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핀 정의

거리에 핀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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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노동자였고 변호사였으며 정치적 존재였다.”

2014년 11월 13일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에서 노동자들에게 패배를 안긴 대법원 판결은 변호사 권영국을 현실 정치로 이끌었다. 판결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고상한 환상이라는 것을, 대법원의 판결은 기득권 질서를 비호하고 정당화하는 제도적 폭력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기 위해 정치의 주인으로서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날 불평등에 맞서 싸운 내력과 자신의 정치적 과제를 지켜온 과정, 꾸준히 지향하는 정의의 내용을 담았다.
저자

권영국

광부의아들로태어나배가고팠던어린시절,역경을극복해가는과학자의꿈을키웠다.1981년대학입학후피흘리는현실을만나비로소사회에대한눈을떴고,야학에참여해공부한노동법이계기가되어방위산업체공장노동자들과노동조합을설립했다.그대가로두차례해고되고,합쳐서3년6개월의옥살이를해야했다.출소후3여년동안복직투쟁을했으나역부족이었다.보안사사찰대상으로취업이어려워진처지에서사법시험을준비했고,2002년민주노총법률원설립에참여해노동변호사가됐다.민주노총법률원장,발전노조38일간파업변호인,영등포구치소재소자폭행민간조사관,이주노조법률대리인,민변노동위원장,2008년광우병촛불집회인권침해감시단,용산참사철거민변호인단,쌍용차정리해고법률대리인단,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공동대표,민변세월호특위위원장,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상임공동본부장,구의역김군사망재해시민대책위진상조사단장,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법률팀장,경북노동인권센터장,포스코새노조(금속노조포스코지회)법률지원단장,고김용균사망사고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간사,경주대·서라벌대정상화를위한공동대책위공동위원장등을맡았다.

목차

1부
태백,문경,포항시절:1963~1984
1.태백의검은시냇물
2.수돗물로허기를달래던어린시절
3.성적을올린비결
4.걸인에게밥상을내어주신어머니
5.포철공고수석입학의기쁜소식
6.포항에서보낸고등학교시절
7.1981년서울의4월,생애첫수업
8.광부아버지와의추억

2부
온산과안강시절,풍산금속공업주식회사:1985~2000
1.첫직장,풍산금속공업주식회사
2.1987년6월울산민주화투쟁,다시거리로나서다
3.부풀었던노동해방의꿈,풍산온산공장민주노조설립시도
4.부당전보를받고풍산안강공장에서‘8인회’
5.들판의불씨,다시태안반도로
6.‘풍산금속은치외법권지대인가?’1988년8월8일4명해고
7.‘우리는왜해고되었는가’최초유인물배포하던날의기억
8.“여러분이내게가라고하지않는한내가먼저떠나지않겠습니다”
9.해고자복직투쟁과전원복직
10.수배와구속그리고오갈데없는신세
11.사법시험도전과합격

3부
서울시절,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2002~2017
1.변호사란무엇일까?:민주노총법률원초대원장
2.해우법률사무소와사용자대리를하지않겠다는약속
3.국민이부르면어디든간다:최장기민변노동위원장
4.용산철거민사망사건진상조사단조사팀장과구속철거민공동변호인
5.변호사에서피고인으로:쌍용자동차정리해고반대투쟁지원
6.공정사회파괴?노동인권유린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공동대표
7.민변세월호참사진상규명과법률지원특별위원회위원장
8.헌법재판소법정에서소리치다
9.“너의잘못이아니야”:2016년구의역사망재해시민대책위원회진상조사단단장
10.촛불이횃불되다: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법률팀장
11.이재용에대한영장기각직후법률가들의긴급노숙농성투쟁
12.촛불항쟁의성과와과제

4부
경주시절:2017이후
1.경주에정착하다,해우법률사무소
2.경북노동인권센터
3.‘노동인권변호사권영국의경주살이’
4.포스코새노조(금속노조포스코지회)법률지원단의결성과지원
5.고김용균사망사고진상규명과재발방지를위한석탄화력발전소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5부
칼럼:구의역김군과김용균의죽음,비정규직,노동시간,최저임금에대하여

마치는글

출판사 서평

◎정의가무너진현장,바로그자리에서맞서는사람1
권영국은현장에서바로맞섰다.뒤돌아서나오며맞서지못한것을후회하는사람이아니다.현장에서즉각불의에대응했다.그는한국사회에서불의한일이일어날때마다집회를꾸리고시위에계속해서참여하는사람이자,시위대열선두에서는사람이다.인권을침해하는무장경찰병력에맞서물러서지않다보니공무집행방해죄로여러차례기소됐다.아마도지난보수정권시절한국에서제일많이기소된‘변호사’일것이다.변호사가피고인으로법정에선사례다.시위현장에서뒤돌아보면노동계의조직대오조차그의뒤에서있었다.그런일이부지기수였다.시국사건,인권사건과관련해그보다자주‘조사단’‘진상조사단’에이름을올린이는없다.
현장에서바로움직이는그런‘단순명료한즉각성’은어디서왔을까.정의가무너진곳의위태로운현실을절감하기때문일것이다.지연된정의는정의가아니라고한다.그는이렇게썼다.
“인권을보장하고정의를세우려면인권과정의가무너지는곳에서출발해야한다.공권력의침탈이있는곳,자본의노조파괴가있는곳바로그곳에서맞서야한다.”
한가지뚜렷한예를들어보자.법원이변호인의‘현장접견교통권’을명시적으로확인해준최초의사건이있다.우리에게익숙한풍경은사건이끝난뒤변호사가경찰이나검찰을찾아가억류돼있는시민을만나보기위해접견을요청하는모습이다.그런데변호사권영국에겐‘보통의접견’이아니라‘현장접견’이문제가됐다.사건이벌어진그시각,그장소에서변호사가곧바로자신의고유권한인접견교통권을주장한다.부당한공권력에대응하는속도에서확연한차이가난다.‘거리의변호사’라는별칭은빈말이아니다.그가부당한공권력에맞서싸우는모습을두고‘당랑거철’이라고언론이평한것은단순한수사가아니다.
2009년6월26일오전10시30분경그는정리해고에반대하며옥쇄파업을진행하던쌍용차평택공장을찾았다.민변노동위원회위원장으로서그날오전11시에예정된기자회견에참석하기위해서였다.경찰병력이공장울타리를따라쫙깔려있었다.공장주변을둘러보던중공장밖인도에서쌍용차지부조합원들몇명이경찰기동대병력에둘러싸여감금되어있는모습이보였다.그는체포이유를고지하지않은경찰의체포?감금행위는미란다원칙을위반한불법체포임을지적했다.기동대는묵묵부답으로일관했다.그는방패를잡아당기며항의했다.항의가계속되자경찰지휘관은느닷없이조합원들을퇴거불응죄의현행범인으로연행하라고지시했다.기동대원들은항의하는그와법률가들을공장담벼락으로밀어붙여꼼짝못하게하고는조합원들을경찰승합차량에강제로태웠다.그순간그는경찰의접견봉쇄에항의하며기동대방패벽을우회해조합원을태운경찰승합차량앞으로돌진했다.그리고두팔을벌리고진행차량앞을가로막고섰다.변호사로서현장접견을요구했다.기동대중대장은그마저연행하라고지시했다.그후검찰은그를경찰기동대원2명에게폭행을행사해상해를입히고공무집행을방해했다는혐의로불구속기소했다.국가공권력에대항한행위에대한검경의보복이었다.이사건은8년에걸쳐법원에서무죄를선고받았는데,법원이변호인의‘현장접견교통권’을명시적으로확인해준최초의경우다.

◎정의가무너진현장,바로그자리에서맞서는사람2
그런데정의가무너진곳은그토록빨리대응할만큼위태로운곳인가.그의움직임을보면서우리는자문하게된다.우리는그런세상과너무일찍타협해버린것은아닐까.그의움직임은그의절박함이다.
저자는강연초청을받을때강연내용으로노동변호사가지녀야할5계명을만들어소개한다.한번살펴보자.
1.경찰,검사,판사앞에서당당하고사용자를대리하는법률가집단을압도한다.
2.실정법,그리고판례에매몰되지않는다.
3.노동삼권의기원과노동운동의역사를공부해노동기본권을체화하고실천한다.
4.노동변호사는노동과투쟁현장을자신의삶과업무공간으로인식한다.
5.깨어있는시민으로서정치사회문제에폭넓게참여하고연대함으로써민주주의와사회진보의대열에앞장선다.
첫번째내용이눈에띈다.그가노동변호사로서검경과판사앞에서당당하고사용자법률대리인을압도해야한다는것을제일의계명으로삼은이유는무엇일까.그의말에서단초를찾아볼수있다.
“우리가진정으로안전한사회와일터를만들기위해반드시고민해야할것은안전의주체인노동자의노동존엄성을어떻게회복할것인가의문제다.존엄은평등을전제로하는개념이다.평등하지않은고용체계에서는차별과멸시가존재하고소통의단절을가져온다.결국평등하지않은노동은존중받을수없고존중받을수없는노동은결코안전할수없다.”
그는진실과대면하는일의어려움을우선꼽는다.자신의존엄을살피기전에평등하지않은체제,노동이존중받지않는세상과대면할필요가있다.하지만폭력은간단히사람을압도해버린다.멸시와차별앞에서당당하기는어렵다.두번째,세번째일은그다음에고려할목록이다.그러니까변호사권영국의빠른현장대응은눈에는눈,이에는이로맞서는단순한보복,법치주의에대한부정이아니다.공권력의폭력앞에서,노동차별앞에서무릎을꺾이는자신,또그런자신을부끄러워하는자신을거친뒤에얻은귀중한성찰일것이다.엄혹한현실앞에서말문을열고,특정방향으로몸을움직일수있어야그다음일이보장된다.
2014년12월헌법재판소의통합진보당해산결정당시,그는헌법재판소가반역사적인선고를한다면,누군가는법정안헌법재판관들면전에서“당신들은잘못했다”고분명히말해야한다는생각을한다.그날헌법재판소를찾아갔다.헌법재판소의선고결과는예상대로였다.“통합진보당은해산한다”는것이었다.대심판정은쥐죽은듯이조용했다.그런심판정의고요속에서일어나항의한다는것은보통용기가필요한일이아닐것이다.그는헌법재판소장이선고를마친다는종료선언을하기에앞서분연히일어났다.그리고소리쳤다.
“오늘로써헌법이민주주의를파괴한날입니다.여러분은역사의심판을받게될것입니다.”
불의한힘과권력에우선적으로맞서지않는한그다음두번째,세번째일은어떠한기회도얻지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