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 (가짜 민생 vs 진짜 민생)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 (가짜 민생 vs 진짜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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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치 과잉을 넘어서 낮은 민생으로.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은 한국 사회의 각 부문에서 ‘헬 조선’이 되어 있는 적나라한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사회를 바라보는 눈’까지 함께 전하는 글이다. ‘민생’과 ‘불평등’을 주제로 인문학, 사회학, 경제학 분야를 아울러 비판적 사유를 전개하는 다섯 분의 생각을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기획한 인터뷰의 내용을 담았다.

정치판의 최상위 이념 논쟁을 벗어나 ‘작은’ 민생의 가치를 헤아려보는 일이 급선무였다. 인터뷰는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아홉 차례 진행되었다. 참여연대 팟캐스트 녹음실과 카페, 대학 연구실 등에서 이루어졌고, 필요한 경우에는 서면 인터뷰가 추가로 진행되었다. 민생운동의 현장에서 직접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세 사람, 김남근 변호사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 최인숙 민생팀장이 인터뷰를 이끌었다.
저자

김동춘

저자김동춘은성공회대사회과학부교수.≪전쟁과사회≫,≪대한민국은왜?≫등의저서를통해한국현대사의질곡과모순을끈질기게파헤쳐왔고,최근에는‘다른백년’연구원장을맡아미래의대전환을모색중이다.

목차

여는글:법인스님
민생학

김동춘
시장은사회나국가없이작동하지않는다
‘사회국가’를만들어야한다

김찬호
인간의격格
노동은존엄해질수있는가
우울증

정태인
시장과경쟁은경제학자의신앙
그어디에도위로를받을곳은없다

조국
입에풀칠도못하게하는이들에게고함
‘기업이노동자를먹어치우는나라’가될것인가
‘저파低派’프란치스코

손아람
너무숭고하지않게,우리세대의정서적방식으로
망국선언문

닫는글:김남근
민생운동을찾아가는여덟개의키워드

출판사 서평

중산층과서민의삶은사람대접도못받는사회
뼛속깊이불평등한세상에대한인간학적성찰
경제권력과사회귀족을넘어‘다른민생’이란어떠해야하는가

◎책의구성

인문사회계의지성과현장에서민생운동을이끄는활동가들이만났다.주제는‘민생’과‘불평등’이었다.인문학,사회학,경제학분야를아울러비판적사유를전개하는다섯분의생각을들어보자는취지에서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가기획한인터뷰이다.민생희망본부가보기에시대의징후와맥락은‘정치과잉’에서‘민생개혁’,경제민주화로옮겨가고있었다.정치판의최상위이념논쟁을벗어나‘작은’민생의가치를헤아려보는일이급선무였다.인터뷰는2016년1월부터8월까지아홉차례진행되었다.참여연대팟캐스트녹음실과카페,대학연구실등에서이루어졌고,필요한경우에는서면인터뷰가추가로진행되었다.민생운동의현장에서직접시민들을만나고있는세사람,김남근변호사와안진걸공동사무처장,최인숙민생팀장이인터뷰를이끌었다.
각인터뷰뒤에는‘풍경’이라는이름으로저자들의에세이를넣었다.한국사회의각부문에서‘헬조선’이되어있는적나라한풍경을보여줌으로써‘사회를바라보는눈’까지함께전하는글이다.

◎정치과잉을넘어서낮은민생으로
민생이라는말부터따져보았다.“중산층이라고하면중위소득의50~150퍼센트범위에있는가구를뜻하니까중산층이하의삶이민생”(정태인)이라할수있다.중산층이하의삶.하지만불평등이심화되어중산층의분포가넓어지면서사실상중산층마저상대적빈곤층이된상황이었다.민생은중산층,중산층이하로구분될처지가아니었다.
또‘민생’의‘민’은일반국민같은불특정다수라기보다는일정한색깔을띤무리에가까웠다.“영어단어‘people’에는그냥뿔뿔이흩어진사람들의무질서한모습이보인다면,‘민’은어느정도유대나연결이전제된듯하다.그래서‘민’은단독으로쓰이는경우는거의없고다른단어뒤에붙어파생된다.서민,국민,시민,주민그리고난민등참많다.”(김찬호)문화인류학자김찬호가주목한부분은생물학적연명이가장주요한존재이유가된난민과생존이었다.“민생중가장딱한부분이다.”
법학자조국은좌클릭,우클릭같은이념논쟁을떠난곳에서이제‘저低클릭’‘저파’라는말을써야한다며민생이라는말에작용하는정치권의프레임을간파했다.현야당의정치개혁논의에참여한적있는그로서는한국사회에서벌어지는정치과잉주의의폐단을절감하고있었다.정치개혁과계파싸움에넌덜머리가난사람들의갈증을말했다.지난‘민주정부’(국민의정부와참여정부)10년의공과를돌아볼때도민생에대한태도가어떠했는지를기준으로삼았다.거꾸로민생을봐야정치가보인다는시각이었다.“제대로된정치를하려면아래로,낮은곳으로내려가라는말이다.저클릭을해야비로소민생이보인다.”(조국)

◎민생이라는말조차빼앗겼다:가짜민생vs진짜민생
정치권에서민생이라는말이쓰이는것을보면혼란스럽다.원내대표나최고위원들의발언을들어보면민생이라는말을아예입에달고다닌다.다들자신들이앞장서시민들의민생을더챙기는것처럼보인다.민생이라는말이오염된(?)이러한상황을지적하면서조국교수는그말을‘빼앗겼다’고표현했다.그래서더욱진짜민생을챙기는쪽이어느쪽인지확실히할필요가있었다.그것이이책의출간취지이기도했다.
민생이라는말을전혀다르게이해하는양쪽이있다.민생이라고하면한쪽에서는노동자가정당한노동의대가를받고,‘을’이되어겪는고통을해결하고,임차인들이부당한계약에내쫓기지않도록주거문제를해결하며,대기업의‘갑질’과불공정거래에맞서싸우는경제적약자들을지원하는일을떠올린다.반면다른쪽에서는재벌이골목상권에진출하도록해대형복합쇼핑몰을세우는것,‘노동개혁’을통해쉬운해고를가능하게하는것,비정규직규제를풀어단기계약직을늘리는것등을민생살리기라고한다.이는민생이라는이름으로재벌들의민원들어주기를실천하는게아닐까.

◎중산층과하층은,말그대로‘사람대접도못받는사회’
사회학자김동춘은참여연대의민생은박근혜정부의민생과어떻게다른지구체적으로묻었다.저들과다른민생에대한철학과비전을갖고있는가.이를확실히밝히는것도이책의출간취지이다.같은민생이라는말을쓰더라도내포와함축이달랐다.“박근혜정부의민생은동물에게먹을거리를주는민생이다.실제로그말을씀으로써국민을동물취급하고있다.정부가얘기하는일자리도동물에게나주는일자리,인간을동물취급할때나오는일자리를말한다.그러니까먹을거리만좀주면만족하는것들이라고생각하는모양이다.”(김동춘)국민을동물취급하는정부,동물에게먹을거리는주는민생이라는이표현은2월인터뷰의내용이다.7월한교육부관료의입에서‘민중은개·돼지’라는발언이나왔을때책을준비하던우리는깜짝놀랐다.그가선견지명이있었다고말하기에는너무통렬한지적이었던것이다.
책의서문을쓴법인스님도현민생에서보이는불평등한신분차별의심각함을붓다시대의카스트제도를떠올리면서불가촉천민‘하리잔’의삶에빗대었다.같이밥을먹지도않고눈길도주지않았다는하리잔에대한사회적대우처럼인간에대한차별과멸시가내면화되고사회화되었다고꼬집었다.
어쨌든정부가말하는민생은국민들에게‘입에풀칠은하게해주겠다’는정도의의미에불과한지도모른다.“노동의정당한대가를받는것,특권없는상태에서공정하게경쟁하는것은기대하지말라는것이다.”(조국)

◎비좁은가치체계사회에서의자존감
민생의어려움은단순히먹을거리의부족에그치지않았다.먹을거리의충족만을강조했을때나오는결과가인간적자존감상실이다.자존감상실과사회적시민권의부재.“직장이없고,매일먹을거리를고민해야하는불안한상태에처한사람을시민이라고부를수는없다.정치적투표권이있다고다시민이되는것이아니다.집주인에게언제쫓겨날지모르는사람이어떻게시민이되겠는가.”(김동춘)
인간으로서의자존감을살릴수있는기회를주는민생이어야했다.누구나지금은삶의기회가줄어들고있음을직감하고있었다.세상살이가힘든것은그러한기회가줄어드는데서오는불안과위축때문이기도했다.“힘들어도자기에게아직기회가남아있다고느껴지면세상이견딜만하다.하지만더이상기회가없음을확인하는순간주체하기어려운절망과분노가자라난다.”(김찬호)
김찬호교수는예전한국사회(고도성장기)와지금을계속비교했다.비교는상황의변화를극적으로보여주는단순하면서도적확한방법이었지만,현재의초라함을살아야하는우리로서는아픈구석이있었다.“예전에는사람들이살아갈힘이있었다.삶의공간이꾸준히넓어지고기회가열리는시대를스스로개척한다는자신감이있었다”(김찬호)라는말은마치지금사람들은‘살아갈힘이없다’는것처럼들렸다.지금가파른격차와불평등을겪게된것도그동안한국사회가지나치게좁은가치체계에머물러있었던것과관련있었다.그는우리사회가해방이후누린부의홍수,기회의홍수를중독이라는말로표현했다.“우리는삶의보람,역동성,동기,열정같은강렬한가치를너무짧은순간한꺼번에들이마신것은아니었을까.어떻게보면강력한약효를지닌마약을투약하고나자그것보다약한것은통하지않는것과비슷하다.”
IMF외환위기를겪으면서한국사회는돈의위력앞에사회적자존감이확무너지는시기를지나왔다.이제민생에서는어떻게사회를다시만들지가화두가되었다.김찬호교수는사회복원의수준을이렇게설명했다.“개인은사회가자신을어떻게대우하는지매순간직감한다.어떤사회적공간에가면사람들은자신이존중받는다는느낌을받는다.이를테면우리가성당이나고찰같은유서깊은건축물을찾아갔을때그곳에와있다는사실만으로위안을받는경험이그렇다.좋은사회는소속감만으로구성원들에게품격을누리게하는곳이다.사람들은자신의존재가사회로부터어떤대우를받는지직감적으로판단한다.지금이사회는사람을존중하는사회라는느낌,사회를복원한다는것은그런자존감을회복하는수준을말한다.”

◎시장과경쟁속의낙오자청년
지금우리는비정규직은일시적인것이고,정규직은일반적이라는생각을더이상않는다.산업전반에서비정규직위주로,일시적으로,저임금으로잠깐쓰고말겠다는심산이퍼져있다.한번비정규직의늪에빠지면계속비정규직으로살아야하고,한번낮은지위에서시작하면그자리에계속머물수밖에없다는것을다들알고있다.이때가장큰희생을보는이들이청년들이다.청년들은빈곤층이나저소득층으로분류되지않아주거정책의지원대상도되지못하고있다.
손아람작가는“대를위해소를희생한다고하는데대체그‘대’는누구인가요?”라고물었다.그‘대’는조국교수의표현을빌면‘기업이살아야노동자가산다’라는이데올로기에취한‘기업이노동자를먹어치우는나라’였다.대기업의하청단가후려치기가계속되는한‘중소기업금융보조금의3분의2가대기업으로넘어가는나라’였다.그렇게보면정태인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이말하는사회적경제라는것은윤리와재결합한경제를뜻하는것같았다.“경제학에서도덕을빼버린것이가장치명적인한계이다.경제학은윤리학과결합되어야한다.윤리학을빼버린순간경제학이망가졌다.그다음에는인간이해서는안될일을당연한것처럼,오히려그게합리적인행위인것처럼하게되었다.”
작가손아람은문화산업이하청산업화되어있다고거듭지적했다.작품을만드는창작자의권리를제작과유통쪽업체가부당하게차지하는현실등문화산업계의착취구조를설명했다.특히자신스스로힙합그룹의멤버로활동하면서겪은한음반회사와의소송경험을예로들며문화산업계의불공정계약을문제삼았다.“지금성공한예술가중에순수하게자신의재능만으로여기까지왔다고자신하는이가몇이나될까요”라고묻듯이이제문화예술계에도남아있는청년들은입에풀칠은할수있게도와주는부모를둔은수저들이라고했다.예술부문마저도이러한경향이강화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