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일상을 깨뜨린 비극, 이름으로 톺아보기)

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일상을 깨뜨린 비극, 이름으로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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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에 좀 더 친절해지기를…
아이들에게, 또 한때 아이였던 어른들에게…”
사실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길 언감생심 꿈꾸지도 않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나는 또 내 삶에서 가장 적당한 것들을 찾아 안주하려 들 것이다. 다만 한 번씩 인색한 나를 깨닫는 순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매번 깨닫고, 깨달을 때마다 돌아볼 곳을 확보하여 둘 뿐이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이때마다 나는 내게 힘주어 말한다. 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같은 지구에 산다고 해서 우리 모두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밟고 사는 기반이 어딘지에 따라 우리가 보는 세상은 전혀 딴판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시시콜콜한 타인의 삶을 다 알기엔 너무 바쁘고, 내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이 분주함은 현대 사회의 병폐가 아닐까. 우물에 독을 풀면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앓아눕듯, 우리 모두가 앓는 병. 시간 여유가 없는 물리적 상태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있어도 산란한 마음, 가만히 쉬는 법을 잊은 마음, 멀거니 앉아있을 수 없는 마음, 그래서 반경 얼마간 바깥의 이야기에는 도무지 귀를 기울일 수 없는 마음 상태.

우리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우리는 독이 풀린 우물 물을 마신 사람들처럼, 그저 이 시대를 호흡하며 살고 있을 뿐이므로.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앓아야 할까?
저자

선이정

출간작으로 『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등이 있다.

목차

Prologue 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1 70년 묵은 괴물이 저지른 살인_ 아시파 바노
2 시가 되어 묻힌 아들_ 김희윤
3 끝 모르는 악몽_ 아일란 쿠르디
4 어둠 덮인 땅에도 희망은 자란다_ 말랄라 유사프자이
5 전장의 소년병이 집으로 가는 길_ 이스마엘 베아
6 사막의 꽃, 인간으로 우뚝 서다_ 와리스 디리
7 말에 치여 죽더라도 해야 했던 말_ 에밀리 데이비슨
8 우산을 들고 싸웠다_ 조슈아 웡
9 초연하고 예리한 시선으로_ 네이딘 고디머
10 그의 몰락에 책임 없는 자만 돌을 던져라_ 카고 아이
11 도로시를 아껴준 건 나쁜 마녀뿐이었다_ 주디 갈란드
12 신을 찾았지만 하늘은 텅 비어 있었고_ 실비아 플라스
13 ‘밴디드 퀸’의 싸움_ 풀란 데비
14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_ 알렉산드라 레이즈먼
15 평화로 가는 문이 열렸으니_ 김복동

Epilogue 하나의 이름 뒤에서

출판사 서평

말해도 말할 수 없던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읽어도 읽히지 않은 것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름 하나만 내세워서는 기록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찾아 헤매다 보면 응당 마주치게 되겠거니, 어떻게든 쓰게 되겠거니 생각했던 이야기들에는 놀랍게도 ‘하나의 이름’이 없었다. 아프가니스탄도, 위구르도, 스레브레니차 집단살해도 그랬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이름이 아니라 통계의 거대한 숫자로, 혹은 익명으로만 존재했다. 차마 다 담지 못한 그 이야기들이 아직 이 세상엔 묵직하게, 또 불안하게 고여 있다. 쓰지 못한 이름도 읽히길 바랄 뿐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나 이미 내 세계에는 안전하고 무사하지 못한 이름들이 들어와 있다. 시선을 들어올린다. 주변으로, 바깥으로. 이제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내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얻었던 것들-평화라는 단어를 모르고 평화롭게 자란 어린 시절, ‘자연 보호’나 ‘물 부족’ 같은 말을
학교에서 포스터나 표어 그리기를 할 때만 떠올려도 되었을 만큼 늘 자연 속에서 풍요로웠던 모든 날들, 빛과 어둠을 물리적 단어로만 이해해도 되었던 그 모든 깜빡거리던 시간 같은 것들-을 당연스럽게 받지 못하고 사는 이름들을 생각한다.

여기가 나의 출발점이다. 어떤 이름들을 바라보며 나의 망을 짜 내려가기 시작했다. 촘촘하고 탄력 있는 어떤 것이 되기엔 아직 한참 모자란 나의 망은 얼기설기 해시태그만한 크기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은 아시파였다. #JusticeForAsifa라는 해시태그를 보고 어딘가 쿵 맞은 것만 같던 그 순간 이 글은 시작되었다.

이 글에 있는 이름들과 삶의 한 조각씩 닮아 있던, 친구라고 불렀던 이름들을 생각하며 썼다. 세상이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썼다. 아이들에게 또 한때 아이였던 어른들에게.

가급적 21세기 위주로, 멀리 가도 20세기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15명의 이름을 찾았다. 어떤 이름들의 이야기는 오랜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좀 더 먼 곳에서 끌어왔다. 신문에 싣는다면 국제 면부터 사회 면까지 다양한 데 들어갈 내용들이 섞여 있지만,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