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이야기하겠습니다
그말이누군가를아프게한다고
한국은혐오사회다.혐오는그자체로도문제지만,계속확장된다는점에서우려스러운현상이다.성소수자를비롯한사회적약자들에게향했던혐오가세월호유가족등여느사람들에게까지확장되는것만봐도알수있는일이다.
그런데한국사회는아직둔감하다.혐오를혐오라고부르지않으며혐오가생산되는방식도문제삼지않는다.혐오하는사람들에게너무나관대하고,심지어관대하다는사실조차인식하지못하는사람도많다.정부또한사회적약자를보호하고혐오확산을막기위해적극적으로노력하지않는다.그렇다보니최근들어혐오하는사람들의적대적발언과행동이급격하게늘고과격해지고있다.따라서혐오를혐오라고분명하게말하는데서혐오끊기는시작될수있다.그래야문제로인식할수도있을것이다.
한걸음더들어간혐오입문서
《그건혐오예요》는혐오의주표적인여성,장애인,이주노동자,양심적병역거부자,성소수자,동물등사회적소수자를중심으로어떤말과행동들이혐오인지집고,혐오가어떤배경에서생산되고유통되는지그뿌리와메커니즘도추적한다.아울러혐오를끊을방법도모색한다.
저자홍재희는자신의아버지삶을통해아버지세대가부장을성찰한장편다큐멘터리〈아버지의이메일〉을만들었고같은제목으로책도낸작가다.영화감독이자시나리오작가이면서다른한편으로는여성이자아르바이트로생계를꾸려가는불안정노동자이기도하다.저자역시사회적약자다.《그건혐오예요》는사회적약자로서저자자신이겪은일들을토대로여성,장애인,이주노동자,양심적병역거부자,성소수자,동물문제에오래천착해온독립영화감독6인을만나쓴책이다.이책은혐오를이론,학문적으로접근하지않는다.현장의이야기를생생하게들려주는르포에더가깝다.저자가만난감독대부분은감독이기전에각현장에서활발하게발언하고실천하는활동가들이기때문이다.저자의문제의식과감독들의문제의식이부딪쳐혐오문제에관해더깊이들어간다는점에서《그건혐오예요》는혐오에관한기존논의에서한걸음더들어간책이다.
6명의감독은경순,이길보라,주현숙,김경묵,이영,황윤이다.경순감독은〈쇼킹패밀리〉〈레드마리아2〉등을통해꾸준히여성과가부장제문제를다루고있고,이길보라는청각장애인인자신의부모이야기를다룬다큐멘터리〈반짝이는박수소리〉를선보였다.주현숙감독은〈계속된다-미등록이주노동자기록되다〉를비롯해이주노동자에관한다큐를찍어왔고,‘죽음을부르는군대를거부한다’는소견서로유명한김경묵은양심적병역거부당사자로,작년에출소했다.이영감독은성소수자혐오세력을추적한〈불온한당신〉을만들어주목을받았고,황윤은동물의입장에서세상을바라보는시선도영화도전무했던2001년부터한결같이‘비인간동물’에집중하고있다.
오늘은사회적약자지만
내일은누가될지모른다
강남역살인사건,발달장애인시설설립반대등은혐오감정이극단적으로표출된일례다.굳이이런사건을들지않더라도혐오공격과발언수위가점점더높아지고있다는건주지의사실이다.그렇다면혐오는왜생기고어떻게세력을확장해갈까.그건혐오의타깃이누구인지를보면극명해진다.
문제는정치를혐오하게해서정치에무관심하게만든다는데있어요.대중매체나언론이정치를혐오하게만들고기득권인자기들끼리뚝딱뚝딱다해먹으려고하는거죠.게다가기존정치에대한혐오를다른이들,사회적약자를혐오하는거로돌리게하고요.사실,사회문제를해결하려면정책을만들고법을바꾸고현실정치를바꿔야하는데,그걸못하게막으니까다들문제의진원지가아닌곳에다감정적으로화를푸는거죠.분노를자기보다약한사회적약자,희생양에게쏟아붓는거지요.-주현숙감독〈3장.한국인들은자기들이백인인줄알아요〉에서(111쪽)
지금까지한국이성장했던방식은다양성을배제하는방식이었어요.내적성장은도외시하고오로지경제성장우선으로외형만키워왔기때문에이런혐오가계속나타나는거예요.지금유독혐오가기승을부리는이유는지금까지고도성장압축성장을했던한국사회가더는성장할동력이없어서죠.그래서기득권층이가지고있는걸지키기위해주변을쳐내는거예요.기득권을유지하기위해서장애인은장애인이라서군대에갈수없다,여성은여성이니까군대에갈수없다이런식으로배제하면서또그배제를차별의이유로삼는거죠.한마디로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중심으로그렇지않은나머지를솎아내남김없이쳐냄으로써자신들의권력을유지,지속해왔다고할까요.-이길보라감독〈2장.그건장애인혐오라고조목조목알려줘야죠〉에서(76쪽)
한국은위협과공포를통해유지되는거죠.불안감을계속조성해서국민개개인목소리가사라지길바라는거니까.기득권이힘을가지려면언제나외부에위협세력이있어야하고그시스템을유지하기위해군대는최적의교육소인거죠.한국에서군대는하나의시스템이고문화고주류제도죠.(…)극우보수정권에게군대가얼마나유용한조직이에요?징병제라는게애국심을고취시키고상명하복문화,전체주의시스템을유지하는데유용하잖아요.학교에서배운걸군대에서정교하게체계화하고,그걸사회생활에서회사에서도똑같이적용하고.기득권입장에서는이체제가유지되는게좋겠죠.-김경묵감독〈4장.‘개인’을지우는군대를거부합니다〉에서(136,137쪽)
사회가불안해지고사람들이두려움에사로잡히면문제원인을사회적약자들에게돌리려는경향이있다.자신들의억눌린분노와불안을해소할희생양으로삼는것이다.문제는그동안은혐오대상이주로사회적약자들이었는데,이제는세월호유가족같은여느사람들에게까지확산되고있다는것이다.‘혐오의시대’로접어든셈이다.
공포와적대를이용한증오의정치가등장하게되면,위험에처하거나손쉬운공격의대상이되는것은사회적약자들이에요.저역시성소수자당사자로서염려스러웠고,이종북몰이가어디로향해가는지지켜봐야겠다고생각했어요.성소수자에게향했던혐오공격은세월호유가족에게로,평범한시민들에게로퍼져갔는데이런상황이되면어느특정한대상이아니라한국사회에서살아가는우리모두가‘혐오’라는사회적공기를마시면서살아갈수밖에없는거지요.이제혐오가우리를둘러싼환경이되어버린겁니다.
-이영감독〈5장.처음은성소수자겠지만,마지막은누가될지모른다〉에서(156쪽)
그런데도한국사회의기득권층은자신들이도리어피해자라고‘코스프레’한다.더많은평등을요구하는사회적약자때문에다수의국민이피해를입는다는것이다.하지만사회적약자들이다수를역차별한다는이논리야말로혐오세력이기획한전형적인프레임이라고저자는간파한다.사회적약자들에게차별당하는‘다수’는없고,차별받는한사람한사람,파편화된개인들이모여이룬불특정‘다수’가있을뿐이란지적이다.
“다들파김치”
‘공감’을가로막는사회
저자는우리가혐오에잠식되지않고혐오와싸워이길유일한방법은“타자에대한공감”뿐이라고강조한다.저자가말하는공감이란무엇일까.
연민은내입장에서그를바라보는것이고,공감은그의입장에서그를바라보는것이다.연민은강자인내가약자인그를,가진자인내가못가진자인그를,위에있는내가아래에있는그를내려다보는것이다.반면공감은그의처지에서서그가보는세상을함께바라보는것이다.그의시선으로나를,내가사는세상을바라보는것이다.동등한시선으로서로마주보는것이다.-97쪽에서
공감할수있다면소통할수있고,소통하면이해하게된다.이해하면더는혐오할수없다.공감능력을타고난사람도있지만대부분은그렇지않다.공감도연습이다.역시나배워야한다.타인의처지에서서그의삶을상상해봐야한다.낯선대상에대한불안과공포는이런상상력의부재에서비롯된것이라고저자는진단한다.
또한저자는혐오를혐오라고분명하게말할수있어야하고,혐오를혐오라고가르쳐야한다고강조한다.혐오를조장하고자행하는것이부끄러운일이라는인식이사회전반에굳건히뿌리내려야하고,혐오를강력히규제하는사회적제도와문화도필요하다고말한다.
그런데문제는우리에게자신과주변을돌아볼여유와시간이없다는점이다.경순감독은이근원적인문제는정치로도풀기어렵고“문화,교육,운동으로”바꿔낼수밖에없다고피력한다.
그런데모든사람이이런시각을지니고태어나진않잖아요.예를들어한국사회에서비장애인이자이성애자남성일경우에는자신과다른사람에대해공감할상상력이너무부족해요.한국사회는너무바쁘고경쟁적이고숨돌릴수없이정신없는사회예요.우리는뭐든천천히생각할시간도여유도없어요.그게가장큰문제라고봐요.당장먹고살기급급해서세상을바꿀조그마한일에참여할여력도에너지도없다고생각하는거.다들파김치가되어가는거죠.그런데이제더는나눠먹을게없어요.나눠먹을땅도자본도없고.그러니서로가서로를잡아먹는거지요.그럴때제일먼저쳐내는건여성,장애인,성소수자등등이죠.사회적약자가가장빨리떨어져나가게되는거죠.헬조선이라는것도그래서시작된건아닐까요.-이길보라감독(72쪽)
무엇보다현실을제대로직시하려면일단두려움을인정하고상황을판단할수있을만한시간과여유가필요해요.남자나여자나서로이야기를들어보고서로의차이를인정할수있을때까지생각하면서기다리는여유가있어야되는데요.그런데지금한국사회는여유는커녕생각자체를하기힘들정도로속도에미쳐돌아가고있다는거.이런사회인게더큰위기예요.아무튼이위기가어떻게해결되는가에따라여성혐오문제도달라질수있다고봐요.그런데이과정은정치로는이루어낼수없어요.바로문화로교육으로운동으로바꿔내야해요.-경순감독〈1장.여성이혐오하는여성은누구인가〉에서(47쪽)
김경묵감독은최근의페미니즘붐에서희망을본다.그건‘남성-이성애자-비장애인’중심의사회가뒤흔들리고있다는증거이기때문이다.경묵은이기회에한국남성들이타자가되어보는경험을하길바란다.
저는타자가되는경험은결국상처를받아보는일이라고생각해요.그상처를통해자기라고믿었던견고한틀에,고정된정체성에균열이생기는거죠.그균열을통해자기밖으로외부세계로나갈수있는기회,세계를바깥에서볼수있는창문을하나가지게되고요.상처에함몰되면자기삶이무너지겠지만그상처를통해더많이배울수있는세계가밖에있다는걸깨닫는계기가될수있다는의미에서.저는자신을타자화해보는거,타자가되어보는경험이정말소중하다고봐요.
그런데특히한국의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들같은경우는본인스스로타자화하는것에익숙하지않아요.그건이성애자남성을보편적인간으로삼고있는교육과사회전반적인제도의문제겠죠.지금한국은과도기에있다고봐요.(…)여성들이스스로목소리를내면서부터한번도자기를의심해본적이없는남성들,자신을진보적이라고생각했던남성들조차이제는자신을의심해보기시작했잖아요.지금이여성들을포함한사회적소수자들의목소리가깨어나고있는시점이아닐까요?-김경묵감독(148쪽)
우리는서로
연결돼있다
《그건혐오예요》에서는사회적약자중하나로동물도다룬다.황윤감독은동물이아니라‘비인간동물’이라고표현한다.
저는‘인간과동물’이라는표현을좋아하지않습니다.‘인간과동물의공존’이라는표현도적당하지않다고생각합니다.이런표현이인간중심적세계관을더공고히한다고생각하기때문입니다.호모사피엔스는동물계의한종일뿐입니다.그런데많은사람은,인간이마치동물이아닌것으로착각합니다.인간과동물이라는표현에는,‘인간은동물이아닌다른존재’,‘인간은동물의지배자,관리자,보호자’라는생각이함축돼있습니다.
그래서저는,인간과동물이라는표현대신‘인간동물’과‘비인간동물’이라고종종표현합니다.다소낯설고길지만,우리가동물임을잊지않을때거기서부터많은지배?피지배문제가해결되기시작하리라믿기때문입니다.-황윤감독〈6장.장보듯이동물을사는사회〉에서(213쪽)
황윤은본래채식위주였던우리식탁이육류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