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꽃 중에 질로 이쁜 꽃은 사람꽃이제)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꽃 중에 질로 이쁜 꽃은 사람꽃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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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언제부터 촌스러운 것이 추함이나 나쁜 것을 의미하게 되었을까. 우리 대부분이 땅과 바다, 강과 갯가, 산과 들에서 일하고 그럼으로써 생명을 이어온 양민의 자손임을 생각하면, 촌스러운 미덕을 지키고 사는 일이야말로 우리 역사와 전통이라는 큰 강 저 아래로 조용하지만 그치지 않는 물을 흘려보내는 일일 것이다.

이제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할매들과 할배들만이 농어촌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길에 떨어진 나락모가지조차 소중히 주워 올리고, 쉼없이 손을 놀리며 바지런히 살아간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은 굳이 자기 몸을 부리며 먹고살아야 떳떳한 강건함과 정직함, 낡고 보잘것없는 물건에서도 새삼 애정과 쓸모를 발견하여 허투루 내버리지 않는 촌스러움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저자

황풍년

1964년전남순천에서태어나순천과서울에서공부를하고1991년부터1999년까지광주지역신문전남일보에서기자생활을했다.2000년인터넷잡지전라도닷컴을세상에띄운이래,2002년부터전라도향토잡지월간'전라도닷컴'과'도서출판전라도닷컴'의편집장으로일하고있으며지금은능력에부치는발행인까지맡고있다.2004년에는지역신문'광주드림'을창간해3년동안편집국장을겸하면서지역잡지와지역신문을동시에만드느라용을쓰기도했따.모든지역에서저마다의삶과문화를중심에두는지역언론들이활짝꽃피길소망하는마음으로해찰부리길좋아하는지라,광주방송과전주방송의인물다큐'TV에세이고향사람들'의진행을1년동안맡기도했으며현재는광주MBC국악프로그램'新얼씨구학당'의패널로우리소리따라부르기도열심히하고있다.

목차

004추천의글
008여는글_순정한전라도이야기를시작하며

1.전라도의힘
호들갑스럽지않고웅숭깊다는것

018촌스러운것들을위한변명
030주막집노파부터귤동떡할매까지
038타고난이야기꾼,촌할매들
048마음속에자리잡은속깊은전라도말
054뼈대없고혈통없는조상의후손,우리
060전라도말에담겨울리는것은
071팔순을살아낸영화관,광주극장
077꽃중에제일은‘사람꽃’이라
084징하고짠하고위대하고다정한

2.전라도의맛
항꾼에노놔묵어야맛나제

094어깨너머세상에있었던것들
102막걸리맛을돋우는최고의안주
111당글당글잘여문자연산굴의게미
121신묘한물묵으로가자는핑계
129아짐들의오이냉국,여름의맛
136반지락으로누리는수십가지호강
148봄날의소박한축복,쑥개떡
158시린바다의다디단속셈
171엄니가해마다김장을하는이유
184입에착착감기는천연조미료
194음식은손맛이요이야기의맛

3.전라도의맘
짠해서어쩔줄모르는측은지심의화수분

202하얀사기그릇에새벽을담아,마음을담아
208남씨자매기자의전문분야
215백운산자락에선옥룡사부처님
221다물도가품은보물
235진도엄니소리로한세상구성지게꺾이고
241세상이좁은건지우리가가까운건지
248할매히치하이커의“나잔태와주씨요”
252갯마을일터가있다면죽는날까지현역!
261전라도의멸종위기희귀종족

4.전라도의멋
농사도예술도물처럼바람처럼

270한순간의쉼도없는위대한손의역사
276논흙으로쌀도짓고예술도짓고
289구도심시장통의예술가들
296몸을부대끼며한데어울리던날들
304고향흙에서피어난가장위대한문학
312할매들이벌이는난전의좌판에는
319갯마을아재의뒤태는당당도하여라
326우리동네‘핸빈’이형
331공부해야할것과지켜야할것

337닫는글_대한민국의곳간에서띄우는편지
345부록_전라도오일장은은제열린디야

출판사 서평

값을매겨팔지않는전라도특산품,
인심과인정,그리고인간미넘치는오지랖

“밥은묵고댕기냐?”

생면부지의낯선이들로부터늘이런말을듣게되는곳이있다.바로전라도다.촌마을고샅에서만나는할매들,할배들이건네는이런물음은그저인사말로끝내지않는다.난생처음본길손님손목을잡아끌어기어이툇마루에상을차려준다.갯가에서만나면미역줄기라도손에쥐어주고논밭두렁에서마주치면호박덩어리라도안겨보내야직성이풀린다.
굽은등을이끌고가던길을돌아와이웃의손님에게한끼먹을찬을건네주기도하고,젊은사람들을보니그저좋다며지나는여행자를반긴다.친구나이웃,타지에서온낯선손님을가리지않고인정과음식을함께나눈다.타인에대한경계가생활의지혜고,타인에대한거리유지가세련된예의이며,타인의배고픔이알은체해서는안되는프라이버시인도시에서는좀처럼경험할수없는풍경이다.
장터는또어떤가.논밭과갯가에쪼그리고산등성이를타고기며힘겹게얻어온물건을팔아도고된몸공에값을매기지않는다.이렇듯채소전,곡물전,나물전,어물전에나서는할매들의좌판에조르라니깔리는것은단순한농산물,해산물이아닌사라져가는인정과푸진인심이다.오진(몹시흡족한)꼴을볼수밖에없는거래다.전라도촌마을에는우리가본적없이추억하고그리워하는인심과인정,그리고우리본연의옛모습이아직살아있는것이다.

손맛,이야기맛으로만들어내는게미진음식과
사투리맛으로이어가는구성진말글살이


전라도요리야전국각지에서손님들을끌어모을만큼게미지고(맛있고)유명하지만,그특별함은재료보다는손맛과이야기의맛에서비롯된다.갯벌에서갓채취해그대로먹어도절대탈이없다는싱싱한생굴,생김으로만들어산지에서부쳐먹어야제맛이나는김전,수십가지요리로변신하는바지락,봄날의작은축복과도같은쑥버무리와쑥개떡,동네아짐들이마을회관에모여함께만드는오이냉국.이모든음식이수많은사람들이손공을바치고사연을담아내만든것들이다.
비옥한곡창지대여서더욱악랄하고모진수탈을당했던일제시대,근대화의그늘을지나야했던그이후의시간을살아내며엄니들은눈물겨운먹을거리들을만들어내기도했다.흙에서,바다에서허기를달랠그무엇이라도찾아내고르고씻고다듬어자식들을키워내고고향의맛과기억을만들어낸것이다.새끼손톱만한다슬기를모아무쳐씹는맛이재미있는다슬기회무침과잊지못할독한고린내의쾌감을선사하는홍어애국을맛보면손맛과이야기맛이더하는음식의풍미가어떠한것인지알게될것이다.
아예전라도사투리로입담을과시하는자리를마련해주는‘아름다운전라도말자랑대회’에서는신산한삶을이겨낸어르신들의인생살이이야기가구수하고정겹게펼쳐지며눈물과미소를번갈아자아내기도한다.우리는특정지역의언어를표준어로정하고그외지역언어를사투리로부르며‘촌스러운것’이라고규정한다.하지만사투리야말로지역의얼과문화를담고있으며,그어떤표준어단어들로도대체할수없는깊은뜻,재치와아름다움까지담고있는것이아닐까.
“개버와(가벼워).암시랑토(아무렇지도)안해.요런게무거우문시상을어찌산당가”,“시상일이라는거이급허니헌다고되는게아니제.싸목싸목(천천히)해야제”,“항꾼에(함께)노놔묵어야게미지제.항꾼에놀아야재미지제.”
전라도사람들이자주하는이런말에는주어진환경과흘러온역사속에서자연스럽게형성해온삶과문화가녹아있다.전라도사람들의마음이있다.

“암만떠들어봐싸야뭐하간디?직접와서봐야알제!”
징하게촌스럽고오진꼴함보러오소!


촌스럽다는것은쉽게변하지않는다는것이다.
촌스럽다는것은호들갑스럽지않고웅숭깊다는것이다.
촌스럽다는것은천진난만하다는것이다.
촌스럽다는것은자존심이세다는것이다
-공선옥의‘촌스럽다는것은’중,〈전라도닷컴〉통권100호

언제부터촌스러운것이추함이나나쁜것을의미하게되었을까.우리대부분이땅과바다,강과갯가,산과들에서일하고그럼으로써생명을이어온양민의자손임을생각하면,촌스러운미덕을지키고사는일이야말로우리역사와전통이라는큰강저아래로조용하지만그치지않는물을흘려보내는일일것이다.
이제젊은사람들은떠나고할매들과할배들만이농어촌을지키고있다.이들은여전히길에떨어진나락모가지조차소중히주워올리고,쉼없이손을놀리며바지런히살아간다.굳이자기몸을부리며먹고살아야떳떳한강건함과정직함,낡고보잘것없는물건에서도새삼애정과쓸모를발견하여허투루내버리지않는촌스러움의아름다움을보여준다.
“암시랑토안해”,“싸목싸목”,”항꾼에.”
전라도사람들이가장많이쓰는‘전라도말’이다.‘의연하게’,‘천천히’,‘함께.’이런전라도사람들의정서가모든일에순리를따르고서두르지않지만,남의아픔에는더쓰리게공감하고더오지랖넓게나서고야마는‘사람꽃’을피워내는토양이다.비극적현대사를더욱더독하고아리게겪었지만그래도꺾이지않는전라도의힘이다.
마음속에그리워하는고향을품고있다면,흙냄새바다냄새,사람냄새그치지않는이곳전라도에서그모습을찾을수있을것이다.당장이라도기차든고속버스든호남선,전라선을잡아타고시골5일장의장터와능소화가만개한반쯤무너진돌담사이를누비고싶은충동을느낀다면주저하지말기를.그곳에서마디마디굵어진손에주름진얼굴을한선한눈빛의할매를만난다면선뜻인사를건네도좋겠다.
“아따엄니,밥은묵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