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햇볕의 집 (오십, 지리산을 펼쳐 집 한 권 썼습니다)

바람과 햇볕의 집 (오십, 지리산을 펼쳐 집 한 권 썼습니다)

$18.00
Description
“그 준비와 계획을 설계도면은 밀리미터 단위의 수치로 꼼꼼하게 담고 있었다.”

“계절마다 빛이 들고 나는 각도와 시간까지 계산했다. 거기에 맞춰 창의 크기와 높낮이를 살피고 거실의 구조를 결정했다.”

시골 언덕에 지은 ‘모던하우스’

보통 그렇게 생각한다. 서울을, 도시를 떠나 경치 좋고 한적한 지방에 내려가 새롭게 터를 잡고 정착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농사를 짓거나 공방 등의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집 또한 그에 적합하게 낡은 농가를 얻어 수리하거나 널찍하게 새로 지어 살 거라고.
저자의 집 〈삼연재〉는, 그리고 그들의 일상은 전혀 다르다.
지리산 자락 화개. 국내뿐 아니라 가히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꽃길과 물길이 펼쳐진 쌍계사 맞은편 언덕 안쪽. 그런 곳에 있을 것 같지 않은, 너무도 예상 밖의 집인데 그것이 도리어 그림같이 어울린다. 집만 떼어내서 서울 한복판이나 저기 어디 비벌리힐즈에 가져다 놓아도 전혀 이질감 없이 어울릴 정말이지 ‘모던’한 집이다.
그 집에는 논밭은 물론 화분 하나만한 텃밭도 없지만, 말도 필요 없는 지리산의 풍광이 차고 넘친다. 부부는 그 지연 속에서 주변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살지만, 자기 스타일의 공부방을 운영하고 또 출퇴근을 하며 오롯이 자기주도적이고 여유로운 일상을 산다.
지리산 시골 골짜기에 ‘모던하우스’를 짓고 ‘모던라이프’를 살고 있는 것이다.
저자

김토일

2014년5월,무작정경남하동의화개로스며들었다.그전,서울의생활은밥벌이에서자유롭지못한뭇직장인과다를바없었다.문득,지겨웠다.전반전이끝났다는느낌이들었다.별다른작전타임없이이곳화개에서생의후반전휘슬을울렸다.서울에서하던제버릇으로아이들을위해‘꿈지락’이라는공부방을열었다.공부방은두사람먹고살기에넘치지도모자라지도않았다.약간의여유가생겼다.그틈에어쭙잖은문장과느낌표와쉼표와마침표들을채워넣었다.나에게는이렇다할이력이없다.있어도없다.전반전에제대로된플레이를보여주지못했기때문이다.이제는화개생활이만들어준그여유공간에문장들을채워넣을작정이다.‘바람과햇볕의집’을바탕으로부디득점이쌓이기를바란다.

목차

INTRO바람의길과햇볕의각도까지계산했습니다

시간은황구렁이처럼느리게집을지었다
지리산花水木
독해되지않는봄을건너서,화개로
밥만먹여주는소리
이름에서풍기는피냄새
말같잖은소리1
말같잖은소리2
시간은황구렁이처럼느리게느리게집을지었다

혹등고래한마리와허들넘는지렁이
지렁이허들넘기
몬산투가는길
술에술탄듯물에물탄듯
삼촌,물처먹고해!
그날,알몸의오이는생수속에서
혹등고래한마리
소리가보이는,풍경이들리는

나는조용히쌀을계량해글로집을짓는다
달의뒤편에서울리는종소리
잃어버린반걸음
또,아내가출근을시작했다
아내의도시락에담는것
나는,조용히,쌀을계량해,글로,집을,짓는다
갈치속젓을곁들인투움바파스타
두집살림하는아내
초호화유람기
춤추는산책,스미는걷기

무늬혹은옹이
벚꽃지고명자꽃필무렵
화개온천탕청룡조우기遭遇記
통증
100만원은그속에있다
이런걸레같은
기억속에켜지는붉은홍시
‘뽕’을맞은딱,그‘짝’
무늬와옹이

출판사 서평

바람과햇볕까지계산한집

돈없이짓는집이라저자본인이설계부터시공까지직접시행했다.그럴경우보통은의도치않게오버하기가쉬운데,저자의집은주변을헤치지않게담백하고심플하면서도너무근사해감탄사를터뜨리게만든다.
집을짓겠다고마음먹고구할수있는모든책을다뒤져보았지만어디서도원하는도움을찾을수없던저자는한번도써보지않았던설계프로그램을앞에두고집을짓고허물고를수십번수백번반복했다.
창을하나그릴때도동지와하지의햇볕의깊이를계산하고,계절에따른바람의길을고려해그크기와위치를잡았다.그뿐이랴.심플한외관에동화되어누구도눈치채지못하는대청,기분좋게어수선하고적당히깔끔한마당,그자체로그림이된통서재,구름다리인데바위같은실내계단,동선을두배로확보했지만숨겨진부엌,지리산을보며반신욕을즐길수있는욕실,온돌에지질수있는아내방,창고가넓은침대가되는2층서재방등등.마당의돌하나도다계획하고계산했는데,또그모든것이예쁘고멋지다.
그독특한아름다움과감동적인정교함을인정받아2020년한국건축문화대상국토부장관상을수상했다.

글로지은집

이모든계획과과정이책에담겼다.서울을떠나화개로내려와맨몸으로정착을시작해새로운곳에서새로운사람들과인연을맺고집을짓고사는,일상이된화개살이를기록했다.
책또한집을짓듯이썼다.아니,글을쓰듯이집을지었다는게맞겠다.설계프로그램으로수십번수백번집을짓고허물었던것처럼,단어하나문장하나도수십번수백번고르고다듬었다.단한문장도시가아닌문장이없다.감각적이고톡톡튀는요즘에세이에조금식상해진독자들에게오랜만에천천히곱씹으며아껴읽고싶은책이되어줄것이다.시로지은에세이까.
사진은또어떤가.그림같은집과그런집을둘러싼주변풍광이근사하니아무렇게나셔터를눌러도다작품이되는데,저자는거기에시인의마음을더했다.그래서어떤사진은수묵화같고,수채화같고,유화같고,정물화같고,추상화같고…….
책을읽다보면누구나눈길을잡아두는사진과마음을멈칫하게만드는문장을만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