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하 평전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

안병하 평전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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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80년 5월 18일 그날, 경찰은 피해자일 수 있을까? 공수부대와 경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가?
상급자의 명령에 대한 불복종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집필한 이재의 작가의 안병하 평전
『안병하 평전』은 풍부한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5.18을 경찰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싸운 광주시민들의 항쟁은 6월항쟁과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한국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5.18때 전남경찰은 상부의 거듭되는 강경진압 지시에도 불구하고 4.19때와 달리 시민을 향해 총을 쏘지 않았다. 신군부의 무자비한 유혈진압 지시에 나름대로 저항했던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선 ‘그날’의 진실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특히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는 신념으로 신군부의 강압적인 지시를 끝내 거부함으로써 시민과 경찰의 생명을 지킨, 당시 전라남도 도경국장 안병하의 이야기는 최근까지도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1980년 5월 17일부터 전남도청 최종 진압작전 하루 전인 5월 26일까지 안병하 당시 도경국장의 행적을 쫓아,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던 한 공직자의 용기와 깊은 고뇌를 평전으로 형상화했다. 무엇보다도 안병하 국장이 남긴 마지막 유고인 ‘비망록’의 행간에 시간과 공간을 덧입힘으로써 80년 ‘그날’의 진실을 경찰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소환한다. ‘광주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5.18의 최초 기록물’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초고를 집필했으며, 5월 항쟁 당시 시민군의 일원으로 전남도청 상황실에서 활동한 이재의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저자는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따르지 않은 안병하 국장의 행위를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 주둔 독일군 사령관 디트리히 폰 콜티츠의 ‘불복종’에 비유한다. 히틀러는 독일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파리의 모든 기념물 및 주요 건물을 남김없이 폭파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콜티츠는 명령을 거부함으로써 파리의 황폐화를 막았고, 그럼으로써 파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저자

이재의

1956년전남곡성에서태어났으며전남대경제학과를졸업하고조선대에서경영학박사학위를했다.《광주일보》‘월간예향’기자,《광남일보》논설위원등을역임했다.1980년5월항쟁당시시민군의일원으로전남도청상황실에서활동했으며,그해10월체포돼1981년8·15특사로석방됐다.5·18광주항쟁최초기록물인『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황석영기록)초고를1985년작성했고,2017년이책의전면개정판을공동집필했다.2000년내외신기자들의5·18취재기TheKwangjuUprising(M.E.Sharpe)을《뉴욕타임스》특파원헨리스콧스톡스(HenryScottStokes)와함께편집하여미국에서펴냈다.현재5·18기념재단비상임연구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추천사ㆍ5

1부발포를거부하다ㆍ15

1.평화로웠던5·18전야ㆍ17
2.경찰,시위진압에나서다(5월18일)ㆍ45
3.무기소산을지시하다(5월19일)ㆍ71
4.부상자치료에주력하다(5월20일)ㆍ108
5.지휘부,광주비행장으로옮기다(5월21일)ㆍ117
6.광주시민들께감사하다(5월22일~25일)ㆍ148
7.보안사,고문과직위해제(5월26일~6월13일)ㆍ174

2부대한민국‘경찰영웅’이되다ㆍ185

1.투병생활ㆍ187
2.사망,그리고청문회ㆍ200
3.광주민주화운동유공자로인정되기까지ㆍ213
4.대한민국‘경찰영웅제1호’ㆍ230

3부군인에서경찰로전직ㆍ239

주석ㆍ227
참고문헌ㆍ299
에필로그ㆍ305

부록

안병하연표ㆍ313
안병하비망록ㆍ319

출판사 서평

“1980년5월,경찰도시민과함께신군부의쿠데타에맞섰다.
그맨앞에안병하전라남도경찰국장이있었다.“

“풍부한자료와증언을바탕으로경찰의시각에서5.18을새롭게조명한소중한기록이다.”
_이철우(5·18기념재단이사장)

“안병하전라남도경찰국장의행적을여러기록과증언을통해40년전그날로재현했다.
경찰의눈과귀로읽는‘새것의5.18’을만나는일이야말로이책의소중한성과이다.“
_나의갑(광주전남언론인회회장)

안병하치안감은누구인가

안병하치안감은육사8기로군에입문했다.김종필전국무총리,김형욱전중앙정보부장등안병하의동기생들은5·16군사정변당시주력군으로참여했다.한국전쟁에참전해혁혁한전공을세워화랑무공훈장2개와상이기장,6·25참전기장등을수훈했으며,1962년11월총경으로특채돼경찰에투신했다.경찰입문9년만인1971년에경무관으로승진한뒤치안국소방과장,방위과장을지냈고,강원도경찰국장,경기도경찰국장을거쳐1979년2월20일전라남도경찰국장으로발령받았다.1980년5.17비상계엄전국확대와동시에광주에투입된공수부대가무자비한시위진압을하자여기에맞서경찰무기를미리대피시키고,상부의강경진압지시등부당한명령을거부했다.광주진압하루전인5월26일그는‘직무유기혐의’로보안사요원들에의해합동수사본부에강제연행되어혹독한고문을받았다.고문후유증으로8년을투병하다1988년10월10일60세나이로사망했다.이후유족들의지난한명예회복과정을거쳐안병하경무관은2017년경찰청이처음시행한‘올해의경찰영웅’제1호로뽑혔으며,2017년11월뒤늦게치안감에추서되었다.

5월15일,전남대총학생회장박관현의방문

“거참,어제는박관현이라고하는전남대총학생회장이날찾아왔는데그친구참똑똑합디다.날더러학생시위를허락해달라는거요.”

책은5월15일,박관현전남대총학생회장과안병하의만남으로시작한다.박관현이경찰국장실로찾아간것은15일오전10시무렵이다.

“안병하전남경찰국장의반응은우리의예상을훨씬뛰어넘었어요.…경찰국장과만나서나눴던이야기와반응을자세히들었는데상당히놀랐습니다.당시안병하국장은우리의제안에대하여우호적인반응을보였습니다.도청앞집회를평화적으로만진행한다면경찰이적극협조하겠다고했어요.”

전남대총학생회기획실책임자의증언이다.안병하국장은1970년박정희의‘3선개헌’으로정국이뜨겁게달아올랐던시기에서대문경찰서장으로근무했다.그가근무하는동안당시학생시위가빈번했던신촌지역에서시위로인한사고가한건도발생하지않아서주목을받았다.그만큼강압적인시위진압보다평화적인‘시위관리’를중요하게생각했다.시위현장에서경찰지휘관은반드시현장에있어야상황에신속하게대비할수있다는신념을갖고,시위대와정면으로충돌하기보다는분산시켜가급적폭력상황으로번지지않도록시위상황을미리관리하는데중점을뒀다.“시위는학생들의정치적의사표현방법가운데하나”라는생각이바탕에깔려있었기때문이다.

도망가는시위대를쫓지말라

당시시위진압에참여했던기동중대장들의증언을보면“안병하국장은시위시민들을자극하는행동을하지말고항상안전수칙을준수하며도망하는시위대를쫓지말고시민들이다치지않도록각별히신경쓰라”고당부했다.“안국장은공격진압보다는방어진압을우선시했고,진압을하되꼭방어진압을강조”했으며“특히시위학생들에게돌멩이를던지지말고도망가는학생들을쫓지말라”고지시했다.신군부의발포명령을거부한배경에는시위진압에대한안병하국장의평소신념이깔려있었다.

안병하국장과전두환의만남,
-미망인전임순여사의증언으로전두환의광주방문밝혀져

지금까지전두환은자신의회고록과재판과정에서5.18당시는물론그전에도광주를방문한사실이없었으며,헬기기총사격사실도모두부인했다.그러나책의저자는안병하국장의미망인전임순여사의증언을통해전두환의광주방문을확인해주고있다.

“시간이흐르면서상황이더분명해질수록계엄사령부가어떤강력한의도를가지고움직이지않고서는있을수없는일이벌어지고있다는판단이들었다.그순간안국장의뇌리를퍼뜩스쳐가는불길한생각하나가떠올랐다.날짜는분명치않지만며칠전전남도청에중앙정보부장서리겸보안사령관전두환이다녀갔다.전두환의전남도청방문은극비리에진행됐기때문에일반인들은알지못했다.막강한정보기관의수장으로서그는그림자처럼움직였다.안국장은그날도청에서전두환을만났을때를떠올렸다.안병하국장이학생동향등계엄업무에대한보고를했다.전두환이도청을떠나기직전이었다.전사령관은안국장에게악수를청하면서손을꽉움켜쥐었다.“선배님,조만간서울오시면저에게한번들러주십시오.드릴말씀이좀있으니….”(41-42쪽)

저자에따르면지금까지5.18관련공식문서어디에도그시기에전두환의광주방문사실은찾아볼수없다.전두환의5.18당시행적은아직도비밀에싸여있기때문에미망인의증언이사실로확인된다면그자체만으로도주목할만하다.

계엄군,경찰에게도폭력행사증언

광주항쟁당시공수부대의폭력과만행은여러증언과사진을통해서많이알려졌다.그러나경찰과공수부대사이에있었던긴장과충돌에대한이야기는드물다.과연경찰과공수부대사이에어떤일이있었나?저자는민주화운동관련경찰사료수집및활동조사내용과전남지역각경찰서의1980년상황일지등을통해서지금까지잘알려지지않았던5.18당시공수부대와경찰의대립을소개한다.경찰에무기가있었다면공수부대와교전이벌어질수있을정도로상황은험악했다는것이다.

“공수대의만행을지켜보던경찰간부한사람은충장로주변골목길에서서성이는시민들에게“제발집으로돌아가라.공수부대에게걸리면다죽는다”면서울먹이기도했다.그런가하면광주경찰서에서는사복을입고계급장도달지않은보안대요원이서장실에들어가안하무인격으로이래라저래라하며지시하는상황이벌어졌다.경찰국작전과장이공수대원에게폭행을당했고,광주경찰서경비과장도강경진압을말리다당했다는이야기를전해듣고광주경찰서직원들은공수대원들에게노골적인반감을갖게되었다.…광주경찰서청옥파출소에근무하다시위진압에동원된경찰신○○와광주경찰서안○○은“만약경찰에게무기가있었다면공수부대와교전상황이벌어질수도있었을것”이라고말했다.당시경찰이공수부대의거친행위에얼마나큰반감을가지고있었는지짐작해볼수있는증언이다.(76-77쪽)

경찰은공수부대의투입을요청하지않았다!

1980년전남경찰국에서작성한「집단사태발생및조치상황」에는경찰이군에최초로병력지원을요청한것은단두차례였다.계엄군의과격한진압작전으로인해시내상황이악화된다음날인‘19일오후’경찰이시위군중에포위되었을때긴급히7공수에게지원을요청했던것이최초다.그러나『전두환회고록』에서는‘전남경찰국의요청’으로계엄군이시위진압전면에나섰다고사실을왜곡한다.이책은『전두환회고록』의거짓주장을경찰의시각에서조목조목비판하고있다.

안병하국장은17일자정을전후해서전남대와조선대에공수부대2개대대가배치됐다는보고를받았다.적지않은규모의공수부대가한밤중에전남대와조선대운동장에은밀하게진주한것이다.광주에서마지막학생시위는하루전인5월16일밤10시경경찰의보호아래횃불행진으로평화롭게마무리됐다.학생들은당분간더이상시위를하지않기로경찰국장인자신에게약속까지했었다.기록에따르더라도신군부의5.17조치이전까지서울이나전주,대구등지와달리광주에서폭력시위는없었다.그러나계엄당국은5.17이전광주학생시위가혼란스럽고폭력적이었다고반복해서거짓사실을강조하면서계엄군투입의명분을만들어냈다.

유족의완전한명예회복,언제나가능할까

5.18이역사적인평가를거쳐‘민주화운동’으로자리매김되었음에도불구하고경찰안병하의행적은역사의오래토록뒷전에묻혀있었다.5.18이듬해부터전두환정권은경찰을앞세워망월동에묻힌희생자들의묘지를강제로이장시켰다.강제이장을거부하던5.18희생자유족들의반발은고스란히경찰에대한원망으로쌓여갔다.그런상황에서안병하국장의유족은명예회복을위해치안본부,보훈처등온갖군데를돌아다녔지만누구하나귀기울여주지않았다.세상의무관심에상처받고그억울함이한이되었다.고문으로인한사망을인정받아보상금을받고,국가보훈처에광주민주유공자로등록되는과정,그리고2002년‘민주화운동관련자’로인정을받고마침내보훈처순직인정,국립현충원에안장되기까지의과정은가시밭길이었다.저자는우리사회가그동안안병하에대하여주목하지않았던이유를다음과같이꼽아본다.

“첫째,신군부잔존세력의지속적인5·18왜곡속에서안병하는‘직무유기를한경찰지휘관’으로폄훼되어왔다.둘째,5·18이후치열하고지난한민주화과정에서경찰은과거군부독재시절과별다른차이없이정권수호의파수꾼노릇을했고,경찰의본분에서벗어난행태에대하여국민들의불신이널리퍼져있었다.경찰수뇌부는정권의눈치를보며5·18을거론하는것자체를금기시하고안병하국장과그의가족들을외면했다.6월항쟁을불러왔던박종철고문치사사건,정치사찰등해서는안될인권침해사건들을당연하게여겼다.정권의이해에따라경찰력집행이자의적으로이뤄지는흐름이지속됐던것이다.셋째,광주시민들역시극소수를제외하고는안병하국장의역할에크게주목하지않았다.전두환,노태우정권당시5·18분열공작에경찰이앞장섰고,이과정에서5·18기간중형성됐던광주시민의경찰에대한신뢰가무너져버렸기때문이다.”(233쪽)

안병하의‘비망록’에담긴진실

“계엄사통제를받는치안본부등윗선에서는광주현장에있는자신에게책임을떠넘기려는것같다는낌새가분명하게느껴졌다.앞으로어떤일이벌어질지한치앞도내다보기어려운상황이다.이순간안국장은한가지원칙을자신의마음속에분명히세웠다.‘시민의안전을위해경찰의본분을끝까지잃지않아야한다’고스스로다짐했다.4.19때처럼경찰의명예를더럽힐수는없다고결심한것이다.”(91쪽)

책의‘부록’에수록된,사망직전혼미해져가는의식을붙들고안병하국장이남긴마지막유고‘비망록’은‘안병하정신’의정수를담고있다.그것은곧경찰에게국민의생명과재산을보호하는막중한임무를부여한헌법정신이기도하다.부당한정치권력이‘국민의이익’을침해하면서특정집단의‘사적이익’을위해경찰을이용하려할때지휘관의임무(responsibility)와책임(accountability)이무엇인지를보여주는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