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의 이유 (휴대폰 만들다 눈먼 청년들 이야기)

실명의 이유 (휴대폰 만들다 눈먼 청년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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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순간에 흑백의 세상에 갇힌 청년들
2015~2016년 파견노동자로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30대 청년 6명이 시력을 잃었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와 다음 스토리펀딩에 소개되었고, 이후 저자는 청년들에게 닥친 비극과 현재의 삶을 기록하고, 누가 이들의 눈을 멀게 했는지 파헤친 글로 2017년 제10회 노근리평화상을 수상했다. 『실명의 이유』는 당시 연재 글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책으로, 현재 상황까지 담고 있다.

시력을 잃은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한 일은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파견노동자였다. 사용사업주는 파견노동자의 안전에 관심이 없었고, 바로 그 사각지대에서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이 발생했다. 메탄올 중독으로 쓰러진 노동자가 병원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도, 기업주는 그 사실을 동료 파견노동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공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 돌아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일하다가 눈이 멀었는데, 회사는 나 몰라라 해도 될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봄 이현순 씨가 응급실에 실려 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책은 당시의 급박한 피해자들의 처자와 현실의 부조리를 짧고 응축적인 문체로 돌파한다. 6명의 청년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우여곡절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하청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을 때마다 원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사내가 아닌 외부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산업재해에서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을 찾기 어렵다. 원청만이 바로잡을 수 있다. 또한 메탄올을 사용하던 업체에 들이닥치고도 발견하지 못한 근로감독관들은 사용자가 거짓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관련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지금까지 근로감독관의 잘못을 두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들이 처음이다. 이들의 재판은 현재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저자

선대식

저자선대식은2007년부터오마이뉴스에서일했다.신입기자때거리에서이랜드,기륭전자,코스콤,KTX여승무원등많은비정규직노동자를만났다.2016년에는불법파견문제를다루겠다며공장에위장취업했고,2017년에는메탄올중독실명피해자를만났다.최근에는운좋게여러상을받았다.그렇지만2017년10월에받은한장의엽서만큼뿌듯한건없었다.10년전에만났던비정규직노동자가10년만에엽서를보내왔다.
‘지금까지한길을걸으면서비정규직문제에큰도움을주고있어서당사자인한사람으로서깊이감사드립니다.늘응원합니다.’
오히려고마워해야할사람은나인데,과분한말을들어참민망했다.앞으로더잘해야겠다.

목차

저자의말

1부2016년봄__누가청년의눈을멀게했나
01응급실에실려온여자
02벚꽃날리던날
03왜제친구만다쳤어요?
04책임지는사람이없다

2부2016년초입겨울__기자명함을버리고파견노동자로취업하다
05신분을속이다
06다행히메탄올은아니었다
07일당1만4000원
08해고가자유로운세상
09눈앞에메탄올이나타났다

3부2017년봄__시력잃은청년들을만나다
10가해자들은어떤처벌을받을까
11전정훈:시력을잃은대가350만원
12이진희:눈을잃고초능력을얻었네
13이현순:엄마는어린딸을보지못한다
14방동근:상견례를앞두고일어난비극
15양호남:법은눈물을닦아주지않았다
16김영신:유엔을움직인브레이브맨

4부2017년가을과2018년겨울__끝나지않은이야기
17또다른진실이드러나다
18그는아무말도못했다
19눈물의기자회견

책을마치며
발문

출판사 서평

2015~2016년청년6명의시력을앗아간메탄올중독실명사건.
그들은일하면서‘최저임금’을받았다.시력을잃은뒤그들은‘최저보상’을받았고,가해자들은‘최저처벌’을받았다.

2015~2016년20대,30대청년6명은시력을잃었다.파견노동자로스마트폰부품공장에서일하면서만졌던메탄올이실명을불러왔다.청년들에게닥친비극과현재의삶을기록하고,누가이들의눈을멀게했는지파헤쳤다.
메탄올중독으로시력을잃은청년6명의이야기는오마이뉴스와다음스토리펀딩에소개되었고,이후저자는같은글로2017년제10회노근리평화상을수상했다.이번의책은당시연재글을바탕으로삼아사건을재구성한것으로,현재상황까지추가해담았다.
2016년봄이현순씨가응급실에실려오는장면으로시작하는책은당시의급박한피해자들의처자와현실의부조리를짧고응축적인문체로돌파한다.이후6명을직접인터뷰하면서,한순간에흑백의세상에갇힌청년들의우여곡절을실감나게전달한다.

“우리눈다나으면벚꽃보러가자.”
현순씨는자기처럼앞이캄캄한동갑내기피해자진희씨에게말을건넸다.
두사람은나란히앉아창밖을바라보면서이야기를나눴다.
현순씨는창밖풍경이오후6시의어스레한저녁시간때처럼보인다고말했고,
진희씨는빛이물러간밤9시의세상으로보인다며말을받았다.
그땐봄날맑은하늘에서햇빛이가장강하게쏟아지는시간이었다.

◎산업재해와파견노동자,“가위바위보에서진사람을해고합니다”
어떻게이런일이벌어질수있을까.일하다가눈이멀었는데,회사는나몰라라해도될까.그이유는무엇일까.시력을잃은청년들이공통적으로한일은스마트폰부품을만드는일이었다.그들은하나같이파견노동자였다.파견노동자로공장을돌리는사업주는파견업체를통해언제든파견노동자들을채용하거나해고할수있고,고용주로서책임과의무를지지않는다.불법이지만여기에법은무력하다.
사용사업주는파견노동자의안전에관심이없다.바로그사각지대에서메탄올중독실명사건이발생했다.파견노동이야말로대기업하청문제와함께메탄올중독실명사건의근본적원인이다.파견노동이없었다면,어떠한안전장비도없이시력을잃는일도,국가와회사로부터제대로보상받지못하고내쳐지는일도없었을것이다.
메탄올중독으로쓰러진노동자가병원응급실에서사투를벌이고있을때도,기업주는그사실을동료파견노동자에게알리지않았다.공장은아무일없다는듯계속돌아갔다.

“A조조장이파견노동자만모이라고했어요.파견노동자들에게가위바위보를시켰어요.여기에서진사람만해고했어요.친한형도해고됐는데,큰충격을받았죠.”
누군가는파견노동자라는이유로잘렸고,또다른누군가는가위바위보에서졌다는이유로회사에서쫓겨났다.

“제가다닌회사는인건비를최대한낮추기위해파견노동자를뽑고,각종기계안전장치에투자하지않는곳이었어요.제오른쪽손가락이날카로운철에베여피가철철났는데도,관리자는왼손으로일하라고했어요.쉬겠다고하니,‘우리회사랑안맞는것같네요’라고하더라고요.어떤아저씨는프레스에오른팔이잘렸어요.두아들이대학생이라,이위험한공장에서계속일해야했어요.산업재해가늘자회사는안전장치에투자하기는커녕무당을불러굿을했어요.”

“산업재해사건에서는사람셋은죽어야구속영장이나와요.산업재해로다친사건에서구속된사례를찾지못했어요.”

◎청년6명눈멀게했지만,아무도감옥에안갔다
시력을잃을청년들을비롯해수많은노동자들을죽음의공장에보냈던파견업체사장들.
파견업체로부터받은노동자들을싼값에부려먹고시력을잃자이들을내쫓은공장사업주들.
모두불법을저질렀지만가벼운처벌을받았다.청년들에게사과한마디안했고,줄보상금도없다했다.정부역시청년들의눈물을닦아주지않았다.
시력을잃은청년들은다친마음을치유하고다시사회에나갈수있을까.이들이지금독자여러분에게손을내민다.

“사람이칼에찔려죽으면,살인사건입니다.가해자는큰벌을받게되겠지요.
10,20년어쩌면평생을감옥에서보내야겠지요.
하지만사람이공장에서일하다거대한쇳덩어리에깔려죽거나제철소쇳물에빠져죽는다면,어떨까요?
살인사건은아닙니다.산업재해사건입니다.
가해자는감옥에가진않습니다.
벌금을내거나형을받더라도집행유예로끝납니다.
법은이렇듯기울어져있습니다.”

◎“꿈에서는앞이보여요.”
“꿈에서는앞이보여요.꿈이안깼으면좋겠어요.”
영신씨는갑자기시력을잃었다.메탄올수증기가가득들어찬스마트폰부품공장에서,부지불식간에일어난일이다.1년반후,같은피해자가5명이더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
현순씨는자기처럼앞이캄캄한동갑내기피해자에게말을건넸다.1년이지나다시벚꽃이피는계절이돌아왔지만,그들은여전히앞이안보인다.
누구도자기가사용하는액체가눈을공격할거라고생각하지못했다.누구도그액체가위험하다고말해주지않았다.일하는12시간내내,환기도되지않는좁은공장에서메탄올을들이마셨다.무방비상태였다.
그들은4대보험에든적이없는데어떻게산재보험을신청하느냐고물었다.인터넷구직사이트에서일을구할때부터실명사건일어난지1년이지났을때까지4대보험에들었는지근로계약서를썼는지묻고확인하는정부는없었다.
그들이어려운가정가정환경에서최저임금을받는파견노동자로일한대가는산업재해였다.산재보험요양·휴업급여를산정하는데기초가되는것은노동자가받은평균임금이다.최저임금을받는파견노동자는가장낮은요양·휴업급여를받는다.

◎위험의외주화를어떻게막을까
하청노동자가다치거나죽을때마다원청의책임을물어야한다는주장이나온다.하지만이번사건처럼사내가아닌외부하청업체에서일어난산업재해에서원청에게책임을물을방법을찾기어렵다.원청만이바로잡을수있다.
메탄올중독실명사건은언론에서짧은산업재해기사로처리되었다.불법파견,대기업하청문제등이해결되지않는한,피해자는언제든다시나타날수있다.

◎국가상대로손해배상청구
메탄을을사용하던업체에들이닥치고도발견하지못한근로감독관들은어떤책임이있을까.그때그들이메탄올을발견했다면,한노동자는쓰러지지않았을것이다.사용자가거짓진술을했다는이유로관련의무를회피하고있다.지금까지근로감독관의잘못을두고대한민국을상대로손해배상청구소송을낸것은메탄올중독실명피해자들이처음이다.현재재판은치열하게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