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인구1,000만시대’가의미하는것
불과몇년사이에반려동물을키우는가정이크게늘어났다.동물관련텔레비전프로그램이나유튜브동영상의수도폭발적으로증가하고있으며,어른아이할것없이이런프로그램을즐겨본다.이제개나고양이같은반려동물을자식처럼키우는일은매우친숙한풍경이되었다.어느새‘반려동물인구1,000만시대’라는말이일상적으로들려오기도한다.그러나그이면에는한해버려지는유기동물의수가10만을훌쩍넘는다는어둡고슬픈현실이있다.사랑스러운반려동물의모습에혹해자신의상황을제대로고려하지않은채무턱대고분양받았다가감당하지못해몰래버리는무책임한사람이그만큼많다는의미다.
유기동물만문제가되는것이아니다.잇따른길고양이살해,끈끈이에서발버둥치는새끼고양이,고양이매질,강아지매단채오토바이질주하기등동물학대가나날이잔혹해지고있고,이에관한영상의공유도빈번해지고있다.해마다꾸준히고발하고구조활동을벌이고있지만좀처럼줄지않는개농장의참혹한현실은각종매체의단골소재가된지오래다.그런끔찍한동물학대장면이언론에자주고발되면서많은사람이분노한다.그러면서우리나라에도각종동물보호단체가많이생겨났다.하지만이들의활동만으로는역부족이다.
미국의한동물구조단체가1975년부터1996년까지21년동안고발된동물학대범을전수조사한결과에따르면,이들중45퍼센트는살인,36퍼센트는가정폭력,30퍼센트는아동성범죄를저질렀던것으로나타났다.동물학대범이사람을폭행할확률은일반인보다다섯배더높다는점도밝혀졌다.2005년미국의가정폭력피해여성4,700여명을조사한보고서에따르면,가해자의83퍼센트가반려동물을폭행또는살해한전과가있었다.우리나라에도이런연구결과를뒷받침하는사례들이많이있다.한때우리사회를떠들썩하게했던연쇄살인범들을조사해본결과이들의동물학대전력이다수드러났고,그중한명은기르던개여섯마리를망치로때려살해한사실도밝혀졌다.이런사례들은동물학대전력이사회적약자인노인·여성·어린이에대한폭력으로이어질수있음을강하게시사한다.
그동안인간과동물에관한연구들이활발해지고많아짐에따라새로운사실들이속속드러나면서이제우리는태곳적부터내려온“인간이란과연무엇인가?”라는질문과“동물이란무엇인가?”라는질문에이전보다더잘대답할수있게되었다.이책은그런대답을담아보려는의도에서시작되었다.
지난수십만년동안인간과동물사이의관계는복잡하게발전해왔다.이관계에는크게두가지측면이있다.한편으로는동물이이용의대상이었고,이결과동물의가축화가활발하게이루어졌다는점이다.다른한편으로는동물이공격의대상이되었고,이결과수많은동물이인간때문에멸종되었다는점이다.그러자근래동물의멸종에대한경각심과동물보호에대한인식이크게높아졌다.동물보호단체도많이생겨났고,‘동물권’에대한인식도크게개선되고있으며,동물을보호하기위한구체적인제도와법률도제정되었다.하지만동물보호단체들은여전히동물보호가제대로이루어지지못하고있다고목소리를높인다.동물보호가왜필요한지에대한사회전반의인식자체가높아져야한다는것이다.인간과동물의공존은결국인간을위한것이다.이책은바로이점을자세히살펴보고강조하려는뜻도담고있다.
동물은알고인간은모르는동물이야기
인간은쉽사리지독한편견에사로잡혀비이성적인짓을스스럼없이자행하는존재다.또한큰두뇌를가졌고고유한언어로소통하며각종도구를활용하면서눈부신문명세계를구축했다는점을들어지구상에서가장똑똑한영장류라고자부한다.인간은인류는물론동물들에대해서도케케묵은고정관념을가지고있다.동물은인간에비해모든면에서열등한존재라는것이다.하지만정말그럴까?
인간진화의계통도에서‘손재주가있는사람’이라는의미의‘호모하빌리스’는최초의인류로알려진‘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현생인류의직계조상으로알려진‘호모에렉투스’사이에존재했으나멸종한인류다.학창시절에배운이런단편적인지식의영향탓인지여전히많은사람이인간만도구를활용할줄안다고착각하고있다.그러나다음의사례는이런편견이얼마나오만한것인지를생생히일깨워준다.
꿀을채취하는아프리카가봉의침팬지들은더정교한연장세트를보여준다.이들은다섯가지도구로이루어진연장세트를가지고벌집을습격한다.다섯가지도구란벌집입구를부수는데쓰는무거운막대,꿀이있는방에도달하기위해땅에구멍을뚫는막대,구멍을넓히는도구,꿀에담갔다가거기에묻은꿀을빨아먹을수있는너덜너덜한막대,꿀을퍼올리는나무껍질등이다.이도구들은쓰기에복잡하므로이것들을제대로써먹으려면미리생각하고순서에따라작업단계를계획하는일이필요하다.
아프리카사바나의한침팬지공동체는사냥할때뾰족한막대를쓴다.이것은충격적인사실이었는데,사냥무기는인간에게만독특하게나타난발전으로생각하고있었기때문이다.그침팬지는나무에뚫린구멍속으로그들의창을찔러넣어잠자는작은동물을죽인다.수컷침팬지처럼원숭이를쫓아가잡을수없는암컷침팬지에게이작은동물은좋은단백질공급원이다.(69쪽)
그런가하면우리는흔히머리가나쁜사람을일컬어‘새대가리’라고폄하한다.새의뇌용량이작은탓도있지만새는기억력이나쁘다는오래된편견이작용한결과이기도할것이다.하지만다음의사례를보면할말이없어진다.
앨리스라는이름의미국앵무새는수를잘알았다.재깍거리는소리를두번내고몇번소리가났느냐고물으면“2”라고답했고,재깍거리는소리를두번더내자“4”라고답했으며,다시두번더내자“6”이라고답했다.이앵무새는색깔도구분했다.여러가지색의물건이담긴쟁반을보여주고나서“초록색은몇개?”라고질문하면정답을말할수있었다.새의뇌에는포유류의대뇌피질과같은것이거의없어서높은수준의인지능력이없다는게과거의일반적인견해였다.새는본능에따라행동할뿐사고는말할것도없고학습에도서툴다고알려졌다.그러나앨리스라는이름의이앵무새는그런고정관념을여지없이깨뜨렸다.앨리스는각종재롱으로미국에서유명한동물이되었으며,수명을다했을때는『뉴욕타임스』와『이코노미스트』지에사망기사가실리는영예까지누렸다.(59~60쪽)
동물은생각할뿐만아니라동료나다른사람이무슨생각을하고있는지알아차리며,알고싶어한다는사실도밝혀졌다.앞에서살펴본앨리스라는이름의앵무새는흥분을잘하는까닭에이새를기른학자는이새에게“진정해!”라는말을자주하곤했다.하루는그가전화를받고화를벌컥낸뒤성난발걸음으로연구실을뛰쳐나갔다.바로그때앨리스는그의뒤꽁무니를향해“진정해!”라고소리쳤다.이앵무새는주인의감정을읽고있었음이분명하다.(62쪽)
이런사례는아주단편적인것에불과하다.이책에는영장류부터조류,곤충,해양동물에이르기까지인간사회와크게다르지않은동물들의놀라운모습이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당연히책에소개된사례도제한적일수밖에없음을생각하면,우리가모르는동물의세계가무궁무진하며인간못지않게고귀한생명체인동물을더적극적으로보호하고사랑하는것이인간의의무라는생각이절로든다.일찍이인도의성인간디도이런말을남기지않았던가.“동물에대한인식이어떤지가그사회의수준을말해준다.”
동물들이이책을본다면……
동물에대한편견과무지못지않게우리는인간에대해서도지독한고정관념에사로잡혀있다.그나마20세기를거치며진화생물학,동물학,행동경제학,심리학등의놀라운발전덕에인간과동물을바라보는인식의지평이상당히넓어지기는했다.하지만아직우리는고전철학의화려한개화이래최대난제중하나인‘인간’이어떤존재인지에대해명쾌한해답을내놓지못하고있다.인류는그저여전히진화중일뿐.
덧붙여‘진화’라는메커니즘에대해서도단단히오해하고있는사람이많다.다윈에따르면진화는자연속에서개체가거칠수밖에없는생존을위한적응과변화의과정일뿐발전을의미하지않는다.강력한종교적신념으로무장한채여전히진화론자체를인정하지않는부류가(특히미국에서)제법많다는현실을감안하면이런오해는앞으로도굳건할지모른다.
저자이정전교수는본디경제학자다.오랜세월동안경제학을연구하고가르치면서‘인간은합리적인존재’라는주류경제학의근본가설에깊은회의가생겨환경학과행동경제학,심리학,동물학등으로꾸준히관심분야를넓혀왔다.이책은그결과물중하나로,저자의주장을따라가다보면“동물이인간보다더낫네”라고말하고싶어질지도모른다.그러나저자는인간과동물을다각도로비교해누가더우위에있는존재인지를논하려고이책에공을들인것이아니다.그럼에도인간이가진우스꽝스러운일면을다양한사례를통해폭로하는이유는,주류경제학이강조하듯인간은그렇게합리적이지않으며때론매우비이성적이고불완전한존재라는사실을인정하는데서인간과동물의공존을위한첫걸음을떼어보자는취지에서다.다음의흥미로운사례를보자.
미국사람들의입에자주오르내리는농담중에다음과같은것이있다.?교회에서신자가목사에게질문했다.“목사님,기도하면서담배를피워도되나요?”목사가정색을하면서,“그건절대안되네.기도는하느님과나누는엄숙한대화인데,감히하느님앞에서담배를피우다니,절대그럴수는없지!”이번에는다른신자가목사에게질문했다.“목사님,담배를피우면서기도를해도되나요?”그러자목사는환한미소를지으며,“암,되고말고.기도는때와장소를가릴필요가없다네.식사중에도기도하고,산책하다가도기도하고,잠자리에들기전에도기도하고,담배를피우는중에도기도하고,늘틈만나면기도하는것은아주좋은일이지.”
기도하면서담배를피우는것이나담배피우면서기도를하는것이나그게그거아닌가.그런데도목사의대답은어이없을정도로달라진다.(155~156쪽)
저자가이런사례를인용하는것은특정종교나종교인을폄하하기위한것이아니라위의사례처럼어떤측면을더빨리연상하도록틀을짜서질문하느냐에따라대답이달라지는‘틀짜기효과’가우리일상생활에서자주관찰되는현상이며,사람들은무의식적으로이런태도를보인다는점을지적하기위한것이다.각종여론조사나설문조사가넘쳐나는상황에서이런사실을철저히인식하고있다면무의식적으로저지르는실수를많이줄일수있지않을까.
또한저자는인류가아프리카를떠나세계의구석구석으로퍼져나가면서무수히많은동물을잔인하게살상한결과,끝내멸종으로내몰았다는뼈아픈사례도들려준다.
산업혁명훨씬이전부터인류는지구상에서가장많은동물과식물을멸종으로몰아넣은가장치명적인종이라는불명예기록을보유하고있었다.바다의대형동물은육지의대형동물들에비해인간폭력의피해를상대적으로덜받았다.하지만오늘날바다생물의많은종이산업공해와인간의해양자원남획탓에멸종의기로에놓여있다.(266쪽)
멸종에관한한가지유력한단서는그멸종시기가대부분인류가오스트레일리아와남북아메리카대륙에진출했던시기와일치한다는것이다.예를들면미국그랜드캐니언부근의대형동물들이멸종한시기가이지역에수렵인들이도착한시기와일치한다.더욱이나이지역에서늑골사이에창촉이박힌매머드의유골이많이발견된다는사실은그멸종이우연이아니라인간때문임을암시한다.역사적기록은인류를생태계의연쇄살해범으로보이게끔만든다.사실오스트레일리아에서일어난것과유사한대량멸종이지난수천년간인류가새로운지역으로진출해서정착할때마다거듭거듭벌어졌다.(264쪽)
놀랍게도이제는동식물의멸종이아니라인류의멸종자체를걱정해야하는시대가되었다.툭하면터져나오는핵전쟁에대한공포,심각한환경파괴가불러온기후변화,나날이그강도를더해가는각종자연재해,전세계를강타한코로나19바이러스의출현등지구외적요인이아니라내부에서언제든터질수있는불안정한요인들이인류의생존을위협하고있다.그야말로‘자업자득’이라고밖에할말은없겠지만,인류가아무리비합리적이라한들가만히앉아서공멸의길로나아가는우를범하지는않을것이다.저자의말대로“이제인류가공멸할지존속할지의여부는거의전적으로인간의손에달려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책속에서
유인원의감사하는마음을더극적으로보여준사례가있다.밀렵꾼에게쫓겨죽기직전인침팬지를동물보호단체사람들이구조해콩고의한재활센터에서치료를받게해주었다.이침팬지는완쾌된후숲으로돌려보내졌는데,그순간을촬영한비디오가널리유포되었다.이침팬지와그현장에있었던제인구달박사사이에벌어진감동적인장면때문이다.
처음에는이침팬지가그냥숲을향해걸어갔지만,잠시후갑자기되돌아와자신을돌봐준사람들을꼭껴안았다.특히구달박사와는오랫동안서로포옹을나눈뒤숲으로떠났다.이장면이눈길을끈이유는그침팬지가마치자신을구하고치료해건강을되찾아준사람들에게그냥등을돌리고가버리는것은도리가아님을깨달은듯이행동했기때문이다.(94~95쪽)
인간사회에서와마찬가지로동물사회에서도남을이해하는능력을이용해남에게고통을주기도한다.연못의오리에게돌을던지는개구쟁이소년처럼유인원은가끔그저재미로다른동물에게해를가한다.그실제사례가한연구실에서목격되었다.이연구실에서기르던어린침팬지들은장난삼아울타리건너편에있던닭들을빵부스러기로유인했다.거기에속아닭이다가올때마다침팬지들은닭을막대기로때리거나날카로운철사조각으로찔렀다.이들은장난을더발전시켜한침팬지가미끼를던지는역할을,다른침팬지가닭에게고통을주는역할을분담하기까지했다.그들은단지지루함을달래기위해그런짓을했다.한편야생에서는침팬지가다람쥐나바위너구리같은작은동물을괴롭히는장면이목격되었다.침팬지는여기서즐거움을얻는것처럼보이는데,그런짓을하면서재미있다는듯이웃기때문이다.이같이유인원은고통을준다는것을알면서도상대에게고통을가할정도로충분히복잡한뇌를가지고있다.
(95~96쪽)
기꺼이동료들과협력할뿐만아니라전리품을함께나눌만큼아량이있는개체가영장류사회에서도인기가높다.동료의도움을받았을때이를되갚아야한다는점도이들은알고있다.예컨대먹이를획득한꼬리감는원숭이는도움받은적이없는동료보다자신에게도움을준동료에게먹이를더많이나눠준다.이는도움을받은개체가그도움을잊지않았음을의미한다.인간의협력은자연계에서‘매우이례적인일’이라는일부사회과학자들의주장은독단에불과하다.
(119~120쪽)
우리인간의성향이동물의성향과근본적으로다르다는증거보다는오히려비슷하다는증거가더많다.동물이원하는것은살상이아니라상대를패배시키는것이요,공격의목표는파괴가아니라지배다.이점에서는우리도근본적으로다른동물과차이가없어보인다.다만인간의경우에는공격이너무멀리서이루어지며,집단이협동정신으로똘똘뭉쳐있으므로전쟁에동원되는사람들은원래의목표가무엇인지잘알수없게되어버렸다.그들은이제적을지배하기위해서가아니라동료를돕고적을죽이기위해공격하게되었다.적이직접복종의몸짓을보였을때,이를관대하게받아들이는타고난성향을발휘할기회가거의없거나전혀없어졌다.
(258~2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