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국가 : 노동 희소 사회, 알바 공화국을 위해

천만국가 : 노동 희소 사회, 알바 공화국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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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알바들의 공화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21세기 한국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표현의 기원인 베버리지 보고서는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의 전쟁 내각 총리 처칠의 지시로 시작됐다. … 베버리지 보고서는 영국을 넘어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심지어 히틀러의 벙커에서도 보고서 내용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제헌 헌법을 썼던 유진오의 책상 위에서도 베버리지 보고서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새로운 문명이 베버리지 보고서와 함께 출발하였다. 우리에게는 그런 보고서가 없다. 그렇지만 지자체 어느 한 곳에서라도 불안정 고용 노동자를 위한 출산 정책을 놓고 주민투표를 진행한다면, 그게 우리에게는 문명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알바들의 공화국, 그게 지금 한국에서는 사회 정의다.
- 본문 중에서

저자

우석훈

저자:우석훈
경제학자.영화<졸업>을50대중반에보고,개과천선함.결혼식장에서같이도망가는연인이불륜상대의딸이었다는사실,그리고<로미오와줄리엣>이5일남짓한기간에벌어지는얘기였다는것을알고매우충격을받음.도대체제대로알고있는게뭐였나,무슨생각을하고살아왔는가,반성속에서근본적으로생활태도를고치게됨.사랑을위해서못할일이없다는생각을하게되었고,인간은사랑할것을사랑하기위해서존재하는것이라는것을배움.
인생전반을B급정서로살아왔고,심각한건질색이고,정색을하고얘기하는것은정말싫어함.비행기조종사가되고싶었는데,눈이겁나게나빠서고등학교때포기한이후로,되고싶은것도없고하고싶은것도없는상태로평생을살아옴.욕망이없는대신,호기심이맹렬하고,바다를비정상적으로좋아함.바다에가지않은달에는금단증상이생겨남.
『88만원세대』,『사회적경제는좌우를넘는다』,『민주주의는회사문앞에서멈춘다』등의책을썼음.언젠가한중일의평화경제학을쓰기위해서일본과중국드라마를틈틈이보는중.

목차


들어가며

1장.천만국가로가는가?
루틴/한국문명의위기/속도가문제다/천만국가가설1/천만국가가설2/아동에대한차별과혐오/모두의문제는아무의문제도아니다:당사자없는사회문제

2장.10대들이만나게될미래
행복한중학생,즐거운중학생/청소년책시장,사라지는것들/만년필스타일,경공업의미래/언론의위기,미래세대의지불의사/연극시장,문화적20대/한류,20년후에는?/공공부문의미래

3장.노동희소사회?사람이귀해지는시대
노동,자본그리고기술/노동희소사회/1970년대생들의기억/대퇴직트렌드와조용한퇴사/한동훈,촉법소년그리고이민청/그런데주4일제는요?

4장.상속자들의공화국vs알바들의공화국
경쟁압과‘상속자패러독스’/천만국가,그저스쳐가는숫자일수도/알바들의공화국/출산과보육인프라/‘뒤에서5등’을위한나라-마지막보루,학교/군대와연금,그리고국가의영속성가설/코끼리를냉장고에넣는방법

닫으며

출판사 서평


“와,대한민국완전히망했네요.”한국의합계출산율이0.7수준이라는사실을알게된미국캘리포니아대학의저명한교수인조앤윌리엄스가놀라서한말이다.
“한국의인구는현재추세대로라면1/3로줄어들것이다.…장기적으로는세계인구붕괴가가장심각한위협이다.”세계최고부자일론머스크의경고다.
“한동안농촌에가면고령화때문에환갑이넘어야청년회장이된다는얘기를했는데,이제우리나라전체가그렇게된다.”우석훈이이책에서한말이다.

이책의저자는동서고금을통해유례를찾아볼수없는대한민국의급격한출생아수감소흐름을어디에선가,무슨수를써서라도방어하지못하면,한국의인구는머스크가말한30%수준이아니라,20%수준인‘천만국가’를유지하기도어려울것이며,그럴경우정말나라가‘망할’수도있다고말한다.물론당장그런일이닥치는것은아니지만,언젠가는올미래라는것이다.OECD모든국가는물론중국도출산율이대체출산율2.1이하로떨어진지오래됐지만,한국처럼빠르게1.0미만으로급감한사례는없다.

이같은급격한출생률감소는지금까지다양하게분석된것처럼,경제불평등과가난의세습화,저임불안정고용의확산,출산과육아지원제도의미비와기존제도활용의어려움,극심한사회적경쟁에따른영유아육아비용과청소년의사교육비부담증가,소득대비턱없이높은주거비용등이주요원인으로꼽혀왔다.저자는출생률에관한한국의유례없는현상의배경에는이런모든변수를포함한그이상의것이있으며,인구문제는사회경제적요인을넘어서‘문명’차원에서분석해야한다고강조한다.

국가공동체를구성하는주체의재생산위기또는실패를뜻하는낮은출산율과그런출산율과관련있는,공동체에가득한고통을말해주는세계1위의자살률은밖으로드러난한국문명의모습이다.이같은현상의이면에는위에언급한사회경제적요인에더해,자본이귀하고인력이넘쳐나던시기의유물인사람을귀하게여기지않는문화,그리고각자도생을위한극심한경쟁체제가지속되면서형성된사회적혐오와배제정서가깔려있다는게저자의생각이다.가난이단지불편한것을넘어차별,혐오,배제의대상이되는현실은가난그자체보다감내하기어렵다.가난의고통,가난에대한혐오를겪는고통이대물림될것을빤히아는예비부모들이결혼도출산도내켜하지않는것은당연한현상이다.과거더가난하던시절의높은출산율은자식들은더나아질것이라는기대와희망이라는심리적토대가받쳐줬지만,현재의낮은출산율은가난과가난에대한혐오와배제는벗어날가능성없이세습될수밖에없을것이라는절망과동행한다.

1971년102만명으로정점을찍었던출생아수는2023년23만명으로급락했다.경제학에서말하는희소성의원칙에따르면숫자가줄면아이는더귀한대접을받는것이당연하다.(물론출생아수와무관하게아이들은귀한대접을받아야한다)그러나저자는영유아가줄어드는시기와‘노키즈존’이전국적으로나타난시기가겹쳐진사실에주목한다.된장녀,맘충으로이어지는혐오언어의탄생과‘노키즈존’,‘노실버존’이라는배제공간의등장이맞물려있으며,이는“한국사회가차별을더선호하거나아니면더쉽게용인하는쪽으로변했기때문”이라고저자는말한다.‘삼백충,빌라거지,휴먼거지’같은가난혐오표현은이같은사회의언어적반영이다.이처럼‘사람귀한줄모르는사회’에서불평등과가난에고통받고배제대상이되는사람들이아이를낳을가능성은점점더줄어들수밖에없다.

저자는저출생으로인한영유아와청소년수의급격한감소가가져오는다양한사회현상을구체적으로살펴본다.어린이집이사라지고,그자리에노인요양원이들어서고있는현실은언론을통해이미널리알려졌다.이와함께청소년책시장과연극등공연시장이인구감소에따라위기에빠질수밖에없으며,불투명한경공업의미래,사회적문화적다양성이축소되는납작한사회도출생률감소와관련이있다는사실을밝혀낸다.이와함께젊은이들이줄어드는과정에서필연적으로나타날수밖에없는이주노동자,이민문제같은사회적이슈를둘러싼갈등과해법을다루고있다.

저자는출생아수감소때문에한국이자본희소사회에서노동희소사회로접어들고있다는사실에주목하고,젊은층인구의감소와노령인구의상대적고비중은국민연금이나군병력운용에심대한변화를요구할수밖에없다고말한다.또한거시적관점에서노동이자본에비해상대적으로희소해졌기때문에과거에비해노동이유리한입장에서게될것이라고예상한다.주5일제는정부,공공부문이선도했지만,주4일제는일부기업이선도해서도입하고있는데,이는우리가이미‘노동희소사회’로접어들었다는것을반증하는사례라는것이저자의주장이다.저자는“(MZ세대)청년노동자들의조기퇴사나워라밸문화는새로운세대의등장이라는문화적관점에서만주로바라보았었다.그렇지만인구구조의변화에의해서노동시장이점차적으로청년노동자에게조금씩유리한방향으로변하고있다는점을생각해볼필요가있다.”고말한다.

국민연금과관련돼서저자는“만약출생아수10만명대에서도안정을찾지못하고지속적으로감소한다면?비극적인상황이지만,그때는국민연금이문제가아니라국민자체의존립이문제다.국민연금만이아니라,공무원연금등기금형태로움직이는모든시스템이다정상작동하기어렵다.”고전망하는한편,상비군운용과관련해서는입대장병수의절대적부족으로인해앞으로우리사회는몇가지쟁점에대해격렬한논쟁을피할수없을것으로예상했다.첫째의무병제폐지와직업군인제도도입,둘째의무병제도유지할경우의복무기간,셋째여성의병역의무가주요쟁점이될것으로전망했는데,일부논쟁은사회일각에서이미시작되고있다.

저출산대책과관련해서저자는고액과외나선행학습을금지하는입법부터,언뜻보면인구문제와는무관할것같은고등학교때언론학수업과수능과목포함,서울수도권을제외한지역이‘출산,육아의사막화지대’로변하면서지방소멸을가져오는사태를막기위한연방제실시까지다양하고,흥미로운대안을제시하고있다.

“알바와플랫폼노동자들이엄마가되고아빠가될수있게지원하는정책은현상황에서사회적정당성을갖는다.대표적인천만국가인스위스의경우이정도사안이라면국민투표를했을것이다.…우리나라는국민투표를정책보다는지나치게정치적이유로이야기되는경향이있어서헌법에존재하기는하지만,무의미한제도가되었다.그렇지만지자체별주민투표제도는이미존재한다.경기도나제주도혹은강원도같은지자체에서자체적으로불안정고용노동자의출산과육아지원에관한것을주민투표에부칠수있고,그렇게지역경제의기본운용방향을결정할수있다.만약한국이연방제국가였다면,줄어드는출생아문제로존립이위태로워진지자체에서이런제안들이먼저등장했을가능성이높다.”

우석훈이제시하는대안가운데에는구체적인정책보다,‘알바공화국’이라는저자가만든개념이눈길을끈다.저자는출산가능연령의인구는자산과문화자본을유산으로물려받을수있는상속자들과그렇지못한‘알바들’로구성돼있으며,저출산대책은자력(실제로는부모/조부모찬스포함)으로결혼,출산,보육이가능한상속자계층이아닌유산은없고,저임과고용불안정에흔들리는알바들을중심으로마련돼야한다고강조한다.여기서말하는알바는상징적인표현으로,편의점알바는물론,대리기사,방송국작가나드라마스태프등프리랜서,오토바이택배기사같은직종이포함된다.이들에게는출산보다그입구인결혼부터어려운도전이다.따라서인구정책은결혼한이들의출산지원을넘어‘알바’들이결혼과출산을선택할수있도록하는데집중해야한다.저자는이를위해예산의편성,집행,관리라는막강한힘을가진정부부처인기획재정부직속으로‘알바출산지원본부’를만들자고제안한다.이곳을컨트롤타워로해서기존에있던제도의활용,새로운제도도입을주도하는것이필요하다는이야기다.

저자는인구문제는모두의문제이면서,아무의문제도아닌,즉해결주체가없는의제라서풀기가어렵다며,우리사회가해법모색에적극적으로나서지않는다면‘골든타임’을놓칠수있다고경고한다.이제부터라도제대로된대안을마련해야‘천만국가’를유지할수있다는진단이다.그시점이당장은아니지만,언젠가는올수밖에없다.그는‘천만국가’는대한민국인구의새로운균형점이될수있다며,스위스,스웨덴등선진복지국가들이1천만명안팎의인구를가진나라인점에주목한다.천만국가에서새로운균형과안정을찾을수있으려면,지금부터라도‘한사람한사람이귀한줄아는사회’,‘뒤에서5등을위한나라’를만들기위한문명적차원의노력이필요하다는게저자의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