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부고 (죽음의 불공평성을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비로소 부고 (죽음의 불공평성을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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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비로소 부고'는 유명인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 중심의 기존 부고에서 벗어나, 평범하지만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우리 사회 이웃들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기획이다. 부고는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 위주로 쓴다는 틀을 깨고, 조명받지 못한 보통 삶을 깊이 따라가 온전한 영예를 되찾아주기 위해 시작됐다.
정작 주목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와 생애가 너무 많다. 타인을 구하려다 희생된 시민, 묵묵히 헌신하며 살아온 평범한 노동자나 숨은 영웅들의 실천적 삶뿐 아니라 ‘무명 시민’의 안타까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덜 알려졌기에 더 알려져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보통 삶을 치열히 따라간 열 편의 느린 부고

◎ ‘부고’에 대한 고민
죽음에 관한 사회적 기록인 ‘부고’가 반드시 유명인의 전유물이어야 할까. 기록에서 배제돼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 또한 복원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선의와 열정에 마음이 움직여 또 다른 선의와 열정이 생겨나고, 그런 누군가의 노력이 조금씩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꿔나가는 길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그렇게 사회적 기억의 불균형을 바로잡다 보면 인간의 존엄을 새롭게 묻게 될 것이다. 어쩌면 “죽음의 민주화를 실천”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가신 이의 삶과 그 곁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남아 있을까. 별세, 그 너머에 살아 숨 쉬는 발자취. 고인을 기리는 기억을 돌아보다 보면 눈부시지 않았던 날도, 헛된 생도 없었다. 우리 곁에 머물렀던 보통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죽음조차 앗아갈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알면 알수록 고인들의 삶 장면 장면은 꼭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 같았다. ‘사람’ 이야기. “고인의 흔적들과 내 마음이 맞닿는 것 같아 울컥했다. 그렇게 열 편의 느린 부고가 틈틈이 완성돼갔다.”

꼭 굵직한 업적·직위·비전만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니까.
그가 남긴 건 그저 곁을 내어준 하루하루였다.

◎ 부고 쓰기의 어려움
이 길이 맞을까,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글이 이렇게 뜨거워도 되는가. 글이 이렇게 눈물로 축축해도 되는가. 생각할수록 그의 온 생애가 궁금해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은 이름이었다. 한 시민의 사망 기사나 부고를 들고 전국을 헤맸다. 생애를 이룬 결정적 장면과 결정적 증인을 수소문해 묻고 기록했다. 진심을 담아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보는 글쓰기로서 부고.
“인간은 무엇인가. 왜 남을 도울까.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하는가. 이별은 어떻게 애도하는가. 넘치는 절망 속에서 그들은 왜 희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가.” 그런 질문으로 점철된 부고는 가치 있는 삶의 본질을 시사하는 인생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무명 시민의 죽음 곁에서 맞닥뜨리는 ‘죽음의 불공평성.’ 왜 하늘은 이리도 일찍, 그를 데려갔는가.
한 사람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하려면 어디까지 듣고, 어디에서 멈춰야 할까. 그의 지인 몇 명을 만나야 할까. 그것도 그의 일부분에 대해서가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글을 써야 한다면. 글을 쓰는 동안 이런 질문이 반복해 떠올랐다. “처음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기억을 종합해서 쓰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인간은 입체적이고 기억은 불완전했다. 핵심이 빠진 부고를 써서 고인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이쯤 하면 다 아는 것 같은데’ 하고 마감하려는 순간, 고인의 일기장을 소중히 간직해온 뜻밖의 동료를 만난 적도 있었다. “결국 제삼자의 기억과 과거 기록에 의존한 부고 쓰기는 삶의 완전한 재현이 아니라 ‘여러 버전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버전이 완전히 엇나가지는 않도록, 남겨진 이야기를 촘촘히 건져 면밀히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쓰는 것뿐이었다.”
저자

김혜영

한국일보기자.언어학·언론정보학을공부했다.2009년입사후사회부,정책사회부,문화부,정치부,기획취재부등에서일했다.사람이야기를좋아한다.‘우리는누구이며어떻게살아야하는가’를묻고쓸때두근거린다.작은역사를소중히여기는기록자로살고싶다.동료들과〈전관예우비밀해제〉,〈민간인사찰과그의주인〉,〈디어마더〉,〈유예된죽음〉을펴냈다.

목차

시작하며:미처몰랐던보통삶의비범한희망

생면부지인남을구하려목숨을던졌다,“다시돌아와도또도울사람”
故곽한길의사자(1975~2024)

작곡가를꿈꾼택배기사,‘어느나라에서도안하는노동’을했다
故정슬기택배노동자(1983~2024)

모든게무너진뒤,소소는‘열무와알타리’를그렸다
故이유영웹툰작가(1983~2024)

“뭐이런애들이다있어?”,놀란신부님은아이들의‘대장’이됐다
故윤병훈신부·양업고설립자(1950~2024)

동심으로생명을노래하던시인,제자들배웅을받으며별이되다
故최춘해아동문학작가(1932~2025)

무덤파던‘그여자’,편견과사납게싸우고,우아하게눈을감다
故이난영첫여성고고학자·국립박물관장(1934~2024)

성매매여성쉼터지킨푸른눈의수녀,외롭던골목에삶의빛안기다
故문애현요안나메리놀수녀회수녀(1930~2024)

가출그리고탈출,꽃피는봄,약속대로아빠가돌아왔다
故김진수탈시설장애인활동가(1950~2024)

호스들고불길뛰어든구급대원,그는늘가족과친구를지켰다
故임성철소방장(1994~2023)

탐사보도에목말랐던서른살기자,불길속에질문을남기고떠났다
故김애린KBS광주방송총국기자(1994~2024)

맺으며:
서성거리는사람들__이서현
여전히그를모른다__손영하
작은최선의기록__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