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학습관과교육이미래세대를망치고있다
교육은‘백년지대계’라는말이무의미하게느껴진지오래다.학생들에게일상적으로가해지는지나친체벌이심각한사회적문제가되어학생의권리를법적으로마련해주고나니이제는끝없이추락하는교권을걱정해야하는사태에이르렀다.학생에게욕설을듣거나심지어맞는교사,학부모에게고소를당하는교사의이야기는어제오늘의일이아니다.
인구절벽과국가의소멸을걱정해야할만큼전세계출생률꼴찌를달리고있는오늘날우리에게과연밝은미래를기대할수있을까?초등학교때부터,아니일부에서는유치원때부터명문대진학을위한준비를시키는작금의현실을누군들정상이라고말할수있을까?
극심한경쟁위주의잘못된사회적풍토가빚어낸비극이라고할수밖에없는오늘날,이를타파하고개선할길은있는것일까?당연히교육시스템만을바꾼다고해서해결될일은아니다.전국의학생들을1등부터꼴찌까지적나라하게줄세우고사지선다형의단순한출제유형이문제라고지적되어학력고사를수능으로바꿨지만,학생들의상황이과연더나아졌을까?아니다.해마다수능을둘러싼잡음은끊이지않고사교육에허리가휘는부모들도여전한것이현실이며,부의불평등만큼이나사교육의불평등도커져가고있다.그렇다면무엇을어떻게바꿔야하는것일까?
스즈키히로아키는우리나라의교육부에해당하는일본문부성의교육정책을매우강하게비판한다.그비판의핵심은교육정책관계자들이교육과학습을너무가볍게보고있어어처구니없는정책을쏟아내고있으며,그결과그들이추구하는것은공장에서제품을양산하듯창의성없는학생들을배출할뿐이라는것이다.우리나라라고해서과연얼마나다를까?
저자는40년가까이‘지식과학습의전이’(교육)를연구하며의식보다무의식과(자기신체를포함한)환경이얼마나중요한지를깨닫고오랫동안자신의주장을펼쳐왔다.그주장의핵심은‘고정관념과선입관의타파’,‘무의식에대한이해’,‘창발에대한구체적접근’이다.한마디로‘인지적변화’(지식과학습)를둘러싼무의식적메커니즘을깨닫고‘창발’을통해고정관념과선입관등을극복해야하며,이를바탕으로새로운교육시스템을구축해야한다는것이다.여기서저자가말하는무의식은프로이트가말하는무의식과는다르며,‘의식적으로알아차리지못하는인지적처리’를가리킨다.그리고‘창발’은학생스스로문제를만들어낼수있는가능성혹은시스템을일컫는다.암기위주의단답형학습,주관식이나논술이라해도자신만의논리를바탕으로결론을도출하는과정중심이아니라철저히교사나강사등의어른이만들어놓은샘플을따라가기바쁜점수획득용학습이대세인오늘날의환경에서과연저자가말하는학습이나교육이가능할까하는의문이드는것은당연하다.그렇다고불합리한이런환경을언제까지미래세대에게강요할수는없지않을까!학부모-교사-정책담당자들모두근본적인의식의전환과과감한정책전환이시급한때다.
우리는능력,지식,발달,학습,교육등에대해그릇된고정관념에사로잡혀있다
저자는대다수의사람이‘학습’이라고하면학교에서이루어지는고정되고시야가좁은도식,즉정해진답을교사가가르치고학생들이배우는과정을먼저떠올리기마련이어서사람에게일어나는변화전반을의미하는‘인지적변화’라는용어로자신의주장을전개한다.그리고이인지적변화에는‘무의식적메커니즘’이강하게작동한다는사실을다양한실험결과를소개하며설명해나간다.마지막으로책전체를관통하는가장중요한용어로‘창발創發’이등장하는데,이는‘중추의명령에의하지않는요소들간의상호작용이쌓여형성된특이한시스템’,다시말해무엇인가새로운것을만들어낸다는뜻이다.이렇게저자가강조하는핵심키워드는인지적변화,무의식적메커니즘,창발,이세가지라고할수있다.그리고창발에중요한세가지조건으로“다양한요소가존재할것,그요소들간의상호작용을통해흔들림[動搖]이발생할것,그상호작용방식은환경으로부터영향을받을것”을꼽는다.
저자는이세가지핵심키워드를살펴보기전에그동안단단히잘못자리잡은‘능력관’에대해설명한다.우리는흔히능력이라고하면‘어떤지적인행위의원동력이나원인’을떠올리기마련이며,능력은힘[力]이라는것을기반으로한은유에바탕을두고있고,힘은개체에내재하고상황과관계없이안정되게작용한다는이미지가있다고지적한다.그런데인간의인지작용은실제로주어진상황이나문맥에크게의존하므로‘능력’이라는말은그이미지와는달리전혀내재성과안정성,차별성을갖지못하기때문에‘허구’나다름없다고꼬집는다.‘스킬’과마찬가지로‘능력’도직접적으로는관찰할수없다는뜻에서인간이만들어낸가상의개념이라는것이다.그런데도우리는이를바탕으로사고‘력’,응용‘력’,관찰‘력’,표현‘력’등등의숱한‘능력’을키운다며헛수고를하고있다!
또한저자는‘지식’에대해서도그릇된고정관념이널리퍼져있다고지적한다.인지과학을포함해지금까지지식을물건처럼,즉실체가있는것으로이해해온긴역사가있으며,이런접근방법은결국실패했다고밝힌다.저자에따르면,지식은여러가지감각의경합과협조에따른다감각시뮬레이션이라는것,또한인지활동이환경이나상황의자원을충분히활용하고있는것은지식이물건으로서존재하는것이아니라그때그때만들어지는것,즉창발되는것이라고강조한다.이에저자는지식에대한이와같은창발적견해를‘사건적コト的지식관’(경험적지식관)이라는독특한용어로명명한다.
저자는‘번뜩임’에대해서도한장을할애해설명한다.누구나번뜩임을얻고싶어하지만그것은좀처럼찾아오지않으며,실제로많은제약과편견이번뜩임을방해한다고지적한다.또한번뜩임은아무것도없는곳에서생기는게아니라는점,신체를움직이는행위를통해환경에작용하는것이매우중요하다는점,행위를통해환경을변화시키고새로운정보를얻는것이우리의내부상태를변화시켜결국번뜩임에도달할수있다는점등을역설한다.그리고인지활동외에몸을많이써서숱한연습을거쳐야만숙련될수있는영역에대해서는‘매크로화’(자동화)와‘병렬화’라는이론으로설명하는데,숙련된기술도무의식의영역에서작동한다는점을강조한다.그밖에단계별로하나씩차근차근‘제대로’가르친다는‘스몰스텝’유형의교육이지닌폐해를꼬집는다.‘스몰스텝’교육이란가르치는내용을요소로분해한뒤,그것을기초적인것부터순서대로나열하고,그다음에그것들을조합한복잡한내용을설정하는과정을반복하는방법을가리키는데,이에관해다음과같은흥미로운우화를소개하면서‘스몰스텝’교육은결국‘교육흉내’에빠질위험성이높다고일갈한다.
어느날한의사가매우건강한어떤사람을감기에걸리게하려고생각했다.감기는(1)열이있고,(2)두통이나고,(3)몸이나른하다는세가지특징을가진다.그래서카레가루와고추냉이를혼합한것을그사람의몸에마구발랐다.이것으로40도의열을내는데성공했다.다음으로머리를힘껏때려서두통이생기게만들었다.그리고그사람의몸에납판을여러개묶고10킬로미터정도달리게해서몸이나른해지게만드는것도달성했다.그럼이사람은감기에걸렸을까?(184쪽)
마지막으로매우인상적인주장을소개하자면,저자는“의식은멍청하다.무의식의학습시스템이잘작동하기위해서는시도의다양성이필요하다.고정된방법으로만실패를거듭하면학습은제한된다.다양한유형의시도를통해서만적절한평가가가능하게되는데,이것도거의무의식의움직임이다”라고강조한다.한마디로학습의내밀하고복잡한메커니즘을이해하고충분히다양한방법으로실패를거듭하면서단순한‘기억’이아닌자신만의‘지식’을쌓아나갈수있는환경을만드는것이야말로진정한학습이자교육이라는것이다.
교육은철저히상호작용의산물이다
저자는초중고는물론특히대학에서이루어지는잘못된교육에대해이렇게일침을가한다.
교육은말할것도없이상호작용하는과정이다.그러므로교사측이일방적으로노력하더라도교육은성립하지않는다.그것은단순히정보전달에불과하다.학생이교사가주는정보에대해스스로움직여,파고들고(신체화한다)확대해(관련짓는다),그것을활용하면서생각한다,그러한구축을위한노력없이는지식이만들어지지않는다.또한그러한협력을통해교사에게도인지적변화가일어난다.내게도그러한경험이있다.“무리일거야”,“이런것이가능할리가없어”라고생각하고있었는데,도전하는학생의모습을보고내가눈뜨게된경험이몇번이나있다.교육이란그런것이라고생각한다.교육이란단순히알고있는내용을정리해전달할뿐인활동이아니다.(203쪽)
많은사람이생각하고일부연구자들도공유하는교육의소박이론은창발적학습을저해한다는것이다.누군가가깔아놓은레일위를가능한한흔들리지않고나아가게만들기위해,문제를사전에준비하고그해결에필요한사항을기초부터순서대로나열한다.학습자는목적지도모르면서묵묵히그레일위를나아간다.그리고그러한길을걷지않는교육을하는교육기관(즉대학을가리킨다)에대해“제대로하라”고호령하며,공장의제품생산과같은시스템의도입을시도하고있다.(중략)다양한자원에따른흔들림은배제되고획일적인자원과그숙달의정도와속도만을다투고있다.
이러한교육은앞으로의시대를살아가는사람에게적당하지않다고생각한다.특히일본과같은나라에서는새로운가치를만들어내는것이급선무이기때문이다.규격화된교육을통해만들어지는,이른바‘기초학력’만으로는임금이터무니없이낮은타국에일을전부빼앗겨버리게될것이다.무엇인가를새롭게만들어낸다,곧창발시키기위해서는창발적관점을도입한교육이필수라고생각한다.(203~204쪽)
책의구성과각장요약
이책은크게머리말~2장,3~5장,6장의세부분으로나눌수있다.머리말에서2장까지는책전체를관통하는공통분모이자근간에해당한다.저자의관점과가치관,자주등장하는개념들에대한설명이주로담겨있다.그리고현실속의고정관념이나선입관에대해고민해보도록자극한다.3~5장은구체적인사례에해당하며각각연습·발달·번뜩임이라는인지적변화를중점적으로다룬다.그리고그속에서우리가인지하지는못해도분명히존재하는무의식적메커니즘을의식의수면위로끄집어낸다.마지막6장은결론에해당하며,교육현장에서일어나는여러한계를지적한다.각장의요약은다음과같다.
1장:능력이라는것은추론abduction을통해발생한가설이다.거기에부적절한은유가들어감으로써잘못된능력관이퍼졌다.그것은능력의안정성과내재성이라는견해다.왜이능력관이잘못되었는가하면그것들로는사람의인지에서거의보편적으로나타나는문맥의존성文脈依存性을설명할수없기때문이다.그러므로인지적변화를생각할때능력이라는가설은사실필요가없다.
2장:지식은전달되지않는다.그것은주체가가진인지자원과환경이제공하는자원속에서창발하는것이기때문이다.이과정에서는지금까지경험을통해얻은다양한인지자원과환경(상황)이제공하는자원을이용한네트워킹과시뮬레이션이수행된다.또한지식은환경이제공하는정보를잘조직함으로써생산된다.그러므로지식은사실로파악해서는안되며,끊임없이그자리에서새롭게만들어진다는의미에서사건으로파악해야한다.그러한성질을지닌지식을말로전달하는것은매우곤란하며불충분하다.말은조잡한전달미디어이기때문이다.
3장:연습을통한향상에는파동이있어서직선적으로향상되는것이아니라복잡한형태를그려낸다.이파동은거기에서쓰이는복수의자원이매번미세하게다른환경속에서상호작용하는중에창발한다.그리고그러한파동은다음도약을위한토대가된다.
4장:발달은단계적으로진행된다고한다.그러나발달에따른변화에는파도가있으며,계단식으로발달이진행되는것은아니다.그리고파도는거기에서쓰이는다양한자원이끊임없이새로운여지를만듦으로써발생하며,이는창발을위한토대가된다.
5장:번뜩임은종종갑자기찾아오는것처럼이야기된다.그러나번뜩임은연습에따른변화나발달에따른변화와마찬가지로,다시말해다양하고복잡한인지자원과그사이에서발생하는경합에따른흔들림이그것이실행되는환경과일체화될때창발된다.그리고그과정의대부분은무의식적으로진행된다.따라서번뜩였을때의놀라움은,실은자신의무의식적인마음의움직임에놀랐기때문에발생한것이다.
6장:교육과관련해서는일상생활에서만들어진소박이론素朴理論이많이있다.그대부분은학교교육에서유래한매우특수한상황의교육에그근간을두고있다.그것들이100퍼센트틀렸다고할수는없지만,많은오류를포함하고있어생각지못할폐해를가져와인지적변화에서창발을방해할위험성이있다.이러한사태를극복하기위한힌트는마이클폴라니MichaelPolanyi의암묵적인식이론과전통예능의전승에서이루어지는교육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