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기 미제 11

한국의 장기 미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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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간의 기억 너머에 있던 장기 미제 사건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장기 미제 사건(長期 未濟 事件):
사건 발생 당시 가능한 수사력을 총동원하고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범행 증거와 관련 증언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즉 미제 사건이란 사건 관련자나 단서,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을 대상으로 가능한 모든 수사를 진행했으나 피의자가 특정되지도 새로운 수사 단서도 발견되지 않아 장기 수사 상황이 된 사건을 말한다.

단서가 희박하다. 추적도 벽에 막힌 상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렇다 해도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2400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넘겨본다. 어느 수사관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훼손된 삶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저자

한국일보경찰팀

취재현장은어디든달려간다.한국일보경찰팀모토다.평상시경찰청과서울경찰청을비롯해서울시내31곳경찰서를출입한다.일부재경법원과검찰청,시민단체와대학등도주요출입처다.화성연쇄살인사건처럼큰사건이발생하면전국어디든곧장현장으로향한다.직접발로뛴소위‘발품팔이’기사를최고로생각한다.앞으로도주요사건현장에서초념을다투며취재하는한국일보경찰팀기자들을볼수있을것이다.

목차

추천의글
들어가는말

1.목포간호학과여대생피살사건
DNA대조2015명,목포를이잡듯뒤졌지만‘그놈’은어디에
장기미제사건의의미

2.양산택시기사피살사건
왼쪽다리저는마지막택시손님…흐릿한폐쇄회로TV가야속하다
택시안범행

3.광주대인동식당주인살인사건
잠자다둔기맞아숨진동생…늙은형은아직보내줄수없다
장물과족적

4.포항흥해토막살인사건
다섯부분절단된시신,범인의지문과DNA없어‘백지상태’
토막살인범이시신훼손하는심리

5.남양주아파트밀실살인사건
최첨단보안에도침입흔적은전무…“귀신도곡할밀실살인”
밀실살인

6.청주비닐봉지살인사건
얼굴에검은비닐봉지…목조른흔적도없는데질식사
시신의얼굴을가리는심리

7.울산초등학생방화살인사건
시커먼연기속청테이프로손과입묶인채숨진아이가…
방화범행

8.정읍화물차사무실살인사건
감쪽같이…빚과살인혐의에서도망친‘희귀병40대’
신분세탁

9.제주보육교사피살사건
거짓말탐지기는그가범인이라말하지만…물증없는심증뿐
거짓말탐지기

10.의성뺑소니청부살인사건
남편몰래보험들고뺑소니연출…13년만에술자리서덜미
제보전화

11.나주드들강여고생살인사건
집에서15킬로미터떨어진강변에서알몸시신으로…치밀한범행15년6개월만에기소

출판사 서평

◎장기미제사건이풀리게된실마리
1.제보전화:장기미제사건이미궁에빠질수밖에없는이유는대부분유력한증거가없어서다.범인이머리가좋아수사를앞서가거나혐의를모조리감춘완전범죄는거의드물다.다시말해범인을쫓을실마리가전혀없는경우다.목격자도폐쇄회로TV도없는사건에서는관련주변인물의제보가그야말로절실하다.1997년의‘안양호프집여주인살인사건’이19년만에해결된것은한시민의제보덕분이었다.제보자가우연히당시사건이소개된TV프로그램을보다가피의자를알아보고곧바로경찰에신고했다.제보를받은수사팀은사건당시수배자명단을확인한결과한용의자의신원이제보자의진술내용과일치한다는것을파악했다.

2.공범이술자리에서지인에게털어놓은한마디말:용의자를추정할단서가전무한경우담당수사팀이겪는수사고충은말로표현하기어렵다.“수사가벽에부딪히면차라리점쟁이한테물어보고싶은생각까지든다.”그럴때수사팀은그야말로도닦는심정으로사건을쫓게된다.범죄자도쫓기는심정에불안하고부담을떨치기어렵다.종종술자리에서지인들에게무심결에그간의범행을털어놓았다가지인의제보로이어지기도한다.
2003년에일어난‘의성뺑소니청부살인사건’은그런식으로12년뒤엉뚱한데서실마리가풀렸다.양심의가책을느낀공범중한명이우연히술자리에서지인에게범행을털어놓았다가그말이경찰의귀에들어갔다.범행내용을들은지인이금융감독원에신고를했고금융감독원이사건을경찰에이첩한것이다.단순뺑소니사고가끝날듯했던사건이13년만에전모를드러낸순간이다.수사는급물살을탔다.경찰은2016년5월범행에가담한일당4명의자백을받아내모두살인혐의로전원구속했다.2011년해결된전남‘해남암매장살인사건’도피의자가술자리에서실수로한한마디가7년동안묵혀있던사건이드러나는단초가됐다.이사건역시범인이술자리에서“살인을했다”고털어놨다가그말을들은지인이경찰에제보하면서재수사가시작됐다.

3.시간이흐르면서발전한과학수사기술:과거에비해눈부시게발전한과학수사기술은잊힌과거사건을한순간에현재의시공간으로소환한다.33년전한국사회를공포에몰아넣었던화성연쇄살인사건은세월이흐름에따라진화한과학수사기법덕분에범인의꼬리가잡혔다.범인은경찰에14건의살인을포함한범죄행위일체를자백한상태다.장기미제로남아있던사건의실마리는국립과학수사원이밝힌DNA(유전자정보)검사결과였다.
이렇게시간이흘러과학수사기법이발전하면서미세한증거가효력을발휘하기도한다.2000년발생한‘서울대림동커피숍여주인살해사건’의진범도13년만인2013년그렇게잡혔다.사건당시단서는커피숍카운터위물컵에서발견된쪽지문8점이전부였다.하지만지문일부만채취된상태라당시에는감정이불가능했다.그러다가지문감식기술이비약적으로향상된덕에정밀재감식을하면서범인을특정할수있었다.범인은이미다른범행을저질렀다가강도살인미수혐의로붙잡혀교도소에수감중이었다.
2001년에일어난‘나주드들강여고생성폭행살인사건’의경우사건당시현장에서범인의DNA가발견됐지만당시과학수사수준에선전혀해결의실마리가되지못했다.유일한단서였던범인의DNA가있어도용의자를특정하지못하면서사건은미제로남는듯했다.경찰은초동수사에서한달만에수사를접었다.사건이발생하고10년이넘게지나사람들의뇌리에서잊혀가던2012년9월대검찰청은뜻밖의소식을경찰에전해왔다.강력범들의DNA를등록하다가피해자의시신에서발견된DNA와복역중인한수감자의DNA가일치한다는사실을발견한것이다.그해제정된DNA법에따라강력범의DNA를동의없이데이터베이스화할수있었다.용의자는2003년다른범행을저질러강도살인죄등으로무기징역형을받고이미교도소에수감돼있었다.유력용의자가처음특정되는순간이었다.수사는급물살을탔고,끝내그는2017년대법원에서무기징역확정판결을받았다.나주드들강사건은살인죄의공소시효가폐지된후유죄판결이나온첫사례다.이렇게DNA분석결과가장기미제사건의실마리가되고알고봤더니범인이이미교도소에수감돼있었다는사정은화성연쇄살인의경우와동일하다.

◎2015년살인죄의공소시효가폐지되면서장기미제해결의길이열렸다
문제는쪽지문은커녕유전자정보조차남아있지않은사건이다.사건현장에서는아무런지문도나오지않았다.시간이흘러현장과주위의풍경이바뀌었다.요즘처럼폐쇄회로TV나차량블랙박스가보급된시절도아니어서목격자를찾아내기도어려웠다.담당미제팀은전통적탐문수사기법인장물과족적수사에유일한희망을걸고있다.하지만말그대로희망일뿐이다.이미상당히긴시간이흘러사람들의기억속에서사라지거나무엇이든형태가바뀌었을수도있기때문이다.
2015년7월국민들의관심속에살인사건의공소시효를폐지하는개정형사소송법,일명‘태완이법’이국회를통과했다.이로써2000년8월1일오전0시이후발생한살인사건을대상으로는공소시효가폐지됐다.경찰은이후장기미제사건수사팀을확대개편해,장기미제사건을추적중이다.범죄피해가족들에대한사회적관심이필요한시점이다.TV드라마와영화에서도여러장기미제사건을다루고있지만,드라마와달리현실에서는단서도부족하다.시간이오래될수록증인과목격자의기억도희미해지기때문에수사에는몇배이상의노력과시간이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