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사랑도 모르면서 (류원 시집)

여지껏 사랑도 모르면서 (류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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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노래하는 시를 모은 시집 〈일하며 부르는 노래〉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여지껏 사랑도 모르면서』(류원)이 나왔다. 시인 류원은 현재 노동조합 상근 활동가다.

도서출판 레디앙은 ‘일하며 부르는 노래’ 시리즈 시집 발간을 계속 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다채로운 노동자 시인들이 이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와 노동자, 시 쓰기와 노동운동이 행복하게 만나, 노래가 힘이 되고 무기가 될 때, 노동자들의 삶은 풍성해지고, 투쟁은 힘을 얻고, 희망의 싹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원동력이다. 〈일하며 부르는 노래〉 시리즈는 ‘시 쓰는 노동자’를 찾아내고, ‘시 읽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며 계속 된다.

특히 시집 출간 비용은 출판 취지에 공감하는 ‘아마추어 시인’ 주변의 ‘동지’들과 지인들이 ‘시집 만들어 주는 노동자’들이 돼 십시일반 힘을 모아 시집 출간 비용을 후원해 주고 있다. 또한 시집의 판매 수입은 이후에 계속 나올 시집 제작비에 투입돼 시리즈 발간의 지속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저자

류원

대학졸업후중소기업중앙회노동조합상근활동가로첫사회생활을시작했다.노동조합활동은세상을바라보는나의관점을바꿔주었고,더불어사는행복을경험하며세상속에뿌리내릴수있게해주었다.이는사람답게사는세상을만들기위해자신을희생하며운동해온동지들과용기내어투쟁해온사람들덕이다.

대학입학과함께시작한연극,그리고스무살끝자락에만나지금까지이어오는연극운동단체‘생활연극네트워크(생연)’에서의활동은연극이자기성장을위한안전하고파워풀한도구임을경험하게해주었다.연극이보다많은사람들에게삶의변화의도구로활용되길바라는생연의서원에공감하여사무국장으로함께활동하며,연극심리상담공부를시작하는계기가되었다.

이러한인연들로현재는보다본질적인공부를위해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자아초월상담학을전공하며,노동조합활동과심리상담및연극을하는할일많은시인이되어가고있다.

목차

1부사랑,숨결을나누며

마땅히있어야할그모든것들과함께
너를사랑하는나는
나는물었어야한다
나는꽃을피워내려한적이없다
우리그냥살아요
너와함께라면
안다
달팽이사랑
고슴도치사랑
에잇,그건낚시꾼이아니죠
촛불하나손에쥐고
사랑은
기다림의자세
사랑은흘려보내기
사라지지않기를
걷고또걷고
다짐
오늘의기도

2부사랑,인연의흐름

미련
우주인
손가락이왜다섯개인줄아니
가난한비
페미니스트가되어버린날
비로소
너의이름은
그대가나를기억만해준다면
사라지고살아지는시간
재개발空家들속애처로운나의집
너를만나고나서부터내머릿속에매미가살기시작했어
결국난또사랑을하겠지
그림자사랑
민들레꽃씨처럼
사랑의식
궁금해
잊지말아야할것
나에게말을걸기위해지나온시간들
사랑보다어려운함께살기
지켜준다는건지켜봐주는거라네

3부사랑,여행의시작

매일우는건당연하죠
코끼리와민들레의사랑
보이지않는존재들에대하여
그대가나를사랑하거든
눈물에맛이있다면
그저물처럼살리라
인연에대한예의
홀로핀꽃이있으랴
지금있는자리에서
우리
나는오늘행복합니다
진짜안다는건
우리는이렇게살아간다
나를믿는다는건
‘에는’과‘란’
똑같은걱정은이제그만
너도아니
너의별,작은나의사랑고백
나여기있어
공황장애
기다림
작은꽃이야기

4부사랑,일상안으로

민들레의생명력
별을닮은마음
눈물이흐르는까닭은
그대가바라보는것은무엇인가요
신들의장난
다람쥐의꿈
사랑을하는이유
너에게만들리지않는소리
어떤길이든
당신이내게보여준것
이별
사랑할땐언제나
소소한일상
인연은내가있기에가능한것
도로시의발견
그집에놀러가고싶다
인연

5부사랑,사랑이되어

별같은너
그냥그대로온전하다
엄마
껴안아주세요
바람이불어준다
존재
완전히온전한우리
괜찮아
지금이순간
안녕
노을
나를살게하는너
삶은창조
내가되어가는길
너를안다고말할수있을까
사랑한다면사랑이되라
다짐
이런게사랑인가요
인연따라만나는시련앞에서
떠나면보이는것들
안녕하세요
나는자연인이다
눈내리는날의풍경
시의의미
이유
내사랑내곁에
깨어남
미소지으세요
나다움
여지껏사랑도모르면서

시집을읽고이근원
시인을말한다곽장영
시집을내며류원(최선영)

[시집을내며]

불안한이들을위하여

고백이라할것도없이마음에대한이야기를나누다보면나의근원을알수없는병에대해알게된다.나는불안증이심하다.사랑하는이와하루종일붙어있다헤어질때는물론이고,그리좋아하는여행을떠나기위해비행기의자에앉는순간,영화를보다가,친구와밥을먹다가,그냥아무일없이숨을쉬다가도불안은불쑥불쑥,툭툭튀어나온다.

어릴때부터그런건아니다.삼십대에들어서서만나게된괴물,혹은친구다.어릴때는불안을만나지않기위해쉴새없이놀았던것같다.끊임없이일을만들고사람들을만나면서,부어라마셔라진탕술도마시고실수도저지르면서한시도쉴틈을주지않았다.뱃속에서꿈틀대는무언가가있다는것은알지만그걸확인하고싶지는않았던것같다.그러다일에치이고,사람에게진이빠졌을때마주하게되었다.오래기다리게해서인지무척이나무섭게화를내며나를겁주었던게불안에대한첫인상이다.

그래서공부를시작하게되었다.어떻게하면불안에서벗어날수있을지,불안의원인이뭔지알고싶었다.공부를하고얻은소득은불안에서벗어나는게쉽지않다는걸받아들이는것이었다.그래서불안의이름을괴물에서친구로바꿔불러줬다.그렇다고금세친구가되는것은아니다.여전히불편하고까다로우며나를당황시키는재주를부리고있다.

불안이찾아와힘들때예술은나에게진통제같은존재였다.그것도아주직빵인진통제.
연극을하면서,그리고글을쓰면서나는‘예술을하는사람이라면불안한게당연하지’라고애써위로하며,그동안근원을알수없어더불안했던불안의이유를찾는것을내려놓고조금은불안의‘덕’을보기시작했다.그리고그덕으로이렇게시집이나왔다.

누구나삶을포기하고싶을만큼의힘든일을겪는것같지는않다.그렇지만누구나이별은경험하게된다.사람과동물과어떤장소와물건과나무와…한시절을같이보내고자기결대로흘러가다보면언젠가헤어지는순간을맞게된다.나는이걸‘분리되는과정’이라고부른다.나는분리되는것에대한두려움이어마무시크다.그만큼집착이많은것일까,아니면아직혼자삶을살아내기에덜성숙한걸까,그도아니라면그저사랑하기때문일까.

무엇이되었든나는분리에대한생각을할때,그리고분리되는느낌을받을때주로불안을경험하게된다.그래서유독‘연결’에의미를부여하게되는것같다.애초에연결되어있지않은것은분리될일도없을것이다.따라서분리는연결을포함하고있다.나는이연결성을회복하는것이‘치유’이며,이는자기(self)에대한집착에서벗어나타자와연대하는것이우리의본성임을기억해내는것이라고생각한다.바로우리가하고있는(노동,예술,환경,소수자…)운동은그래서그자체가치유의과정이며의식일것이다.

내시가불안한분들에게불안도삶을살아내는데생각지못한유용한달란트가될수있다는반가운소식으로가볍게전해지길바란다.

2021년12월
류원(최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