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 (이 시대 청춘의 사랑은 불황기의 구직과 닮았다)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 (이 시대 청춘의 사랑은 불황기의 구직과 닮았다)

$15.50
Description
팍팍한 이 시대를 뚝심 있게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성장 서사!
누구나 사랑을 말하지만 아무나 사랑할 수 없는 시대. 사랑이 산업이 되고 연애가 스펙이 되는 세상 한복판에 서면, 마치 이 세계가 사랑 중독자들의 연애 과잉 시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청춘의 속은 보기보다 그렇게 촉촉하지 않다. 사랑밖에 갖지 못한 자들의 프러포즈, 고비용의 결혼 장사, 취업전쟁의 가담자는 곧 연애 전선의 이탈자가 되는 현실, 합격과 맞바꾼 사랑들. 사랑의 자격과 진입장벽이 무척 높아졌다.
이 시대 청춘의 사랑은 불황기의 구직과 닮았다. 불황기에 구직자와 실업자 사이의 삶의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듯이 말이다. 사랑이 산업이라면 원치 않는 실업과 마찬가지로 원치 않게 사랑을 단념당한 삶은 산업재해다. 청춘靑春은 글자에 봄을 품고 있고 봄은 사랑에만 집중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지금 청춘들은 삶에 치여 사랑을 포기하는 산업재해를 겪고 있다. 벽이 높아질수록 성공한 소수의 용기는 과대평가되고, 실패한 다수의 무기력은 과소평가된다. 우리 시대 청춘들이 앓고 있는 ‘낭만실조’는 개인의 실패로 국한하기엔 이미 많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저자

나호선

1992년에태어났다.사람을좋아하지만살아가는이시대는밉다.적당히세상을불신하는대신눈앞에있는한사람을꼭믿어주는그런종류의다정한글을쓰고싶다.
부산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하고공부가아쉬워같은대학에서정치학석사학위를받았다.현재는전공을제법잘살린사회초년생이되었다.
20대를마무리하며쓴책으로는『젊은생각,오래된지혜를만나다』가있다.종종내영혼이떠난자리에무엇이남을까를고민한다.나는그것이삶에대한애착이었으면좋겠다.

목차

연애결핍시대의증언
마트보이가대신다쳐서참다행이야
그메리는몇번째메리인가
대학생활보고서
입대대란의한복판에서
자기소개서
입시전쟁참전기
자기만의공간을갖는다는것
포경수술
나는왜책을읽는가
나의외국인친구들
연민으로내이름을짓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집요한미움의시대”에상처입은청춘들을위한속깊은이야기

기나긴수험생활에이어지독한취업전쟁의한복판에서조금이라도더스펙을쌓기위해연애를포기할수밖에없는이시대의많은청춘에게사회는‘M세대’,‘Z세대’,‘MZ세대’라는손쉬운딱지를붙이고‘이대남’,‘이대녀’라는용어등으로갈라치기를한다.게다가군대에가는것조차재수,삼수정도가아니라7수,9수까지도불사하는게낯설지않은세상이다.

『연애결핍시대의증언』은1992년생으로삼수끝에대학에들어간뒤대학원공부를하느라7년동안대학에서머물다뒤늦게군복무를마친저자나호선이90년대말의어린시절부터2022년초현재까지직간접적으로겪은개인사가당시의사회상과어우러져더없이생생하게묘사된책이다.지은이는가난한집안의장남으로태어나어릴때부터안해본아르바이트가없을정도로삶이늘고되고팍팍했지만,사람과이야기나누는것을가장좋아하고무엇보다책읽고글쓰는일을사랑하는활자중독자로성장해이제는어엿한사회초년생이되었다.
그러나저자는어린시절아버지에게말도안되는이유로구타를당해야했고,심지어고등학생때변호사비가없어부모의이혼에직접개입할수밖에없었던잔인한아픔을겪기도했다.집안에대졸자가하나도없는탓에수능준비와입학사정관제도활용에애를먹으며남들처럼척척알아서해주지못하는엄마에게화풀이한일을철들자마자깊이후회하고,예식장아르바이트를하는동안무수한결혼식을지켜보면서사랑은개인사지만결혼은계급의문제라는사실을아프게깨달았으며,마트에서일할때는“손님대신다쳐서다행”이라는직장동료‘어른’의무신경한한마디에깊은상처를받기도했다.그런가하면“결핍과가난이나의교사였다”던저자에게어느날부유한집안에서곱게자란한참어린후배가사귀자며용감하게다가왔지만결국‘가난에대한감수성’이너무달라헤어질수밖에없었던짠한사연의주인공이기도하다.그시절그는“지갑이아픈것보다내몸이아픈게낫다”고믿었다.
다행히그의주변에는더없이좋은친구들과선·후배들이있어늘호탕한웃음을지으며씩씩하게자신의길을개척해올수있었다.그가어려운환경을이기게해준원동력은바로책과사람과사랑이었다.연애마저일종의스펙처럼되어버린이세태에저자는“사랑이야말로청춘의기본권”이라고단언한다.그래서여전히후배들을만날때마다사랑을권한다.

하지만이책은청춘의사랑만을다루지는않는다.입시전쟁의괴로움,학원가와인터넷강의세계의실상,취업준비생들의고단함,낭만과배려가사라진대학생활의현주소,입대대란의기막힌현실,포경수술에얽힌일화,여러나라에서온외국인친구들과겪은재미난에피소드등이열두꼭지에나눠실려있다.생생한현실감을느낄수있는다양한대화들이적재적소에녹아있어모든에피소드가속도감있게전개되는데,어느구절에서는저절로미소가지어지기도하고가슴뭉클해지면서눈물을자아내기도하며,또다른구절에서는팍팍하고치열한삶에서길어올린저자나름의사유와성찰이잔잔한울림을전해주기도한다.

한마디로이책은상실의시대,극심한박탈감의시대,자기애의과잉과자기혐오의과다사이에서괴로워하는청춘들을위해따뜻하게말을건네는공감과연대의날갯짓이다.누구보다니체를좋아하지만그가제시한‘초인’의길을거부하고그의우려와달리‘연민’으로자신의존재증명을해나가는나호선의글은동시대청춘들에게는그어떤글보다강력한공감대를,기성세대에게는요즘젊은이들을한층깊이이해할수있는소중한시간을선사할것이다.

◆게으른세대론그리고사랑을포기할수밖에없는요즘젊은이들의삶

진지한성찰이나배려없이너무나손쉽게소비되는기존세대론에대해청년나호선은재기발랄한목소리로다음과같이비판한다.

요새언론에서는‘MZ세대’라는말을밀어주는듯하다.그러나이신조어는명백한오류를담고있다.10년터울이면꽤큰데,그차이를쉽게간과한말이아닐수없다.그러니까M세대와Z세대는각각존재하지만,MZ세대는묶어존재할수없다.그러한게으른구분은깐것과안깐것이라는생물학적증거로간단히논박된다.차라리엮으려면X세대와M세대가가깝다.깐고추로대동단결할수있기때문이다.고추로구분하는세대는간단하다.깐세대와안깐세대.언론사는이대비를반드시숙지했으면좋겠다.(209쪽)

또한요즘젊은이들이마음놓고연애조차하기어려운세태에대해서도이렇게증언한다.

사람만나는게다돈이었다.사랑은가슴이시키고섹스는맨몸으로하는것이지만연애를맨입으로할수는없었다.구애라는행위는필연적으로‘최상의준비’를요구하는심리적압박으로이어졌다.(중략)관계의시작은무료일지모르나관계의유지에는적지않은돈이들었다.학식만먹고데이트하기는어려웠다.자판기커피로사랑할수없었다.캠퍼스만돌기에는공간이너무좁았다.분위기는돈을내고사는거였다.한국의연애시장과연애문화가고비용이라고느꼈다.(23쪽)

하지만누군가는힘겹게붙잡아온사랑을놓는다.얼마전헤어진후배는술자리에서자신이사랑을끝냈던경험을이렇게표현했다.“선배,연애가영화라면,저희연애6년동안엔딩크레디트만5년이었어요.”이별에관해서들었던말중에가장슬픈말이었다.(25쪽)

“형,엄마한테용돈받으면서사는데,그돈공부하라고준건데연애에낭비할수는없잖아요.사랑하면서죄책감들것같아요.”(중략)
아르바이트를하지않고자기시간을지키는대가는사랑의단념과상실이다.사랑에낭비라는말이붙는다.연애는무기한휴업이다.사랑을쉬면서까지해야할게있다.그만큼다들절박하다.(28~30쪽)

◆청년의자존감은사회적자산이다

저자는학업문제로남들보다입대가10년쯤늦어져코로나19와함께군생활을시작한터라입대경쟁의잔인함과치열함을더생생하게목격할수있었다고한다.책에는그가군대에들어가기위해들인시간과노력은물론이고많은친구와후배들의경험담까지곁들여입대대란의한복판에서무엇을겪고느꼈는지를진지하게들려준다.

청년에게주어진기회가점차메말라가고,그만큼경쟁의강도가극렬해져이제는경쟁이없었던곳에서까지경쟁하게되었다.복무기간이줄고여건이제법개선되었어도그이상으로입대의기회비용이더높아졌기때문이다.(중략)대비되는것들은특히눈에잘보이므로그분노와불만은대개군대에가지않은자들,공익근무로빠진이들,그리고여성에게로향했다.미필자에게가혹한분위기를만들어박탈감을조금이라도해소하려는사적제재의현장들을목도하는것은우리사회에서이미익숙한이야기다.(110쪽)

입대경쟁에지친청년들에게무엇보다부족했던건그불만에귀기울여주는어른이었다.아버지는군대에떨어지는자식을한심하게바라보았고,형들은요즘군대는캠프수준이라고무시했다.청년들은자신이입대준비를하는동안군에가지않을이들이어학연수를준비하고,복무를하는동안경쟁자들은온갖경험들로자신의이력을말끔히채우고있다는그대비된장면속에사로잡혔다.취업경쟁이심해질수록공백에잃을게많아지고,이해받지못한노력이쌓일수록어떻게든이손해를메우겠다는보상심리가강해진다.여전히세상을‘이기고지는것’으로바라보게끔유도하면서도,내의지와상관없이지기만하는판이계속된다고느끼는것,그것이바로최근젊은남성을포위하고있는‘상대적박탈감’을폭발시킨기폭제라고할수있다.(111쪽)

사회전체가융통성과탄력성이부족해서생긴일을개인이자신의시간과노력을들여가며메워야할때,요즘젊은놈들은남자가되어서도전정신이없다는말이어떻게들릴까.군대에도두세번씩은떨어지게만드는세상에서스무살청춘들에게손가락질하기전에,어른으로서한번쯤진지하게품어주길바란다.당신도군대에아홉번떨어지고제정신일수있을지.청년의자존감이라는것도상당한사회적자산이라는사실을깨달을수있을지말이다.(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