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자본 (소액금융과 개발의 패러다임)

빈곤자본 (소액금융과 개발의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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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본주의의 출현 이래로 가장 중요한 경제현상이 된 소액금융,
그 세계와 개발의 민주화를 둘러싼 글로벌 지식-권력의 정치학

『빈곤자본』은 빈곤에 관해 권위 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빈곤완화의제를 설정하는 빈곤문제 전문가들이 소액금융이라는 세상을 구성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중략)
아나냐 로이는 제도권 지식인인 자신을 포함해서 더 나은 세계를 바라며 소액금융의 현장에서 씨름하는 전문가들을 ‘이중행위자double agent’라 부른다. 이들은 “권력체계의 안팎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대개 현재의 상황에 연루되어 있지만, 또한 때때로 기존의 사회통념에 도전하려고 애쓰는 개인과 기관들”을 통칭한다. 이중행위자는 ‘빈곤자본’을 가치화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빈곤자본’이 유통되는 세계에 대한 집요한 비판 역시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작은 세상’에 잡음을 내고, 자신이 ‘하는 일이 그 일을 낳는 구조의 방어를 통해서만 의미를 얻는’ (허위나 배신이라기보다) ‘공모’의 퍼포먼스를 수행한다.
이 책의 독자들 상당수도 ‘이중행위자’에 포함될 것이다. 그라민은행이 가난한 사람들을 분열시킨다는 좌파의 주장에 맞서, 또 빈둥대는 사람들만 늘린다는 우파의 주장에 맞서 방글라데시의 한 지역 지도자가 건넨 말을 독자들 일부도 곱씹게 될 것이다. “혁명은 죽은 사람들과 함께 일어날 수 없어요.” 이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살게 하는 방법,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이 반드시 금융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봄직한 여러 갈래의 방법 가운데 왜 소액금융이 최선의 해법 중 하나로 등장했는지, 워싱턴 DC에서 방글라데시까지,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한국의 시민사회까지 왜 NGO 종사자들이 대출조건을 셈하는 게 관행이 되었는지 제대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빈곤자본』은 이 지식-권력의 동학을 충실히 담아낸 수작이다.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저자

아나냐로이

저자아나냐로이AnanyaRoy
UCLA러스킨스쿨의불평등과민주주의연구소초대연구소장으로도시계획·사회복지와지리를가르치고있으며,러스킨스쿨의불평등과민주주의학과장을맡고있다.이전에는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캠퍼스교수로있으면서도시학·글로벌대도시학·국제지역학·블럼개발도상경제센터·글로벌빈곤과실천과정을포함해여러학문프로그램과센터,학부를만들고주도적인역할을했으며,글로벌빈곤과실천학과장을맡아뛰어난능력을발휘했다.
비판적빈곤연구의주요학자로손꼽히는아나냐의학문연구는남반구국가들의도시변화에초점을맞추고있으며,특히‘세계적인’도시의형성과정,그에따른강제퇴출과이동문제에주목해왔다.개발문제연구를기반으로하는이분야는빈곤의비상상황을세계적문제·다양한프로그램·합리성·기술·정서의문제로검토한다.앞으로이문제는전세계에걸쳐주요쟁점이될것이다.
2011년사회정의를앞당기는도시계획연구에수여하는폴다비도프상PaulDavidoffAward수상작인『빈곤자본』을비롯해『도시진혼곡,캘커타:젠더와빈곤의정치학CityRequiem,Calcutta:GenderandthePoliticsofPoverty』,『세계적인도시:아시아의경험과세계화하는기술WorldingCitiesandtheArtofBeingGlobal』,『빈곤의영토:남반구와북반구에대한재고TerritoriesofPoverty:RethinkingNorthandSouth』,『빈곤과만나다:불평등한세상에서생각하고행동하기EncounteringPoverty:ThinkingandActinginanUnequalWorld』등을펴냈다.
한편지금까지UCLA교수진이가장잘가르친교수에게수여하는최고교수상과대학원생을가장잘지도한교수에게주는최고멘토상,학부재학생들이뽑는유일한교수상인골든애플상,카네기재단과교육발전지원협의회가수여하는‘올해의캘리포니아교수상’,캘리포니아대학동창회가대학과공론형성에기여한부분을기려수여하는공로상인최우수공로상등을받았다(웹사이트:http://ananyaroy.org/).

목차

추천의말|송제숙(토론토대학인류학과교수)
해제|조문영(연세대학교문화인류학과교수)

서문

1장작은세상:자본과개발의민주화
어느식료품점과교실에서의우연한만남
새천년개발
역사의종말에서빈곤의종말로
소액금융과새천년개발의신개척지
중심성과다양성
밀레니엄세대와지식의정치학

2장글로벌질서:자본과사실의유통
룩아웃산맥의소액금융전도사들
글로벌질서
정치경제학의종말
더친절하고너그러운세계은행
윤리적자본주의

3장주변부의반대:개발과방글라데시역설
신뢰추락?
방글라데시컨센서스
빈곤에대한사실
방글라데시컨센서스의세계화
독특한역사
반대퍼포먼스

4장공짜돈의오염:중동에서의부채와규율,의존성
제국의신개척지에서의소액금융
‘대량구제무기’
규율과부채
자애로운대출
난민촌

5장비우량시장:빈곤자본의형성
죽은원조
이중행위자
금융카트리나
비우량신개척지

옮긴이의말|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소액금융은빈곤문제를해결하고경제정의를실현하기위한도구인가,
아니면신자유주의세계화와자유시장이데올로기를위한시녀에불과한가?

유엔은2005년을국제소액신용대출의해로지정했다.이듬해에는세계최빈국중하나인방글라데시의그라민은행과무하마드유누스가공동으로노벨평화상을받았다.노벨상위원회는그들이‘아래로부터의경제적·사회적개발’을창조했음을인정했다.위원회는“영원한평화는거대인구집단이가난으로부터벗어날수있는방법을찾지못한다면이루어질수없다.소액대출은그러한방법들가운데하나다”라고밝혔다.2008년세계금융위기이후,소액금융은저명한경영대학원교수프라할라드가‘피라미드의맨밑바닥’이라고이름붙인사람들(하루에1달러25센트도안되는소득으로생활하는14억명)을통해새로운시장을창출할방법을제공하면서어쩌면자본주의를구할지도모를전략으로각광받고있다.
『빈곤자본』의저자아나냐로이는글로벌빈곤연구의선두적인학자로2004년부터2008년까지4년동안그라민은행을비롯해CGAP(빈곤층을위한금융자문그룹)·도이치뱅크·USAID(미국국제개발처)·헤즈볼라같은기관과다양한개발단체,NGO,재단,기업,로비단체,대학,사회운동단체,의회기구의소액금융분야에서활동하는광범위한관계자들중신중하게선별한인물을대상으로120차례넘는인터뷰와다섯건의생활사연구를수행해2010년에이책을출간했으며,2011년에사회정의를앞당기는도시계획연구에수여하는폴다비도프상을받았다.
아나냐로이는이책에서소액금융을‘빈곤자본’이라고개념화한다.빈곤자본은단순히돈을빌려서부를생산하는일이아니다.그것은또한지식을생산하는일이기도하다.소액금융의세계를이해하고설명하는방식을로이는‘빈곤지식povertyknowledge’이라고명명하는데,이는빈곤자본과밀접한관련이있다.소액금융은모든개발의만병통치약이다.소액금융이어디든있다는이런생각은수많은개발기구와이론가가그들이지향하는다양한이념과무관하게모두빈곤문제를풀수있는중요한해법의하나로소액금융을칭송하고효과적으로활용하고있음을의미한다.특히세계적거부빌게이츠로대표되는‘창조적자본주의’의지지자들은소액금융이‘영리를통해빈곤을근절하는’시장의글로벌정치경제학이라고주장한다.
한편소액금융의무익함에대해비판하는목소리도꾸준히나온다.소액금융이실제로빈곤을완화하기보다는‘사람들의심금을파고드는것’에성공했을뿐이라는주장,더나아가소액금융이빈민을빚의굴레에옭아매고의존성만키우는해악을끼친다는주장,소액금융기관이비인간적인약탈행위를한다는주장,소액금융은금융분야의자유화를심화하는동시에사회적정당성을확보하기위한장치이며신자유주의세계화와자유시장이데올로기의대안이아닌시녀로서구조조정이라는파괴적프로그램들을위한사회적안전망역할을한다는주장등의비판이그렇다.이렇듯소액금융은그개념화에서부터격렬한찬반논쟁에휩싸여있으며,소액금융과개발을둘러싼글로벌지식-권력의주도권싸움은상상이상으로치열하다.
이책은빈곤에대해말하지만가난한사람들의삶자체에대해말하지는않는다.소액금융의작동방식을다루고,그와관련된여러프로그램의효과를평가하고,그러한접근방식의가치를논의하는책은많이있다.그런학문적연구도중요하지만,그것은이책의목적이아니다.오히려이책은빈곤자본의역학관계를밝히고‘새천년개발’이라는역사적순간을기록한다.그러기위해이책은극빈의조건아래서고군분투하는사람들에게초점을맞추는대신에빈곤을근절하기위한자본과전문지식을창출하는사람들에게주로초점을맞춘다.이연구는빈곤을관리하는사람,‘풍요의시혜dispensationofbounty’를통제하는사람들에대한것이며,‘아래’가아니라‘위’,즉빈곤문제를연구하고관리하는전문가들과대면한결과물이다.
한마디로이책은빈곤자본과개발의민주화를둘러싼지식과권력의정치학을다룬다는점에서기존의빈곤관련서들과큰차이가있으며,‘소액금융’이라는창을통해글로벌빈곤과불평등문제를정면으로마주하면서오늘날의자본주의자체를이야기하는역작이다.

◆누가소액금융을지휘하고통제하는가

1983년방글라데시의경제학자무하마드유누스가세운그라민은행은가난한여성들로구성된소집단이적정한이자율로소액대출을받을수있도록보장하는간소한신용대출영역을새롭게열었다.이러한신용대출모델은담보를요구함으로써실질적으로가난한사람을배제하는공식적인은행체계와가난한사람을등쳐먹는비공식적금융체계를대체할수있다.그라민은행은빈민들에게본디‘기업가정신’이있다고믿기때문에,소득이발생하면그러한대출금은자연스럽게상환될것으로확신한다.이렇듯소액금융은남반구에서처음나타난개념으로,나중에북반구의산업국개발기구가수용한보기드문개발방식중하나이며,지금은세계적으로선호하는빈곤완화책으로서개발을위한일종의만병통치약이되었다.
빈곤완화와여성의역량강화를약속하는소액금융은비영리기관의영역이자자본과금융의신개척지로여겨진다.소액금융은이제단순한개발의영역에서벗어나대출상품으로서의산업이되었다.이러한개발의금융화를가속화한것은미국이주도하는‘빈곤에관한워싱턴컨센서스’였다.워싱턴DC의주도아래시장경제를옹호하는제도와규율이시행되었고,잇따른소액금융펀드의등장은필연적인일이었다.투자에밀접한영향을받게된소액금융은대출과관련된리스크를완화하기위해신용제도를기반으로하는대출을모방했으며,그결과로소액금융자본의흐름은또한대개전세계적으로투자위험대비수익이높은일부소수의소액금융기관에집중되어있다.
그러나로이가주목하는것은소액금융이세계화되는과정이나결과가아니라그것의기반이되는‘권위있는지식’이다.빈곤층을위한금융자문그룹CGAP은볼더라는소액금융교육프로그램을통해소액금융의핵심은높은이자율에있고‘민주화된자본’의필수적요소라고‘기정사실화’한다.이는소액금융이상업은행으로흡수되어야한다는견해를확장하고전파시킨다.자연히‘인간개발’보다‘영리추구’에더힘이실리게된다.로이는워싱턴내부에서이러한기정사실화를비판하고저항하는‘이중행위자’가분명히존재함을보여준다.그들은워싱턴컨센서스를정당화하기도하지만문제를제기해서제도에직접적인영향을줄수있는위치에있다.로이는수많은소액금융전문가를인터뷰하고그들에게권위를부여하는교육프로그램에도참가하면서이들사이에숨어있는‘이중행위자’를찾아낸다.그들은시장경제를옹호하는워싱턴에속해있지만그라민과비슷한제도를도입하려고시도한다는점에서‘빈곤자본의갈라진틈새’속에서‘공모’의퍼포먼스를수행한다고할수있다.
로이는또한빈곤에관한지식헤게모니를워싱턴에선취당한방글라데시컨센서스를분석한다.그라민은행과브락BRAC으로대표되는방글라데시의소액금융은초기CGAP의이념의바탕이되었을정도로큰영향력을행사했다.그러나그라민모델은워싱턴으로부터제기된실효성을파악할증거가부족하다는비판에직면하면서‘빈곤에관한사실’을주도하지못하고워싱턴에그권력을빼앗긴다.로이는이러한워싱턴과방글라데시사이의헤게모니이동을단순한이념전쟁으로치부해서는안된다고강조한다.그라민모델이자본주의의확장에지나지않는다는비판이방글라데시내부에엄연히존재했기때문이다.비판이거듭되는상황에서도방글라데시모델은마이크로크레디트정상회의캠페인을통해극빈층여성에게돈을빌려주고그들의자립에도움을줌으로써그라민모델이여전히제대로작동한다는사실을보여주었다.경제적기준으로그라민모델을비판하는워싱턴컨센서스에맞서인간개발을내세운것이다.방글라데시컨센서스의주된목표중하나는인간개발을위한기반시설의확충이다.
미국의언론들은방글라데시모델이원조자금에의존하며빈민들이대출한돈은인간개발이아닌식품구매에나쓰인다고비판해왔다.그러나로이는이러한비판에내재한모순을날카롭게지적한다.금융위기당시월스트리트또한정부의막대한보조금을받았으며개발금융이작동하기위해서는정부의보조가반드시필요하다는것이다.그뿐만아니라소액대출이식품구매에이용되는것은오히려방글라데시모델이갖고있는사회적보호기능을보여준다고강력하게주장한다.

◆‘공짜돈’은어떻게오염되는가

방글라데시와워싱턴컨센서스를각각분석하고빈곤에관한‘사실’이어떻게정립되었는지를살펴본후,로이는이러한두갈래의소액금융패러다임이중동지역에서어떻게실패하게되었는지를분석한다.로이는중동에서특히두군데,레바논과이집트를선택한이유로이집트는미국의자본과사상에흠뻑젖어있는곳이고,레바논은그곳의가장중요한개발기구가시아파민병대인헤즈볼라이기때문이라고밝힌다.
‘대량살상무기’로비롯된테러와의전쟁을겪고있는중동지역은글로벌빈곤의최전선으로부각되면서소액금융이마치‘대량구제무기’처럼투입되었다.하지만빈곤층을위한소액금융은중동이미국에의존하게만듦으로써단순한개발의퍼포먼스로전락했다.예를들어이집트는USAID의주도아래빈곤여성을앞세운소액금융을시행했지만결과적으로보조금이라는‘공짜돈’으로이집트의개발분야를‘오염’시켰다.미국은소액금융이전에도막대한보조금을지원하고있는데,이는일종의군사원조로대부분미국산무기를구매하는데쓰인다.
또한레바논의경우는2006년이스라엘과의전쟁에서시아파의빈민가뿐아니라레바논자체를지켜낸승리자로떠오른헤즈볼라가재건과개발의주요주체로자리잡았지만,그들이내건‘자애로운대출’은팔레스타인난민들까지적극수용하지는않는다.로이는이같은현실에대해다음과같이결론짓는다.“헤즈볼라는신자유주의에대한이슬람의대안이아닌것처럼지정학적으로관련된외부세력에대한토착적대안도아니다.헤즈볼라는바로이런세력의산물이며헤즈볼라의개발사업은수단에불과하다.따라서헤즈볼라가레바논의팔레스타인난민을통합하려는노력은제한적일수밖에없다.”(341쪽)

로이의이러한연구결과는남반구의다른나라들은물론중동에대한이해가턱없이부족한우리의시각을넓히는데큰도움이될것이다.
◆그녀의이름으로

소액금융의핵심대상은빈민여성이다.새천년개발의핵심주제는젠더이며,젠더평등과여성의역량강화는개발의궁극적목표다.소액금융은가부장체제에서여성이경제활동을하게하거나주택용지를여성명의로등록하게하는방식으로여성의역량을강화하기위해노력한다.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여성이대출받은돈을남성에게전달하는역할에불과하거나가부장체제에서쉽게도망치지못하는여성의처지를이용하는등가부장제를공고히하고불평등을더욱강화할수도있다.로이는소액금융의세계에서가부장적이데올로기가작동하고있음을인정하는동시에그러한비판이중요한것과마찬가지로페미니스트비판가들이여성의역량강화,즉대출금에대한관리?감독을성공의주된지표로보는시각에문제를제기하는것도마찬가지로중요하다고강조한다.
로이는이러한소액금융의양상을‘정책의여성화’라고부른다.여성의역량강화를목표로하는개발이역으로젠더불평등을재생산하고여기에서여성은새로운형태의노동을강요받는일종의개발도구로전락하는것이다.그러나많은논란에도여성이새천년개발의중심이된이유가분명히존재함을로이는강조한다.소액금융이가난한여성을사업가로전환시킴으로써경제적?성적평등을이끌어내고부채의고리에서해방시키는일을부분적으로나마수행했음은부정할수없는사실이기때문이다.

◆빈곤자본의시대에요청되는긴급한질문들

세계은행은일찍이‘방글라데시역설’에주목해왔다.‘방글라데시역설’이란오랫동안‘경제무능력국가’로비난받아온방글라데시가최근들어저소득국가사이에서인간개발과경제개발의선두주자로평가받는현실을가리킨다.애초방글라데시에서시작된소액금융이빈곤퇴치의도구이자동시에금융수단이라는사실자체가소액금융의태생적역설이다.
“오늘날소액금융운동에는정말불가사의한역설이존재한다.우리비정부기구가가난한사람이지금까지그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