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철학 노트 (철학이 난감한 이들에게)

과학자의 철학 노트 (철학이 난감한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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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철학은 어렵다? 철학은 지루하다? 철학이 난감한 당신을 위한 철학 입문서
21세기는 '과학의 시대'다. 과학을 통해 인류는 점점 세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키워나가며 그동안 철학이 던진 수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내리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을 지배했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이제 철학의 영역을 지나 과학의 영역에서 주로 다루는 질문이 되었으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그 답을 과학에 일임하는 일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과학의 시대’인 21세기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생각하는 힘”이 필요해서, 누군가는 철학이 “모든 학문의 원류”이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여기 한 과학자는 “철학이라는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했다고 이야기한다. 호기심 많은 학자로서 철학이라는 학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이 책은 약 100여 권의 과학책을 직접 집필하거나 번역하며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평생을 바친 물리학 교수가 쓴 철학책이다. 과학자가 철학 책을 쓴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자는 담담하게 호기심 많은 과학자로서 “철학이라는 산이 거기에 있어” 철학을 공부했다고 말한다.

고전시대부터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살펴보는 서양철학사 2,500년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철학 사상의 흐름을 한눈에 보기 힘들다는 것과 그 사상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이 가르치던 물리학이 아닌 철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에 대해 글로 남기는 만큼, 철학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들을 최대한 줄이고 일반적인 언어로 이를 설명하려 노력했다. 비록 다루는 주제가 과학에서 철학으로 넘어왔지만, 지식의 대중화에 오랜 시간 힘쓴 저자의 설명은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서양철학사 2,500년을 다루며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철학의 주요 사상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탈레스부터 시작하여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의 굵직한 흐름을 정리하고, 역사를 따라 54명에 달하는 철학자의 사상과 그들이 추구하던 가치, 그리고 그들의 생애에 관하여 핵심적인 부분만을 추려내었다.
결국 이 책은 철학이라고 하는 학문에 호기심은 한 번쯤 가져본 적이 있지만, 막상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한 책이다. 철학, 도저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글부터 읽어야 할지를 모르겠는 이들에게는 과학자가 공들여 정리한 철학 노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곽영직

저자곽영직은서울대학교자연과학대학에서물리학을공부한후미국켄터키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수원대학교물리학과교수로재직하면서자연대학장,대학원장등을역임했고,현재는명예교수로있다.『자연과학의이해』,『양자역학으로이해하는원자의세계』등의과학책을썼고,『오리진』,『빅뱅』,『힉스입자』등의책을번역했으며,다수의어린이과학책을썼다.

목차

서문:산이거기있어산에오른다

1장.고대그리스에서생각이열리다
밀레토스학파의자연철학/피타고라스학파의신비주의/헤라클레이토스와파르메니데스의존재론/엠페도클레스의4원소론과데모크리토스의원자론

2장.고대철학을완성한아테네의철학
소크라테스의산파술/플라톤의이데아/아리스토텔레스의자연학과형이상학

3장.고대에서중세로넘어가는길목
에피쿠로스학파/스토아학파/회의학파/신플라톤학파

4장.신학의시대
아리우스와아타나시우스의삼위일체논쟁/아우구스티누스의은총론/아퀴나스의신학철학/로저베이컨과오컴의귀납법

5장.정신이세상을품는다
데카르트의물질과정신이원론/스피노자의범신론/라이프니츠의모나드

6장.경험이세상을만든다
베이컨의실험과학/홉스의리바이어던/로크의오성론/버클리의주관적관념론/흄의상대적지식

7장.세상이여깨어나라!
몽테스키외와3권분립론/볼테르의이성종교/루소의사회계약론/라메트리와카바니스의기계적유물론

8장.관념이세상을움직인다
칸트의비판철학/피히테의자아/셸링의동일철학/헤겔과세계정신/쇼펜하우어의비관주의

9장.인류역사를만드는것은물질이다
포이어바흐의종교비판과유물론/마르크스와변증법적유물론/엥겔스의공산주의운동

10장.모든사람들이행복한세상
벤담의양적공리주의/밀의질적공리주의/스펜서의진보적공리주의

11장.나는누구인가?
키에르케고르의불안한실존/니체의위버멘쉬/야스퍼스와실존철학/하이데거의존재론/사르트르의현상학적존재론

12장.과학을다시본다
마흐의감각적실증주의/러셀의수리논리학/비트겐슈타인의언어철학/비엔나써클과논리실증주의/포퍼의반증주의/쿤과과학혁명

주석과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세계에서가장높은에베레스트산을오르기위해세번을도전했지만1924년6월8일에베레스트의정상으로부터불과245m떨어진지점에서실종되었다가75년이지난1999년5월1일에시신으로발견된영국의등산가,조지맬러리(GeorgeMallory)는수필을쓰는작가이기도했다.등산을유난히좋아했던맬러리에게어떤사람이왜산을오르느냐고묻자그는“산이거기있기때문입니다(Becauseit’sthere).”라고답했다.이말은이제등산과관련된이야기를할때많은사람들이즐겨인용하는유명한말이되었다.세계최초로에베레스트산에오르는데성공한사람은뉴질랜드사람으로영국탐험대의일원이었던에드먼드힐러리(EdmandHillary)와그의셰르파였던텐징노르가이(TenzingNorgay)였다.그들은온갖역경을딛고1953년5월29일에베레스트산정상에올라등산역사에한획을그었다.
에베레스트처럼험난한산이아니라면산을오르는이유를찾는것은그리어려운일이아니다.산을오르는것은매우즐거운일이고건강에도큰도움을주기때문이다.그러나에베레스트와같이험난한산을오르는이유를즐거움이나건강에서찾을수는없을것이다.숨을쉬기조차힘든높은산을오르는것은엄청난고통이따를뿐만아니라건강을해칠가능성도크기때문이다.이런높은산을오르는이유는성취감이나도전정신과같이좀더추상적인것에서찾아야한다.
그러나험난한산을오르는사람들의심리상태를한마디로짚어내기는쉽지않다.산을오르는사람마다다른동기와목적을가지고산을오르기때문이다.그러나한가지확실한것은조지멜러리나에드먼드힐러리같은사람들은산을오르지않고는견디지못하는사람들이라는것이다.험한산을오르는사람들은성취감이되었든도전정신이되었든산을올라갈때비로소살아가는의미를느끼는사람들이다.조지맬러리는그런사람들의마음을“산이거기있으니까”라는한마디로표현한것이다.
과학을공부하는사람이과학에대한글을쓰는것은매우자연스러운일이어서그이유를설명할필요가없다.그러나과학과관련이없는다른분야에관한글을쓴다면왜그런글을쓰게되었는지를설명할필요를느낀다.과학자가과학과관련이없는분야의글을쓰는이유가등산가가산을오르는이유와별반다르지않다면쉽게납득할수있을까?그러나과학과는관련이없는철학이야기를왜하게되었는지를묻는물음에“철학이거기있기때문이다.”라는대답보다더나은대답을찾아낼수없다.
과학자들이남들과조금다른한가지는호기심이많다는것이다.필자가과학을전공으로선택한것도호기심이많았던것이가장큰이유였을것이다.요즈음에는과학과공학을구별하는것이매우어렵다.과학실험실이나공학실험실에서하는일들이똑같기때문이다.그러나아주차이가없는것은아니다.공학은사람들이편리하게살아가는방법을연구하고과학은자연현상을설명하는설명체계를만들기위해노력한다.따라서공학연구에는많은연구비가지원되지만과학연구에는아주적은금액만지원되고있다.그럼에도과학자들이공학이아니라과학을공부하는것은경제성보다지식자체에더큰관심이있기때문이다.
보통사람들보다호기심이많은과학자들은자신의전공분야가아닌다른분야에도관심을가지고있는사람들이많다.산이있으면오르지않고견디지못하는등산가들처럼과학자들은궁금한것이있으면그것을공부하지않고는견디지못하는사람들이다.특히과학의역사나과학철학에관심이있는과학자들에게철학은꼭올라가보지않고는견디기힘든또다른산이다.
평생과학만을공부해온과학자들이철학이라는산을오르는것은에베레스트산을오르는것만큼이나어려운일이다.언젠가는올라가보고싶다고생각하면서도실제로에베레스트를올라가는사람은많지않은것처럼,다른분야에관심을가지고있지만자신에게익숙하지않은다른산을실제로올라가는과학자들은그리많지않다.더구나그런산을올라갔던이야기를글로쓰는과학자는거의없다.
과학자가다른직업보다좋은이유중한가지는다른사람과다툴필요가없다는것이다.과학에서는실험을통해스승이나선배가밝혀낸과학적사실이틀렸다는것을증명하는것을오히려칭찬한다.객관적자료를바탕으로기존의이론이틀렸다는것을증명하는것은스승이나선배에게실례가되는것이아니라오히려스승이나선배에게자랑스런후배가되는일이다.과학글의경우에도마찬가지이다.과학글은다른사람의생각이나주장이틀렸다는것을이야기하기위해쓴글이아니라있는사실을그대로쓴글이어서과학글로인해다른사람이기분나빠할일이거의없다.
그러나과학옆에있는다른산들은과학과는다르다.그곳에는객관적으로증명할수없는여러가지생각과주장이함정처럼도사리고있다.따라서어떤생각이나주장도다른사람들의비판의대상이될수있다.이런일에익숙하지않은과학자에게철학이라는산주변을산책하는것만도만만한일이아니다.더구나철학이라는산에대해글을쓴다는것은더욱어려운일이다.다른사람들의비판으로마음을상하게되는일이있을지도모른다는걱정이앞서기도했다.
그럼에도과학자가그런일을하려는것은그산이거기있기때문이다.그러나어린시절부터언젠가한번은올라가보고싶었던,그리고과학관련글들을쓰면서언젠가는꼭한번올라보아야하겠다고결심했던철학이라는산을실제로오르고그것에대한이야기를쓰려고하니준비단계부터어려움이많았다.철학관련서적이나자료들은주변에서쉽게구할수있었지만읽어도무슨이야기인지감이잡히지않았다.우리나라말로쓰여있는데외국어로쓴글을읽는것같았다.그때마다과학자는철학이라는산에오르는일을다음으로미뤘다.그러나철학이라는산주변을산책하는일마저포기할수는없었다.철학이라는산이거기있었기때문이다.시간이날때마다철학이라는산주변을산책하던과학자는어느날부터철학이라는산에관한글을쓰기시작했다.다른사람이아니라그자신을위해서였다.산을올라갔다와서그산의지도를그려보면그산을훨씬더잘알수있는것처럼철학이라는산주변을산책하면서본것들을정리해놓으면언젠가이산을오를때도움이될것이라는생각때문이었다.
자신을위한글이라고생각하니마음이편해졌다.철학과관련된인물들과그들의생각을써나갔다.언젠가는잘정리할기회가있을것이라고생각하면서순서도없이다양한이야기들을모았다.그런데언제부터인가철학이라는산의전체모습이눈앞에그려지기시작했다.본격적으로산을오른것이아니고주변만을맴돌았는데도산전체모습이눈에들어오는것같았다.어쩌면산주변을산책하며산을멀리서만바라보았기때문에산전체모습을더잘볼수있었는지도모른다.
산전체의모습이눈에들어오고나니커다란능선들이보였다.아니보이는것같았다.그것은본격적으로철학을공부한사람들이느끼는즐거움과는또다른즐거움이었다.과학자는이것도철학을하는즐거움이라고생각하게되었다.철학의큰모습과큰흐름을알게되었다는것만으로평생의숙제를마친기분이들었다.그동안정리해왔던글들도차츰형태를갖추어가기시작했다.‘과학자가쓴글’다운철학이야기라는생각이들었다.세상에대한그리고인간에대한철학자라는사람들의생각이어떻게변해왔는지를제3자의입장에서바라보고정리한글이만들어진것이다.
얼마전MID에서과학자자신을위해쓴이글을독자들과만나게해주겠다고전해주었다.이글이책으로만들어져독자들과만나게되는것은즐거운일이지만그렇게되지못해도아쉽지않을것이라는생각을했다.산이거기있어산을오르는사람에게는산에올라갔었다는사실자체로가장큰보람을이미맛보았기때문이다.그러나철학이라는산주변을산책하는즐거움을다른사람과나눌수있다면과학자의즐거움이배가될것이다.

2018년봄
저자곽영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