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치를 잊지 말라 : 역사적 기억으로 본 중국의 정치와 외교

국치를 잊지 말라 : 역사적 기억으로 본 중국의 정치와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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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국 민족주의 연구의 획기적인 이정표
중국공산당은 어떻게 1989년 톈안먼 광장 진압 사건 이후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얻게 되었는가? 1980년대 이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음에도 중국 인민들은 왜 반서구적 민족주의로 전향했는가? 그리고 중국은 왜 미국과 일본에 대한 외교정책에 있어 점점 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는가?

왕정 교수는 이 책에서 대중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적 재교육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분석하면서, 그러한 재교육이 중국을 끊임없이 19세기와 20세기 초 제국주의 세력에 괴롭힘을 당한 ‘100년의 치욕’의 희생자로 묘사해왔음을 밝힌다. 나아가 그는 포스트 톈안먼 시대와 포스트 냉전 시대 중국의 정치적 변화, 인민의 감정, 국제관계 속의 행동방식을 해독하기 위해 역사적 기억을 활용한다.
또한 중국의 굴기에 있어 역사적 기억이 수행한 역할, 정치 엘리트들이 주도한 역사적 기억의 조작, 인민의 상상 속에서 역사적 기억이 불러일으키는 반응, 주요 강대국들과의 외교관계에 있어 역사적 기억이 중국의 외교정책을 형성·구속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탐색한다.
저자

왕정

저자:왕정
중국윈난雲南성쿤밍昆明출신으로베이징대학대학원을수료한후미국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미국세턴홀대학교에서국제정치학을가르치고있다.
세부연구분야는정체성기반충돌identity-basedconflicts,동아시아지역의평화와충돌,중국의대외관계등이며,주요연구성과로는『국치를잊지말라』(ColumbiaUniversity,2012)를포함해『기억,정치,정체성,충돌:역사적기억이라는변수MemoryPolitics,IdentityandConflict:HistoricalasaVariable』(PalgraveMacmillan,2018)등이있다.『국치를잊지말라』는2013년국제관계연구회InternationalStudiesAssociation에서수여하는‘올해의책BookoftheYearAward’에선정되었다.

역자:피경훈
고려대학교에서학부와석사를마치고중국베이징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국립목포대학교중국언어와문화학과부교수로있다.‘문화대혁명과사회주의적주체성의문제’,‘중국의제국담론’등에관심을갖고연구중이다.
주요논문으로「해방으로서의과학」,「주체와유토피아」,「문화대혁명의종결을어떻게재사유할것인가」,「계몽의우회」,「1920년대마오쩌둥의계급개념에관하여」등이있고,지은책으로『혁명과이행』(공저),『중국지식의시공간과탈경계』(공저),옮긴책으로『상하이학파문화연구』,『계몽의자아와해』,『마르크스로돌아가다』(이상공역),『비판철학의비판』,『마오쩌둥을다시생각한다』가있다.

목차


한국독자여러분께
옮긴이해제

들어가며
서문

1장역사적기억,정체성,정치
2장선택된영광,선택된트라우마
3장‘천하’에서국민국가로:민족적치욕과국가건설
4장승리자에서희생자로:애국주의교육운동
5장전위에서애국자로:중국공산당의재구축
6장지진에서올림픽으로:새로운트라우마,새로운영광
7장기억,위기,대외관계
8장기억,교과서,중일관계회복
9장기억,민족주의,중국의굴기

감사의글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내부자의비판적시선으로살펴본중국정치의어제와오늘

왕정교수는베이징대학출신으로중국정부에서일한경험이있으며,미국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은후세턴홀대학교에서국제정치학을가르치고있다.그는동아시아지역의평화와충돌,중국의대외관계등을집중적으로연구하는학자로서누구보다중국의내부상황을정확하게이해하고있는인물이다.중국이개혁?개방을단행한후급속도로경제적?군사적성장을하는모습을지켜보며대다수서구인이‘중국의굴기’에초점을맞출때,왕정교수는중국의굴기를경제적?군사적성장같은단일렌즈를통해이해해서는안된다는판단아래중국의민족적정체성을제대로이해하기위한복합렌즈역할을할수있도록이책을집필했다(그결과이책은2013년국제관계연구회에서수여하는‘올해의책’에선정되었다).그가이책에서강조하는핵심은오랜역사속에서중국인들의내면세계에굳건히자리잡은‘중심왕국신드롬’에더해서구와일본제국주의세력에짓밟힌과거100년을지칭하는‘치욕의세기’가오늘날중국의정치적담론과외교정책을형성했다는점이다.그리고그중심에‘물망국치勿忘國恥’(국치를잊지말라)라는사자성어가있다.이에대해저자는이렇게밝힌다.

“이책은중국의정체성형성과정치적담론에대해역사적기억이갖는힘을탐색한다.그리고이책은중국의민족주의와그의도,굴기의문화적?역사적토대를설명하기위해역사적기억을활용한다.그리고그러한과정을통해중국이자신의권력을행사하는데있어역사적기억이가장커다란요소중하나이며,역사적기억이중국의정치와외교관계를이해하는관건이된다는사실을보여줄것이다.하지만역사적기억은여전히오늘날중국의정치를논함에있어가장잘못이해되고가장적게언급되는요소이기도하다.”(41쪽)

조작된역사적의식의제도화

왕정교수는신화와트라우마에관한중국인들의역사의식과그복잡성이야말로중국의지배적인이념이라고말한다.그가이책에서중요하게다루는개념중하나가바로‘선택성-신화-트라우마CMT콤플렉스’인데,그는이를활용해중국공산당이자존감을드높이는과거의영광(종이?나침반?화약?인쇄의4대발명품,명나라때정화의원정,2008년베이징올림픽개최등)과매우치욕적인현대의트라우마(아편전쟁의패배,일본의침략과난징대학살,주유고슬라비아중국대사관에대한나토의폭격,2001년중국연안에서발생한미국전투기충돌사건등)를선택적으로부각시켜역사교육에적극활용함으로써중국특유의민족주의를만들어냈음을생생히보여준다.저자는이를‘엘리트주도의하향식민족주의’라명명하면서1989년톈안먼광장시위가‘수치스럽게’진압당한후젊은세대들이서구에대한깊은반감에서비롯된‘반외세적대중민족주의’에경도된상황도폭넓게이해해야한다고강조한다.그리고이모든현상의핵심에는‘조작된역사적의식’이교육을통해‘제도화’되면서굳건히자리하고있음을지적한다.

민족주의야말로오늘날중국을움직이는가장강력한추동력

그렇다면오늘날중국에서어떻게민족주의가맹위를떨치게되었는가?이책은바로이지점에서역사적기억이갖는힘을탐색한다.1976년마오쩌둥이사망하면서중국공산당은근본적인정당성위기에직면했다.중국인들이그시대문화대혁명의진실을알게되면서마오쩌둥을중국의독재자로인식하기시작했던것이다.이후중국공산당은덩샤오핑때개혁?개방을단행해눈부신경제성장의물꼬를텄으며,장쩌민주석에이르러공산주의와사회주의라는이념을대체하기위해‘민족주의’가새로운이데올로기로등장했다.곧이어강력한애국주의교육운동의물결이전국을뒤덮었다.
‘탱크맨’으로상징되는1989년의톈안먼광장시위가성공해중국이어느정도라도민주주의를이루었다면지금의현실은상당히달라졌을것이다.그러나불행히도중국공산당은시진핑의3연임을통해지금도‘동북공정’을비롯한역사적왜곡을끊임없이자행하고있다.이것이공고화되는데는역사교과서와역사적기념물등이바탕이되었다.“한마디로역사적기억은중국공산당이자신의정치적힘을유지할수있게해주는효과적인도구였던것이다.”

역사적기억의정치학

저자는중국의민족주의가서구제국주의의산물이라고지적하면서다음과같이설명한다.

“민족주의는복잡한현상이다.다양한형태의민족주의가존재하는데,시민?종족?문화?종교혹은이데올로기적노선에따라각기다르게표현되는민족주의가존재한다.다른나라와비교하면중국의민족주의는종교와종족에근간을둔것이아니며,이데올로기에바탕을둔것도아니다.그것은중국의민족적경험과강력한역사의식에연결되어있는것이다.선택성-신화-트라우마콤플렉스라는개념은중국의민족주의를이해하는데매우유용한도구다.중심왕국CentralKingdom[즉,중국中國]의자랑스러운시민으로서중국인이느끼는강력한선민의식,서구와일본의급습때문에반식민지상태로전락했다는경험이바로중국인들이언급하는‘민족치욕’의구체적내용이다.이것이바로중국의민족적트라우마를형성하는경험인것이다.분명역사적기억의정치학을이해하는것은탈냉전시대중국의새로운민족주의를둘러싼논쟁을파악하는데있어필수적이다.”(364쪽)

그리고다음과같은말로중국공산당의폐부를찌른다.

“당이민족주의로회귀한것은중국의공동체를재창조하는데실패했음을보여주는지표다.중국공산당은중국인민들이그들스스로공동체를만들어내고,그결과민족주의적열망이촉발되면자신들이공동체에서축출될수도있다는공포감에휩싸였던것이다.
중국의민족주의는오랜시간에걸쳐사회적불안,정치적불확실성의시기에연대감을제공해주는매우효과적인도구로판명되었다.(중략)이러한민족주의는종족적정체성과역사적으로형성된영토범위에대한애착에초점을맞추고있다.”(367쪽)

중국민족주의는시장성을갖춘상품

우리는저자가미국에서박사학위를받고미국대학에서국제정치학을가르치는교수이기에지적할수있는흥미로운관점에주목할필요가있다.그는중국의현실을다음과같이꼬집는다.그리고이는결코중국만의일은아니라는점에서더욱큰경각심을불러일으킨다.

“그들[중국의저명한언론인과학자들]이친구와이야기를나눌때그들의관점은객관적이다.하지만대중과직접만날때,그들은갑자기‘반미영웅’이된다.중국사회속에반미담론과민족주의담론을위한거대한시장이존재한다는것이야말로이러한행동방식을설명할수있는유일한방법이다.최근중국의사회적맥락에서민족주의적목소리는평화와이성보다더욱시장성을갖춘상품인것이다.
세계화의결과로나타난또다른경향성이있다.(중략)톈안먼광장에각기분열되어서있었던학자,기업가,정부관료들은이제서로연합해서새로운‘주식회사중국China,Inc.’의주주이자공동소유주가되었다.예를들어중국최고대학의교수들은정기적으로국가에서연구자금을받는다.이에더해정부관료들과군장교들의월급은빈번하게인상되며그들의수입은지난5년간두배가되었다.중국의최고위층이일치단결해세계화와일당지배의안정성을칭송하면서번영의배당금을나누는데만족하고있다는것은분명해보인다.”(380쪽)

“기억없이정체성없고,정체성없이민족은없다.”

왕정교수는위의앤서니D.스미스의말을소개하면서중국민족주의의굴기를설명한다.나아가그는강렬한집단적기억(그것이실제적인것이든날조된것이든)이편견과민족주의,심지어는국가간충돌과전쟁의뿌리가될수도있다고지적하면서많은사람이중국의일당통치와비약적으로발전하고있는군사력이세계평화에위협이되고있다고생각하지만,진짜문제는정체성교육과중국내에서세계가이해되는방식이라고강조한다.현재동아시아가직면한안보적도전에다한중일3국이각기겪고있는내부적위기와갈등(과거사논쟁,미중갈등과경제위기,심각한자연재해등)까지더해져‘평화’는요원한희망사항이되어가고있다.

그러나2002년한중일3국의역사전문가들이머리를맞대고3년의준비끝에공동의역사교과서를펴낸프로젝트가성공한경험을되새길필요가있다.또한캐나다의국회의원이었던어윈코틀러의말대로“기억이없는곳에는진실이없다.진실이없는곳에는정의가없다.정의가없는곳에는화해가없다.화해가없는곳에는평화가없다”는사실도늘상기해야한다.저자의지적처럼이제동아시아에서역사교육은국내문제가아니다.역사서술과과거에대한해석은늘진정한화해를방해하는장벽이었고,각국에서대중민족주의를불러일으켰으며,심지어최고지도자들중일부는자신의지위를공고히하고정치적으로국민을동원하기위해역사적분노를적극활용하거나역사적사실을왜곡하기도했다.이러한역학관계를고려할때‘중간연대middle-out’라는방식은동아시아에서화해와충돌의해결을위한필수단계이며,3국의공동역사교과서프로젝트야말로가장성공적인사례라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