찮아?”
“건강한게내유일한장점이야.”
유토가걷기시작하자아카네는아무말없이옆에나란히섰다.
“너희집사정,제대로듣고싶어.”
“….”
---p.83

아카네는희미하게미간을찌푸리고중얼거리듯이말했다.
“…왜?”
“아카네를좋아하니까.”
좋아한다고입밖으로꺼낸순간몸이확뜨거워졌다.
“좋아한다고?”
“내가싫어?”
그럴리없다.지금까지몇번이나함께밤거리를걸었다.분명서로마음은통했을것이다.하지만아카네는괴로운듯얼굴을일그러뜨렸다.
“미안.”
“…미안하다고?”
아카네는유토의반문에대답하지않은채걷기시작했다.유토도아카네의걸음에맞추어옆을걸었다.
---p.130

안그래도힘든데,굳이할필요가없는거짓말까지해야했던아카네를생각하니공연히화가났다.하지만누구에게화를내면좋단말인가.어디에도답은없었다.
“미안.이야기들어주지못해서.”
“유토의탓이아닌걸.”
“노도카는괜찮았어?”
“…여러모로불안한가봐.그애는엄마의병을제대로이해하지못하니까.자기도학교에안간다고떼쓰는데…어떻게든보냈어.불쌍하다고생각하지만,나도초조하니까화풀이하게돼.아직초등학교2학년밖에안된애한테….그런나자신이싫어.정말너무싫어.”
아카네의눈에서눈물이뚝뚝떨어졌다.유토는다시아카네를끌어안았다.그리고귓가에거듭속삭였다.
“나는좋아해.아카네가어떤모습이든,나는좋아.정말로좋아해.”
---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