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 : 화가는 왜 그렇게 그렸을까?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 : 화가는 왜 그렇게 그렸을까?

$17.00
Description
뉴욕 법정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재판이 열린다. … 최종적으로 예술 행위에서의 누드는 외설이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이 재판을 계기로 예술에서 누드가 허용되는 새로운 법이 미국과 유럽에서 제정된다. 그 돌파구를 연 것이 바로 백남준의 퍼포먼스다. … 승소 다음 날 뉴욕의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백남준과 무어먼에게 거금의 출연료를 줄 테니 나와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예술과 상업적 행위는 다르다는 이유였다. - 본문 중에서

눈앞에 있는 그림 한 점은 한 편의 시일 수도 있고, 거대한 서사를 함축한 대하소설이 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그림은 신화와 역사적 사건의 해석을 담고 있으며, 또 어떤 그림에는 당시 사회를 분석할 수 있는 단서가 숨겨져 있다. 그림을 감상할 때 화가의 의도와 평론가의 해석을 따라가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기만의 ‘오만’을 버리지 말고 그림과 만나라고 이 책의 저자는 권유한다. 아는 만큼, 상상력이 작동하는 범위만큼 그림 ‘읽기’의 폭과 깊이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하이데거와 데리다, 미술사학자 샤피로는 고흐가 그린 구두 한 켤레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구두의 주인은 누구인가? 낡은 구두를 통해 화가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 궁극적으로 예술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이 도마 위에 올라온 쟁점이었다. 수학 문제가 아닌 만큼 한 개의 정답은 없다. 그림 한 점의 의미가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것은 그것이 삶을, 세상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만’한 그림 읽기는 ‘주체적’ 그림 읽기의 다른 표현이고 그것은 ‘주체적’ 삶의 은유다.

낙원에서 추방된 이브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창세기의 신화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신이 명령을 거부하고 사탄의 꾐에 넘어가 ‘열등한 여성’을 상징하던 이브의 서사는, 새로운 해석의 이브 그림을 통해 인간 독립과 여성의 주체성 선언 스토리로 전환됐다. 이런 극적 전환은 텍스트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숨겨진 미술적 장치들을 통해 이뤄졌다. 명화들 속에는 이런 장치들이 곳곳에 감춰져 있다.

이와 함께 동시대의 타부를 넘어서려는 몸짓으로 세상의 고정 관념을 깨부쉈던 백남준의 행위 예술이 이룬 성취, 나물 캐는 조선 시대 여인의 그림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고발한 윤두서의 그림 등 20개의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들어있다. 저자는 미술 작품과 인문학 저서와 논문을 내용적으로 연결시켜 그림과 삶, 그림과 사회 및 역사 그리고 철학을 연결시키면서 그림과 즐겁고 충만하게 만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소개한다.
저자

박홍순

저자:박홍순

지난수십년간뒤돌아볼틈없이달려온한국사회의척박한인문학적토양에갈증을느껴,글쓰기와강연을통해많은사람을인문학으로안내하는일을하고있다.특히인문학이생생한현실에서벗어나는순간화석으로굳어진다는문제의식을갖고일상의사건과삶에밀착시키는방향으로작업을해왔다.또한한국사회를차근차근바꾸기위한교양을찾아다양한방식으로풀어내는작업에힘을기울이고있다.젊은시절의연구와실천활동에서얻은성과와한계를바탕으로,지금의시대와세대에맞게세상을바꾸는지식콘텐츠를만들어내는일을지속적으로해나가는중이다.그동안《미술관옆인문학》,《생각의미술관》,《헌법의발견》,《한문장으로시작하는경제학수업》,《지적공감을위한서양미술사》,《거꾸로보는이솝우화》등의책을썼다.

목차

저자의말강한자극,부드러운성찰과그림의힘

1부.예술의본질을묻다
작가는작품의주인이아니다:고흐<한켤레의구두>/하이데거?예술작품의근원?
욕망을길들이지말라:클림트<음악>/니체?예술작품의근원?
직관이그린집에‘거짓의방’은없다:마네<튈르리공원음악회>/쇼펜하우어?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
SomewherovertheTaboo:백남준<인간첼로>/리히터?다다,예술과반예술?
이미지,실제를지배하다:최북<서설홍청>/보드리야르?시뮬라시옹?

2부.자유를향해나아가다
200단어에갇힌일상벗어나기:프리드리히<창가의여인>/몽테뉴?수상록?
휴머니스트또는페미니스트?:메리트<이브>/보에티우스?철학의위안?
집시의춤에서자유를만나다:로트렉<스페인댄서>/세르반테스?집시여인?
나는걷고싶다:신영복<나는걷고싶다>/감파넬라<내자신에대하여?
진심을찾을때만나는조롱:프파주<디오게네스>/라에르티오스?그리스철학자열전?

3부.인생의지혜를구하다
인간은왜우울한가?:뭉크<우울한저녁>/아도르노?미니마모랄리아?
병과죽음을응시하다:뵈클린<페스트>/카뮈?페스트?
우리는눈을뜨고사는가?:김홍도<지팡이를든두맹인>/프롬?소유냐존재냐?
독서는평생길동무:이명기<초당독서>/헤세<독서에대하여>
백성의고통을그리다:윤두서<나물캐는여인>/정약용?유배지에서보낸편지?

4부.문명의그림자를보다
근대국가는축복인가?:브뤼겔<바벨탑>/아리스토텔레스?정치학?
차별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제롬<피그말리온>/보부아르?제2의성?
재난에서문명과삶을보다:브률로프<폼페이최후의날>/세네카?삶의지혜를위한편지?
동서양의동물그림:김두량<긁는개>/장자?장자?
노동의의미를찾다:슐츠<노동의수치>/러셀?게으름에대한찬양?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뉴욕법정에서세계의이목이집중된재판이열린다.…최종적으로예술행위에서의누드는외설이아니라는판결이내려진다.이재판을계기로예술에서누드가허용되는새로운법이미국과유럽에서제정된다.그돌파구를연것이바로백남준의퍼포먼스다.…승소다음날뉴욕의어느나이트클럽에서백남준과무어먼에게거금의출연료를줄테니나와달라고요청했지만거절했다.예술과상업적행위는다르다는이유였다.
---본문중에서

메리트의〈이브〉는이렇듯인간의자유로운정신에주목했던듯하다.한발더나아가주체로서의여성에대한문제의식까지자극한다.그녀는화가로서의인생을돌아보면서다음과같이말한다.“여자의성공에가장큰걸림돌은결코아내를가질수없다는것이다.아내가예술가를위해하는일을보라.(…)이런도움없이예술가가되는것은매우어렵다.”
---본문중에서

음악과이성이무슨관계인가,의아하게생각하는사람이많을듯하다.통념적으로음악이라고하면감성과관계를맺는영역으로여기니말이다.하지만이는고대그리스인의상식이나역사적인이해와는거리가멀다.악보위에그려진음계는수학적질서를반영한다.정교한수의세계는이성이실현한핵심적인성과다.
---본문중에서

니체에의하면예술의발전은아폴론적인것과디오니소스적인것의이중성에결부된다.다시말해이두가지가결합될때예술은발전한다.반대로이두요소가분리될때예술은타락하고후퇴한다.유럽의예술이후퇴한이유가여기에있다.분리는디오니소스를죽이는방식으로나타났다.
---본문중에서

섹스와예술을연결시키고사회의억압과부패를비판하는백남준의퍼포먼스는1968년에유럽과미국,나아가세계를뒤흔든‘68혁명’의정신과도밀접하게연결된다.68혁명은기숙사에이성친구가출입할수있는자유를허용하라는대학생들의요구에서시작됐다.사랑과섹스는개인의자유로운권리인데왜대학당국이막느냐는반발이다.학생들의항의를국가가봉쇄하고처벌하면서결국억압의본질이사회에있다는인식이확대된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