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우리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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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권의 책이 100년이라는 시간을 견디며 오늘의 독자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은 문학이 지닌 힘을 잘 보여준다. 1925년에 출간되어 올해로 꼭 100년을 맞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초기 단편집 《우리 시대에》는 바로 그런 작품이다.
《우리 시대에》는 15편의 단편과 겉으로는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본편과 긴밀하게 호응하는 짧은 삽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며 한 시대의 초상을 만들어낸다. 전쟁터의 비명과 고향 집의 침묵, 유럽의 이국적인 풍경과 미국 시골의 황량함, 순수한 사랑의 시작과 비참한 끝, 탄생의 고통과 죽음의 순간들이 교차하며 ‘우리 시대’라는 하나의 풍경을 완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100년 전 헤밍웨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국경을 넘어 들려오는 전쟁의 소식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예상치 못한 질병으로 인해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모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소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깊은 사유의 질문을 던지고 있는 《우리 시대에》는 100년 전 헤밍웨이 눈에 비친 ‘우리 시대’와 오늘의 ‘우리 시대’를 잇는 작품이다. 절제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고뇌와 역설을 담아낸 이 책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삶의 감각을 독자에게 조용히 건넨다.
저자

어니스트헤밍웨이

저자:어네스트밀러헤밍웨이(ErnestHemingway)
1961년7월2일,아이다호케첨에있는헤밍웨이의집에서산탄총소리가울렸다.1899년7월21일에태어나육십두번째생일을앞두고있던헤밍웨이가그날스스로세상과이별한것이다.《노인과바다》로노벨문학상을받은지7년째되는해였다.
미국일리노이주오크파크에서의사였던아버지와음악가인어머니사이의육남매중장남으로태어난헤밍웨이는,오크파크앤리버포레스트고등학교시절학생신문과문예지에글을기고하며일찍이글쓰기에발을들였다.대학진학대신언론의길을택한그는1917년〈캔자스시티스타〉수습기자로일한뒤,1918년적십자운전병으로이탈리아전선에투입되며전쟁의현실을온몸으로겪었다.이후종군기자가되어그리스·튀르키예전쟁의난민사태,스페인내전,노르망디상륙작전과파리해방등을취재하면서인간의연약함과전쟁의참혹함을깊이있게목격했다.이러한경험은그의문학을이루는강력한원천이되었고,《우리시대에》,《해는또다시떠오른다》,《무기여잘있거라》,《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등그의대표작에짙게배어있다.
《우리시대에》는전후세대의감정구조와시대정신을새롭게포착한작품으로평가되며,이후헤밍웨이는절제된문장과정확한묘사로독창적인문체를구축했다.이른바‘빙산이론’이라불리는그의미학은말해지지않은것까지독자에게남기며인간내면의균열과살아남으려는의지를도드라지게했다.이는20세기미국소설문체의방향을바꾸었고,이후현대소설이나아갈가능성을넓혀놓았다.
그러나그의삶뒤편에는부상,사고,사랑과이별의반복,잦은병치레와정신적고통,가족사에서비롯된비극이그림자처럼드리웠다.그럼에도헤밍웨이는세계를있는그대로바라보려했고,고통속에서도인간이어떻게품위를지키며살아갈수있는지탐구했다.그의문장은화려한장식을걷어내고현실의생생한느낌과인간의마음을직접보여주려는고백이었으며,그러하기에지금까지도강한울림을남기고있다.
헤밍웨이는생전에여러장편소설과단편집,논픽션을발표하며20세기문학의흐름을결정지은작가로오늘날까지읽히고있다.

역자:김범우
서울에서태어나미국밴더빌트대학에서경제학박사학위를받았다.졸업후미국대학에서경제학을가르치다가국제기구로일자리를옮겨개발도상국들의지속가능한경제발전을위해오랫동안일했다.서울로돌아온후국내대학원에서경제학강의를하면서김범우라는필명으로틈틈이글을쓰고영미문학을번역해왔다.저서로는영국라우틀리지(Routledge)출판사에서출간한경제관련영문전문서등이있다.

목차

스미르나부두에서
인디언부락
의사와의사의아내
무언가의끝
사흘간의폭풍
부랑자
아주짧은이야기
병사의고향
혁명당원
엘리엇씨부부
빗속의고양이
금어기
세상에내리는눈
우리아버지
두개의심장을가진큰강1
두개의심장을가진큰강2
랑부아

옮긴이의글
‘상실의시대’라는강을건너는이야기,《우리시대에》를번역하며

어니스트헤밍웨이연보

출판사 서평

어떠한장식이나화려한수사도없이
삶의가장날카로운지점을파고드는초기작가정신의정수

퓰리처상과노벨문학상을모두수상한미국작가헤밍웨이는20세기문학의흐름을근본적으로바꾼작가로평가받는다.두차례의세계대전과스페인내전을직접경험한그는전장의한가운데에서인간의상실과취약함을목격했고파리와키웨스트를오가며삶과문학의경계를끊임없이넓혀갔다.또스페인투우,아프리카사파리,대서양고기잡이같은극한모험을통해삶과죽음의경계를몸소체득했는데이모든것이인간존엄에대한그의문학적사유로이어졌다.여러번의결혼과이별,사고와질병으로점철된말년의시간속에서도그는끝까지글쓰기를멈추지않았다.《태양은다시떠오른다》(1926),《무기여잘있거라》(1929),《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1940),《노인과바다》(1952)로이어지는그의대표작은영화로도제작되었을뿐만아니라,오늘까지도꾸준히읽히며현대문학의고전으로자리하고있다.

그런데1925년에출간되어올해로꼭100년이되는단편집《우리시대에》가이미이런대표작의씨앗이심겨있는초기걸작이라는사실을모르는이들이많다.이단편집에서헤밍웨이는전쟁과일상,사랑과상실,탄생과죽음의순간들을간결하면서도절제된문장으로포착한다.그는이작품에서직설적인위로의말대신현실의무게를있는그대로보여주면서독자가그안에서희미하게빛나는인간의존엄성을발견하게해준다.이후작품들에서더욱정교해지는그의문체와현실인식은이미이단편집에서또렷하게모습을드러낸다.

특히《우리시대에》에서반복적으로등장하는인물‘닉’은이단편집을관통하는중요한축이다.헤밍웨이는‘닉’을때로는자연속을헤매는어린소년으로,때로는전쟁의상처를안은청년으로,때로는관계의균열앞에서혼란을겪는성인으로그려낸다.이인물은작가자신의경험과내면을반영하는동시에,그가관찰한동시대젊은이들의보편적인감각을담아내는그릇이기도하다.파편적으로제시되는여러‘닉’의모습은결국‘우리시대’를살아가는한젊은이의성장과고뇌의서사로수렴된다.닉이라는인물을통해드러나는인간적인면모와상황에주목할때,이단편집이포착한시대의감각과헤밍웨이문학의출발점은더욱선명하게읽힌다.

빙산이론으로알려진헤밍웨이문체를존중한번역

헤밍웨이의문체는표면에드러나는간결한문장아래,거대한의미와감정의덩어리를숨겨두는방식으로잘알려져있다.이른바‘빙산이론’이라고불리는이런글쓰기는독자에게는해석의여지를,번역자에게는더없는도전을요구한다.단어하나하나의선택이행간의울림을결정하고,문장의리듬이인물의내면상태를암시하기때문이다.

이새로운번역본에서옮긴이김범우는헤밍웨이가의도적으로비워둔‘수면아래’의공간이훼손되지않도록,표면적인언어의정확성과간결함을무엇보다중시했다.군더더기없이원문의어조와리듬을살림으로써,독자가스스로행간에담긴의미를느끼며읽을수있도록했다.이번역본은헤밍웨이문학의핵심인절제와긴장을한국어로충실히옮기려는시도의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