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큰글씨책) (분단과 월남민의 서사)

이산(큰글씨책) (분단과 월남민의 서사)

$37.83
Description
해외동포 월남민과 이산가족들의 평양 방문, 교류를 최초로 밝힌 책
분단의 뒤안길에서 펼쳐진 ‘이산離散’의 서사를 역사로 불러들이는
소중한 자료들과 분단의 경계를 넘어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려는
각양각색의 형상을 통해 ‘민족공동체’의 오늘과 내일을 톺아본다!

이 책은 우리의 과거와 관련되고,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알게 해준다. 북쪽에서 남쪽, 남쪽에서 다시 해외로 이주한 월남민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변동과정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헤어진 가족들의 후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이들의 삶에 이산가족이라는 명명은 어쩌면 멍에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족을 되찾는 방법은 이미 지나온 길은 아니지만, 일이 시작된 그곳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남한의 군사독재와 북한의 전체주의 사회를 지옥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들은 자신들의 일부이자 정체성을 이루는 그 환경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들은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것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 북미주 월남민의 대북 이산가족 교류는 평화통일운동을 예고한 셈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진행하며 평양의 해외동포 정책을 변화시켰다. 수많은 사람이 ‘조국방문’의 형식으로 평양을 다녀왔고, 그들이 남긴 각양각색의 형상은 또 다른 인민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에서 왔지만 과거의 우리는 아니다. 땅을 살짝 걷어차고 뛰어올랐을 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가지는 두려움이 있다. 일순간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공중에 떠오른 것이다. 발이 땅에 닿을 때까지 느껴야 하는 그 순간은 일생에서 가장 긴 시간인지도 모른다. 선구자들은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과감하게 두 발을 땅으로부터 떼어 평양으로 내디뎠다. 1979년부터 시작한 이산가족 만남은 수많은 동포에게 남한과 북한 정부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통일’과 ‘북한’이 금기시되었던 지난날을 돌아볼 때 해외동포의 북한 교류는 ‘친북’을 무릅쓰고 분단사회를 극복하려 한 노력이었다. 평양으로부터 가슴 조이게 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이것을 이겨낸 뒤에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일정 부분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평양은 바깥세계에서 해외동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고, 월남민과 이산가족들은 그 사회의 속사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어버이 수령의 나라’를 새롭게 보는 비판적 관점도 가질 수 있었다.
-본문 중에서
저자

한성훈

사회학자.연세대학교대학원사회학과박사,현재국학연구원연구교수.
연세대학교사회발전연구소에서‘시민사회의대안적발전모델에관한동아시아비교연구’와국학연구원에서‘월남민구술생애사조사연구’에전임연구인력으로일했다.여러대학에서강의했으며연세대학교에서최우수강사로선정되어총장상을수상했다.대통령소속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임용준과허원근의문사건,강제징집녹화사업을조사했고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한국전쟁때일어난민간인학살사건을밝히고종합보고서를작성했다.
저서로「전쟁과인민:북한사회주의체제의성립과인민의탄생」(2012),「가면권력:한국전쟁과학살」(2014),「학살,그이후의삶과정치」(2018),「인민의얼굴:북한사람들의마음과삶」(2019)이있다.함께쓴책으로「인권사회학」(2013),「한국현대생활문화사1950년대:삐라줍고댄스홀가고」(2016),「질적연구자좌충우돌기:실패담으로파고드는질적연구이모저모」(2018)가있다.그동안발표한글은「국가폭력과반공주의:고문조작간첩피해자를중심으로」(2015),「하미마을의학살과베트남의역사인식:위령비와‘과거를닫고미래를향한다’」(2018)외에여러편이있다.
사회인문학과예술의만남,연구주제의형상화를중요하게생각해2014년제10회광주비엔날레“터전을불태워라”오프닝작품〈내비게이션아이디NavigationID〉제작에참여했다.민간인학살을다룬이작품은경산코발트폐광과진주명석면용산고개에서발굴한유해그리고유족들을광주로이송하는전과정을현장에서생중계한퍼포먼스였다.세월호참사이후연극동인‘혜화동1번지’의초청으로죽음에대한사유와국가책임,가해자를주제로강연하면서대학로와인연을맺었다.이를계기로2017년두산아트센터에서공연한해보카프로젝트HaVokAProject의〈캇트라인〉에서배우로무대에섰고,다양한연극에서드라마투르기에관심을갖고관객들을만났다.장기적인사회변동에주목해중대한인권침해와사회운동,한국전쟁이남북한사회에미친영향,북한인민의사회상을꾸준히밝혀왔으며‘평화통일운동과남북교류협력구술채록’연구를진행하고있다.전쟁과평화에관한민주시민교육강연과글쓰기에나섰고,최근에성간우주와생명체의근원에대한탐구에빠져종로문화재단아름꿈도서관의2020년‘도서관길위의인문학’에서기후위기를주제로강연을시작했다.

목차

책머리에

1부월남민의탄생
1장이산
북쪽에서남쪽으로/교차하는이방인
2장이주와정착
새로운신분을얻다/선택의기로에서신념의세계로
3장정체성
사회변동과자기결정성/변화하는정체성

2부조국방문의자화상
4장이산가족과평양의해외동포정책
남북대화와이산가족/로동당의해외동포정책
5장조국방문
월북자와납북자의유산/주체와인민의자화상/조국방문,그이후
6장만남과접촉
‘북한주민접촉’/만남그이상의편지

3부평화와분단사회
7장『뉴코리아타임스』
전충림과전순영그리고토론토한인연합교회/해외동포이산가족찾기회활동
8장금단의선을넘다
평양과토론토의협력/자신을증명하다/반공의우상을허물다
9장분단사회의평화통일운동
평화와분단사회의재구성/월남민과북미주평화통일운동

4부월남지식인의근대초상
10장문학평론가김우종
참여문학:남들이보지못하는것을보다/인본주의자의사상과문학세계
11장법률가김태청
일본제국주의교육과자주성/법에따른통치와시민의주권성
12장기독교통일운동가유태영
보수종교인에서반미주의자로/신앙과통일운동의전선에서
13장기업가오동선
이북에서느낀자아상실감/자기존재의의무와경제발전의소명

나가며/감사의말/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한국전쟁의비극이불러온‘이산가족’이라는멍에

1983년6월30일부터11월14일까지대한민국의곳곳에는눈물마를날이없었다.전국민의눈과귀가KBS의생방송프로그램〈누가이사람을아시나요〉에쏠려있었고동명의타이틀곡이날마다거리에울려퍼졌다.휴전후처음으로진행된본격적인이산가족찾기사업에무려10만건이넘는신청사연이답지했으며,이가운데1만180명의이산가족이상봉의감격을나누었다.‘이산가족’이라는단어가모든이의일상에스며들었으며,남한에서헤어진경우뿐아니라남과북으로갈라진채몇십년이지나도록생사조차알수없는안타까운사연을가진사람들이너무도많다는사실자체가전쟁의비극성을입증하는것이었다.
한편해외동포들의이산가족찾기노력은남한보다4년앞서시작되었다.캐나다에서『뉴코리아타임스』를발행하던전충림이1979년평양에서열린제35회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북미언론대표로초청받아평양에서누나를만난일이출발점이었다.토론토에돌아온전충림은선우학원박사와김재준목사,이승만목사그리고일본에있는망명객정경모와논의해1979년8월15일해외교민가족찾기회발기인대회를열고본격적으로조직작업에나섰다.이같은담대한추진은남한의정치상황이나‘냉전’중인국제질서에서매우진취적인움직임이었다.
첫발을내디딘해외동포이산가족찾기회는1980년1월,처음으로다섯명의이산가족을찾아달라고북한측에신청했다.그중세명의가족을찾아평양을방문해상봉하기에이른다.1990년대중반까지『뉴코리아타임스』에는이산가족의평양방문사업에대한광고가매주실렸다.『뉴코리아타임스』의공식발표에따르면1979년발족한해외동포이산가족찾기회는1992년까지12년동안미주동포5,000여명의북한방문을주선해가족상봉을이루었다.미국과캐나다는물론이고남미의아르헨티나와브라질,파라과이에있는월남민들에게까지영향을미쳤다.

◆분단사회가낳은서사의주인공:월남민과이산가족

전쟁은여러이유로이북에거주하던수많은사람의발길을남쪽으로향하게했다.남한에정착한월남민의다양한삶이비교적잘알려진데비해해외에서활동한사람들의존재는북측에가까운타자의삶으로여겨져온면이있다.서로다른체제이행과전쟁의산물이월남민과이산가족이다.그들은분단사회가낳은서사의주인공이다.이땅의분단은한편으로70여년동안가속된측면이있는반면,다른한편으로는이대립과갈등을어떻게든이겨내려고노력해온과정이다.이산가족들의비극적인가족사는이후자손을포함해개인사에도지대한영향을미쳐왔으며,사회변동에영향을주고받은사람의생애는정치사와개인사의교차점을들여다보게한다.
월남민의탄생과남북관계에지속적으로영향을받는이산의문제를어떻게볼것인가.『이산』은이와같은문제의식에서출발한연구성과로남한을포함해북한이나해외에서바라볼때,월남민들의경험과생애가남한사회에서어떤변화를가져왔는지밝히는데주력한다.이를위해저자는몇년에걸쳐북미주이산가족들을직접만나구술채록을진행하는한편이산가족들이작성한여러형태의문건을책에담아내분단과이산의아픔이‘현재진행형’임을생생하게드러낸다.
이자료들은캐나다토론토의해외동포이산가족찾기회와평양의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가교류하면서생산한것이다.세계에흩어져있는월남민들이『뉴코리아타임스』사무실로전송하거나우편으로보내고,이를다시평양과주고받은것들로분단시대를가로지르는귀중한사료다.이자료들은북미주와북한의이산가족이만나는과정을투명하게보여준다.그들이작성한수기나가족에게서받은편지,또평양을다녀온이후의감상이포함된방북기와여행기는개인의감정을반영하면서북한의내부세계또한잘보여준다.

◆분단의경계에서펼쳐진각양각색의개인사를관통하는심성

이책에는김경운,이춘수,이수일,김득렬,함성국등실명을밝힌구술자들과김??,조??,최??등실명을밝히기어려운사연을가진사람들외에도소설가이호철,문학평론가김우종,유태영목사,고마태오신부,법률가김태청,기업가오동선등월남지식인들의다양한사례가등장한다.이들은남북으로갈린지리적ㆍ공간적분단만큼극명한이념의차이를보여주기도하고체제에대한관심보다이북에있는가족들의경제적어려움을더중요하게여기는보통사람들의심성을가감없이드러내기도한다.이렇듯북쪽에서남쪽으로,다시남쪽에서해외로나간사람들의다양한생애이야기는‘이산’이단일사건으로끝나지않고기억을소환하며생애에걸쳐순환함을여실히증명한다.
이책에따르면북쪽에서남쪽으로온후남한을떠나남미와북미대륙에정착한월남민들이상당하다고한다.저자는남한에서북미주로이주한월남민은북쪽에서남쪽으로올때보다훨씬더합리적인목적을가진행위자라고말한다.그들중에는명백하게‘북한’을염두에둔경우도있지만,대부분은국제이주의일반적인경향이라고볼수있다는것이다.다시말해북미지역으로이주한주목적이경제적이해에따른것이라는의미다.저자는이주동기로볼때이같은현상을오늘날벌어지고있는탈북민의남한행과비교해볼수도있다고말한다.
한편저자는해외에서평화통일운동에앞장선월남민들은어떤면에서남북한당사자들보다오히려남북문제에대한이해가더깊을수있다고말한다.“남한이보지못하는북한을보거나,북한이보지못하는남한을바깥세계에서볼수있기때문이다.쌍방의교차접촉역시가능하다.해외한인의통일운동이남북한정책에직접영향을끼치는경우도있다.”그럼에도남한정부는“이념과노선의차이를극복하려고노력한사람들을오랫동안방관자의입장에서손놓고있었”을뿐아니라“해외동포들이남북교류와평화통일운동에능동적으로참여하는것을달가워하지않았다”고지적한다.
◆이념의굴레를넘어‘평화통일’의길로

해외로나간월남민들은이산가족을찾기위한노력을기울이는과정에서자연스럽게‘민족공동체’의운명을고심하면서‘평화통일’의길로나아갔다.미지의세계였던북한의장막을처음연이들은북미주월남민이다.이들이펼친평화통일운동의핵심을저자는이렇게짚어준다.

평화라는추상적인관념을사람들은언제느낄까.이북을처음다녀온사람들이갖는공통적인심성이있다.벅찬감동에겨워평화통일을갈망하고이북을새롭게보는것이다.전체주의사회의이면에서평양으로부터느끼는감정은이념과대립을넘어서는지평에있다.북한땅에서그곳의인민을만났을때느끼는해방감은평화에대한열망이다.이와같은심성은곧분쟁과갈등이해소되는상태를몸으로느끼는것을말한다.평화운동의특징은국제주의입장을취하는데있다.(211쪽)

해외동포들이바라보는한반도평화통일운동의시각에는민족국가의토대라는인식론과존재론적관점이있는반면,국제사회의보편적인평화질서를한반도에서동아시아,동아시아에서세계로확대하려는관점역시존재한다.그들이이와같은전망을제시할수있었던근본적인이유는세계질서에대한이해에있다.한반도를향한평화통일운동은세계평화운동의일부이자그맥락속에자리해있다.(215쪽)

해외동포들은역사와정치의뒤안길에서조용히숨죽인채웅크리고있던존재들이지만전지구적시민사회에속한사람들이기도하다.저자는이들의활동을이렇게평가한다.“북한이든남한이든어느한정치공동체가다른정치공동체와여러가지면에서비대칭적이면서불가분의관계로맺어져있는이상,정치적이익을염두에두고해외동포월남민의활동을폄하해서는곤란하다.남북한국가의체제논리와필요에따라왜곡되어온월남민들의이산가족만남은분단사회를재구성하는원동력이다.당사자의참여와자발성에따른가족찾기운동은남북교류의새로운방안을모색하는훌륭한본보기다.”이책을읽다보면격동의도가니속에서운좋게살아남은사람들이남긴수많은이산의장면이떠오른다.그들의서사에는북녘의현장이손에잡힐듯펼쳐지고,그상이남녘의눈에자연스레맺힐것이다.이책은여전히해소되지않은‘이산’의문제와‘평화통일’의과제를“우리의미래를앞서살다간사람들의삶”을통해함께고민해볼수있는소중한기회를선사한다.