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큰글씨책)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큰글씨책)

$36.00
Description
고독의 오롯함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시간여행자의 초대장!
소문난 다독가, 애서가, 장서가이면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가
3년 여간 아껴 읽어온 책들에 대한 독서 에세이.
삶과 여행과 시와 인문학과 다종다양한 책이 하나로 녹아든 사색의 결정체가
때론 감성적으로, 때론 비판적으로 유려하게 흐르는 문장 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저자

장석주

시인,문장노동자,산책자.시립도서관참고열람실에서습작을하다가시와비평에입문한지마흔해째다.니체와바슐라르,콜린윌슨,카뮈와사르트르,발터베냐민과롤랑바르트,미셸푸코와질들뢰즈등을읽으며전업작가의꿈을키워왔다.출판편집자,대학강의,방송진행자등을하며생계를꾸렸다.항상읽고쓰며산책자로사는이우연의생을기꺼워한다.오늘도자유롭게읽고쓰며가난한사유속에서문장몇개를건지려고책상앞에앉는다.이제껏누구도쓰지않은한구절을꿈꾸며!
그동안제법많은책을냈는데그중에서도『풍경의탄생』,『일상의인문학』,『일요일의인문학』,『마흔의서재』,『은유의힘』,『이상과모던뽀이들』,『철학자의사물들』,『동물원과유토피아』,『단순한것이아름답다』,『내가읽은것이곧나의우주다』,『나는문학이다』등이특히많은사랑을받았다.

목차

서문

01계절이바뀌는소리
입춘지났는데날은춥다/우리는날씨에따라변한다/
쓸모없는것의쓸모를생각함/시간은거대한아르페지오를연주한다/
기록과망각/한여름의더위속에서/
인생의슬픔을아는자만이자두의맛을안다/당신은살아있으라!/
가을의기척/12월의침울함속에서/눈쌓인새벽에시집을읽다/
12월의독서/묵은해를보내며

02여행과일상사이에서
벽난로앞에서/다시시드니에서/제주겨울바닷가에서/
여행과서점/책에추천사를쓴다는것/비평을쓴다는것/
날마다아침을맞으며/책의표지에관하여/
동네서점‘어쩌다책방’과열권의책

03사색의시간
말하며침묵하는존재/눕기예찬/호텔에대하여/
쓰레기분리수거하는날/인간은혼자다/대지에서대지를생각하다/
기다림은낯선일이아니다/노스탤지어에대하여

04고전이된작품들
『토지』,민족의대서사시/인생의급류속에서/
그토록불길했던상상력/‘인간은진리다!’라고쓴작가/
5월에『열하일기』를읽다/정직한문장하나

05인문학과비평의세계
왜우리는새로운것을탐하는가?/인문학과시/
인문학과시2/‘비극의탄생’을읽는다는것/리좀과연애

미주

출판사 서평

“많은이가‘책을읽은들무슨소용이있나!’라고탄식한다.책을읽는다고삶이갑자기좋아지지는않는까닭이다.우리가책을읽을때‘독자’라는지위를얻는다.독자란세상의번잡과소음에서떠나이장소에서저장소로이동하는여행자다.그여행은장소의이동이아니다.독자로서치르는여행은‘끊임없는현재’라는지평에서시간이동을하는것이다.독자는늘현실에부재한다.그는짧고덧없는삶에서벗어나지금여기가아닌저곳의시공을떠돈다.그렇게문장과행간이불러일으키는몰입과몽상의시간을떠도는동안독자는직접경험해보지않은삶을살며‘준불멸적존재’로거듭태어난다.독서는세계라는책의여행,거듭태어나기다.책을읽을때우리는책이라는피난처안에서‘준불멸적존재’로살며,자신만의삶을설계하는작고소박한기쁨을누리는것이다.

독서는현실저너머의아폴론적황금빛에감싸인먼세계를힐끗엿보는일이고그세계에대한동경을키우는일이다.무엇보다도독서는그것에빠진자를고독에빠뜨리는일이다.어쩌면고독은독서의본질적속성인지도모른다.나는그고독의오롯함을좋아했다.현실의삶이메마르고가난할수록나는독서가만드는고독의풍요에빠져들기를갈망한다.그것이비록누추한현실에서도피하는것일지라도말이다.”

◆지독하게성실한‘문장노동자’의삶과사색의바탕이된책이야기

반세기동안지독한성실함으로책을읽고쉼없이글을써온작가장석주가말하는독서의본질적속성은‘고독’이다.고독의오롯함속에서‘준불멸적존재’로거듭태어나기위해하루도빠짐없이책을읽고글을쓰며사는삶이란어떤것일까.작가장석주에게책읽기는글을쓰기위해읽는것이라기보다그자체로존재증명이자하루하루를살아가기위한불쏘시개다.
분명일반독자와는다른층위에있으나작가는그거리감을강조하지않는다.또한그렇기때문에그가선별한책들은일단믿고볼수있다는장점이있다.하루에도수없이쏟아지는신간의바다위에서작가또한좋은책을고르는데실패한적이많다고토로한다.추천사만믿고샀다가낭패를본다거나그저표지가너무좋아샀지만실상내용은별로인경우등은일반독자들도충분히경험해봤을법한일이다.
그렇다면이책은단순히작가가그동안읽은책들중추천할만한도서를선별한책인가?그렇지않다.서문에서저자는소박하게‘독서에세이’라고말하지만실상이책은문학과인문학이하나로녹아들고,삶과여행과사색이완전체를이룬또하나의풍경화이자작가의내밀한아픔까지도일별할수있는고백록이기도하고,고전이된작품과그작품을탄생시킨작가들에대한진중한비평서이기도하다.

작가에게큰영향과영감을준철학자질들뢰즈가강조한‘리좀’처럼이책은딱히정해진입구와출구가없다.편의상점층법구조로배열되어있지만아무꼭지나마음에드는부분부터시작해도된다.봄,여름,가을,겨울지나고다시봄이오듯자연스러운계절의흐름에의식을맡겨도좋고,“한페이지짜리에머무는인생을살고싶지는않은”이들이라면가벼운여행이야기부터시작해도무관할것이다.반면진중한작품분석이나비평의세계를먼저맛보고싶다면맨뒤부터펼쳐도좋을것이다.평소“적게먹고적게배설하고자한다”는저자의소식습관과달리이책은풍성한뷔페식이라할수도있다.그런가하면자연스럽게다른책들로넘어가는훌륭한가교역할도한다.책을좋아하는이들에게보내는특별한초대장이지만평생책과담쌓고지내는사람이라할지라도곳곳에진솔한삶의이야기가녹아있는이책은지루함을털어버리고‘책-독서’의매력을한껏느끼게해줄것이다.시큼하면서도달달한‘자두맛’이곧인생의맛이라고말하는작가의안내를따라풍요로운책의바다에빠져보자.

◆인생은자두맛과같고삶이란저마다한권의책을쓰는일

거부할수없는열정에이끌려첫평론을쓴때로부터40년이나흘러60대가된작가는인생의맛을자두에빗댄다.출판업이무난한성공을거두던30대에분노조절장애를앓았던일이며,혼자세들어사는아파트에서새벽마다타자기의자판을두드리던어느날이웃의신고로경찰관이들이닥친일,딱히대상이없는분노와울분으로괴로워했던날들속에서“세계의우울을견디며오래된의례와같이몇번의연애를치”른뒤시를쓰는지금의아내를만나새로운생활을꾸리기까지의인생편력을곳곳에담담히풀어놓는다.질풍노도의시기를지나“운좋게”60대에이른지금,작가는웬만한소규모출판사보다연간출간종수가더많은왕성한필력을자랑한다.수입의상당부분을헐어책을사고,하루의절반을꼼짝않고책읽는데할애하며,꾸준한산책으로사유의깊이를더해가는삶을성실하게꾸려가는작가장석주를우리는이제‘책의사제’라불러도좋으리라.

늦더위가사라지고소슬바람불때가을은돌이킬수없는사태로다가온다.아내는잘익은자주색자두를먹을때달콤하고시디신맛에몸서리를친다.날씨에도맛이있다면청명한가을초입날씨는잘익은자두맛이다.이맛은슬픔과행복이뒤섞인맛이다.두어개를먹은뒤돌아서면금세아련해진다.인생의슬픔을모르는사람은이자두맛도모를테다.나는인생의슬픔을아는사람만이자두맛을안다고믿는다.(71쪽)

나는문신도하지않고,비트코인따위에투자하려는마음도품지않는다.다만새책이늘어나서가를채우고,손톱과발톱이자라나는세계에서산다.간혹30대의빛나던젊음을칙칙하게만들고,나를딱히대상없는분노와울분에빠뜨린것이무엇이었나생각한다.출판업이무난한성공을거두던그때나는왜분노조절장애를앓았을까.마음에짚이는바가있지만굳이발설하고싶지는않다.그분노와울분을넘어서서나는살아남았다.미세먼지와암이만연하는세상은여전히살만하거나그렇지못하다.재난과비명횡사가많은세상에서운좋게살아남아60대에이른나는삶이란시간과망각의압력속에서기억력의저하와오류를겪으며저마다한권의책을쓰는것이라상상한다.(258쪽)


◆책은도구가아니라그자체가목적이다

평소책을사랑하는사람이든책이라면질색인사람이든작가가모든이에게들려주고싶은한마디는바로이것이다.“책은그자체가목적이다.”오죽하면이런고백을할까.

‘천국의도서관’이있다면나는날마다읽을책을한바구니내려주소서,하고기도할것이다.책은도구가아니라그자체가목적이다.우리는나와현실사이에걸쳐있는책을매개로현실과만나고,더넓은세계와소통한다.그런과정속에서불안의속박에서벗어나고,내면의변화를겪으며,찰나의점에불과한존재를무한으로확장해서영원에잇는다.책은경이와충일감을주고,감성과정신을쇄신하며,나라는존재를새롭게빚는다.나는책을읽으며어제와는다른존재로거듭난다.(221쪽)

◆거울에갇히지않기위하여

잘알려져있다시피작가장석주는시인이다.그런데그는문학뿐아니라인문학책들에도무한한애정을갖고시간을쏟는다.그에게시와인문학은하나이기때문이다.작가에따르면‘거울의수인’이되지않기위해우리는시와신화,인문학이라는거울을되찾아야한다.그리고그거울은책의형태를띠고우리에게다가온다.책이소중할수밖에없는이유다.

인문학역시항상현실저너머를가리킨다.인문학으로위장한자기계발서는바로여기지옥같은현실에서생존하는법과성공을고무하는이야기로채워진다.자기계발서가현실저너머에대해말하는법은없다.오직현실에서어떻게돈을벌고,어떻게나쁜습관을바꿔성공을거둘수있는지그기술에대해서만말한다.그러나진짜인문학은마치거울인듯현실이아닌곳,그너머를가리킨다.이거울은천개의눈을가진그리스신화속괴물아르고스다.아르고스의눈은거의모든것을본다.
우리는거울을잃어버렸다.타자라는이름의거울을,시와인문학으로명명되던거울을,신화라는거울을잃었을때우리는자기가누구인지를,어떤존재인지를알아볼수없다.거울을잃은사람은역설적으로거울에갇힌다.거울의수인이되는것이다.우리의불행은거울을잃어버린데서시작되었을지도모른다.우리는거울이라는감옥에유폐되었다.그감옥에서해방되려면거울을되찾아야한다.어떤거울을?‘이것은네가아니다’라고말하는거울,‘나’의내부에펼쳐진외부로서의거울,직관과상상력으로빚은거울,거울로서상연되는시와신화와인문학이라는거울을!(318~3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