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시민 (하태성 시집)

불량 시민 (하태성 시집)

$10.00
Description
<레디앙 시선-일하며 부르는 노래>를 펴내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노래하는 시를 모은 시집 <일하며 부르는 노래> 시리즈 네 번째 책 『불량 시민』(하태성)이 나왔다. 시인 하태성은 현재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시리즈 첫 번째 책(곽장영, 『가끔은 물어본다』)과 두 번째 책(이성우 『삶이 시가 되게 하라』)은 2005년 5월에 출간됐으며 세 번째 책(김홍춘, 『강』)은 2006년 9월에 나왔다.

도서출판 레디앙은 앞으로 시집 발간을 계속 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다채로운 노동자 시인들이 이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와 노동자, 시 쓰기와 노동운동이 행복하게 만나, 노래가 힘이 되고 무기가 될 때, 노동자들의 삶은 풍성해지고, 투쟁은 힘을 얻고, 희망의 싹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일하며 부르는 노래> 시리즈는 ‘시 쓰는 노동자’를 찾아내고, ‘시 읽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며 계속 된다.

특히 시집 출간 비용은 출판 취지에 공감하는 ‘아마추어 시인’ 주변의 ‘동지’들과 지인들이 ‘시집 만들어 주는 노동자’들이 돼 십시일반 힘을 모아 시집 출간 비용을 후원해 주고 있다. 또한 시집의 판매 수입은 이후에 계속 나올 시집 제작비에 투입돼 시리즈 발간의 지속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저자

하태성

저자하태성은1968년전남보성에서태어남.보성에서초등학교와중학교를다녔으며,일찍이‘근대화의기수’가되기위해전남공업고등학교을졸업하고산업전선에뛰어들었으나적응하지못하고,전문대라도나와야한다는생각으로대림공업전문대를졸업했다.졸업후육군만기전역하고인천에서구직활동을하며지내던중1993년‘인천노동자문학회’4기신입회원으로가입해시를배웠다.
1995년현직장인한국가스공사에공채로입사했다.그리고현장을바꾸기위해2000년부터노동조합중부지부장,복지국장,수석부위원장등을거쳤고,공공운수노조광주전남본부본부장직무대행을지냈다.2012년삼척으로근무지를옮겨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과삼척석탄화력발전반대투쟁을진행하고있다.

목차

제1부
불량시민
사람들에게묻는다
참외를고르며
보성참꼬막
두꺼비
고사리꺾다
산다는것
빚지고사는일
방을쓸며
눈과꽃
건강검진을받으며
그리움의한자리
사랑,과속딱지처럼오라
그여자네
선암사에서
선암사에가면

제2부
목줄을끊다
위로
매미가운다
뜨겁다는것
라면을끓이며
새해에는
선동
삼층똥탑
돼지저금통
어쩌면
비정규직노동자
100m를위한전진
싼게비지떡
풍기문란죄
광주시청어느비정규직어머니의일기
우리시대의학살
호텔스카이라운지에서
진부한詩
불통세상

제3부

상사화

아!死대강
세상에서가장무서운것
우리시대위인전
파병을하시려거든
추가살해소식을듣다
잊지말자
촛불이아프다말합니다
가만히있지않겠습니다
진실을침몰시키지마라
아무렇지도않던날들이
국경을넘는일
후쿠시마어느어머니의일기
삼척에오시려거든
삼척,그날엔

시집을읽고불량시인의불온한시쓰기/이민호
시집을내며/하태성

출판사 서평

“불량시인의불온한시쓰기”

불량함의정체
1967년1월어느날,어디에서시를찾을수있는지모르겠다고,‘의미’로서의시가안된다고,그냥글씨의나열이라고자학하던시인이있었다.김수영이다(「글씨의나열이오」,1967.1에서).그비명의이유는시의새로움때문이다.자신의시를신용하지않으려는태도가바로현대의명령이라고믿고있는카뮈나랭보처럼자신의시를절대적으로경멸하는자만이시인이라고믿었기때문이다.그러므로시인의자학과자기경멸은정당하다.
하태성의시적근원도이언저리어디쯤이지않을까.불량시민을자처하고나선그의시는현실의중심에서도시의정수에서도자꾸미끄러지고있어의미의본질을찾기가힘겹다.그렇다면하태성의시는소위무의미시인가.그럴리없다.너무꽉찬의미의포만으로독자는금세나가떨어질것이다.어쩌면구호처럼쏟아진의미의바다는하태성이자신의시의통점을숨기려는전략일지도모른다.그러므로독자역시삐딱하게불량한시선으로그의시를촘촘히살펴보길청한다.

작은나무가큰나무에게
철지난꽃들이활짝핀꽃들에게
다치고병든사람이성한사람들에게
공장에서쫓겨난사람이이제막첫출근하는사람들에게
해고500일을맞은노동자가파업을시작하는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노동자가정규직노동자들에게
더아프고더소외되고더보잘것없는이들이가진자들에게
‘괜찮다’고어깨다독거리며하는말

나,지금껏위로만받아왔다
-「위로」전문

바슐라르에따르면시의새로움은직관과사적경험과최초의실재에서벗어나전복하고해체하며논쟁하여통합하는데서시작된다.위시에서하태성의시적상상력을감지할수있다.골리앗을쓰러뜨렸던다윗의돌팔매질이다.큰것,화려한것,온전한것,생기발랄한것,안정된것,풍요로운것이행사했던지배적가치가작고,보잘것없고,불완전하며,시들어버린,불안한,결핍이지닌소수적가치에된통얻어맞는역설이며극적아이러니다.
이처럼하태성시의불량함은양질에반대되는그저‘나쁨’정도의사전적개념을뛰어넘는것이다.좋고나쁨의이분법적분리에서벗어나그판단의주체를바꾸고,주변적이고배제적인가치의전복을통해변두리성,혹은지역성의새로운인식을요구하는당당함이다.그래서어쨌다는거냐는식의하태성의시는위악(僞惡)의태도를드러낸다.건들대며껄렁껄렁한빗나가는시의기울어짐은그래서의미를가득담고있지만진정읽어야할것은남은잔해와같은쓸쓸함이다.

한솥에삶아진뼈다귀해장국
뼈와살발라가며빈속을채워본다
뚝배기에곰삭은깍두기
펄펄끓는가마솥에서도
뼈와살이떨어지지않는
아!얼마나뜨거운몸부림인가?
쓴소주한잔에떼어놓은뼈마다
뼈속사이사이하얀골수가
과거처럼아프다
떼어지지않으려는힘줄하나
아!얼마나뜨거운사랑인가?
그러나보아다오철저하게발려진
빈그릇에수북이쌓인빈뼈다귀들
뻘건깍두기국물로도달랠수없고
소주한잔으로도보낼수없었던
아!지금은발려진뼈처럼
내안에서쓸쓸하게끓어오르는
당신을향한내그리움의한자리
-「그리움의한자리」전문

‘뜨거운몸부림’과‘뜨거운사랑’이차갑게‘그리움’으로바뀌는이순간에불량함의정체가드러난다.‘철저하게발려진/빈그릇에수북이쌓인빈뼈다귀들’이발산하는형해(形骸)의이미지다.하태성의시적지향은열에들뜬공간속으로몰고가는듯하지만,그래서불량해보이지만거기막다른곳에연민이자리하고있다.그것은인간적상상력을자극하는의미의저장이다.뼈아픈현실이기때문이다.이처럼하태성의시를시답게만드는자질로서불량함은역설과아이러니의언어와지역의공간성이라는소수담론과연민이라는인간적공감을뼈대로하고있다.

불량함은불온하다

하태성의불량시론은단적으로시의위악(僞惡)이핵심이다.짐짓과하게보일수있는시의행보는투박함과단순함에함몰될위험에빠질수있다.이는시의지역성이지닌특질이며한계이기도하다.중심에서벗어나려는원심적사유는시의성숙을도모할수있다.그러나핵심에서일어나고있는구심적긴장을저버릴수있는우를범할수있다.
불량시민이자유와해방을획득하기위해서는불온의재전유가있어야한다.다시김수영을끌어들이면,불량을넘어불온을구가하기위해‘숨어있는검열자’를두려워해야한다.하태성에게노동의가치가절대불가침영역으로규정되는순간,시는자유를잃고진부해질것이다.시의새로움은어떤두리번거림도,머뭇거림도없어야획득되는진의다.

정말아무렇지도않던일들이
삶을바꾸고세상을바꾸었다
-「아무렇지도않던것들이」에서

불온한시인은삶과세상을변혁하려는목적을앞세우는자가아니다.무관심속에놓인미미한존재에대해눈길을두어야한다.숨어있는검열자가관심두지않는곳에시의씨앗을뿌려야한다.그래서이번시집을기점으로하태성의불온한시쓰기가시의위악을넘어시의위의(威儀),즉안으로뜨겁고밖으로서늘한경지에가닿길고대한다.

꼬여서는풀리지않는세상
꼬인덩이풀어내는건
뜨거운국물이다
-「뜨겁다는것」에서

이처럼하태성은이미안으로뜨겁다.현실과대응하여꼬인삶의질곡을풀어내기위해투신할의지와용기로충만하다.그러나이는에트나화산에몸을던진엠페도클레이스의단면이기도하다.다시말해신화적이야기속으로들어가신이되려는욕망이기도하다.그러기에이뜨거운시적열정으로서불량함을다스리고제어하려는형식적절제또한절실하다.
시인은어떤존재인가.사람은모름지기경계에서있어야한다고노자(老子)는말한다.하태성의불량시론도바다위를밟고서있으면서거대한파도에도휩쓸리지않으며,또한바다밑으로빠져버리지도않는수면의위와아래의경계에서있는불온한길이었으면한다.-이민호(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